동명군 이야기

from 나홀로 가족 2010/02/26 10:33

재수한다고 해서 성적이 기대하는 만큼 나오기 쉽지 않은 노릇이고..

그래도 수도권 아래쪽으로는 내려가지 않겠다고

수도권에만 원서를 쓰더니 모조리 불합격되고,

추가모집에서는 아래쪽으로 이리저리 넣어보더니.

그마저도 합격되는 곳이 없는 모양이다.

 

삼수라도 하는건 어떻냐고 물었더니,

수험공부하기는 싫다고 군대가겠다고 한다.

군대를 가더라도 학적은 하나 걸어놓고 가는게 좋을거 같다고

하긴 했는데도 생각해 보겠단다.

산오리가 집에 있어야 별로 쓸모도 없지만,

동명군 모친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모양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저 놈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이며,

앞으로는 또 어떻게 살아 갈 것인지 기막힐 노릇이긴 하다.

후줄그레한 대학을 나온다고 해서 먹고 살 것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지만,

다들 간다는 대학도 못간다면, 그것도 평생 부모의 한이 되려니 하는 모양이다.

전화해서는

"젊어서 1~2년이 뭐 그리 대단한 거냐? 마음 편하게 먹고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해라" 고

말은 했지만, 이 넘도 꽤나 심란할 것임에 틀림없다.

주말에 올라가면 아빠하고 소주나 한잔 하자고 했는데,

어찌 되었거나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닐 거라 생각하고

힘차게 살아 가기를 바랄뿐....

 

동희 군은 학교 앞으로 방을 얻어서 한살림 차려서 나갔다.

지난 일욜날 그 방에 아내와 같이 가서는 청소도 해주고,

옷걸이도 사주고, 이러고 왔는데,

다음날 아침에 학교 갈 것이 걱정되는 아내는

밤 늦게 전화해서는 알람 잘 맞추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스무살 넘은 놈한테도 그렇게 불안해 하면서, 스트레스 안받을 수 없는 노릇일 거다.

어련히 알아서 하려니 하고 냅두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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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6 10:33 2010/02/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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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사랑...

from 읽고 보고 2010/02/26 10:19

소설책은 대체로 쉽게 읽히는 편이다.

더구나 남의 나라 글을 옮겨 놓은 것도 아니고,

아주 먼 세상의 얘기도 아니니까....

그런데도 21권이나 되는 무게는 그리 만만치 않다.

소설의 훌륭함을 따질만한 처지도 못되지만,

읽기에도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걸

써 냈다는 것만으로도 감히 존경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겨우 겨우 토지를 다 읽어 가고 있다.

 

단순한 사랑이라고 했지만,

토지에 나오는 인물들 가운데, 산오리가 가장 맘에 드는 사람은 송관수다.

백정은 아니지만, 장인이 백정이라고 해서 신분상 차별을 안팎으로 받으면서도

해야 할 일을 잘 해내는, 단순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만주로 떠나면서 딸을 친구이며, 동지인 강쇠에게 맡기는 장면은 또 눈물나게 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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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은 어두컴컴했다. 질화로에는 불이 빨갛게 피어 있었다. 돗자리를 깐 방바닥은 뜨근뜨근했다.

"우찌 된 일이고?"

강쇠의 사팔뜨기 눈이 크게 벌어졌다.

"살림을 동개부릴라꼬."

"살림을 동개부리다니 그기이무신 소리고?"

"말을 하자 카믄 길어질 긴께 차차 하고 오늘 내가 여길 왜 왔는고 하니.. 앞뒤 짤라부리고 영선이를 맽기러 왔다.

  맡을라나, 안맡을라나."

"강쇠는 순간 숨을 죽인 듯 관수를 쳐다본다.

"와 말을 못하노!"

"맡는 것도 나름 아니가, 더 확실하게 얘기해 봐라!"

"짐작이 갈 긴데 피하기가?"

"피하는 놈이 확실하게 얘기하라 하더나?"

"자부 삼으라 그말이아."

"조오치."

관수의 굳어졌던 얼굴이 확 풀렸다.

"너무 홍감해서 걱정이제."

"이자 됐다, 자식 걱정은 덜었다."

관수는 쓸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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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봐도 눈물이 날 거 같으네...ㅎㅎ

단순하기 보다는 어찌 보니까 낭만적인.....거 같기도 하다.

전혀 무엇인지도 모르고 애비를 따라왔던 딸의 입장이야 오죽하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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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6 10:19 2010/02/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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