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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학교

새로운 세계를 일구어낼 조직으로서
민주노동당은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은 변질을 이야기하지만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제도권 진입을 목표로 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노동자대중의 정치교육의 장은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내 판단은 확실히 빗나갔다.
노동자들이 민주노동당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것은
출세주의와 의회주의이고
그 한계를 벗어나기에 민주노동당은 너무 국민적이다.
국민승리21의 연속으로서 민주노동당을 봤어야 했다.
양자를 억지로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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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에 내가 노동자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에서 일한 건
순전히 내 선택이었다.
물론 내가 선택한 단체는 아니었지만
난 교육의 전문성을 획득할 필요가 있었고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단체의 위상은 내 생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해갔다.
끝까지 싸웠다면 변했을까?
천번 만번 생각해도 천만의 말씀이다.
정보기관의 공격으로 허겁지겁 합법공간으로 뛰쳐나온 무리들에겐
그들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을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내가 아무리 정당한 논리로 대적하더라도 결론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왜 그렇게 간절히 노동자전문교육기관을 원했는가?
바로 일상적 교육의 필요성 때문이다.
강연회나 일회적 교육으로는 아무것도 바꾸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난 교육으로 노동자들의 생활 전반을 바꿀 수 있기를 기대했다.
혁명정당이라는 무기가 아직 노동자들의 것이 아닐 때에는 단체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노동자들이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주체로 서기 위해서는 아주 사소한 문제에서도 노동계급의 관점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속에서도 정치적 이슈를 찾아내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해석할 뿐만아니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계급의 정당에서는 당 활동 자체가 이런 교육의 과정이 될 것이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민주노동당 안에서 계급적 관점을 체득할 수 있는가? 노동조합에서 얻는 것 보다 높은 수준의 것을, 혹은 더 다양한 경험을 얻을 수 있는가?

몇몇의 지역조직에서는 그런 실천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몇몇의 부서에서는 그런 실천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직이란 부분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 조직이 역사적으로 부여받은 임무가 무엇인지, 구성원들의 의지가 어떠한지에 따라 규정될 뿐이다.
당에 가입한 노동자들의 의지는 어떠한가?
민주노총 간부들의 의지는 어떠한가?
그들이 당 속에서 정치적으로 단련될 수 있는가?

어떤 이들은 말한다.
조금 밖에 전진할 수 없으니 앞으로 안 나가는 게 낫다고 말하는 건 머리로만 혁명을 그리는 몽상가들의 태도라고..
점진적 변화라고?
예끼 여보슈~
돈이 인간성을 지배하는 자본주의가 점진적으로 변해서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 거라는 거유?
새로운 사회는 안 만들어도 좋으니 지금보다 조금 나은 세상으로 만들자는 말씀이슈?
만약 그런 생각이라면 노동자니 뭐니 그딴 소리는 집어치우슈.
영국의 노동당처럼 노동자들을 이용해 권력을 잡을 생각이 아니라면..
괜히 노동자들 머리 속에 자본가의식이나 집어넣지 말고..
만약 당신이 진심으로 자본에 분노한다면 자나깨나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생각만 해야 된다우.
그게 진짜 노동자의식이라우.
혁명과 개량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활동가들이 결국 당의 미래를 말아먹고 말 거라는 사실을 기억하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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