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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UT-25]기획안

앞부분만 공개

등장인물 소개와 세부구성안 등은 거의 소설에 가깝기 때문에

민망해서 도저히 못올리겠고 기획의도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제작지원 기획서에 관한한 엄청나게 무식한 나에게

다양한 조언과  도움을 주신 이마리오 감독에게 감사를!



 

s. H. o. U. t

우리의 노래를 들어라



기획구성안





내몰고 저버리고 파괴하는 이 세상에서

생산하고 품고 떠받치는 질펀한 땅의 여성성에 대해,

끝없이 밑바닥으로 내몰린 그 작고 약하고 낮은 자들의 예기치 않은 아름다움에 대해,

그리고 스스로 가장 낮은 곳에 있으려 함으로써 얻게 되는

영혼의 위안을 노래하고 싶습니다.

-W 홈페이지 에서-




1. 기획의도



예술하는 거 쉽지 않다.

화려하게 포장된 상업예술도 아무나 하기 힘들지만, 민주주의와 민중의 삶과 더 나은 세상에 대해 표현하는 예술은 더 고단하다. 그런데 여기 그런 예술을 10년 넘게 맨발로 땀 흘리며 체득하다 모인 사람들이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민중문화예술운동에 앞장 섰다가 연애, 결혼, 출산, 육아의 고비를 넘기면서 가족과 헤어지거나 소통 불능의 아픔을 겪어야했던 그들이 이제는 ‘여성’의 눈과 입으로 우리네 팍팍한 삶을 이야기한다.


  가끔 우리는 되묻곤 한다.

한국 현대사의 빛과 그림자를 한꺼번에 안겨주었던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며 거리에서 광장에서 집회장에서 극장에서 그렇게나 멋지게 발언하고 분노하고 활동하고 노래하던 그 많던 여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왜 아무도 보이지 않을까. 그 질문의 이면에는 ‘나’, 그리고 ‘당신’의 현재가 있다. 짧은 한 때, 과거의 나/당신은 그렇게 빛이 났으나 지금의 나/당신은 생존의 덫에 찢겨 나날이 누추해진다는 슬픈 자각이 그 질문 속에 있다. 그들을 닮고 싶어하거나 그들처럼 살아보려고 노력했던 내 동생들/당신의 후배들이 지금 ‘나’와 ‘당신’을 재회하기 위해 막막한 현실의 어느 언저리를 배회하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그녀들이 있다, 끈질기게 살아있다.

산다는 것은 체념을 배워가는 길이지만 체념할 수 없는 게 무엇인지 뚜렷해지는 길이기도 하다. 누구는 오로지 평범하게 살겠다고 다짐하며 대중들 틈에 숨어 한때 거리에 나섰던 제 발자국을 끊임없이 지우고, 누구는 한 때 동지였던 한 남자의 아내이자 그 남자의 아이를 낳은 엄마이자 그렇게 형성된 혈연가족의 바람막이가 되기 위해 기꺼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농락당하며 비굴한 생존경쟁을 떠맡을 때, [W]라는 이름을 걸고 모인 그녀들이 있다. 아직은 체념할 수 없어서, 체념해서도 안되고, 체념하고 싶지 않아서... 점점 더 가난해지고 점점 더 소외당하는 ‘민중’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에 ‘더 나은 세상, 다른 세상’을 꿈꾸는 예술은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녀들이 있다.


다른 세상, 여성의 눈으로 상상한다.

스무살, 그들은 여자도 남자도 아니었다. 노동의 역사와 자본의 음모를 공부하고 분노할 때 그들은 그저 ‘운동권’이었다. 서른살, 그들은 의심했다. 대등하게 일한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늘 무언가를 준비하고 돌보고 뒷수습하면서 후방에 머무는 자신의 모습. 누군가 연애를 걸고 결혼을 권할 때 승락을 강요당하는 순간. 이제와서 ‘여자니까 여자노릇만 하라고?’ 그들은 억울했다. 그래서 여자가 되기 싫었다. 마흔을 앞둔 지금, 그들은 기꺼이 여자로 살아간다. 누구는 혼자 아이를 키우며, 누구는 날마다 시댁의 눈치를 살피며, 누구는 다시 혼자가 된 자신을 스스로 격려하며, 누구는 연극배우였다가 영화감독이 된 자신을 지지하며. 조금 느리고 조금 약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보다 못한 게 아니라는 걸, 오히려 누구보다 강하고 누구보다 오래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는 걸 깨달았기에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의 노래를 들어라.

2005년 12월 29일, [W]는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지켰다. 지켰다고 표현해야 한다. 스스로와의 약속, 그녀들끼리 했던 약속, 올 지 안 올 지 알 수 없었던 관객들과의 약속을 무대위에서 몸으로 보여주었으므로. 이어서 2006년 2월,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 환경개선지구 향촌마을에서 2년동안 투쟁해온 철거민들과 연대한다. 이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98주년을 맞아 울산 현대차 노동조합의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주저앉지 마라-박향미의 솔로음반 [붙어]중에서’를 부른다. 4월 8일, W의 멤버 박향미는 평택 미군기지확장이전 저지투쟁이 벌어지는 대추리에서 또 다른 약속을 한다. 끊임없이 당신들로부터 배우겠다고, 많이 배워서 더 힘차게 같이 싸우겠다고. 그리고 4월 26일, 이들은 첫 무대였던 극장에서 닷새동안 관객을 만난다. 더 촘촘하고 더 예민하게, 보일 듯 말 듯 서서히 움을 트다가 와락 푸른 잎을 쏟아내는 봄의 나무들처럼, 집요한 성장의 아름다움을 선보이기 위해서.

 

 


2. 제작방향


시간의 교차, 현재는 과거를 성찰하며 미래를 확보한다

이란희, 송연수, 최금예, 박향미는 지난 20년의 단련이 현재를 낳은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과거는 그저 빛나던 시절에 대한 추억이 아니라 미래로 이어지는 기반이다. [W]라는 이름으로 다시 모일 수 있었던 것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무대에서 만났던 인연에서 비롯된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전국 각지의 집회장에서 감동을 안겨줬던 집체극의 경험은, 이들이 지금 연극과 음악, 영화의 장르혼합을 무리없이 시도하게 하는 원형이 된다.


때문에 영화속에서 시점은 80년대 후반과 2006년 사이를 교차한다. 이 때 시점 이동의 장치는 그 때 그 때 즐겨 불렀던 민중가요, 당시의 극단과 노래패가 보관하는 사진들, 유인물과 손으로 작성하던 악보, 공연 팜플렛, 그리고 투쟁과 공연을 동시에 기록했던 ‘비디오기록’이다. 주인공들의 기억과 증언 사이로 언뜻 언뜻 삽입될 이 자료들은 W멤버들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였던 개인 역사의 반영이자, 한국 현대사에서 보수와 진보 그 누구도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한 87년 이후의 역사를 다시한번 곰곰히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감독과 그녀들, 우리가 되다

감독은 이 영화를 기획하고 촬영하는 동안 W의 모든 성원들에게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20대에 비슷한 경험을 가진 채 결혼제도에 편입했다가 일탈한 감독은,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박향미, 시댁과 남편과 아이를 돌보며 시간을 짜내 자기 세계를 간신히 구축해야하는 이란희와 최금예, 홀로 살아가는 송연수에게서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포착한다.


이 영화에서 감독이 주목해야할 문제는, [w]라는 프로젝트 문화예술집단이 현재 이 사회의 민중문화예술운동이나 진보진영 내에서 어떤 존재가치를 지니는지 증명하는 게 아니다.

 

박향미, 이란희, 송연수, 최금예가 함께 활동하게 된 계기-여성으로서의 정체성 확인’, 그 계기를 ‘구체화하는 과정-공연 기획과 연습’, ‘공연장에서 이들과 여성관객들이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지점’ , 그리고 하나의 공연을 평가한 뒤 다음 공연을 기획할 때 ‘일상에서 이들의 발목을 잡는 다양한 덫을 어떻게 돌파하고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따라서 영화가 제작되는 동안 감독은 공연의 내용과 이들의 활동방향에 조금씩 개입하게 되고 자신도 이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춤출 수 있는 날을 희망하게 된다.

 

그것은 감독 개인의 소망을 넘어서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여성들, 혹은 이 영화에 공감하는 모든 관객들의 희망과도 일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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