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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UT-27]어제 향촌

인천시 남동구청에선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으니 '나가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으나

촐거대책위 건물에 모여사는 향촌 사람들은

순번대로 규찰을 서고 밥을 해먹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고 있다

대추리 마을이 언뜻 스쳐지나간다

대추리도 향촌도 국가권력에 대해 불복종투쟁 중

 

철대위 위원장은 쉰 목소리가 조금 풀렸고

이날따라 마음이 좀 안정되셨는지 조단조단 말씀도 많이 하시고

애 키우는 언니들은 바느질하랴 청소하랴 식사준비하랴 분주하고

와중에 재원이가 들이대는 카메라를 이제는 밥솥 보듯이 하고

애들은 재원이나 나나 향미에게 다 '선생님!' 했다가 '이모!' 했다가

무릎에 올라앉거나 손을 비비거나 눈을 들여다보거나 하고

"향미 선생님이랑 새로 온 이모(나루)랑 친구예요? 친언니예요?"

"누가 동생이고 누가 언니예요?"

그런 걸 궁금해하고

아이들에게 '난타'를 가르치는 향미는

가르친다기 보다 아이들과 같이 즐겁게 노는 방법을 이미 삼만갑자 터득한 것 같고

먼저 노래를 불러주고

한 소절씩 따라하게 하고

따라할 때 아이들이 하나씩 돌아가며 직접 기타를 쳐보게 하고

코드를 잡아주면서 아이들이 기타치는 손가락을 들여다보는 향미 눈...

노래 테잎을 개미갬이 틀면

노래에 맞춰서 향미가 먼저 통을 두드려 보고

노래에 맞는 박자를 먼저 보여주고

아이들이 한 소절씩 박자에 맞춰 통을 두드리고

북채를 들고 통을 두드리다가 싫증이 난 아이들은

"선생님, 이제 '만들기 수업'해요!"라고 하고

그러자 개구리송에 맞춰 진도를 나가던 향미는

색종이를 꺼내는 아이들에게

"그래라, 이쁘게 만들어서 창문에 붙이자"

그러고 말고

"나도 가끔 헷갈린다니까, 노래도 배우고 난타도 배우고

 기타도 배우고 그러다가 색종이 접기도 하고..."

나는 옆에서 낄낄 웃다가

"종합 엔터테인먼트구만, 멀티미디어 선물세트네"

그러면서 철푸덕 앉아서 색종이를 같이 만지고

은주 엄마가 창 밖에서 수업을 지켜보다가

저녁 먹으러 가자고 부르시고

나는 밥 얻어먹기가 어쩐지 죄송해서 좀 빼다가

결국 젤로 많이 챙겨먹어주시고

원주형은 저녁 먹으러 와서 '히야, 개밥 같지?' 이러면서 막 비벼서 우걱우걱 먹고

된장찌개와 상추와 어묵조림과 김치와 파절임과 미역줄기볶음에 나물까지...

눈물나게 맛있었다

 

어제 배운 노래 가사, 내 주제가 같다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뒷다리가 쏘옥 앞다리가 쏘옥

팔딱팔딱 개구리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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