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향촌 시사회

비오는 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누구는 연락이 제대로 안 되었다며 다른 누군가를 원망하기도 하고 그 원망이라는 것이 꼭 연락체계에 대한 원망만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너무나 긴 싸움이라서 그런 것 같다. 원망 받은 이 나중에 와서 여차 저차 하지 않았냐는 말 끝에 눈물이 고이는 것 같다. 그것도 원망을 한 사람을 향한 눈물이 아니었다.

 

모두들 지쳐간다.

이 영화가 힘을 가졌으면 좋으련만 시사회 하면서도 궁색할 따름이었다.

왜 그랬을까?

좀 더 쉽게 다가가질 못했을까?

 

그래도 알려야 한다.

검색창에 "주거환경개선지구"를 치면 쭉 뜨는 내용이 엄청나게 많다.

전국 방방 곡곡에서 억울한 사연들을 가진 이들이 많다.

그런데도 방송국은 주거환경개선지구에 대한 맹점과 허실을 보도하지 않는다.

방송국에서 보도하는 시기는 아마 이 문제가 불거질대로 불거졌을 때일 것이다.

그런데 이미 붉거질 대로 붉어졌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귀한 한 생명이 철거과정에서 죽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잠잠한건 방송국과 이 자본주의 사회가 그 생명을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첫 장면부터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저건 그래도 아직 건물이 남아있을 때 아니었냐며.. 이제 아무것도 없는데라고 허망하게 웃는다.

그리고 화면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절대 나가면 안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해한다. 좋은 일로 나가는 것도 자신이 나오면 왠지 어색한 것인데 슬픈현실에 놓인 자신을 보는 것은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그래도 나중에는 그냥 내보내라고 허락해 주셨다. 아직 그곳 주민들이 다 보신 게 아니라서 테잎을 놓고 왔다. 시간 나시는대로 보시고 문제될만한 부분 있으면 연락주시라고.

 

주거환경개선지구 투쟁에 향촌이 시발점이란 생각이 든다.

그 싸움이 길고 쉽게 끝나지 않는 것은 개발을 하는 이들이 이곳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면 다른 곳 의견도 수렴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인 것 같다. 도대체 그 생각들은 누구 생각인지...

 

내부에서 문제가 생겨도 이젠 그럴 때가 되었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둘이 살아도 수없이 많은 문제가 생기는데 이 긴 싸움에 이제껏 원칙을 지키며 서로를 보듬고 산 것도 대단한 것입니다. 저들은 이곳에 내분이 생기면 생길수록 기뻐할 것이라는 것도 잊지말았으면 합니다. 긴 싸움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누군가 다른 사람을 욕하더라도 욕한이가 많이 지쳐있음을 잊지 말고 부둥켜 세워주셨으면 합니다. 이제 겨울 준비 하셔야지요.

 

13년 전 공정선거감시단을 하면서 동두천 일대에서 비닐하우스 안에서 생활하시던 분들을 잠깐 스치고 지나간 것이 생각납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나무로 대강 만든 방들이 있었고 통로에는 연탄난로가 있었습니다. 그 분들은 어디 다른곳에서 철거를 당해 온 분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생활의 여유가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사셨겠지요. 그래도 그 분들이 해맑게 웃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의 철학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본을 제일로 생각하는 이들은 절대 깨우칠 수 없는 철학입니다. 그 철학은 인간 가족 내부 아주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힘 내십시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