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번·바디우…‘1급 필진’
서브프라임 사태 분석 등
창간호에 18편 논문 실어
영국에서 발행되는 진보 학술지 <뉴 레프트 리뷰>(<리뷰>) 한국어판이 올해 말 출간된다. 1960년 페리 앤더슨 등 런던의 젊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창간한 <리뷰>는 경제학자 폴 스위지가 1949년 창간한 미국의 <먼슬리 리뷰>, 프랑스 일간 <르몽드>의 자매지로 탄생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와 함께 ‘세계 3대 진보저널’로 꼽히지만, 지적 권위와 담론의 깊이, 지식인 사회에 대한 영향력 면에서 다른 두 저널을 앞선다는 평을 듣는다.
한국어판 편집위원장을 맡은 백승욱 중앙대 교수는 22일 “다소 늦어진 감은 있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리뷰>의 역할은 여전하다”며 “한국어판 출간을 계기로 진보담론의 폭이 확장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려는 실천적 고민이 깊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편집위원회에는 백 교수를 포함해 홍기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진태원 고려대 연구교수 등 4명이 참여하고 있다.
격월간인 <리뷰> 영문판과 달리 한국어판은 1년에 한 번 발간된다. 영국 국내정치에서 제3세계 지역문제를 아우르는 영문판의 모든 내용이 한국 독자의 관심을 끌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했다. 창간호에는 2002년 3·4월호(재창간 14호)부터 올해 3·4월호(50호) 사이에 실린 18편의 논문이 게재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 대한 로빈 블랙번의 분석과 사르코지 집권 뒤 프랑스 사회의 변화를 분석한 알랭 바디유의 글, 새로운 금융 중심지로 떠오른 두바이에 대한 마이크 데이비스의 논문 등 시의성이 높고 <리뷰>의 편집 방향을 잘 드러내는 글을 엄선했다.
|
» 로빈 블랙번 / 마이크 데이비스 / 페리 앤더슨 |
|
|
|
|
출판을 담당하는 도서출판 길의 이승우 기획실장은 “현재 번역을 마치고 교정·감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12월 말쯤 550쪽 분량으로 1500~2000부 정도 찍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판사 쪽이 예상하는 독자층은 서구 진보이론과 국제 정세에 관심 있는 대학 고학년생과 대학원생,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다. 애초엔 국내 연구자의 글을 한국판에 함께 싣는 방안을 타진했지만, 현지 편집위원회가 “전례가 없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뷰>는 창간 초기부터 국제주의적·이론적 지향이 뚜렷했고, 보수화된 사민주의 정당이나 스탈린주의의 자장 안에 있던 공산당 모두에 냉소적이었다. 이런 연유로 초창기에는 그람시·루카치·코르쉬·알튀세르 등 ‘정통 마르크스주의’ 대열에서 비껴서 있던 ‘서구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들을 비판적으로 조명하는 일에 주력했다.
테오도르 아도르노에서 슬라보예 지젝에 이르는 필자 목록은 최근 50년의 세계 지성사를 압축한 ‘지식인 지도’로도 손색이 없다. 에릭 홉스봄, 테리 이글턴, 위르겐 하버마스, 프레드릭 제임슨, 이매뉴얼 월러스틴, 피에르 부르디외, 에드워드 사이드 등 하나 같이 각 분야의 ‘1급’ 학자로 공인받은 거물들이다. 현재 편집위원은 페리 앤더슨과 로빈 블랙번, 마이크 데이비스 등이 맡고 있다.
2000년 ‘재창간’을 계기로 지적 관심을 세계 경제와 반체제 운동, 문학과 영화, 예술 영역으로 확장했다. 발행부수는 1만부, 온라인 구독자는 전 세계에 걸쳐 25만여 명에 이른다. <리뷰>는 현재 영문판 외에 스페인어·이탈리아어·그리스어·터키어판이 발간되고 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