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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1년] 민주화 20년과 '우리 안의 MB'

 

 

이명박 1년] 민주화 20년과 '우리 안의 MB-노김김노리 부동산 '분류없음 2009/02/24 22:04 손낙구

 1987년 민주화 이후 다섯 번째 대통령으로 이명박 씨가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때가 때인지라 1년을 돌아보고 공과를 따지는 일은 자연스럽다. 다만 어떤 자리에 서서 어느 각도로 보느냐에 따라 평가의 목적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짚을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이명박 정부 1년이 민주화 20년의 일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부동산 정책을 중심으로 '민주화 20년과 우리 안의 MB'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1. 김대중-이명박 '부동산'이 닮았다


지난 1년간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여덟 차례의 부동산 대책은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전방위 경기부양 정책이다. 전임 정부의 핵심정책인 종부세 무력화를 비롯한 각종 부동산 부자 감세,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앞세운 건설재벌 지원책, 규제완화를 명분으로 한 투기규제 장치 해체, 뉴타운 재개발 확대와 10년간 500만채 공급 계획, 그린벨트 완화, 잠실롯데 신축  허용, 광역경제권, 4대강 정비사업과 수십 조 원 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 가능한 모든 투기촉진 경기부양책이 동원되고 있다.

한국경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부동산 의존도가 기형적으로 높은 후진국형 산업구조에 발목이 잡혀왔다. 이른바 토건국가 현상이다. 토건국가 현상이야 말로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였다.


경제위기는 부동산 분야의 구조조정을 자연스럽게 단행함으로써 후진국형 산업구조를 탈피할 절호의 기회이지만, 이명박 정부가 경제위기를 극복할 손쉬운 수단으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선택함으로써 또 다시 부동산의 수렁으로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  경제위기를 부동산 경기부양으로 돌파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매우 낯이 익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대중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판박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발발한 가운데 당선되었다. 실물경제가 극심하게 침체하는 가운데 1998년 집값은 무려 -12.4%가 폭락해 정부 주택가격 집계 역사상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역설적으로 외환위기를 계기로 부동산부문을 구조조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 극복의 손쉬운 수단으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대책을 사용하면서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김대중 정부는 노태우 정부의 토지공개념제도를 폐지하고, 개발-공급-유통소비-보유-개발이익환수 등 부동산의 생애주기별로 각종 규제를 다 풀었으며 전방위로 경기부양 정책을 폈다. 곧이어 과잉유동성에 투기촉진 정책이 겹쳐 2001년 9.9%, 2002년 16.4% 등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지만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을 다 놓아버려 속수무책이었다. 그 결과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해체돼야 할 토건국가는 명맥을 유지했을 뿐 아니라 한국경제는 계속 부동산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게 하고, 떨어지더라도 최대한 빨리 다시 오르게 하려는 데 있다는 점에서 김대중 정부가 만들어놓은 결과와 같다.


민주화 20년에서 김대중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정치적으로 무엇 하나 닮은 게 없는 정반대의 극점에 있다. 남북관계나 인권·복지정책을 보면 두 정부의 차이는 극명하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이 다르지 않은 것은 경제위기 속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집권했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경제위기가 오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니 투기규제 장치를 다 풀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섰다는 점에서 민주화 이후 첫 민주정부와 재집권에 성공한 보수 권위주의 정부는 아무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나는 이를 ‘DJ-MB형’ 부동산 정책이라 부르려 한다.


물론 목표와 수단이 같다고 해서 철학까지 같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의 부동산 철학을 정확히 헤아리기 어려우나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현실화하기 어려운 수준의 한계를 안고 있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2. 노태우-노무현 '부동산'도 닮았다


‘DJ-MB형’과 정반대의 상황 즉 경제위기도 없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기는커녕 폭등하는 상황에서 집권한 대통령들은 어땠을까?

노태우 정부(1988∼1992)와 노무현 정부(2003∼2007)는 집값이 크게 뛰는 가운데 집권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노태우 대통령 집권 첫 해 인 1988년 집값은 13.2%나 뛰었고, 이듬해에는 14.6%가 올랐으며, 집권 3년차인 1990년에는 무려 21.0%가 폭등했다. 그런 탓에 노태우 대통령은 집권 기간 내내 집값을 잡는 데 온 힘을 다 빼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된 2002년은 집값이 무려 16.4%나 치솟아 1990년 이후 가장 크게 폭등했다. 노대통령은 취임 첫 해부터 만사를 제쳐두고 집값을 잡기에 정권의 명운을 걸었지만 2003년 한 해 동안 5.7%가 올랐다. 2004년 -2.1%로 한 숨 돌리는가 싶었지만 2005년엔 다시 4.0%가 올랐고, 2006년엔 무려 11.6%가 치솟았다.

이처럼 노태우-노무현 대통령은 집값이 폭등하는 가운데 집권했기 때문에 임기 내내 집값을 잡기 위해 강력한 투기 억제 정책을 펼쳤다. 노태우 정부는 1988년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 강화, 양도세 누진과세, 종합토지세 조기 실시 등을 뼈대로 한 부동산종합대책(8.10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1989년에는 토지초과이득세,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환수 등 토지공개념의 칼을 빼들고 투기를 잡으려 했다. 1990년에는 대기업의 토지과다보유 억제, 비업무용 부동산 6개월 이내 처분,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동산 신규 취득 억제를 내용으로 하는 5.8대책을 내놓았다.

노태우 정부가 토지공개념을 축으로 부동산 과다 소유 제한을 제한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축으로 한 세제정책과 각종 투기규제 장치의 재도입 그리고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을 병행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종합부동산세 도입, 1가구3주택 양도세 중과, 투기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강화 등을 뼈대로 하는 10.29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2005년에는 8.31대책을 발표해 종합부동산세 대상을 확대하고 2주택에 대해서도 양도세를 중과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2007년 들어서는 투기지역 담보대출을 강력히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한편 분양가 상한제를 재도입했다.


사실 두 노 대통령은 성이 같다는 것 빼고는 닮은 게 별로 없다. 노태우 대통령은 비록 직선으로 당선되었지만 전두환 군사독재의 뒤를 이은 군인출신이며, 반대로 노무현 대통령은 군사독재 아래서 변호사 신분으로 노동자를 위해 노동문제에 개입했다 구속된 적이 있을 정도로 민주화 운동의 선두 대열에 섰던 사람이다.

그러나 이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 집권했다는 공통점 때문에 각각 토지공개념과 종합부동산세라는 비장의 칼을 꺼내들고 임기 내내 투기와의 전쟁을 벌인 것이다. 민주정부만이 아니라 군사독재의 후신인 권위주의 정부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 민주정부 이상의 투기억제 정책을 펴는 점에서 다르지 않았고, 두 정부가 투기를 잡는 무기로 썼던 토지공개념과 종합부동산세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정을 받고 후임정권으로부터 사실상 폐기 처분됐다는 점까지 닮았다. 나는 이를 ‘노-노형’ 부동산 정책이라 부르려 한다.


물론 투기를 규제하려는 정책을 편 것이 노태우 정부와 닮았다고 해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폄하할 일은 아니며, 수도권 신도시 개발 등 주택 200만호 공급정책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킨 노태우 정부의 한계도 눈감을 일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보유세제 도입, 실거래가 확립과 거래 투명화, 국민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결과적으로 집값을 잡는 데 실패해 정권을 넘겨준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무엇보다 부동산 가격 폭등기에 펼친 부동산 정책에서 민주정부 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 점이 뼈아프다.

사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일면 투기 규제지만, 수십 개의 신도시개발 정책에서 보듯 일면 투기 촉진의 성격을 아울러 안고 있었다. 투기규제정책 조차도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감지하지 못함으로써 유동성 관리에 실패했다.


이런 점에서 참여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주거복지 중심으로 펼쳐야 한다는 막연한 철학은 있었지만 변화된 조건에서 부동산 투기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이 준비되지 못함으로써 결국 토건국가를 유지시키고 정권까지 내준 결과가 되었다.


 




3. '부동산'에서 민주정부 다운 면모 보여주지 못했다

민주화 이후 주요 정부가 정치적 성격과 상관없이 집권 당시 부동산 사장 조건에 따라 비슷한 기조로 부동산 정책을 펴는 현상은 87년 이후 민주화 20년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와 관련이 있다.


사실 해방 후 한국 현대사 경험으로 보면 부동산 정책은 민주화 이전과 이후 정권 간에 별 구분이 없다. 다만 부동산 값이 너무 오를 때 대통령이 됐느냐, 가격이 너무 떨어질 때 대통령이 됐느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국가보안법의 엄호를 받는 ‘사유재산 제일주의’로서의 절대적 토지사유권을 보장하고 ‘해방 후 최초의 부동산 투기’인 귀속재산 헐 값 불하를 단행한
이승만 정권, 공업중심의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각종 개발정책을 추진한 박정희 정권이 그 출발점에 해당한다.

그 뒤 역대정권은 지나친 투기촉진 부동산정책으로 땅값집값이 치솟고 국민의 저항이 격렬해져 정권과 체제가 위기에 처하게 되면 정권 차원에서 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일시적이나마 투기를 자제시키는 정책을 펴기도 한다. 개발 군부 독재정권이었던 박정희 정부나 전두환 정부 때도 이 같은 현상은 있어왔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대자본을 정점으로 하고 88만 원 세대라 불리는 비정규직을 최하층으로 하는 노동시장의 먹이사슬 뿐 아니라, 건설재벌을 정점으로 하고 무주택 빈곤층을 최하층으로 하는 부동산의 먹이사슬이 동시에 쉴 새 없이 작동되는 토건국가 즉 부동산 계급사회로 나아갔다.


부동산 먹이사슬을 해체하고 부동산 의존도가 높은 후진국형 경제구조를 뛰어넘는 것은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투기가 하늘을 찌를 때 집권한 두 노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은 ‘투기와의 전쟁 선포’라는 언술과는 다르게 투기를 잡는 데도 성공하지 못했고, 부동산 먹이사슬을 끊는 데도 실패했다. 오히려 두 노대통령은 각각 연간 54만 채와 51만 채씩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건설재벌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토지공개념이나 종합부동산세를 앞세운 ‘노-노형’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정책 수단의 적절성 문제와 함께 정책의 목표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DJ-MB형’은 말할 것도 없지만 ‘노-노형’ 부동산 정책 역시 부동산 의존도가 지나치게 큰 산업구조 자체를 개혁하려는 데까지는 목표를 두지 못했고, 정권과 체제의 위기를 미봉적으로 해소하는 데 현실적 목표를 두었다고 할 수 있다.


투기국면이 끝나면 다시 투기촉진 경기부양으로 되돌아가는 점은 민주화 이전이나 민주화 이후나 다르지 않았다. 1990년대
세계화를 내세운 김영삼 정권의 준농림지 도입과 난개발정책, 외환위기 극복을 내세운 김대중 정권의 토지공개념 제도 폐기와 다양한 투기규제 완화정책은 정권과 체제의 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다시 투기 촉진 정책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특히 ‘DJ-MB형’에서 알 수 있듯이 경기침체나 경제위기가 덮칠 경우 투기촉진 정책은 극단으로 치달아 부동산 경기부양에 한국경제의 승부를 거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민주화 이후 20년 동안 보수 권위주의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두 번의 민주정부도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부동산 망국병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다르지 않았다. 마음속으로야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실제 행한 정치행위로는 차이를 알 수 없다.

이것은 결국 민주화 이후 민주정부를 주도한 세력이 한국 현대사의 질곡이 돼온 부동산 문제에 대해 독자적인 철학을 정립하고 이를 바로잡을 제대로 된 정책대안을 준비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민주화 이후 20년 동안 정권은 보수에서 민주를 거쳐 다시 보수로 교체되었지만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부동산 관벌은 어느 정부에서나 교체되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경제가 건설재벌을 정점으로 한 부동산 먹이사슬에 얽혀들게 되고, 한국사회가 부동산으로 계급을 이루는 부동산 계급사회로 빠져드는데 민주정부도 공모해왔거나 최소한 방조해온 셈이다.


민주정부를 주도한 세력 외에 사회단체나 진보정치세력도 조금의 양적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민주정부의 한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정부든 보수 권위주의 정부든 한국경제의 부동산 의존도를 높이고 부동산 먹이사슬을 쉴 새 없이 작동시켜왔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야 말로 민주화 20년의 가장 큰 비극이라면 비약일까.


4. MB 1년은 민주화 20년의 일부


돌아보면 노태우 김영삼의 ‘권위주의 10년’의 결과로서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정부 10년’이 등장했고,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는 민주정부 10년의 결과로서 출범했다. 이명박 정부는 ‘돌연변이’가 아니라 태어날 이유와 근거가 분명히 있기에 국민의 선택을 받아 태동한 것이다. 그 이유와 근거는 민주정부 10년의 실패이며, 부동산 분야에서도 이 점은 잘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 부동산 정책 평가는 민주화 20년 특히 민주정부 10년 동안 부동산 정책이 왜 실패했는가에 대한 평가로 나아가야 하며,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부동산 철학과 정책대안을 세우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 1년은 많은 문제점을 한꺼번에 드러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1년을 우리와는 상관없는 남의 집 일로 보고 ‘MB 비판 경연대회’식 평가로 끝낸다면 한마디로 남는 게 없다. 이명박 정부 1년에 나타난 공과는 민주화 20년 속에서 뿌리를 두고 있으며, 따라서 시야를 단순히 ‘MB 1년’이 아니라 ‘20년 속의 1년’으로 넓혀야 한다. 그럴 때만이 '우리 안의 MB'의 뿌리를 찾아내고 극복 방안을 만들 수 있으며, 이 때 비로소 우리는 과거와는 다른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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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주의 그 이상과 현실

 

 

사민주의 그 이상과 현실
 
번호 20375  글쓴이 귄터반트 (nemesis1827)  조회 1600  누리 301 (311/10)  등록일 2009-2-21 10:52 대문추천 21   참고자료
 
 
 


사민주의, 그 이상과 현실
(서프라이즈 / 귄터반트 / 2009-02-21)


사민주의 시스템이 정착한 국가는 몇 개 나라가 되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이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공통점이라면 국민소득이 대단히 높은 나라들이란 점입니다.

사민주의 시스템은 어떠한 성격을 가지며 또 이 시스템이 정착하려면 어떠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합시다.

사민주의란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형태입니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국가에서 사민주의는 탄생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즉 오직 민주주의만이 사민주의 시스템을 생산해 낼 수 있다는 것이죠. 부연해서 말하자면 사민주의는 어디까지나 다당제를 인정하는 민주주의 시스템 내에서 당의 형태로 존재하며 사민주의 체제를 지지하는 정당이 정권을 잡았을 경우에 그 국가가 사민주의 시스템에 의하여 작동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만약에 그렇다고 한다면 사민주의 정당이 실각하였을 경우에도 그 국가가 사민주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가? 라고 질문한다면 완전히 그렇다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으나 '거의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민주의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정당이나 이념을 넘어서 국가 시스템 자체를 불가역성(不可逆性)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교육, 의료, 주택, 보육, 노후보장, 에너지부분' 등이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일단 이것이 공공재로서 국민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한 이후 다시 사유화시키려면 경제적 하층부를 차지하는 국민들이 엄청난 저항을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독일의 경우, 사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의료, 보육, 노후보장, 에너지부분 '등이 개선되었고, 사민당의 반대파인 기민련과 기사련, 자민당의 연합정권하에서는 '교육, 주택' 문제들이 해결되었습니다. 즉 우파가 좌파가 하는 일의 나머지를 완성하게 되었던 것이죠. 그러면서 우파가 하였던 일은 몰래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부터 교란하였습니다.

즉 노동자들을 분열시킨 것입니다. 그 후로 독일을 비롯한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 영국 등의 나라도 마찬가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우파가 교묘히 분열정책을 쓴 것이라지만 노동자 측에서 미끼를 덥석 물게 된 이상 사민주의 시스템은 그 후로 조금씩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사민주의 시스템이 불안하여지게 된 것은 신자유주의의 부분적 도입보다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무너지면서부터입니다.

사민주의 시스템은 전선이 명확할 때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자본가 vs 노동자 혹은 사측 vs 고용인, 국가 전체에서 이렇게 두 세력이 대결 양상을 띠게 되어 서로 너무나 분명하게 대립할 때 사민주의가 생겨나기 쉽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만약 자본가와는 거리가 먼 즉, 사측과 아무런 대립이 없는 자영업이나 농업 등이 그 국가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면 어떻게 되느냐 하면 전선이 불명확해지는 것이죠.

이를테면, 울산 현대차 노조가 파업하면 그 인근의 자영업자들은 파업에 반대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인근의 자영업자들이 현대차 노조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입이 적다는 것이죠.

또 하나의 예를 들면 이탈리아의 경우인데, 이탈리아가 1890~1910년 사이 북부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하여 노동운동이 일어나 '근무환경 및 임금인상'을 내걸고 파업을 벌였을 때 남부의 농민들이 대대적으로 이에 저항하게 됩니다. 결국, 이탈리아는 아직도 우파정권이 장기집권 하고 있습니다.

KBS를 예로 들어볼까요?

노동자 단결을 방해하는 것은 '동일노동 동일임금'뿐 만이 아니라 '어용노조'라는 문제도 있습니다. 우파정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특정 분야의 노동자에게만 엄청난 혜택을 주고 그 세력들이 주도권을 쥐도록 만들어 놓습니다. 노동자가 좌파가 아닌 우파의 시녀가 되도록 확실하게 처우를 개선해 주고 처우가 개선된 점에 만족하여 노동자 스스로 '어용노조'인 현 노조집행부 전체를 긍정하도록 만들어 놓는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동아일보가 극단적인 예입니다. 조선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은 현재 받는 임금이며 이상은 항상 저 너머에 있습니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깬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우파가 교묘히 조작한 것이 아니라 노조 측에서 먼저 깬 것입니다. 김대중 정권하에서, 당시 김대중은 독서광답게 IMF를 극복하고 사민주의는 아닐지언정 적어도 '제3의 길'을 가게끔 하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한 끝에 유럽의 노사정 위원회에서 그 첫 번째 착안점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알다시피 이 노사정 위원회를 먼저 탈퇴하여 동일노동에서 엄청나게 서로 다른 임금의 격차가 벌어지게 만든 것은 민주노총에서 한 일이며 이것이 지난 8년여 동안에 벌어진 격차가 너무나 큽니다. 따라서 사민주의 시스템이 일어나기 어렵게 만든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자본가, 노동자, 기타 직업 모두가 단결하여 방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선이 완전히 불명확해져서 노동자 vs 노동자, 사측 vs 사측, 노동자 vs 자영업 등으로 마구잡이로 총질을 해대는 형상입니다.

더군다나 사민주의를 실행하려면 '교육, 의료, 주택, 노후보장, 에너지부분' 등에서 사유재산과 관련된 이들 부분의 사람들을 설득시켜야 하는데, 알다시피 지난 참여정부에서 '사학법'조차도 통과시키지 못한 것에서 우리나라의 국민의식을 잘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종부세법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사학법은 사유재산 중 일부를 국가로 귀속시키는 조치가 아닌 이사 몇 명을 사학의 재단 이사장과 관련없는 사람들 중에서 뽑는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좌초 되었단 것이죠.

사학의 뒤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사학의 대부분은 불교 개신교 가톨릭 등의 종교분야에서 대부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립대학은 또 어떻고요? 황우석 사태를 통해서 우리나라 의료계가 어떠신지는 잘 아실 겁니다. 주택 하면 부동산과 건설분야이며 이 부분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기업과 현재 우파정권이 죽어도 손아귀에서 놓지 않으려고 하는 분야입니다. 노후보장과 관련된 실버산업은 뭐 이제 막 시작한 분야이기도 하지만 보험업계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에너지부분 또한 거대 자본이 아니면 불가능한 부분입니다.

사민주의는 시스템인 것이며 국가에서 '교육, 의료, 주택, 노후보장, 에너지부분'을 장악하는 것입니다. 국가에서 장악하지 않은 채 시작하는 사민주의란 국민의 엄청난 세금을 이들 분야의 민간자본에 넘기는 형태이며 엄청난 세금에 비하여 받는 혜택이란 턱 없이 부족한 것이 되어 버립니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가 종신체제를 향하여 치닫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종신체제를 향하여 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들 분야의 국유화에 반대한 것에 대하여 좀 더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상에서 시도된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독재의 종말은 비참한 것으로 드러났건만 차베스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겁니다.

또한, 사민주의 국가의 선언문 등을 보시고 매료된 분들이 몇몇 환상에서 깨어나셔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사민주의는 인권과 세계평화를 외친다지만 미국을 제외한 국가 중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양의 무기를 수출하는 나라는 대부분 사민주의 국가라는 점입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이상과 현실은 항상 이렇게 괴리를 만들어 냅니다.

 

ⓒ 귄터반트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0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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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든든한 지지층, 저소득층

 

 

 

MB의 든든한 지지층, 저소득층
 
번호 20538  글쓴이 한겨레21  조회 5218  누리 898 (898/0)  등록일 2009-2-22 15:04 대문추천 43   참고자료
 
 
 


MB의 든든한 지지층, 저소득층
 - 국정운영에서 가장 후한 점수를 줘…
 - “매우 역설적이지만 한국에서는 일반적인 현상”

(한겨레21 / 최성진 / 2009-02-20)


이명박 정권을 비판할 때 흔히 ‘강부자 정권’이라는 표현을 쓴다. 서울 강남의 ‘땅 부자’ 정권이라는 뜻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정책을 보면 ‘강부자 정권’의 면모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해 강남 부유층의 숨통을 트이게 해줬다. 금산분리 완화와 공공부문 민영화도 거대 기업과 일부 부유층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정책이다. 비정규직법 완화와 최저임금제 개악 시도, 교육 자율화 등은 반대로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을 더욱 증폭시킬 전망이다.

▲ <한겨레21> 여론조사 결과 저소득층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가장 높았다.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지지를 보내는 현상을 흔히 ‘계급배반’이라고 한다. 서울 상계4동 양지마을 전경. 한겨레 김명진 기자


못했다, 저소득층 49%-고소득층 59.4%

 

‘강부자 정권’과 서민 사이의 거리는 이렇게 멀었다. 하지만 <한겨레21>이 2월6~7일 서울 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 1년간의 경험을 배반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를 묻는 질문에서 이 대통령에게 가장 후한 점수를 준 계층은 저소득층이었다(도표 참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구당 월소득 250만 원 이하의 저소득층 가운데 42.9%는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했다고 평가했다. 못했다고 본 사람은 49%였다. 반면 월소득 251만~400만 원 구간에서는 33.3%의 응답자가 잘했다고 대답했고, 62.7%가 못했다고 지적했다. 401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들도 ‘잘했다’가 33.5%, ‘못했다’가 59.4%였다. 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서민이 강부자 정권의 가장 든든한 지지층’으로 나타난 것이다.

저소득층은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교육정책과 종부세 완화, 미네르바 구속 등 거의 모든 평가 항목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 견해를 보였다. 양대웅 나우리서치 이사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양극화 심화 이후 저소득층이 정치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 정부가 종부세를 완화하고 복지 지출을 축소해 저소득층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지적이 있지만, 한번 형성된 여론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민이 이명박 대통령을 ‘더 많이’ 지지하는 흐름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한겨레>가 1월31일 전국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월소득 200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42.3%)에서 평균(34.8%)보다 높았다. 200만~400만 원(33.3%)과 400만 원 이상(31.4%) 계층에서는 잘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표를 주는 행위를 흔히 ‘계급배반’ 투표라고 한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제 개악을 시도하는 이명박 정부에 지지를 보내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계급배반 투표는 지난해 4월 18대 총선에서도 나타났다. 대표적인 지역구가 서울 노원병이었다. 총선 직전인 3월24일 한국방송 여론조사에서 당시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32.6%)는 홍정욱 한나라당 후보(25.6%)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월소득 100만 원 이하 저소득층에서는 홍 후보(34.7%)가 노 후보(13.3%)보다 높았다.

▲ 월평균 소득별 이명박 정부 평가


과거 보수 정권은 민생고를 해결했다

지난 수년간 진보개혁 진영을 가장 당혹스럽게 만든 부분도 바로 ‘계급배반의 역설’이었다. 한성욱 진보신당 부집행위원장은 “저소득층이 자신들을 위한 정책을 펴는 서민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는 한나라당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매우 역설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에서는 매우 일반적 현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성장 위주의 정책을 노골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계급배반’의 역설이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역사적 경험에 원인을 돌렸다.

“서민의 시각으로 볼 때 보수 정권은 자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 즉 민생고를 해결해줬다. 박정희 정권은 어쨌든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게 해줬고, 전두환 정권은 물가를 잡아 생계 부담을 줄여줬다. 진보개혁 세력은 민주화를 실현해줬을지 몰라도 정권을 잡은 10년간 양극화가 심해졌다. 서민들은 아직 그들을 ‘나라 말아먹은 세력’으로 보고 있다.”

택시 운전을 하는 강아무개(50대 중반)씨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2월11일 만난 강씨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다 5년 전부터 개인택시를 운전하고 있다. 이틀에 한 번꼴로 하루 12시간씩 운전대를 잡는 그의 한 달 수입은 200만 원 안팎이다. 강씨는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에게 많은 기대를 했는데 그들이 집권한 기간에 생활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일자리도 갈수록 줄어 아파트 경비 자리라도 얻으려면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강씨는 “우리 같은 서민이 살기에는 요즘 너무 어렵다”면서도 세계적인 불황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기대만큼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올 하반기가 지나면 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적 능력과 학력·연령의 상관관계도 중요하다.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연령은 높고 학력이 낮은 경우가 많다고 본다. 이번 <한겨레21> 여론조사에서도 50살 이상에서는 250만 원 이하 저소득층(47.1%)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연령별 국정운영 지지도에서 50살 이상(55.8%)은 19~29살(18.8%)이나 30~40대(26.1%)와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학력별로도 중졸 이하(57.4%)와 고졸(32.2%) 및 대재 이상(30.2%)이 확연히 나뉘었다. 홍형식 소장은 “저소득층은 대개 연령이 높고 학력이 낮기 때문에 인권·민주화·평등·분배 등 진보적 가치를 제대로 ‘학습’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반면 보수 정당이 강조하는 선진화와 법질서, 경제성장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주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보 수준이 낮은 유권자’(LIV·Low Information Voter)이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LIV는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부족하면서도 강한 정치 혐오증을 지니고 있고, 반면 투표장에는 꼬박꼬박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주로 교육 수준이 낮은 저소득층이 LIV로 분류된다. 미국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전체 유권자의 5분의 3인 7,500만 명을 LIV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 정치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김윤재 변호사는 “미국 민주당이 서민을 위한 정책을 더 많이 갖고 있는데 남부의 백인 노동자가 공화당을 더 많이 찍는 이유도 LIV와 일정 부분 관계가 있다”며 “정책적 측면만 주목한다면 계급배반 현상을 LIV로 설명할 수 있지만, 아울러 정치인과 정당이 자신들의 정책을 충분히 홍보하지 못한 책임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 2008년 10월 원혜영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민주당 당직자들이 종부세 폐지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오히려 저소득층이 종부세 완화에 가장 높은 지지(56.3%)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 강재훈 기자


성장 이데올로기의 환상

서민이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를 전적으로 그들의 ‘오해’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한다고 자처하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이 저소득층을 위해 제대로 역할을 해본 경험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주간(정치학 박사)은 서민의 이 대통령 지지를 ‘계급배반’으로 이해하는 견해에 반대했다. 여론조사는 언제나 정치적 조건을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박 주간의 주장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 결과나 여론조사 결과를 시민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정당이 형편없으면 유권자의 선택도 형편없을 수밖에 없다. 진보 정당이 대안이라고 생각됐다면 서민이 보수 정권을 더 많이 지지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 저소득층과 노동자가 정치의 전면에 등장한 경험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정치의 중심은 대개 중산층이었다. 게다가 정당 분포 자체가 보수 편향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정치 성향이 보수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지적이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서민층의 보수화를 사회 안전망의 축소와 연관지었다. 한 위원은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놓은 사회 안전망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보니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보수적 선택을 하는 역설적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게다가 과거 박정희 정권을 통해 성장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되면서 서민층이 사회 안전망 확대를 통한 탈출보다 성장주의 이데올로기에 집착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이 진보개혁 진영을 대안세력으로 여기지 않고, 진보개혁 정당은 서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악순환’이라고 표현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당의 경우 시의원이나 구의원 활동을 통해 구체적 성과를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런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는 것이 우 대변인의 말이다.

“서민이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는 것은 정권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먹고살기 힘드니 경제를 살려달라’는 표현으로 보고 싶다. 우리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노동자와 서민에게 주장하고 싶어도 당장은 힘든 게 사실이다. 현재의 정치 구도만 탓할 게 아니라, 진보 정당 스스로 끊임없이 실력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 최성진 기자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24383.html)

서민 생활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복지예산은 어떻게 됐을까? 대부분 크게 후퇴했다. 올해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7조 1,427억 원으로, 7조 2,716억 원(추가경정예산 포함)이던 지난해 예산보다 1,289억 원이 줄었다. 장애인 수당도 지난해보다 413억 원이 감소했다. 고령자를 위한 노인 돌봄 서비스 예산도 크게 깎였다.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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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quot;이명박 정부, 7가지 쿠테타 자행&quot;

 

 

천정배 “MB, 7가지 쿠데타 자행”에 본회의장 ‘아수라장’
 
대정부질문 맹비난에 한나라 “귀 씻고 싶은 심정” 반박도
 
입력 :2009-02-18 11:44:00  
 
 
   
[데일리서프]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18일 “이명박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국민주권을 짓밟고, 하늘을 거스르는 쿠데타를 자행했다”면서 맹비난했다.

천 의원은 이날 교육사회문화분야에 대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공안, 경제, 언론, 교육, 노동, 환경, 역사의 7가지 쿠데타가 이명박 정부가 꿈꾸었던 747이었음을 나는 이 자리에서 국민을 대신해 자백 받고자 한다”면서 7가지 쿠데타를 열거했다.

천 의원은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모든 권력기관을 동원하여 ‘공안, 치안쿠데타’를 △다수 국민의 고혈을 소수의 탐욕스러운 술잔에 채우는 ‘경제쿠데타’를 △ 방송을 장악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언론쿠데타’를 △ 스승을 제자로부터 떼놓고, 불평등한 경쟁으로 우리 아이들을 줄 세우는 ‘교육쿠데타’를 △ 정규직은 비정규직으로, 비정규직은 알바로, 알바는 실업자로 만드는 ‘노동쿠데타’를 △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황폐한 공사판으로 뒤바꾸는 ‘생태환경쿠데타’를 △ 마침내는 임시정부와 항일운동의 정통성을 깡그리 부정하고 민족통일의 역사적 대의를 거스르는 ‘역사쿠데타’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쿠데타를 자행할 때마다 항상 ‘법치주의’를 내세웠다”면서 “여대생의 머리를 짓밟고, 유모차에 소화기를 뿌리면서도 법치주의, 벼랑 끝에서 생존권을 요구하는 철거민을 불태우면서도 법치주의, 부자감세, 종부세 폐지를 관철시키면서도 법치주의, 땅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정도는 해야 장관이 될 수 있는 무법천지 내각을 임명하면서도 법치주의 확립을 부르짖었다”고 비판했다.

천 의원은 “법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속도전, 직권상정, 강행처리를 불사하며 법 개정을 시도했다”며 미디어악법, 집시법과 사이버모욕죄, 금산분리 완화, 한미FTA 비준동의안 일방적 상정 등을 꼽았다.

천 의원은 “법을 가지고 놀고 법 위에 군림하는 순간 권력은 독재로 전락하는 것”이라면서 “이명박 정권이 말하는 법치주의는 두꺼운 가면 뒤에 숨어서 장기집권, 영구집권을 노리는 소수 기득권층의 권력 논리라는 걸 양식 있는 국민이라면 다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이어 한승수 국무총리와 설전을 벌였다.

천 의원은 “인터넷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가 닮았다고 한다, 한국말을 잘 못 알아 듣는 것이 닮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고 한 총리는 “그분이야 말로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듣는 사람이다”고 답했다. 이에 천 의원은 “총리도 대통령과 닮은 것 같다”고 힐난했다.

천 의원은 또 “용산참사는 정부의 무자비한 폭력이 자행한 국민 학살이다, 광주항쟁 때의 학살에 못지않다”면서 “검찰이 용역직원을 행정보조인으로 인정했고, 행정보조인의 불법적 행위가 인정된다면 그 불법적 행위는 곧 행정주체에 귀속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수사 중이기 때문에 결과를 기다려봐야겠다”고 답한 뒤 “용산참사를 광주항쟁과 동격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 총리는 용산참사와 관련한 천 의원의 질문에 “청와대 행정관의 이메일 발송 건은 이미 조치가 끝났다”고 동문서답을 해 천 의원으로부터 “총리가 제 발이 저린가 보다”고 힐난을 받았다.

천 의원은 이어 “청와대가 ‘강호순 살인사건’을 ‘용산참사’로 덮고 촛불시위를 막기 위해 활용하라고 이메일로 지시한 사건은 죽음으로 죽음을 덮고자 한 ‘패륜메일게이트’로 규정한다”면서 “국회는 국정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 청와대 메일서버를 압수 수색하는 등 성역 없는 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정치권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총리로서 이 자리에서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천 의원은 또 “청와대는 27건, 경찰는 5건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는데 대부분이 ‘쥐박이’ ‘땅박이’ ‘2MB’ 등 대통령에 대한 패러디가 대부분”이라며 “이 대통령이 직접 고소하면 창피하니까, 검경을 동원해 탄압하려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국가 원수를 천박한 용어를 사용해서 비난하는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사이버모욕죄는 사이버 공간의 특성과 피해 증가성을 감안해서 건전한 사이버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며 “정권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거나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뜻은 추호도 없다”고 답했다.

천 의원은 질문을 끝낸 뒤 마무리 발언에서 “쿠데타는 역사에서 종국적으로 승리한 적이 없다, 우리 국민의 민주적 저력은 이를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이명박 정권은 국민의 심판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역사의 법정에서 구차한 모습으로 만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국민에 대한 쿠데타를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천 의원은 “오직 각 사람이 시험을 받는 것은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됨이니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니라”는 신약성경 야고보서의 한 구절을 낭독하고 질의를 마쳤다.

천 의원의 쿠데타 발언에 한나라당 의원석에서는 “집어치워”라는 고성과 반발이 터져나왔고 다음 질의자로 나선 한나라당 김효재 의원은 “화장실에 가서 귀를 씻고 오고 싶은 심정이다”면서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2년전 표를 던진 우리 국민이 쿠데타 세력이냐”면서 “말은 한다고 함부로 되는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천정배 의원이 대통령도 법앞에 평등하다고 했다, 맞다. 그게 민주주의다”면서 “‘그 놈의 헌법’이라고 말한 게 누구냐.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 밑에 법무장관을 지낸 분이 천정배 의원이다”고 노 전 대통령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김 의원은 “‘그 놈의 헌법’이라고 말했을 때 뭐하고 이제 와서 전 국민이 500만표 이상의 압도적인 표 차이로 선출한 대통령에게 쿠데타를 운운하냐”고 비판했다.

김 의원의 말에 이번에는 민주당 의원석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고 이에 맞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고함을 치면서 질의가 중단되는 등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그만해라, 발언권 신청해서 해라”, “의석에서 큰 소리 치는 사람은 그 다음 회기에 잘 안보이더라”며 상황을 정리했다.

민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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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이명박 정부, 7가지 쿠테타 자행"

"오바마와 MB의 닮은 점? 둘 다 한국말 못 알아듣는다"

기사입력 2009-02-18 오전 10: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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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국민주권을 짓밟고, 하늘을 거스르는 쿠테타를 자행했다"

18일 교육사회문화분야에 대한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현 정권을 향해 작심하고 직격탄을 날렸다.

천 의원은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모든 권력기관을 동원하여 '공안, 치안쿠데타'를 서슴없이 자행했다 △다수 국민의 고혈을 소수의 탐욕스러운 술잔에 채우는 '경제쿠데타'를 자행했다 △방송을 장악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언론쿠데타'를 자행했다 △스승을 제자로부터 떼놓고, 불평등한 경쟁으로 우리 아이들을 줄 세우는 '교육쿠데타'를 자행했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으로, 비정규직은 알바로, 알바는 실업자로 만드는 '노동쿠데타'를 자행했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황폐한 공사판으로 뒤바꾸는 '생태환경쿠데타'를 자행했다 △마침내는 임시정부와 항일운동의 정통성을 깡그리 부정하고 민족통일의 역사적 대의를 거스르는 '역사쿠데타'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욕심이 죄를 낳고, 죄가 사망을 낳는다"

그는 "공안, 경제, 언론, 교육, 노동, 환경, 역사의 7가지 쿠데타가 이명박 정부가 꿈꾸었던 747이었음을 나는 이 자리에서 국민을 대신해 자백 받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천 의원은 "이명박 쿠테타 정권 하에서 서민대중은 신음하고 있다. '고소영 S라인'의 친위부대와 공안세력이 득세하고 있다"면서 "불과 1년 만에 이 나라에 지옥도를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천 의원은 한승수 총리와 설전을 벌였다. 천 의원이 "예전에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뭐가 닮았냐"고 묻자 한 총리는 "어린 시절 역경을 딛고 성공한 점 등이 닮은 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천 의원은 "아니다. 인터넷에서는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듣는 점이 닮았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비꼬았고 한 총리도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듣는 것 같다"고 받아쳤다.

한편 한 총리는 용산참사와 관련해 철거용역 업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질문에 "청와대 행정관 이메일 사건은 개인적 사안으로 사표로 조치가 끝났다고 본다"고 동문서답해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에 천 의원은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제발이 저린가 보다"면서 "폐륜 메일 게이트를 조사하기 위해 청와대 메일서버 압수수색을 포함한 특검과 국정조사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총리와 설전 이후 천 의원은 "역사의 법정에서 구차한 모습으로 만나길 바라지 않을 뿐이다. 당장 쿠테타를 멈춰야 한다"면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여러분에게 전하는 말씀"이라며 성경의 한 구절을 낭독했다.

천 의원은 "오직 각 사람이 시험을 받는 것은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됨이니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니라"는 신약성경 야고보서의 한 구절을 낭독하고 질의를 마쳤다.

천 의원의 질의가 이어지는 동안 한나랑 의석에서는 "집어치워" 등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곧바로 질의에 나선 한나라당 김효재 의원도 "말이라고 해서 다 말이 아니다. 귀를 씻고 오고 싶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우리 국민이 쿠테타 세력인가"라고 천 의원에게 공세를 가했다.

이에 여야 의석에서 소란이 이어지자 김형오 의장은 "의석에서 큰 소리 치는 사람 그 다음 국회에 잘 안 보이더라"며 상황을 정리했다.

/윤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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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부활'이 '사이코패스' 때문이라고?&quot;

 

 

'사형 부활'이 '사이코패스' 때문이라고?"

[기고] 다시 야만의 세레모니를 허락할텐가

기사입력 2009-02-11 오후 2: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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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집행 부활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는 2007년, 10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국가에 부여하는 '사실상 사형 폐지국' 지위를 한국에 부여했다. 그러나 2008년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곧바로 사형제 존치와 집행 부활을 들고 나왔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연쇄 살인 사건을 계기로 사형 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정신적 혹은 심리적 이상 상태를 일컫는 '사이코패스(psychopath)'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서강대 법대 이호중 교수가 최근 사태를 우려하며 <프레시안>에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최근의 연쇄 살인 사건으로 사형 집행을 촉구하는 여론이 매우 거세게 일고 있다.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한국사회여론연구소)를 보면 사형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69.2%로 나타났으며, 이는 작년 안양 초등학생 살해 사건 당시의 사형 찬성 의견보다 10%포인트 정도 증가한 수치이다. 흉악한 범죄 사건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면서 여론은 사형제 찬성 쪽으로 점점 더 기울고 있다.

정치권의 대응도 매우 기민하다. 사형 찬성론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사형 집행 논의를 시작하라고 지시한 후 한나라당은 지난 12년간 집행되지 않았던 사형 확정자의 사형 집행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12일에는 사형 집행의 부활을 논의하는 당정협의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사형 집행이 정말 목전에 임박했다는 위기감이 싸늘하게 온몸을 휘감는다.

우리나라에서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지 올해 12년째이다. 빠른 걸음은 아닐지라도 그래도 우리는 인권 선진국을 향한 발걸음을 뚜벅뚜벅 진전시켜 왔다. 그 자부심과 인권선진국의 성과를 무위로 되돌릴 만큼 절박한 사정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사형 집행의 잔혹한 의식을 치르지 못해 안달인가?

사형이 강력 범죄를 예방한다는 건 '환상'

▲ 우리나라에서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지 올해 12년째이다. 빠른 걸음은 아닐지라도 그래도 우리는 인권선진국을 향한 발걸음을 뚜벅뚜벅 진전시켜 왔다. ⓒ프레시안
일부 네티즌들은 이번 연쇄 살인 사건 피의자에 대해 '악마'니 '짐승'이니 하는 표현을 써가면서 인간으로 대우해 줄 가치조차 없는 존재라고 극단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아마도 울분의 격한 심정을 토로하다 보니 다소 거친 표현을 쓴 것이리라 믿고 싶다. 감정적 분노와 흥분에 휩싸여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에 대해 선악의 잣대를 들이대어 함부로 평가하는 일은 삼가야 마땅하다. 국가정책으로서 사형의 존폐를 논할 때에는 더더욱 그렇다.

사형의 엄중한 집행을 촉구하는 여러 의견 중에 그래도 가장 논리적인 주장은 최근 빈발하고 있는 강력범죄를 예방하는데 사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997년 12월 30일 이후 12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서 흉악범죄가 증가했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는 통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허구이며 시민들을 현혹시키는 무책임한 주장에 불과하다.

실제 사형이 선고되는 범죄는 대개 살인범죄이므로, 살인죄를 중심으로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1998~2007년과 그 직전 10년간의 통계를 잠시 비교해 보자. 법무부의 공식 통계를 보면,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던 지난 10년간(1998~2007년) 살인범죄의 건수는 1998년 966건에서 2007년 1124건으로 약 1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에, 사형의 집행이 손쉬웠던 시절인 1988년부터 1997년까지 10년 동안 살인범죄 건수는 무려 31% 증가했다. 사형 집행이 비일비재했던 과거에 살인범죄의 증가율이 더 높았음을 통계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살인범죄 다음으로 흉악한 범죄인 강도범죄는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그러므로 사형의 엄격한 집행을 통해 강력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그 효과가 전혀 입증되지 않는 환상일 뿐이다.

모든 강력범죄에 사형이 필요한 게 아니라 연쇄살인범 같은 위험한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사형 부활의 타겟일 뿐이라고 강변하는 주장도 있다. '사이코패스' 범죄자의 위험한 욕망을 꺾기 위해서는 사형 집행을 통해 강력한 응징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이코패스 만드는 사회

'사이코패스'란 이제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말로, 흔히 타인과의 정상적인 사회적 교류와 소통이 결여된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일컫는다. 사이코패스 성향의 범죄자들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죄의식, 동정심 따위는 전혀 없이 자신의 삐뚤어진 욕망을 채우기 위해 흉악한 범죄를 연속적으로 저지르곤 한다.

이런 유형의 범죄자는 재범의 위험이 매우 높고 교정과 치료도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사이코패스 범죄자에 대한 대책은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매우 어려운 숙제이다. 그런데 사형이 과연 꼭 필요한 그리고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감정적 분노를 가라앉히고 조금 더 차분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울분에 찬 덧글을 다는 심정으로 국가의 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선 사이코패스 범죄자에 관하여 최근 우리 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논의 양상과 그 사회적 맥락에 대해 몇가지 점을 비판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은 '자신의 욕망과 이익을 위해서 아무런 거리낌이나 죄의식 없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매우 위험한 인물'의 상징처럼 사용되고 있다. 흉악한 범죄를 지속적으로 저질렀다고 하여 섣불리 사이코패스로 진단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사이코패스라는 꼬리표를 부착하여 '도무지 치료도 되지 않는 매우 위험한 인물'로 낙인찍고 그 위험성 때문에 무조건 사회에서 배척해야 한다는 생각은 범죄 정책으로는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그것은 사람은 누구나 사회공동체의 유대관계 속에서 발전하고 변화하는 존재임을 부정하는 정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에 대해 사이코패스라는 비난과 낙인을 가하는 데에는 익숙하면서도 정작 그러한 범죄자를 만들어내는 사회구조적 요인에 대해서는 거의 주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태어나면서부터 그렇진 않았을 터인데, 한번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되돌아보는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잔인하고 끔직한 연쇄 살인 사건이 과거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많은 범죄학자들은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 사회의 치열한 경쟁 시스템이 사이코패스 범죄자를 출현시키는 사회문화적 배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치열한 생존 경쟁만이 끊임없이 강조되는 가운데 건전한 공동체 문화의 기틀이 되는 유대와 소통의 통로는 현저하게 약화된 것이 오늘날 첨단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다.

각박한 각개전투식의 경쟁이 사회를 지배할수록 그 경쟁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낙오한 사람들이 겪게 되는 인격적·정신적 고통의 하나가 바로 사이코패스이다. 치열한 경쟁사회가 사회적응에 실패한 사람을 소외시키고 그 소외가 사이코패스라는 인간형을 낳는 사회문화적 원인이 된다는 점을 주목한다면, '짐승', '악마' 같은 극한 표현으로 그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사이코패스라는 인격장애의 유발을 감소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사회정책을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이코패스 공포증' 확산시키는 정부·언론

또한 작금의 상황과 관련해 정부와 언론이 대국민 '사이코패스 공포증'을 은연중에 확신시키고 또 그것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적으로 주목할 대목이다.

일부 언론들은 평범한 시민 '누구라도' '언제든지' 사이코패스 범죄자의 무고한 희생양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불안감을 실제 이상으로 과도하게 증폭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확산된 사이코패스 공포증은 정치 권력이나 정부의 입장에서는 공권력 강화의 호재로 활용된다. 흉악한 강력범죄를 유발하는 사회구조적 요인을 뒷전에 감춘 채로, 그 원인을 오로지 개인의 폭력적 위험성이라든가 정신적 결함 때문으로 쉽사리 치부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법질서 강화'를 내세워 사형 집행을 비롯해 무자비한 응징 정책과 살벌한 통제의 권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여 한나라당은 사형 집행을 강력하게 추진함은 물론이고, 그것으로도 성이 안 차는지 가석방이나 사면이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을 추가로 도입하겠다고 하고, 현재 25년인 징역형의 상한을 50년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게다가 흉악범죄자의 신상공개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나, 가발이나 마스크를 쓰면 현금자동인출기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 등 전방위적 감시통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위험한 범죄자'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 아래, 결국에는 시민사회에 대한 국가의 억압적 감시 및 통제권한을 본격적으로 강화하려는 정책에 다름 아니다.

뿐만 아니라 언론이 유포한 사이코패스 공포증은 치안부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교묘히 희석시키기도 한다. 이번 연쇄 살인 사건은 첫 번째 살인사건이 발생했던 순간부터 경찰이 보다 철저하게 수사에 임했더라면 제2, 제3의 추가 범행을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사건이다. 사건 초기 그저 그런 실종 사건 정도로 취급했던 경찰이었다. 경찰이 이처럼 안이한 태도를 보이는 사이에 추가 범행이 잇달았다. 그런데도 경찰은 치안부재와 부실한 초동수사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형 집행을 안 해서 혹은 공권력이 지나치게 물러서 흉악범죄가 판치는 양 여론을 호도하는데 일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잡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말을 주목하라

이런 상황 진단과 문제의식을 토대로 할 때, 사형 집행의 부활이 흉악 범죄를 방지하는데 정말로 유용하고 합리적인 정책 대안인지, 아니면 별반 범죄 예방효과도 없이 그저 한풀이식의 야만적인 세레모니의 부활 내지는 잔혹한 국가권력의 부활로 귀결될런지, 합리적 안목을 갖춘 시민들의 냉정한 판단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몇 가지만 간단히 짚어보자.

첫째,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듯이 연쇄 살인 등 흉악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더라도, 그것은 사형 존치의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사형이 흉악범의 사회적 격리를 위한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연쇄 살인 사건 등 흉악범의 위험성이 크다면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으로도 흉악범의 사회적 격리와 재범방지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둘째, 사형 집행의 부활을 외치는 여론의 한켠에는 사형 집행으로 흉악한 범죄의 욕망을 가진 잠재적 범죄자들의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섞여 있는 듯하다. 그러나 사형 등 가혹한 형벌을 부과하더라도 위험한 범죄자의 잠재적 충동을 억제할 만한 예방 효과가 없다는 것이 지난 수십 년간 학계의 연구결과이다.

셋째,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번 연쇄 살인 사건의 피의자는 '자신은 잡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 말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 국내외 범죄학의 연구에 따르면, 사형과 같은 가혹한 형벌 정책은 범죄 예방 효과가 없는 반면에, 검거의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은 범죄 예방 효과가 매우 크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은 자신이 검거될 가능성에 대해서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사형의 가능성은 체포된 뒤의 문제이기 때문에 자신이 붙잡힐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범죄자에게 사형은 아무런 억제 효과를 지니지 못한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가는 피의자의 그 말에 너무나도 잘 함축되어 있다.

요컨대, 우리는 사형 집행의 부활로, 그리고 사형제의 존속으로 흉악범죄의 예방과 시민의 안전이 담보되는 것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간간히 잔인한 연쇄 살인 사건이 시민들의 분노와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기는 하지만, 사형 집행을 다시금 부활시킨다고 해서 그와 같은 흉악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오히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면 곧바로 검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사 시스템을 갖추는 정책이 훨씬 현명한 정책이다.

잔혹한 국가권력의 부활이 두렵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정치권에도 한 마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분노하는 여론에 일방적으로 편승해 사형 집행 등 응징과 보복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태도는 합리적 정책을 추구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취할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 국민의 분노와 울분에 눈을 감으라는 것이 아니다. 여론에 귀기울이면서도 그것을 합리적인 정책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정부의 본연의 책무일 것이다.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그저 인터넷에서 흉악범에 대한 분노의 덧글을 다는 수준에서 국가 정책을 급조하는 태도는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에 따르면,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2008년 현재 59개국에 불과하고, '실질적 사형 폐지국'인 우리나라를 포함한 사형 폐지국은 138개국에 달한다. 우리보다 앞서 사형제를 폐지한 영국이나 독일 등에서도 당시 여론은 사형 폐지에 부정적이었다. 그럼에도 인권과 생명의 가치를 위한 용기있는 결단이 있었기에 잔혹하고 야만적인 세레모니를 그만둘 수 있었다는 점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사형 폐지라는 국가적 결단에는 생명과 인권의 소중한 가치 앞에서 국가권력의 겸손함을 약속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사형 집행의 잔혹한 의식을 재개하여 한풀이 굿을 치르도록 시민을 부추기는 사이에 겸손을 저버린 잔혹한 국가권력의 부활을 목격하게 될 것이 정말이지 두렵다.

/이호중 서강대 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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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환지가 정조 측근이라 독살 아니라면

 

 

 

심환지가 정조 측근이라 독살 아니라면
 박정희가 김재규 손에 죽은 것은 뭔가?"
[인터뷰] <조선왕독살사건>의 저자,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
  김태희 (ew4203)
 
 
  
<조선왕 독살사건>의 저자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 남소연
이덕일

 

 

 

 

 

"노론과 그 후손들에게 정조독살설은 껄끄러운 이야기다. 그래서 독살설은 남인들이 한이 맺혀 지어낸 이야기나 소설이라고 폄하해 왔다. 비밀편지가 발견되니까 '둘은 편지를 주고받던 친한 사이다, 정조 독살 의혹이 사라졌다'는 수준 낮은 이야기를 삽시간에 퍼뜨렸다. 지금의 사태는 그들의 막강한 영향력을 반증하는 것이다.

 
정조 독살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료적 근거를 전혀 대지 못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역사관에는 200년 전 정조를 죽인 노론 벽파의 시각, 우리 역사를 식민사관으로 난도질했던 조선사편수회의 시각이 일정 부분 반영돼 있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과 한국고전번역원 번역대학원은 지난 9일,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정조가 노론 벽파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 299통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어찰이 공개되면서 정조의 막후정치와 독살설의 진위 여부 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에 만난 역사평론가 이덕일 한가람역사연구회 소장은 다소 격앙돼 있었다. 이 소장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관련 자료들을 제시하며 최근 일고 있는 '정조 독살설은 허구였다'란 일각의 주장에 반박하기 시작했다.
 
<조선왕 독살사건>으로 대중역사서의 새장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이덕일 소장은 최근 언론 등에서 대서특필하고 있는 '독살설 허구'에 대해 "사료적 근거도 없는 수준 낮은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 정조 어찰 공개 기자회견 9일 서울 성균관대학교에서 김문식 단국대 교수,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 등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 발굴한 정조 어찰 299통 중 일부를 공개하고 있다. 이 편지들은 모두 정조가 친필로 써 심환지 한 사람에게 보낸 것으로서 정조 말년 국왕을 정점으로 하는 정국 동향을 파악하는 데 획기적인 가치를 지닌 자료로 평가된다.
ⓒ 연합뉴스
정조어찰

 

 
"측근이라 독살 아니라면, 박정희는 어떻게 설명하나"
 
이덕일 소장은 "정조 어찰이 발견되었다고 노론 벽파의 정조 독살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둘 사이에 비밀 편지가 오갔다고 해서 심환지가 정조와 가까운 사이였거나 정조의 측근이었을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정조 어찰 발견 후 둘이 가까운 사이였으므로 심환지가 정조독살에 가담했을 리가 없고, 따라서 정조독살설이 힘을 잃게 되었다는 보도가 많은데 이것은 잘못된 해석"이라는 것. 
 
그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박정희와 카이사르의 예를 들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로 정조와 심환지가 측근이었기 때문에 독살했을 리 없다면, 박정희가 김재규의 손에 죽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는 것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측근에게 암살됐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편지가 발견된 것만으로 정조와 심환지가 측근이었을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지만 측근이므로 암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독살설 허구'란 주장은 "억지 해석"이라며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노론 벽파와 조선사편수회의 후손이 역사학계 주류를 장악하고 다른 해석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마포에 위치한 한가람역사연구회 사무실에서 진행한 이덕일 소장과의 인터뷰 전문.
 
"정조 독살설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 이번 편지 발견으로 일각에선 '정조 독살설은 허구'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한제국이 멸망한 다음 달, 일본이 76명의 조선인들에게 훈장과 돈을 준다. 76명은 대부분 노론이었다. 노론은 일제 때도 세력을 온존해 왔고, 지금도 학계, 법조계 등 한국 사회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노론과 그 후손들에게 정조독살설은 껄끄러운 이야기다. 그래서 독살설을 '남인들이 한이 맺혀 지어낸 이야기나 소설'이라고 폄하해 왔다. 비밀편지가 발견되니까 '둘은 편지를 주고받던 친한 사이다, 정조 독살 의혹이 사라졌다'는 수준 낮은 이야기를 삽시간에 퍼뜨렸다. 지금의 사태는 그들의 막강한 영향력을 반증하는 것이다.
 
정조 독살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료적 근거를 전혀 대지 못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역사관에는 200년 전 정조를 죽인 노론 벽파의 시각, 우리 역사를 식민사관으로 난도질했던 조선사편수회의 시각이 일정 부분 반영돼 있다."
 
  
이덕일 소장이 쓴 <조선왕독살사건>
ⓒ 다산초당
조선왕독살사건

- 정조가 보낸 편지엔 병명, 증세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다. 때문에 알려진 것과 달리 심환지가 정조의 측근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 나오는 것 같다.

"정조는 재위 24년인 1800년 6월 28일 세상을 떠났다. 6월 14일 어의가 진찰을 해서 병세가 드러났다. 이미 알려진 병을 감출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심환지는 노론 벽파의 원칙론자이지만 대화가 되는 상대다. 노론 벽파가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데, 전부를 적으로 돌릴 수는 없지 않나? 서로 이익이 있으니 편지를 주고받는 핫라인을 개설한 거다.
 
편지를 보면 심환지가 어떤 부분은 정조의 뜻대로 움직이고 어떤 부분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니 측근'이라는 말이 맞으려면, 심환지는 정조가 죽자마자 몰락해야 된다. 하지만 승진을 하고 정순왕후와 함께 (정조의)24년 치세를 모두 뒤집어버린다."
 
- 그렇다면, 독살설이라고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정조는 사후 준비를 전혀 안했다. 그 정치지형을 그냥 가지고 가면 다 되돌릴 텐데, 꼼꼼한 정조가 왜 대비를 안 했을까? 자신이 세상을 떠나리라고는 생각도 안한 것이다. 그래서 독살설에 무게를 두는 거다. 인위적인 특정 세력이 정조를 독살한 것이라면, 수천 수백 년이 지나도 역사의 법정에 반드시 세워야 한다. 그래서 10년째 이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
 
<순조실록>에 이런 기록이 있다. 정조가 죽지도 않았는데, 정순왕후가 언서(諺書)를 내려 도승지를 갈아치우는 인사권을 행사한다. 그리고 정조의 상태를 직접 보겠다고 간다. 조선은 대비가 오면 어의는 물론 남자 신하 전원이 밖으로 나가야 한다. 정순왕후만 있는 상태에서 곡소리가 났고, 정조가 죽은 후 (정순왕후는) 바로 언서를 내려 좌상 심환지를 영의정으로 삼는다.
 
정조를 연구할 때 풀리지 않았던 미스터리는 '정조가 왜 심환지를 내의원 제조로 계속 두었는가'였다. 비밀편지는 심환지가 왜 왕의 병 치료를 담당하는 내의원 제조로 계속 있을 수 있었는가를 밝혀주었다. 그래서 심환지의 혐의가 더 커진다. 둘이 편지를 주고받았기에 혐의가 없어졌다고 하는 것은 사료를 해석할 능력이 안 되거나 악의적으로 사료를 왜곡하는 것 밖에 안 된다.
 
'편지를 주고 받았으니, 독살했을 리가 없다', 그럼 박정희는 죽었을 리가 없다. 김재규하고 얼마나 사이가 좋았는데 죽느냐. 브루투스가 카이사르를 암살하고, 수양제가 자신의 아버지를 암살하지 않았나. 항상 독살이라는 것은 최측근에서 나왔다."
 
"노론 벽파는 정조와 근본적으로 화해할 수 없다"
 
- 정옥자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과 유봉학 한신대 교수 등 간송학파 계열 학자들은 정조와 노론의 제휴·협력설을 주장하고 있다.
"노론 벽파는 정조와 근본적으로 화해할 수 없다. 노론벽파는 사도세자를 잘 죽였다고 본다. 노론이 석고대죄를 하든지, 정조가 아버지 잘 죽었다고 하지 않는 한 양자는 화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정조가 오회연교에서 남인들을 대거 등용하겠다고 말했다. 정계 개편을 한다고 말한 거다. 그래서 노론 벽파가 급해진 것이다. 오회연교(5월 그믐날 경연에서 왕이 내린 교시) 후 한 달이 안 되어 정조가 갑자기 죽는다."
 
- 비밀 편지의 발견으로 <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공식 기록도 믿을 수 없는 것 아닌가란 지적이 있는데.
"정조 시대는 <정조실록> <홍재전서> <승정원일기> 정약용의 글, 문집, 외사촌이나 채제공에게 보낸 편지 등 사료가 많다. 그런 것 중 하나가 새로 나온 것이다. 다만 정적이었던 노론 벽파의 영수 심환지에게 보낸 것이라 성격이 다른 것이다. 하지만, 이 사료로 인해 바뀐 사실은 하나도 없다. 편지와 <정조실록>의 내용이 다르지 않다. 이 편지는 기존의 사료를 보완해 줄 뿐이다."
 
- 박사학위 논문이 <동북항일연군>이다. 근현대사 전공인데 조선 시대에 관한 책을 많이 쓴 이유는?
"대학원 다닐 때, 노론 벽파와 조선사편수회로부터 내려오는 특정 사관에 동조하지 않으면 역사로 벌어먹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구조적 모순과 근현대사의 여러 문제의 원인을 찾다보니 조선시대에 그 뿌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 관한 책을 많이 쓰게 되었다."
 
  
<조선왕 독살사건>의 저자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 남소연
이덕일

 

- 예전 국사 교과서는 정조를 영조의 탕평책을 계승한 왕으로만 소개했다. 소설 <영원한 제국> 이후 정조를 연구한 책들이 많이 나온 것 같은데.
"예전 교과서들은 노론 벽파의 시각으로 역사를 서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조가 별로 한 일도 없는, 영조의 부록처럼 보였던 것이다. 아직도 그들의 시각이 관철된 부분이 많다. 그러다 이인화 교수가 책을 내면서 몇몇 사람들이 정조에 대한 새로운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바탕이 돼서 정조에 대한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국사교과서에 '중상학파(북학파)는 서울의 노론출신이 대부분이었다'란 부분이 있다. 하지만 (북학파인) 박제가, 이덕무 등은 노론이 아니다. 가장 크게 왜곡된 부분은 '상공업 중심개혁론의 선구자는 18세기 전반의 유수원이었다(국사교과서 314쪽, 교과서 맥락으로 보면 '유수원=노론'이라고 인식하게 된다)'란 부분인데, 유수원은 노론에게 사형당한 소론 강경파다.
 
남인이 농업 중심 개혁론을 개발했으니, 집권 세력인 노론도 한 일이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 왜곡한 것이다. 청을 오랑캐로 보는 노론에서 청과 교류하자는 상공업 중심 개혁론이 나올 수가 없다. 이렇게 교과서가 노론 벽파의 시각을 담고 있으니 정조가 제대로 소개되지 못했던 것이다."
 
"정조 붐은 지금 우리에게 이런 지도자가 필요하기 때문"
 
- 정조를 근대적 군주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사료를 찾아보면 '각 붕당의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 끝까지 토론을 했다'고 나온다. 이는 현대적 시각에서 보면,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관철하려고 한 것 아닌가란 느낌을 준다. 이를 보면 다양성을 존중하는 현대사회 사고방식과는 좀 다른, 성리학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으로 정조를 볼 수 있지 않나.
"(정조가) 근대적 군주였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첫째 증거는 천주교에 관대했다는 점이다. 노론은 성리학만 유일사상으로 신봉하고 그 외는 이단으로 본다. 노론 벽파가 천주교를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했을 때, 정조는 '정학(正學, 성리학)이 바로서면 사학(邪學, 천주교)은 저절로 소멸한다'면서 용인한다. '천주교 별로 나쁜 것 없던데'라고 하면 난리가 날 테니 돌려 말한 거다. 정조는 서양 사상까지도 포용하며 사상의 다원화를 꾀한 인물이었다.
 
둘째는 남인 등 다른 당파 사람을 적당한 시기에 등용해 노론 일당 독재를 다당체제로 만든 점이다.
 
셋째는 신분제 완화다. 노론은 서자(庶子)를 인간으로도 안 보는데, 정조는 규장각 검서관에 서얼을 등용하면서 신분제를 완화시켜 나간다. 지금 우리나라는 학벌로 차별한다. 정조의 신분제 완화 조치는 학벌 카르텔 사회와의 싸움이기도 했다. 현재의 학벌 카르텔 사회와 조선시대 노론 일당 체제 사회는 똑같은 사고구조를 지닌다. 요즘 정조 붐이 그냥 일어나는 게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이런 지도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정조는 문체를 정통고문(正統古文)으로 되돌리려는 '문체반정'을 시도했다. 이 대목을 접하고 개인적으로 꽤 놀랐는데, 이는 보수적 사고방식을 가졌기 때문 아닌가.
"문체반정도 당시 시대의 맥락을 보고 이해해야 한다. 문체반정의 시작은 진산사건(전라도 진산에서 천주교도 권상연과 윤지충이 부모 신주를 불태운 사건)이다. 이 사건은 노론에게 정조를 돕는 남인을 몰아낼 호재였다. 정조가 불리한 현안을 반전시키려고 제기한 것이 문체반정이다.
 
정조는 신분제의 틀을 바꾸고자 했던 사람이다. 정조의 문집 <홍재전서>를 보면 서북인(함경도, 평안도 사람)이 차별받는 것, 한 번 노비가 되면 영원히 노비로 차별받는 것, 여성의 재가를 허용하지 않는 것 등을 비판하고 있다. 그 시대 국왕이 어찌 저토록 선진적인 발상과 철학을 가지고 있었는지 놀라울 정도다."

정조를 위한 변명 - 1

그림 이야기 2009/02/10 09:35 이충렬

어제(2월 9일), 정조의 비밀 편지 299통이 공개되었다. 1796년 8월20일부터 1800년 6월15일까지, 예조판서와 우의정 등을 역임한 노론 벽파(僻派)의 거두 심환지(沈煥之.1730-1802)에게 보낸 비밀 편지다.

이 편지들 중에는, 정조가 심환지에게 자신의 건강에 심대한 이상이 있음을 여러 차례 알렸다는 내용이 있어, '심환지의 정조 독살 의혹'은 종지부를 찍어야 할 형편이 되었다. 추측과 심증에 의한 역사해석이 얼마나 위험한지가 증명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여러 언론에서는...

편지 내용 중, 최측근인 노론계 서영보(1757~1824)를 “호로자식(胡種子)”, 촉망받던 젊은 학자 김매순은 “젖비린내 나고 미처 사람 꼴을 갖추지 못한 놈”, 학문적 정적을 비방하는 일부 유생들을 겨냥해 “오장에 숨이 반도 차지 않았고” “도처에 동전 구린내를 풍겨 사람들이 모두 코를 막는다”는 등의 비속적 표현을 썼으니...

정조는, ‘학자 군주’라기보다 능수능란 ‘고단수 정객’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어느 일간지 기자는 "200여 년 전에 부친 왕의 편지. 이를 통해 우리가 익히 알던 18세기 ‘성인 군주’를 잃어야 할지는 모르지만..."이라고 썼다....

왼쪽에서 다섯번째 줄 아래에 '뒤죽박죽'이라는 한글이 보인다.

어제 언론의 평가에 따르면, 정조는 '욕쟁이 정치꾼'이라는 소린데... 그건 아니다....  얼마전, 우리나라에 최초로 전해진 세계지도인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를 소개하면서 숙종과 그 시대는 다시 평가되어야 한다고 했듯이, 조선시대의 왕들은 하나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동시대에 세상에 존재하던 왕들 중에서 공부를 가장 많이 한 '학자'들이었고, 어려서부터 '제왕학'을 공부한 '전문 정치인'이었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학자와 정치인의 두가지 모습이 있다... 

따라서 성리학이라는 학문에 기반을 두었던 조선시대의 왕과 그들의 통치형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자와 전문 정치인 양면을 보고 평가해야지, 어느 한쪽만 보면 정당한 평가를 할 수 없다....  정조도 마찬가지다....


영조의 <연강시> (간송미술관 소장)

간송미술관 최완수 연구실장 번역

위의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정조는 설날에도 83세의 할아버지 영조 아래서 공부를 했다....  영조는 세손 정조에게 그렇게 '제왕의 길'을 가르쳤다....  그리고 이런 '제왕 훈련'은 어렸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상풍에 긔후 평안하오신 문안 아옵고져 바라오며 뵈완디 오래오니 섭~ 그립사와 하옵다니 어제 봉셔 보압고 든~ 반갑사와 하오며 한아바님 겨오셔도 평안하오시다 하온니 깃브와 하압나이다. 元孫"
(가을바람에 기후 평안하신지 문안을 알기를 바라오며 뵌 지 오래되어 섭섭하고도 그리워하였사온데 어제 봉한 편지를 보고 든든하고 반가워하였사오며 할아버님께서도 평안하시다 하시오니 기쁘옵나이다. 원손)

이 한글 편지는, 정조가 8살 원손 시절 외숙모에게 보낸 문안편지이다...  어려서 부터 한문뿐 아니라 한글 공부도 했고, 친인척에 대한 예의범절을 배웠다... 학문과 제왕학뿐 아니라 인성교육도 함께 받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심성은 훗날 왕이 되어서도 이어진다....


정조 어찰(왕의 편지)  출처 : <묵적> (명문당 발행)




이 편지는 위의 한글 문안 편지를 쓴 종이처럼 꽃 무늬가 찍힌 시전지에 쓴 걸로 봐서, 신하가 아니라 왕실 친인척 누군가에게 보낸 새해 선물 편지로 보인다....  정조는 신하에게 편지를 보낼 때는 도장을 찍었기 때문에 친익척에게 보낸 편지라고 추정할 수 있다.


정조 <김참판에게 보내는 선물 편지> 출처 : <묵적>


               큰 곶감이 아니라 곶감이라는 부분이 눈에 띈다.


조선 시대의 왕들은 시서화에 능했다. 시는 공부를 했으니 당연히 잘 짓고, 글씨 역시 연습을 많이했으니 명필이 많다. 그림은 글씨를 쓰면서 붓과 먹에 익숙해있고 세자시절 그림의 기본을 배워 웬만한 문인화가 못지 않은 솜씨를 가진 임금이 많다. 예를 들어 영조는 세자 시절 겸재 정선에게 그림을 배웠다.


정조 <정혜공 연시 잔치의 시> (간송미술관 소장)


간송미술관 최완수 연구실장 번역


정조 <임지로 떠나는 철옹부사에게> 201.8 x 73.3cm 1799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미술사학자 고 오주석 선생의 글에 의하면, "정조는 글씨 쓰기를 좋아하여 두 살 때 글자 모양을 만들었고, 서너 살 때는 필획을 이루어 날마다 그것으로 장남을 삼았다고 한다. 심지어 여섯 살 때 쓴 글씨로 병풍을 만들었다 전하는 사람도 있다."라면서 정조의 글씨는 바르고 단정하다고 평가했다.

시(詩)와 서(書)를 봤으니 이제 화(畵), 그림을 볼 차례다.


정조 <들국화> 종이에 수묵 84.6 x 51.5cm (동국대학교 박물관 소장)  보물 제743호

이 작품은 고 혜곡 최순우 선생을 비롯해 많은 미술사학자들이 매우 잘그렸다고 평가한 작품이다. 일본에 살던 왕손의 소장품이었는데, 어느 재일동포가 구입해 동국대학교 박물관에 기증해 고국에 돌아오게 되었다.

정조의 내면적 모습이 느껴지는 듯한 작품이다. 왕 혹은 왕세손이기에 가질 수 밖에 없는 쓸쓸함을 그림 속에 표현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국화꽃 위에 메뚜기 한마리를 그려 넣었는지도....


정조 <파초> 종이에 수묵 84.6 x 51.5cm (동국대학교 박물관 소장)  보물 제743호

왕은 외롭고 고독하지만, 꿋꿋함과 고고함을 잃으면 안된다... 정조는 그렇게 외로운 삶을 살았고, 자신의 능력을 믿었기에, 편지에다 자신의 속마음을 나타냈고 마음에 차지 않는 신하들을 우습게 알면서 욕을 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번에 발굴된 편지들은, 왕이기에 갖고 있는 내면의 한 모습일뿐, 정조의 전체를 평가하는 잣대로 삼을 수는 없다....


정조 <묵매도> 종이에 수묵 123.5 x 62.5cm 1777년 (서울대학교 박물관 소장)

이 작품은 정조가 28세 께, 작은 외숙에게 그려준 작품이다. 직업 화가의 그림이 아닌 문인화로서 이정도면 상당한 수준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정조는 이렇게 시서화에 능하고 공부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백성들을 생각하는 정치를 하려고 한 성군이었다.

따라서 이번에 발굴된 편지들은,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왕이, 자신들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신하들에 대한 불신과 경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편지들 속에서 비속어가 보이고, 정치술이 보인다고 하여  정조가 성군이 아니었다고 단정하려는 듯한 기사는 매우 위험하다...  그 편지들은 정조의 통치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백성들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아니, 그는 백성들을 어떻게 생각하며 나라를 다스린 임금이었을까?  정말로 성군이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을까? 그 답 또한 몇 점의 그림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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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를 위한 변명 - 2

그림 이야기 2009/02/11 07:39 이충렬
정조는 백성들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아니, 그는 백성들을 어떻게 생각하며 나라를 다스린 임금이었을까?  정말로 성군이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을까? 그 답 또한 몇 점의 그림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어제 글의 마지막 부분이다... 그렇다면, 어떤 그림에서 임금과 백성의 관계가 설명될 수 있을까?  아니, 그런 그림이 정말로 존재하는 것일까?

사실, 다른 임금들에게는 그런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그림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조에게는 있다. 그것도 아주 자세히 알 수 있는 여러 점의 그림이 남아있다.... 




<화성능행도 8폭 병풍> 작가미상 비단에 채색 각 폭 크기 142 x 62cm (전체 크기 142 x 496cm) 
1795 ~ 1796년 경 추정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정조와 백성들의 관계는, 너무 유명한 이 병풍 그림 속에 있다....  정조 19년인 1795년 윤 2월 9일부터 8일동안 정조의 행적과 행사의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에, 그 속에서 그런 정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먼저, 구체적 일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윤2월 9일 창덕궁 출발, 시흥행궁 유숙, 10일 화성행궁 도착ㆍ유숙,11일 화성 성묘 배알, 낙남헌 과거시행, 12일 현륭원 전배, 서장대 성조 및 야조, 13일 봉모당 회갑연 거행, 14일 낙남헌 양노연 거행, 득중정 어사, 15일 화성행궁 출발, 시흥행궁 유숙, 16일 시흥행궁 출발, 창덕궁 환궁.

정조는 한양으로 돌아온 후, 행사의 내용을 묘사한 도설(圖說)을 제작하고 <원행을묘정리의궤(園行乙卯整理儀軌)>의 머리에 첨가하도록 지시하였는데, 이 도설작업은 윤2월 28일 의궤청의 건의로 이해 1월 연풍현감에서 파직된 김홍도가 주관자(主管者;‘專管’者)로 임명되어 그의 지휘 아래 제작되었다. 그래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에는 밑그림 비슷한 그림이 많이 담겨있고, 이런 이유때문에 한때 8폭 병풍도 김홍도가 그렸다고 알려졌었다.

그러나 의궤의 기록에 의하면 병품 그림은 김득신, 최득현, 이명규, 장한종, 윤석근, 허식, 이인문 등으로 모두 실력이 쟁쟁한 화원들이 그렸고, 이 병풍을 헤경궁에게 진상하자 칭찬과 포상을 받았다고 하니, 김홍도는 의궤의 도판 그림 정리 작업을 하느라 병품그림 제작에는 참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전해지는 8폭병풍은 리움 소장품 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과 궁중유물전시관(구 창덕궁)에도 거의 같은 병풍이 있으니, 어느 병풍이 진상품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리움의 경우 화가 소개를 '작자미상',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김득신 외'라고 표기한다.

# 정조의 경로사상와 구휼의식


<낙남헌양로연도(洛南軒養老宴圖)>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이미지


윤2월 14일 오전, 정조가 낙남헌에서 영의정 홍낙성(洪樂性) 등 능행에 수행한 노대신(老大臣) 15명과 수원부의 노인 총 384명에게 양로연을 베푸는 장면이다.

80세 이상의 사서인(士庶人) 노인은 무려 209명이나 되고, 99세 3명, 97세 1명 등 90세 이상 노인만도 17명이나 됐다.

군병(軍兵)과 시위의장(侍衛儀仗)이 낙남헌 주변의 사방을 둘러싼 가운데 차일을 친 낙남헌의 어좌에 정조가 앉아 있고, 그 앞 마루에 융복(戎服) 차림의 노대신과 입시관원(入侍官員)들이 앉았다. 섬돌앞 뜰에는 서인(庶人)들이 도포 차림으로 줄지어 앉았고, 담장 사이에는 곱게 차린 무희와 붉은 옷을 입은 악사가 늘어서 있다. 그리고 시위군병 밖의 길가에는 부민(府民)들이 이 아름다운 광경을 흡족한 표정으로 구경하고 있다.

정조는 이날 '경로잔치'뿐 아니라, 화성부에 사는 홀아비와 과부, 고아, 독자 등 539명과 가난한 백성 4천813명에게 쌀과 소금을 나눠 주고, 죽을 쑤어 먹였다.

쌀을 나눠 줄 대상자는 미리 선발해 뒀다. 쌀을 나눠 주는 지역을 4곳으로 나눠 성곽 내외의 도시 지역은 화성행궁의 정문인 신풍루에서 왕이 친림한 가운데 진행됐다.

주변 지역은 승자들을 보내 산창(山倉)과 사창(社倉), 해창(海倉)으로 보내 왕을 대신해 나눠 주도록 했다.

화성행궁에서 음식물이 분배되는 동안 정조는 신풍루에 올라가 이를 지켜봤고, 백성에게 주는 죽을 직접 맛보기도 했다.

이 행사를 통해 화성부 인구의 10분의 1 정도가 혜택을 받게 됐다.

쌀과 소금은 4개 지역으로 나눠 배급됐다. 나이와 남녀에 따라 차등을 뒀으며, 이때 나눠 준 쌀이 모두 368석에 달했다.

정조는 당시 '화성 능행' 행사를 위하여 10만 3천여 냥의 재원을 조성하였는데,  그 자금의 일부를 떼어내어 제주도의 진휼곡(賑恤穀)으로 보냈고, 행사 후 남은 자금을 3도(都)와 8도에 분급하여 진휼곡으로 쓰도록 하였다.

이쯤되면 어진 임금이라고 할 수 있다.....


#군사훈련을 시키면서 백성들이 다치지 않게 주의했다.


<서장대성조도(西將臺城操圖)>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윤2월 12일 밤, 정조가 화성의 서장대(西將臺)에 갑옷을 입고 행차하여 군사조련을 실시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화면 제일 아래에 위치한 문은 동문인 창룡문(蒼龍門)이고, 중앙 좌우변의 대문은 오른쪽이 북문인 장안문(長安門), 왼쪽이 남문인 팔달문(八達門)이다.

당시 정조는 투구와 갑옷을 입고 직접 팔달산 정상에 있는 서장대(西將臺)에 올라가 군사들의 조련을 지휘했다.

무기로는 낭기(浪機)와 조총(鳥銃), 신포(信砲), 삼안총(三眼銃) 등이 동원됐으며, 여기에 참가한 군사는 모두 3천700여 명이었다.

정조는 군사훈련때 사용하는 총포에 백성들이 다치거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줬다는 기록이 있고, 훈련이 끝난 뒤 수백 명의 장병들에게 궁시(弓矢)와 포목 등을 상으로 하사했다. 

따라서 정조는 공권력으로 백성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임금이 아니라,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하는 임금이었다...


# 유생들과 함께 공자에게 절했다


<알성도(謁聖圖)>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윤2월 11일, 정조가 화성에서의 첫 번째 공식행사로 거행했던 성묘(聖廟) 참배 장면이다. 학문을 사랑하는 정조의 유학진흥(儒學振興)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성전에는 공자(孔子)에서 주희(朱熹)에 이르는 21명의 중국 성현과 설총(薛聰)에서 박세채(朴世采)에 이르는 15명의 우리나라 유학자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었다.

가장 뒤쪽의 대성전(大成殿) 위에 큰 차일을 치고 뜰에는 청금복(靑衿服)을 입은 유생(儒生)들이 시좌한 가운데 지금 섬돌 위의 오른쪽에서 정조가 4배를 올리는 장면을 상징적으로 묘사하였다. 대성전의 신문(神門) 앞에는 산선(?扇) 시위(侍衛)들이 서있고, 그 앞에 수행한 문무백관이 동서로 나뉘어 시좌하였다.

이곳에서 참배를 마친 정조는 행궁으로 돌아와 낙남헌(洛南軒)에서 문과와 무과 별시(別試)를 실시했다.

길과 산자락에는 구경나온 백성들이 매우 자유로운 동작으로 묘사되어 있다. 정조는 백성들에게 자유롭게 '임금 구경'을 할 수 있게 한 왕이라고 할 수 있다.  








# 백성들과 함께 불꽃놀이를 즐겼다


<득중정어사도(得中亭御射圖)>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윤2월 14일 오후 정조가 화성행궁 안의 득중정(得中亭)에서 신하들과 함께 활쏘기를 한 다음 저녁에 혜경궁을 모시고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장면이다. 기록화에서는 임금을 그리지 않기 때문에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의궤>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

계단 앞 어사대(御射臺)에는 지금 혜경궁이 나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잠시 행차하여 가마를 열어 놓은 채 불꽃놀이를 구경하고 있지만, 임금의 어머니도 그리지 않기 때문에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매화포가 폭발하는 광경 가까이 백성들이 있으니, 백성들과 함께 한 불꽃놀이라고 할 수 있다...  정조는 그렇게 백성들과 즐거움을 나누려고 했던 임금이었다....
 







# 정조는 백성들이 어려워하지 않는 임금이었다


<시흥환어행렬도 始興還御行列圖 >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윤2월 15일, 화성행궁을 출발하여 서울로 올라오면서 이제 막 시흥행궁 앞에 다다른 장대한 행렬을 묘사하였다. 처음으로 혜경궁을 모시고 함께 능행하여 무려 6,000여 명의 인원과 1,400여 필의 말이 동원된 가장 성대했던 행렬의 장관을 과시한 장면이다.

그림의 내용은 시흥행궁을 멀리 바라보면서 그 남쪽의 안양교(安養橋) 앞길에서 행렬을 잠시 멈춘 다음 정조가 직접 혜경궁에게 미음(米飮)과 다반(茶盤)을 올리는 매우 효성스러운 장면을 담은 것이다. 화면 밑에 정조가 능행을 위해 세운 시흥 행궁이 정조의 치정(治政)을 자랑하듯 거대한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화면 중앙에 미음을 들기 위해 푸른 휘장으로 가린 혜경궁의 가마가 보이고, 그 바로 뒤에 산선(?扇)을 받고 있는 정조의 좌마(座馬)가 서 있다. 그리고 그린 아래 길가 빈터에 수라를 실은 수레(水刺架子)와 음식을 준비하는 막차(幕次)가 보인다.

원래 정조는 전체 그림의 용 깃발 아래에 가야하나, 어머니보다 앞서 갈 수 없다는 효심에 헤경궁 뒤에서 따라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래의 세부도를 보면, 당시 백성들은 임금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품 부분도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품 부분도

오른쪽 아래가 수라를 실은 수레(水刺架子)와 음식을 준비하는 막차(幕次)이다.


국립중알박물관 소장 작품 부분도

정조는 모두 15차례의 화성능행 길에 백성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려고 노력한 임금이었다. 재위 3년째에는, 상언(上言)·격쟁(擊錚)의 제도에 붙어 있던 모든 신분적 차별의 단서들을 철폐하여 누구든 억울한 일은 무엇이나 왕에게 직접 호소할 수 있도록 하여 능행(陵行) 중에 그것들을 접수하도록 하였다.

그렇다. 정조는 백성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했고, 백성들은 그런 임금인 줄 알기에 편안한 자세로 그의 행차를 구경했을 것이다... 

백성들의 편안함은 강요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조는 이번 비밀편지 발굴에서 보듯이, 신하들에게는 어렵고 무서운 임금이었는지 몰라도, 백성들과는 소통하려고 노력했고 학문과 문화를 발전시키려고 한 임금이었다... 그래서 이런 기록화도 남아있는 것이다....

알려지지 않았던 편지 299통에 너무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  그 편지들은 역사 서술을 위한 또 하나의 보조자료일뿐이다....  지금은 학계에서 그 편지들을 자세히 분석하기를 기다릴 때다....  (끝)

주 : 설명 중 일부는 수원시와 안산시의 자료에서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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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수효과 vs 분수효과

낙수효과 vs 분수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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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에 퍼주면 경기부양 효과가 더 확실하다  

원문 http://blog.naver.com/kimseye3/130036151128

 

이명박 정부는 ‘부자’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 ‘부자 내각’으로 출발하더니 이제는 ‘부자 감세’다. 5년 동안 26조원을 감세하겠다고 했는데 임기 내내 ‘부자 프레임’에 갇히는 걸까? 빈곤층에 퍼주면 경기부양 효과가 더 확실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감세란 참 묘하다. 알면서도 속는 치명적 유혹이랄까. 부유층이 감세 효과를 더 많이 누린다는 건 상식에 가까운데도 매번 마음이 설렌다. 이명박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라 평가되는 감세안을 내놨다. 5년 동안 26조원을 줄이겠단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국세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비롯해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도 대폭 인하하겠다는 계획이다. 연봉 3600만원 수입의 월급쟁이 ㄱ씨는 슬그머니 궁금해졌다. 얼마나 감면될지 자신의 소득을 해당 과세표준에 대입해봤다. 5만원이다. 자신과 소득이 엇비슷한 400만 근로소득자에게 똑같이 해당되는 감면 액수였다. 최저치이지만 뭐 괜찮다. 부자들이 얼마를 가져가든 나에게도 돌아오는 비스킷 부스러기라도 챙기면 되지 싶었다. 그런데 웬걸, 한 조세 전문가가 뒤통수를 친다. 소리 없이 빠져나가는 부가가치세(간접세)를 들먹이더니 “당신의 5만원은 곧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공언한다. 계산기를 두들겨 봤다. 2006년 기준 부가가치세 수입 40조원을 남한의 성인 인구수로 나누니 얼추 100만원. 여기에 최근 치솟은 물가상승률(5%)을 적용하니 딱 5만원이 떨어진다. 5만원 감세로 이득봤나 싶었지만 다시 나갈 돈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부가가치세를 9.5%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으니 결국 ㄱ씨는 감세 혜택은커녕 증세 부담만 받게 된 꼴이다. 반대로 자신보다 70배의 감세 효과를 누리게 된 연봉 1억2000만원이 넘는 최상위 고소득자는 354만원을 돌려받는다니 ㄱ씨와는 비할 바가 아니겠다. 

감세의 치명적 유혹

진보신당 정책연구위원으로 있는 회계사 이종석씨가 흥미로운 연구 자료를 내놨다. 정부의 감세 효과를 소득 계층별로 분석한 결과치였다(위 표 참조). 소득세의 경우 정부가 밝힌 현행 8∼35% 종합소득세율을 6∼33%로 인하했을 때 하위 소득자와 상위 소득자의 감세 효과는 70배에 이른다. 이런 현상은 사업소득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7만원이 감면되는 하위 소득자와 422만원이 감면되는 최상위 소득자의 격차는 60배에 이른다. 법인세로 가면 감세 격차는 더 커진다. 정부는 법인세를 현행 세율 13∼25%에서 10∼20%로 낮춘다고 발표했는데, 일부 대기업의 경우 업체당 평균 123억원이 감면되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은 100만원이 채 안 된다. 이종석씨는 더 큰 조합을 만들어냈다. 소득세와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의 감세액을 합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우리나라 총 가구 수를 1600만이라 가정했을 때 최하층부터 최상층까지 10분위로 나누면 1분위에게는 3000원의 감세 혜택이 주어지지만 10분위는 233만원의 감세 혜택이 주어진다. 700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세재개편안을 ‘부자와 재벌을 위한 맞춤형 감세안’이라고 조롱하는 세력에 대해 정부는 세금 부담을 줄여 저부담→고투자→고성장의 경제구조를 만들겠다는 논리를 댄다. 그런데 이마저도 단박에 반박 논리가 나온다. 홍헌호씨(시민사회연구소 연구위원)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갈했다. 법인세 9.8조원의 감세가 0.6% 추가 성장 효과를 낸다는 정부 측 주장에 대해 “도리어 마이너스로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크다”라고 반박했다. 

 

   

“법인세 감면분이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최소한 그것의 70%가 투자로 이어져야 하는데 지금 시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기업은 현금이 넘쳐남에도 투자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는 9.8조원 중에서 20~30%라도 투자로 이어진다면 이익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천만의 말씀이다. 정부가 9.8조원을 저소득층에 지원할 경우 100% 소비로 이어질 것이고 이것의 경제 효과는 기업의 경우보다 훨씬 클 것이다.”

빈자의 소비 성향은 부자의 그것을 훨씬 넘어선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이른바 고소득층의 한계소비 성향(추가 소득이 생겼을 때 늘어나는 소비 정도)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얘기인데 이미 많이 쓰는 부자가 추가로 돈이 생긴다 한들 얼마나 더 쓸 수 있을까? 외국으로 나가면 몰라도 말이다. 최윤재 교수(고려대·경제학)는 감세가 부유층의 투자·소비로 이어져 경제가 살아난다는 ‘낙수 효과’의 역논리를 폈다.

“진정 정부가 감세 효과를 기대한다면 빈곤층에 퍼다 주라. 그 돈은 ‘분수 효과’에 따라 흘러흘러 부자에게 어차피 갈 것이니 부자는 그 돈으로 더 쓰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레이거노믹스에서 따왔다는 MB노믹스. 레이건은 감세 정책을 즐겨 썼다가 수조 달러의 나라 빚을 남겼다.//

 

 

 

박형숙/시사인

 

 

 

복지 늘리고 노동자 살린다

시사IN | 기사입력 2008.11.13 10:13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 nomy, Stupid!)'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비록 선수를 빼앗겼다지만, 이 슬로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에게 세계 최강의 권좌를 거머쥐게 했다. '변화'를 열망한 유권자들이 변화를 '경제'에서 찾은 것은 출구조사에서도 드러난다. 62%의 응답자가 '경제'가 투표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다고 답했다.

↑ ⓒReuters=Newsis 지난 2월 오마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왼쪽 두 번째)가 GM 공장을 방문해 노동자와 악수하고 있다. GM 등 미국 자동차 ‘빅3’는 도산 위기에 몰렸다.

똑같이 경제를 앞세워 당선했지만, 미국 오바마 당선자와 한국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철학이 거의 대척점에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MB노믹스의 근간은 감세, 규제 완화, 정부 역할 축소이지만, 오바마노믹스는 증세, 규제 강화, 정부 역할 확대를 지향한다. 이 대통령이 기업·시장·성장·자유무역 등을 중시한다면 오바마 당선자는 노동·규제·분배·공정무역 등에 초점을 둔다. 김영삼-클린턴 이래 계속된 한국과 미국 정부 간 이념적 성향 차이는 곳곳에서 엇박자를 낳았다. 피차 국익을 향해 움직였지만, 성향이 같았다면 내뿜지 않았을 불협화음이 났고, 실제로 아슬아슬한 긴장과 충돌을 유발했다.

오바마 당선자가 숨돌릴 틈도 없이 가장 먼저 달려든 과제는 물론 경제다. 그의 목전에는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수습하고, 실물경제를 회생시켜야 하는 난제가 도사린다. 그가 당선 후 가장 먼저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을 만나 경제 회생 방안을 논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뉴욕 타임스는 10월5일자에서 오바마 당선자가 헤쳐가야 할 상황이 남북전쟁 당시 에이브러햄 링컨이나 대공황 때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 비견할 만큼 엄중하다고 보도했다. 상당수 경제 전문가는 오바마 당선자가 루스벨트의 '뉴딜'을 이어받으리라고 예측한다. 뉴딜(신정책)은 '잊혀진 사람들을 위한 뉴딜'이라는 공식 명칭에서도 드러나듯 단순 건설 사업이 아니다. 경제 시스템을 자유 방임에서 국가 개입으로 바꾸고 소득세 증세라는 재분배 정책을 통해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고 미국을 중산층 중심 사회로 만든 획기적 정책이었다.

강력하고 폭넓은 경기부양책 추진

미국의 경제 상황은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모든 실물 지표가 일제히 내려꽂히는 중이다. 2009년 1월20일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는 시점에는 지금보다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지리라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따라서 '오바마노믹스'로 통칭되는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은 루스벨트 행정부 이래 70여 년 만에 가장 강력하고도 폭넓은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특징지워질 전망이다.

차기 정부가 만나게 될 경제 환경은 최악이지만, 정치 환경이 우호적인 것은 동력이 된다. 11월4일 연방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은 상원에서 6석을 추가해 56석, 하원에서 20석을 늘려 256석을 확보함으로써 부시 행정부 때보다도 한층 더 의회를 장악했다. 지난 100년의 미국 역사에서 경제위기 상황에서 의회 주도권을 확보해 이를 바탕으로 한 개혁 인프라를 갖춘 대통령으로는 윌슨·루스벨트·존슨 대통령 정도에 그친다. 여론조사 기관 '조그비' 창립자인 존 조그비는 "이들의 뒤를 이어 40여 년 만에 오바마는 미국 사회를 재설계하고, 기후변화 등 세계 현안에도 적극 대응할 것이다"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 대학 교수 견해대로 차기 정부는 금융 부실을 제거해 금융위기를 지나가는 현상으로 만듦으로써 미국의 저력을 재차 확인시킬 수 있지만, 정작 오바마를 시험대로 올릴 것은 미국의 '장기적 힘'에 관한 것이다. 미국의 미래를 재설계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이것은 오바마 당선자가 하려는 개혁의 성패와 직결된다. '망가진 미국'이라는 부시 정부 유산을 오바마는 '위대한 미국'으로 되돌려놓을 수 있을까.

오바마 개혁은 조세개혁에서 출발한다. 오바마는 연소득 25만 달러(약 3억2000만원) 이상인 5% 남짓한 고소득층에는 연방 소득세 최고세율을 35%에서 39.6%로 늘리는 등으로 세금을 더 물리지만, 95% 중산층 이하 국민에게는 세금을 깎아줄 작정이다. 이것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기존 이분 구도를 깬다. 감세로 기업가 정신을 고양해 성장을 추구한다는 공화당 노선과 다른 것은 물론이지만 전 계층에서 세금을 더 많이 거둬 복지 강화의 큰 정부를 지향한다는 민주당 노선과도 다소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부유층 세금이 무지막지하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조세정책센터 분석에 따르면, 2009년 소득순위 상위 1%의 세후 소득은 7.0%(9만3709달러) 줄어든다. 상위 0.1%는 8.9% 줄어든다. 반면 하위 20%는 5.5%(567달러), 하위 40%는 세후 소득이 3.6% 늘어난다.

오바마에게 세금은 재정 수입원인 동시에 부의 재분배 수단이다.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증세 또는 감면 축소로 거둬들인 재원을 사회 취약층에 대한 복지 강화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경쟁에서 낙오되거나 소외된 계층에 대한 지원이 장기 성장에 필수라고 보는 것이다. 선거 유세에서 반향이 컸던 '하위계층에서부터의 변화(Bottom-up Change)'는 서민층을 위한 의료와 교육 등에서 국가 차원의 사회보장 관련 공공서비스 투자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오바마 정부는 당분간 성장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소득 재분배를 통한 두꺼운 중산층 만들기에 골몰하리라 보인다. 성장을 통해 그 과실을 퍼지게 한다는 '스필오버(spill over)' 효과 혹은 '낙수 효과'를 거부하고 상향식의 '분수 효과'를 채택한 것은 부시 정부의 감세를 통한 성장 전략에 대한 반작용 성격도 띤다. 감세정책은 고소득층에만 혜택이 돌아갔고, 클린턴 정부가 가까스로 흑자로 돌려놓은 재정을 다시 적자로 되돌렸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금융위기 수습 해법에서도 중산층과 서민 위주의 철학이 녹아 있다. 구제금융을 통해 금융기업 회생에 주력한 부시 행정부와 달리 주택 차압 방지 조처 같은 주택 대출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 그에게 경제의 동력이 기업이 아니라 '노동자'인 것은 자연스럽다. 미국 국내에 남아 일자리 창출에 기여 하는 기업은 세금을 깎아주지만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금 혜택을 중단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정무역' 틀에서 한·미 FTA 처리할 듯

따지고 보면 오바마 정부의 통상정책도 일자리 보호라는 경제철학에서 비롯한다. 자유무역을 지지하지만 일자리를 줄이거나 무역 적자를 늘린다면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정한' 자유무역과 노동·환경 기준 준수는 이런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내세우는 명분이다. 캐나다와 멕시코 정부와 재협상해 NAFTA를 개정하겠다거나 양국 간 자동차 판매량 차이를 이유로 한·미 FTA 비준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런 기저에서 출발한다.

환경정책도 '석유 자본'을 지지층으로 하는 부시 정부와는 판이하다. 화석 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앞으로 10년간 1500억 달러를 친환경 에너지원 개발에 투자함으로써 친환경 일자리, 이른바 '그린 칼라'를 500만 개 창출할 계획이다.

이런 오바마 정책은 많은 경제학자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지만, 개혁의 전도는 밝지 않다. 당장 월가로 대표되는 시장주의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부유층의 반발도 거셀 것이다. 이보다 심각한 것은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다.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사상 최대 규모인 4548억 달러를 기록했다. 내년에는 누적 적자가 1조5000억 달러에 이르리라는 예측까지 나오는 판이다. 당장 금융위기 수습 및 경기 부양에 쏟아야 할 돈이 아직도 얼마가 될지 모르는 판국에 오바마 개혁의 상징 같은 사회복지 정책은 실현이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장기 추진이라는 단서가 달렸지만,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고 실업수당 확대 같은 복지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재정 자금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영희 기자 / coo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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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덮치는 위기의 그림자

시사IN | 기사입력 2008.10.02 09:51

50대 남성, 서울지역 인기기사 자세히보기

미국 부시 행정부는 다급하다. 부시 대통령은 9월24일 미국 전역에 생중계된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구제금융이 없으면 고통스러운 경기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중앙은행 총재가 가장 금기시한다는 '경기침체(Recession)'라는 말까지 꺼냈다. '금융시장과 경제에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한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그나마 여유를 부린 셈이다.

↑ ⓒAP Photo 지난 9월22일 월가의 상징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중개인들이 미국 정부의 7000억 달러 구제금융 법안에 대한 후속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 ⓒ뉴시스 지난해 12월28일 이명박 당선자가 서둘러 찾아간 곳이 재벌 총수의 모임인 전경련이었다(위). 그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구애는 별 성과가 없는 듯하다.

미국 정부 수뇌부가 일제히 'R(Recession)의 공포'를 들먹인 데는 미국 의회를 고강도 압박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 의회가 7000억 달러 구제금융 법안을 승인하지 않는 한 부시 행정부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선거를 의식해 반발 기류가 있다지만, 미국 의회가 이 법안을 마냥 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미국도 난리지만 이런 불확실성은 금융 세계화 바람을 타고 태평양 건너 한국에도 상륙했다. 이번에는 '달러난'이다. 이미 월가의 '블랙 위크'(9월14~20일) 때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홍역을 치렀지만 이제는 시장에서 달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졌다.

한국 정부도 다급해질 수밖에 없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26일 "10월 초까지 100억 달러 이상의 외화 유동성을 외화 자금시장(달러화 등 외화를 사고 파는 외환시장과 달리 외화를 빌리고 빌려주는 외화 대차시장)에 공급하겠다"라며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당일 전격적으로 정부는 국환평형기금을 풀었다. 한 시장 관계자는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은행 지점들조차 본점에서 돈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외환위기 이후 처음 겪는 달러난이라고 반응했다. 한국 정부로서도 이례적 상황이다. 2003∼2004년 원화 확보 차원에서 외화 자금시장에 들어간 적은 있지만, 외화 유동성을 투입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령 미국에서 법안 통과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해도 한국을 비롯한 나라들은 얼마나 더 이례적 상황에 당면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우선 법 통과로 미국 정부가 부실채권 정리 작업에 돌입한다 해도 파산 행렬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역경매, 즉 최저가 매입 방식은 영업력과 자금력을 갖춘 대형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정리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중·소형 금융회사들은 매입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월가에서는 금융회사 1000여 개가 도산하리라는 예측이 나온다.

"전세계가 불황으로 '경착륙'할 것"

'금융 사회주의'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미국 역사상 초대형 구제금융이라지만, 이것이 파산 위기에 내몰린 제너럴모터스(GM) 같은 제조업 회사를 구제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월가에는 투자은행(IB)들이 매일 밤 전체 빚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돈을 구하느라 진땀을 흘린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월가 금융회사는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제 코가 석 자다. 이런 월가의 신용경색은 미국 내 기업을 도산으로 내모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 기업도 신용위기의 덫에 가둘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앞날을 내다볼 수 없게 하는 것은 이번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미국 주택시장 문제다. 지금도 집값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새 주택이든 기존 주택이든 가격이 떨어지고 있을뿐더러 잘 팔리지도 않는다. 그러니 24.48%나 된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면 높아졌지 떨어질 리 없고, 모기지를 증권화(유동화)해 사고 판 금융회사의 부실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모든 거품 가운데 주택 버블이 가장 악성'이라는 말이 있듯이 전망도 비관론 일색이다. 9월24일(현지 시각) 미국 프린스턴 대학 교수들이 연 금융위기 대토론회에서 폴 크루그먼 교수는 "주택 가격이 앞으로 2년간 25% 더 하락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현송 교수도 "과거에도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회복하는 데 5~6년씩 걸리곤 했다"라며 현재 확정된 서브프라임 손실 규모가 5000억 달러 수준이지만, 앞으로 1조~1조5000억 달러로 2~3배 늘어나리라고 내다봤다.

이미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어 미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드는 징후는 뚜렷하다. 지난해 8월 4.7%였던 실업률이 가파르게 상승해 8월 6.1%를 기록했다.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가 7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는 등 9월 상황은 더 나쁘다. 지난 7월 개인소득도 2005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0.7%)해 소비경기를 어둡게 한다. 이미 개인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지난해 말 이후 1% 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2분기 GDP 성장률은 3.3%를 기록했지만, 올 11월과 내년 초 발표될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이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 대학 교수는 "미국에서 12~18개월에 걸친 길고도 힘겨운 최악의 불경기가 이어질 전망이고 전세계 경제도 동조화하면서 불황으로 경착륙하리라 본다"라고 예측했다. 이미 유럽과 일본에는 불황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중국 등 이머징 마켓이 선전해 완충 구실을 하리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한국 경제가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유종일 교수(KDI 국제정책대학원·경제학)는 "한국 경제는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줄어들긴 했지만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고 금융시장이 거의 완전 개방되어 있어서 해외발 악재에 대한 변동성이 매우 큰 나라다. 국내에도 위기 요인이 적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뿐 아니라 상당수 경제학자가 우선 꼽는 위기 요인은 빚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올 6월 말 현재 가계대출과 판매자 신용(신용카드회사나 할부금융회사로부터 물품을 외상 구입)을 합친 가계부채(가계신용)는 660조3060억원에 이른다. 가구당 4000만원 빚이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622조9000억원에 이르는데, 2003년 말에 비해 무려 200조원 이상 늘었다. 외환위기 때는 기업 부채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가계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가계 빚은 폭증했지만, 채무부담 능력은 외려 약해졌다(오른쪽 도표 참조).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을 팔지 않고, 즉 금융자산으로 금융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지난해 다소 좋아졌다가 올 들어 다시 나빠졌다. 자신이 벌어들인 소득으로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주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도 소득이 줄어들면서 2004년 이후 상승 일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적자 가구 수는 전체 가구의 28.1%에 달한다. 네 집 걸러 한 집은 소득보다 더 쓰고 있다는 것이고, 빚을 내 적자를 메운다.

미국발 위기는 이미 악화한 내수 경기를 더 나쁘게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고물가·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서민 경기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음식점, 목욕탕, 미용실, 카센터, 옷가게, 전자제품 대리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휴폐업이 속출한다. 주가가 급락하고 원금을 밑도는 펀드가 속출한 것은 중산층을 직격했고, 이런 마이너스 부(자산)의 효과는 소비를 더욱 억제해 자영업자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 수는 2005년 611만6000명에서 올 상반기에는 594만5000명으로 3년 연속 줄었다.

"쓸 만한 중소기업 절반 도산할 수도"

자영업 몰락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자영업 대출 규모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위기의 징후로 읽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도·소매와 숙박·음식점업 등 4대 생계형 자영업자의 대출 금액은 2005년 56조4662억원에서 지난해 75조5929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올 6월 말에는 83조4537억원으로, 3년 새 무려 47.8%나 치솟았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중산층(중위소득 50~150%) 비중이 1990년대 초반에 비해 10% 이상 줄어들고 빈곤층(중위소득의 50% 미만) 비중이 외환위기 때보다 높아졌다. 두 계층의 소득 점유율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인데, 상류층으로 소득이 이전되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두드러지긴 했지만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에서는 소득 양극화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이런 한계 계층이 켜켜이 쌓여가는 상황에서 미국발 악재 같은 위기 조짐은 진짜 위기로 돌려놓은 파괴력을 지닌다.

가계대출 623조원 가운데 36.8%(229조5000억원)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도 눈여겨 봐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액을 제한하는 것인데,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6억원 초과 아파트 구입 시 대출 한도는 연간 소득의 40% 이내)을 도입하는 등 주택담보대출 억제에 나서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높은 수준이고, 대출금리가 오르고 소득은 줄어드는 상황이라 집값이 본격 떨어지기 시작하면 상황이 급속히 나빠질 수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일축했듯이,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난해 말 담보인정비율(LTV)은 52.2%로, 집값이 반토막 나는 극단적인 부동산 불황이 아니라면 은행이 집단 부실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주택 가치가 대출 금액보다 낮아지는 미국과는 다르다. 모기지 유동화 비율이 미미한 것도 미국과는 다른 점이다.

금융회사 가운데 은행은 비교적 안전지대에 있는 듯하지만, 저축은행은 취약 분야로 꼽힌다. 전국 106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30%나 급감한 터다. 지방의 집값이 떨어지고 대규모 미분양 사태 등으로 12조원 수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대거 부실에 빠진 탓이다. 올 들어 PF대출 증가세는 멈추었지만 문제는 연체율. 지난해 말 11.4%에서 올 6월 말에는 14.3%까지 치솟았다.

저축은행을 빼면 금융회사들은 대체로 사정이 괜찮은 편이지만, 중소기업은 딴판이다. 김영호 유한대학 학장(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한국 경제에서 가장 약한 고리는 중소기업이다. 이미 고유가와 원자재난으로 녹다운 지경이다. 미국발 위기가 실물경제로 본격 옮겨붙어 대기업의 쥐어짜기가 더 심해지면 쓸 만한 중소기업 2000개 가운데 절반은 1, 2년 내 도산하리라 본다"라고 걱정했다. 정부는 대기업이 수조원을 쌓아놓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압박하지만 투자는커녕 생존조차 어려운 것이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기업 규모 간 양극화도 극심한 것이다.

고유가와 원자재난은 경제 전체의 위협 요인이다. 원유는 무역적자 주범인데, 7월 이후 100달러 밑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유가가 최근 다시 불안해졌다. 추워질수록 난방유 수요도 급증하므로 기름 소비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포인트 오르면 성장률은 0.2% 포인트 낮아진다.

경제 전문가들 "보수적 경제 운영" 한목소리

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철강재 수입이 급증하고 수출 증가율은 낮아져 9월에도 큰 폭으로 무역적자가 날 전망이다. 아직 미국발 실물위기가 반영되지도 않은 상황인데, 올 들어 8월까지 무역수지 누적 적자 규모는 123억4000만 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셀 코리아'가 멈추지 않으면 경상수지도 큰 폭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외환 유동성을 늘 예민하게 챙겨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경상수지 적자가 두통거리일 수밖에 없다.

미국발 위기는 한국에 어떤 모습으로, 어느 정도 깊이로 찾아올까. 이미 나라 안에 위기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나라 밖 악재는 진짜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보수적 경제 운용을 주문한다. 외부 충격을 누그러뜨리는 안정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지금같이 제대로 못할 바에는 차라리 내버려두라"고 냉소했다. 그러면 서서히 나빠질 뿐 급전직하는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의 시계를 '장기'에 맞춰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최윤재 교수(고려대·경제학)는 "성장을 위해 다른 목표를 희생해도 좋다는 조급한 태도와 단기 경기 부양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가 보기에 한국 경제의 핵심 문제는 낮은 성장률이 아니라 성장의 혜택이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 양극화의 심화다.

강만수 장관은 감세로 대기업과 부유층이 투자와 소비를 늘려 성장률이 높아지면 그 과실이 중소기업과 서민층에게도 돌아간다는 이른바 '낙수 효과'를 주장했지만 기대 난망이다. 양극화 심화로 계층 간 연결고리가 끊어져 있는 탓이다. 한 경제학자는 정부가 낙수 효과를 주장할 게 아니라 '분수 효과'를 꾀해보라고 제안했다. 서민과 중산층을 집중 지원해 그 성과가 위로 올라가게 하라는 주장이다.

'MB노믹스'의 중심을 공격하는 경제학자도 적지 않다. 유종일 교수는 "감세, 규제 완화, 민영화, 개방을 키워드로 하는 MB노믹스는 박정희 시대 모델과 미국의 신자유주의 모델이 혼합되어 있는데, 모두 실패한 모델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현재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MB노믹스로는 치유할 수 없을뿐더러 도리어 거꾸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감세·규제 완화와 관련해 정부가 내놓는 여러 정책은 양극화 해소에 역행하며 위험한 구석이 있다. 기획재정부가 9월25일 발표한 '2009년 국세 세입예산 및 중기 국세 수입전망'은 우선 내년도 성장률을 5%로 잡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내용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감세했다면서 종합부동산세와 법인세 등에 감세 효과가 집중될 뿐,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는 30% 가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소득 재분배 기능이 없는 역진 세금인 부가가치세도 대폭 늘어난다.

기본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은 정부 규모가 가장 작으며 사회안전망 관련 지출도 내놓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한국은 아직 복지국가 문턱에도 들어서지 않았다. 조세부담률도 최저 수준에 속한다(위 도표 참조). 고소득층에 대해 증세해도 시원치 않은 판에 감세하겠다니, 무슨 돈과 인력으로 서민과 중산층을 돌보겠다는 건지 요령부득이다.

태평양 건너 사정을 눈을 크게 뜨고 경계해도 불안하고 오금이 저린 판국에 요즘 정부 여당이 꺼내놓은 것은 종합부동산세 감세여서 많은 국민을 아연하게 한다. 나라 밖 위기가 나라 안의 위기 징후와 결합하려는 심상치 않은 조짐이 그들은 정녕 두렵지 않은 모양이다.

장영희·박형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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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빨대가 문제다"

[이명박, 일단 'STOP' ②] 경제 정책

기사입력 2008-04-01 오전 9: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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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점검을 시작하며

  총선을 앞두고 민심이 심상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득표율은 48.6%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을 놓고 "잘했다"는 평가는 38%로 줄었다. 한 달 만에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빠진 것.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런 심상치 않은 민심에도 여전히 거침이 없다.

  4월 총선은 이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 앞에 놓인 '검문소'이다. 그는 이 검문소를 무사히 통과해 다시 질주할 수 있을까? <프레시안>과 한국진보연대는 독자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을 검문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5회에 걸쳐 교육, 경제, 사회 정책을 점검하는 글을 싣는다. <편집자>


  "국밥 다 먹었으면 어서 경제를 살려내"

  자신과 상대를 정반대로 규정해 이득을 얻는 것, 선거는 프레임 싸움이다. 지난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는 '거짓과 진실'이 대판 붙었다고 외쳤다. 하지만 '안 먹혔다'. 이명박 후보는 '경제를 망친 말만 하는 무능한 세력과 경제를 살리는 실천하는 유능한 세력'이 맞장을 뜨는 것이라 했다. 송곳처럼 먹혔다.

  "내가 비비케이(BBK)를 설립했습니다!" 이명박 후보의 '쌩얼'이 공중파 방송들을 타고 전국에 배달됐지만 지지율을 떨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때 아무 것도 듣지 않았다. 오직 말하고 싶었다. "국밥 다 먹었으면 어서 가서 경제를 살려내!"

  "경제를 살리겠다." 선거가 끝난 지금도 그는 변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수가 있기에 저렇게 혈기왕성할까? 원리는 간단하다.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공장을 더 짓고, 기계를 더 들여놓고, 물건을 더 찍어야만 일자리가 생긴다. 일자리가 생겨야만 경제가 살아난다."

  어떻게 해야 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일까? 두 가지를 하면 된다. 규제 철폐와 세금 감면. 새 대통령은 3월 내내 각 부처 업무보고를 통하여 이 두 가지를 철저히 챙겼다. 법무부가 "기업경영에 유리하도록 법을 정비하겠다"고 하고, 환경부가 "상수원보호구역의 공장설립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업무보고는 가히 '규제 철폐 경진대회'를 보는 것 같았다. '경진대회'의 절정은 지난달 28일 공정거래위원회 보고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출자총액제한제도 철폐 △지주회사 전환 제한 완화 △상호출자, 지급보증 제한 기업집단 완화 △직권조사, 현장조사 제한 등을 결정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자산 10조 이상의 기업 집단에 속한, 자산 2조 이상의 기업은 다른 회사 주식을 살 때 자기 순자산의 40% 이상을 사지 못하도록' 규제한 것이다. 복잡한 얘기가 아니다. 재벌은 담보 잡힐 것이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은행 돈을 얼마든지 꺼내 문어발 확장을 할 수 있다. 그것을 얼마쯤 막자는 것이다. 지주회사 전환 제한, 상호출자 지급 보증 제한, 직권 조사, 현장 조사 등 비슷한 규정도 모두 모아 이번에 깨끗이 지우려 했다. 세금감면도 확실히 밀어붙였다. 법인세 25%를 일 년에 1%씩, 2012년까지 20%로 내리겠다는 공약에서 몇 걸음 나아가 아예 올해 3%를 화끈하게 깎아준다는 것이다.

  "규제를 풀고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는 늘어난다" 정말?
  
▲ 이명박 정부는 "규제를 풀고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는 늘어난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연합뉴스

  자본은 왜 투자를 할까? 돈을 벌기 위해서다. 돈을 벌려면 무엇보다, 팔아야 한다. 더 많이 팔수록 좋다. '3개 팔다가 5개, 5개 팔다가 7개 팔면' 규제가 많고 세금이 비싸도 자본은 눈에 불을 켜고 투자를 늘린다. 그러나 '7개 팔리던 것이 5개로, 5개가 3개로 줄면' 규제를 풀고 세금을 내려도 자본은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 지금은 자본이 투자를 늘릴 때일까, 아닐까?

  세계 경제 동향에 그 답이 숨어있다. 먼저 미국 경제를 보자. 미국 경제가 요즘 난리다. 공룡 중의 공룡, 투자은행 5등에 빛나는 베어스텐스가 부도를 냈다. 그대로 두면 그 은행에 돈을 빌려준 다른 은행들이 연쇄 부도가 나고 결국 미국 경제가 부도날지 모른다고 한다. 결국 미국 정부는 중앙은행 돈을 긴급 지원했다. 그 규모는 300억 달러였다. 외환위기(IMF) 당시 우리가 빌려 온 돈의 절반, 가히 천문학적 규모라 할 만하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최초였고, 은행을 긴급 지원하는 법을 만든 이래 처음이다. 이만큼 심각하다.

  진짜 문제는 비틀거리는 은행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침체한 경기를 억지로 띄우기 위해 2001년부터 미국 정부는 금리를 내렸다. 2003년에는 이자가 1%. 이 공짜 돈으로 사람들은 주택에 투기했다. 오늘 대출한 사람이 집을 사고, 내일 대출한 사람이 그 집을 다시 샀다. 그 결과 1997년에서 2006년 사이 집값은 무려 132%나 올랐다.

  이번에는 거품을 조절한다며 미국 정부가 금리를 올렸다. 2006년에는 이자가 5%가 됐다. 3년 만에 다섯 배가 폭등한 것이다. 당장 이자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팔자"를 외치면서 집값은 떨어졌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 특히 신용등급이 낮아 비싼 이자를 물면서 돈을 빌린 그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파산했다. 파산한 이들이 원금은커녕 이자도 갚지 못하게 되면서 대형은행들이 동시에 빈털터리가 된 것이다.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다.

  경제가 튼실하고 넉넉하면 정부가 은행 빚을 때워주면서 그럭저럭 또다시 위기를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그럴만한 힘이 남지 않았다. 무역에서 7000억 달러, 정부살림에서 3000억 달러, 합쳐서 1조 달러씩 해마다 빚이 켜켜로 쌓이고 있다. 태산 같은 빚에 눌려있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추가로 덮친 것이다. "미국 경제가 망할 수 있다", "벌써 망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증폭되면서 '소비 감소'가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그럼 어떻게 될까?

  미국을 향한 수출이 자꾸 줄어들 것이다. 아직 중국이 있다? 아니다. 중국이 연 11% 이상 고속성장을 거듭 한 것은 대미수출이 대폭 상승한 덕이다. 이제 중국도 미국 수출 길에 비상이 걸렸다. 거기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정부의 경기조절 정책이 겹치면, 중국의 고속성장은 반드시 통제될 것이다. 추사오하 중국 국가통계국 총경제사는 지난 1월 14일 "세계 경제 침체로 중국의 수출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며 이에 따라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1년 만의 최저치인 7~8%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중국 경제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미국을 향한 수출이 줄고, 대중국 수출도 늘지 않을 것이다. 국내 시장에 팔면 될까? 노동자 가운데 1000만 명이 비정규직,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일 뿐이다. 농민은 수입개방으로 모두 2~3억씩 빚을 지고 있다. 중소자영업자는 장사가 안 돼서 가게와 집마저 날릴 것 같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나온다. 중소기업은 재벌과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로 원가도 못 건진다. 모두 주머니가 텅텅 비었다.

  안팎을 둘러봤다. 과연 지금 '3개 팔다 5개로, 5개 팔다가 7개로'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없다. 규제를 아무리 풀고, 세금을 아무리 내려도 투자는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저들도 다 알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물론이고, 그들을 수족처럼 부리는 이명박 대통령은 이 번쩍이는 현실을 훨씬 더 잘 꿰고 있다.

  규제 풀고 세금 깎아주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런데도 왜 새 정부는 기를 쓰고 규제를 풀고, 왜 악착같이 세금을 내릴까? 규제 철폐의 대표선수, 출총제를 보자. 이 규제에 걸리는 재벌은 딱 7개 뿐이다.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롯데, 현대중공업 등이다. 재벌 중의 재벌들만 이 규제에 걸릴 수 있다. 지금까지 그들은 다른 기업에 마음껏 투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키는 대로 투자할 수 있다. 신규 투자가 아니다. 공장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니다.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조선해양 등 국민 세금을 대량으로 쏟아 부어 겨우 살려놓은 알짜 중의 알짜 기업들. 그 기업들을 인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주회사 제한 완화는 두산, 한화, CJ, SBS 등 하위 재벌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다. 지금도 문어발이 차고 넘치는데 "문어발을 무제한 확장하라"는 것이 바로 규제완화다.

  법인세를 5% 대폭 깎아주면 효과는 무엇일까? 법인세를 내는 기업이 모두 35만 개니까, 그 중 대다수가 중소기업이니까, 이제 중소기업들이 숨 좀 쉬게 될까? 아니다. 35만 개 기업이 균등하게 법인세를 내는 것이 아니다. 법인세의 75%를 1200개 기업이 낸다. 세금감면 혜택의 무려 75%가 1200개 기업에 집중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1000대 기업의 자금사정은 과연 어떠한가? 사내유보율, 즉 자본금의 몇 배를 회사에 쌓아두었는가를 살펴 봤더니 2002년에 232%에서 2006년에는 616%로 상승, 자그마치 3배가 증가했다. 지금도 돈 창고가 터져 문을 못 닫을 지경이다. 그런데도 더 그 창고를 불려주겠다는 것이 바로 세금 감면이다.

  법인세를 5% 내리면 40조에서 50조 가량 세금이 빈다. 없는 셈치고 그냥 살림을 살까? 정부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모자라는 그만큼 채워야 한다. 어디서 더 거둘까? 자본에게는 오직 감세만 있을 뿐, 더 거둘 수 없다. 그럼 뻔하다. 5000원 짜리 밥을 먹으려면 부가가치세 500원을 반드시 내야 한다. 안내면 못 먹는다. 이처럼, 가격에 자동으로 붙으면서도 눈에는 보이지 않아 힘 안들이고 샅샅이 거둘 수 있는, 소비세를 올리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3월 16일 경제장관조정회의에서 금을 비롯한 귀금속에 매기는 20%의 특별소비세를 내년부터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소비세 중에서도 상위계층이 주로 내는 소비세는 폐지하고 하위계층이 내는 소비세만 올린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하면 과연 경제가 살아날까?

  경제가 살아나려면 빨대경제를 벗어나야 한다

  규제 철폐를 정부가 본격적으로 밀어붙인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때다. '시키는 대로 안하면 돈 안 꿔준다'는 IMF의 협박 아닌 협박으로 하라는 대로 다 했다. 외국 자본과 국내 재벌이 돈 버는 데 방해되는 것은 다 규제로 몰렸고, 철저히 제거됐다. 시장 개방, 정리 해고, 세금 감면, 공기업 민영화가 다 거기서 나온 것이다. 그렇게 10년이 넘었다. 우리경제는 어떻게 되었는가? 현대기아자동차, 삼성전자 등 수출 대기업, 경제의 심장에 해당하는 은행 등 산업의 중추에 외국 자본, 특히 미국 자본이 50% 이상 투자를 늘렸다.

  선진자본이라는, 그 미국 자본이 우리경제에 그만큼 많이 투자했으니 우리 경제는 좋아졌는가? 좋아졌다. 미국 자본과 국내 재벌에게는 너무너무 좋아졌다. 미국계 자본 골드만삭스는 진로를 샀다가 팔면서 3조 원을 남겼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면 5조를 추가로 챙긴다. 단 하나의 기업이 단 하나의 거래에서 3조, 5조 원씩 막 가져가는 것이다. 이들이 '나쁜 투기자본'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2004년 경영실적을 보면 된다. 순이익이 10조 원이 났다. 들어간 돈을 다 빼고 순전하게 남은 돈이 10조 원이었다. 이 돈을 어디다 썼는가가 중요하다. 왜? 재투자를 해야 중소기업이 납품을 하고,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얻는 등 이른바 낙수효과가 날 것 아닌가? 그러나 그렇게 쓰인 것은 극소수였다. 대부분을 주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나눠주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배당금을 주는 것. 다른 하나는 이 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것이다. 그러면 주식 값이 당연히 뛰어 오른다. 다시 팔면 떨어지니까, 안 팔아고 회사로 갖고 들어와서 '태워버린다'. 이것이 바로 '감자'다. 주식 값은 더 오른다.

  이렇게 해서 삼성전자 주식을 가진 사람들이 떼돈을 버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도 나름 있다. 주식 50% 이상, 의결권을 장악한 외국 자본의 요구였기 때문이다. 그룹 회장도 대주주이니 손해볼 것이 없다. 오히려 떼돈을 벌 수 있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우리나라 50대 기업의 매출이 115% 수직상승을 했는데도 고용은 오히려 0.4% 감소한 것도 다 그런 이치다.

  '수출이 잘되서 이윤이 많이 나면 그 돈을 다시 투자 하고, 그래서 중소기업 매출이 늘고,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생겨, 내수가 살아나고 경기가 좋아진다?' 이 연결고리는 이제 끊겼다. 발생하는 이윤은 외국자본, 국내재벌이 전부 거둬간다. 자본은 이제 낙수 대신 '빨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은 세계 13등, 그러나 '삶의 질'은 50위권 밖이다. 땀 흘려 일하기는, 경제규모는 세계에서 부러울 것이 없는데 왜 먹고살기는 '꼴등'에 가까운가? 누군가가 빨대로 자신만 빨아올려 마시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총생산은 41%나 늘었다. 지난 10년 동안 수출은 119%나 늘었다. 그게 문제가 아니다. 빨대가 문제다.

/장대현 한국진보연대

 

 

악성 부동산 거품 경제 연착륙 불가능

건설경기 부양책은 일본형 장기불황으로 가는 길

글 선대인 |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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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거품붕괴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분양 물량 급증으로 인한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심각해지면서 거품붕괴를 막으려는 정부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부동산대책인 소위 8․21대책부터, 9 ․1감세안, 9․19 500만 호 주택공급대책, 9․22 종합부동산세제(이하 종부세) 개편안 등이 잇따랐다. 이도 모자라 10․21 ‘가계 주거부담 완화 및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구조조정방안’과 11․3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까지 나왔다.

이들 대책의 공통점은 극심한 자금난을 겪는 건설업계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금 및 대출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건설 및 부동산경기 부양’과 ‘집값 거품 떠받치기’로 일관한 정책들이다. 더구나 정부가 이들 대책을 내놓는 속도와 규모가 엄청나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은 괜찮다’고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부려왔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붕괴와 한국경제의 위기가 빠르게 현실화되면서 이제는 활용 가능한 부동산 및 건설경기 부양책을 총동원하고 있는 느낌이다.

정부, 건설경기 부양책 총동원

하지만 국내외 거시경제구조를 볼 때 현 정부의 이 같은 부동산 부양책으로도 거품붕괴를 막기 어렵다. 정부가 대출규제 완화를 제외하고 웬만한 부양책은 다 내놓았지만 부동산시장이 꿈쩍도 않는 게 그 증거다. 그동안 집값폭등을 주도했던 소위 ‘버블세븐’의 집값은 정부의 부양책에 아랑곳하지 않고 급속도로 빠지고 있다. 금융기관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매물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직 남아 있는 대출규제가 풀린다 해도 마찬가지다. 이미 구조적으로 심각한 외화 및 원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이 과거처럼 선뜻 대출을 해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자기자본비율(BIS)이 하락하고 있는 은행권으로서는 제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가 먼저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금융권에서 대출제한을 넘어 본격적인 대출회수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이처럼 정부의 부동산 및 건설 부양책은 거품붕괴의 시장압력을 도저히 이길 수 없다. 단지 시간을 약간 지연시키는 효과만 있을 뿐이다.

과거 일본에서도 부동산 거품기인 1992~1995년 동안 무려 70조 엔이 넘는 각종 경기부양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현재 우리 돈 가치로 1천조 원이 넘는 예산을 경기부양에 투입한 것이다. 일본의 경기부양 대책도 일본 토건족들의 요구에 의해 각종 불요불급한 건설 및 토건사업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극심한 거품붕괴의 압력을 막지는 못했다. 일본이 1992~1994년 3년 동안 사실상 제로성장률을 보인 것이 그 증거다.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정부의 중구난방식 대책이 장기적으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우선 주택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를 생각해보자. 2008년 9월 말 현재 미분양 주택은 전국적으로 16만 호를 넘었고, 수도권에만 2만 3천 가구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기존 분양 물량에 대한 계약해지까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분양 물량은 한동안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1991~1997년까지 부동산 경기침체를 겪은 것은 80년대 말~90년대 초 2백만 호 건설에 따라 급증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과정이었다. 이렇게 본다면 사상 최고의 미분양 물량이 쌓인 현재로서는 1990년대보다 더 깊고 더 긴 부동산 침체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시장에서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도록 놔둘 경우에도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정부는 당장 건설사들의 자금난을 해소해준다는 명목으로 정부예산을 동원해 주택사업을 벌이게 하고 있다. 부동산시장 스스로의 조절메커니즘을 교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건설경기 부양용 주택공급 확대책은 2010년대 이후 이미 꺼져 있는 주택시장을 ‘확인사살’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사상 최고 수준의 미분양 물량이 쌓인 상태에서 2008년 이후에도 서울 등 수도권에서 지속적으로 막대한 물량이 공급된다. 우선 서울에서는 2010년대 이후 32만 호의 주택이 공급된다. 여기에 뉴타운 전체 면적과 맞먹는 준공업지역에서도 공동주택이 공급된다. 2009년 판교신도시 2만 7천 세대를 필두로, 2010년 위례(송파)신도시(4만 6천 세대), 광교신도시(3만 1천 세대), 동탄 2차신도시(11만 3천 세대) 등에서 입주물량이 쏟아진다. 그 밖에 검단신도시 6만 6천 가구, 파주신도시 3만 4천 가구, 김포신도시 5만 9천 가구, 양주신도시 5만 6천 가구 등 10개의 2기 신도시에서 모두 52만 5023가구가 공급된다. 2010년까지 예정된 물량만 해도 30만 가구에 육박한다. 여기에다 8?1대책으로 인천 검단과 오산 세교의 4만 9천 가구가 추가된다. 9․19대책에서는 갑작스레 그린벨트를 대규모로 해제하고, 뉴타운 25개를 추가로 지정해 연간 30만 호이던 주택 공급물량을 연간 50만 호로 늘려 잡는다고 한다.

주택 공급물량이 늘더라도 충분한 수요가 있다면 괜찮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추세, 2013년을 전후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신규 주택시장에 유입될 인구의 급격한 감소(출생자 수는 1971년 101만에서 1980년 87만, 1990년 66만, 2000년 64만, 2005년 44만 명으로 급격히 줄어든다), ‘88만 원 세대’라는 신조어로 상징되는 신규 주택수요층의 구매력 약화 등은 유효 주택수요층의 급격한 감소를 예고하고 있다.

악성 부동산 거품 경제 연착륙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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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부동산 거품, 연착륙 불가능

더 큰 문제는 정부의 과도한 건설경기 부양책은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도 장기적으로는 피해를 키울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기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건설업체들이 부지기수로 ‘좀비기업’으로 살아남았다. 그 결과 초기의 줄도산 행렬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중반까지 일본의 건설업체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술가인 사이토 세이치로 씨의 책 『일본경제 왜 무너졌나』에 따르면 건설 토목산업 종사 수는 1991년 604만 명에서 1996년에는 676만 명으로 오히려 72만 명이 늘어났다. 반면 이 기간에 제조업 종사자 수는 1563만 명에서 1450만 명으로 113만 명이나 줄어들었다. 또한 이 기간의 건설 토목관련 업체 수를 보면 60만 2000개에서 64만 7000개로 약 4만5000개나 늘어났다.

부동산 거품이 일면 당연히 건설 붐도 일고,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건설 경기도 죽기 마련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기에는 그만큼 건설시장의 파이가 줄기 때문에 부동산 붐 때 생겨났던 건설업체 수가 감소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오히려 일본의 건설업체 수는 정부의 막대한 공공사업 확대에 힘입어 버블 붕괴기에 더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 예산이라는 호흡기로 연명하는 좀비기업들이 대폭 늘어났다. 제대로 부실기업의 퇴출이 이뤄졌더라면 살 수 있었던 기업들조차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좀비기업으로 전락했다. 그 결과 건설사의 부실은 계속 증가했고, 결국 금융권의 부실 증가로 이어져 일본의 장기 경기 침체를 가져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세이치로 씨는 “90년대의 재정지출이란 이러한 특정산업(=건설산업)의 보호와 지원에 도움이 되었을 뿐이고, 경기의 자율적인 힘을 회복시킨다는 케인스이론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평했다.

현재 정부정책은 과거 일본이 장기 경기침체로 치달았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공급과잉 신호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억지로 주택공급을 늘리려 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부동산 거품기에 네 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체들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건설사들이 위기론을 떠들어대는 가운데도 건설업계 전체의 부도율은 1%대를 조금 상회하는데, 이는 5~7%대였던 90년대 중반보다도 낮은 수치다. 부동산 거품기에 잔뜩 늘어난 건설업체들을 국민경제 전체가 언제까지 먹여살릴 수는 없다.

많은 이들이 ‘연착륙론’을 부르짖는다. 필자도 가능하다면 한국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아무리 필자가 원하고 정부 당국자가 원한다고 한들 이미 그동안 막대한 규모의 악성 부동산 거품을 만들었던 탓에 연착륙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더구나 현실에서 벌어지는 현 정부의 대책을 보라. 연착륙이라는 핑계를 내세우며 그동안 부동산 거품기에 온갖 폭리를 취했던 건설업계와 ‘땅 짚고 헤엄치기’식 수익을 올렸던 금융권에 대한 대대적 부양책을 펼칠 뿐이다. 그들 가운데 자신들의 잘못된 경영판단과 무리한 사업 욕심에 대한 시장의 냉정한 회초리를 맞은 곳이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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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형 장기불황으로 모는 정부

지금 국내외의 악화된 경제 상황 때문에 고통 받는 것은 건설업계뿐만이 아니다. 그런데 굳이 건설업계를 최우선적으로 정부가 도와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전체의 55%에 이르는 비정규직, 자금난에 시달리다 못해 도산하는 중소제조업체, 사실상 폐업 직전인 자영업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등 정부 예산이 가야 할 곳은 천지다. 그런데 경제적 약자에게는 쥐꼬리만 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도덕적 해이에 빠진 건설업계 복지에 골몰하는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당장 눈에 보이는 버블 붕괴의 충격을 줄이겠다는 근시안적 시각을 탈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신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 전체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한국경제가 새로운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근본적 체질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 정부는 단기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명목으로 장래 돌아올 한국경제의 충격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순전히 자신들 임기 내에 돌아올 버블 붕괴의 충격을 최소화해보겠다는 정치적 욕심 때문일 뿐이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한국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은 피해야 하겠지만, 지금 한국경제가 글로벌 투자은행들마저 줄도산 위기에 처했던 미국만큼 심각한 상황인가? 미국도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고 나서야 구제금융종합대책을 만들었다.

어렵더라도 당분간은 냉철한 시장경제의 가격 조절 메커니즘에 따라 부동산 거품이 자연스레 해소되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거품에 취해 무리하고 부실한 경영을 해온 건설업체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자연스레 퇴출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당장은 경제 전체에 돌아오는 충격이 큰 것 같아도 장기적으로 볼 때 국민 경제 전체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미분양 물량 매입 등을 통해 억지로 집값을 떠받치기보다는 자산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주택이 거래되도록 해 집값이 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집값이 일정한 바닥을 찾고 유효수요가 살아나도록 하는 것이 부동산 경기를 가장 빨리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그렇지 않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떠받치면 거래가 형성되지 않아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길어질 뿐이다. 그런 점에서도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정부에 집값 부양대책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해야 한다. 샤시 업자나 인테리어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거품이 해소돼 시장의 가격 신호에 따라 거래가 일어나는 것이 가장 빨리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집값 거품 해소가 늦어지면 부동산 관련 업체들은 모두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수 있다. 또 가계 입장에서도 자꾸 부동산시장의 언저리를 맴돌게 하지 않고 빨리 손절매를 하고 부채를 청산하게 해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실물 경제를 하루라도 빨리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부동산에 돈이 묶여 있을수록 실물 경제는 악화되고 이것이 다시 부동산 시장을 더욱 위축시킨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또 부실 건설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게 하는 것이 일본의 사례처럼 중장기적으로 볼 때 건설업계와 한국경제 전반에 돌아오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건설업계 복지’에 퍼붓는 예산들은 아껴뒀다가 부동산 버블이 붕괴한 뒤 일정한 시점에서 붕괴의 충격으로 고통받는 가계와 기업들에 대해 원칙과 기준을 정해 도와주는 데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도 정부가 필요한 부양책을 쓰는 것에는 절대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처럼 1%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체들을 위해서 부양책을 쓰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정부의 예산은 지금 경제위기로 힘겨워 하는 중산층과 서민들을 위해 써야 한다. 지금 한 달에 10만 원, 20만 원이 없어서 냉기가 도는 집 안에서 변도 치우지 못하고 사는 빈민들이 수두룩하다. 왜 그런 저소득층에는 땡전 한푼 지원을 늘리지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도로며, 공항이며, 아파트를 짓는 데 수십, 수백조 원의 예산을 써대려 하는가? 그처럼 막대하게 벌린 대규모 건축 및 토목사업의 유지 보수비 때문에 버블 붕괴기에 일본의 숱한 지방정부들이 파산한 사례를 모르는가? 왜 당장 돈이 필요한 저소득층과 경제위기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과 비정규직은 외면하고 실현된 적이 없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 신화’를 들먹이며 부동산 부자와 건설업체 복지에만 정신이 없는가?

경고한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쓰는 건설경기 부양책은 한국경제를 일본형 장기불황으로 몰아가는 길이다. 또한 겉으로는 공익으로 포장하면서 철저히 자신들과 자신들의 핵심 지지기반의 사익을 추구하다가 정권을 잃은 부시 행정부가 걸어간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부시가 '대공황' 운운하는 진짜 이유

[해외시각]"충격요법으로 중산층 재산 털기"

기사입력 2008-10-06 오후 7: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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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을 위한 정권에서 '모두를 위한 경제정책'이라며 강변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 정책이 있다. 바로 감세와 규제철폐다.

이 정책들은 적하이론(trickle down:낙수효과)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부자의 세금을 많이 깎아주고, 규제를 철폐하면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서 모두가 나눠먹을 파이가 커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위기는 감세와 규제철폐의 효과는 '역수(逆水)효과'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주말 진통 끝에 미 의회를 통과한 7000억 달러짜리 구제금융안은 중산층과 서민층의 재산을 월가의 금융업체들에게 바치는 것일 뿐이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듯, 대규모의 국민의 혈세를 금융기관의 부실 채권을 매입해주는 데 쓰기 위해 평가작업에만 6주 정도 걸리는 구제금융안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구제금융안은 시급한 시장의 신뢰 위기를 진정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혹평을 받으며 의회 통과를 전후로 뉴욕증시는 물론 한국 등 아시아 증시의 폭락 사태를 빚고 있다.

특히 미국의 진보웹사이트 <커먼드림스>는 최근 'Trickle Down Has Finally Trickled Up'이라는 칼럼에서 '낙수효과'를 기대했던 수많은 미국인들의 절망감을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로이터=뉴시스

예금자 보장액을 대폭 늘리자 법안 통과?

"로널드 레이건의 '적하이론' 경제정책이 중산층을 도태시키려는 의도를 점잖게 말한 것임을 기억할 정도로 나이든 사람들은 현재의 경제위기가 결코 놀랍지 않다.

낙수효과로 생긴 것이 있다면 이제 다 위로 토해냈고, 노동 계층의 미국인들은 엉터리 정책의 대가를 평생 치르게 생긴 것 같다. 그 대가는 우리의 평생 저축, 우리의 집, 보다 나은 조국으로 만들겠다는 희망을 잃는 것이다.

현재의 위기는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됐다. 공화당이 중산층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을 뽑아주면 가장 이득이 될 것이라고 성공적으로 설득한 때부터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겪어낸 미국인들은 이후 경제가 흔들리자 과도한 규제와 큰 정부 탓이라는 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 대한 적절한 감독과 규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모기지 채권 부실과 신용카드 부실, 자동차 대출 부실이 양산됐다. 또한 이런 규제완화를 바탕으로 믿기 힘들 정도의 탐욕의 탑이 쌓아졌다가 현재 무너지고 있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 하원은 한차례 부결시켰던 구제금융안이 예금자 보장액을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로 늘리자 통과시켰다. 그 정도의 돈을 저축하고 투자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중산층과 서민층의 평균 순자산이 도대체 얼마인가?

이번 법안이나 의회는 방만한 대출로 현재의 사태를 불러온 근본문제는 건드리지 않았다. 미국의 시민들이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체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향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클라인 "경제위기 내세워 사회보장제도의 기업화 추진될 것"

그런가 하면, 다국적 기업과 세계화의 어두운 면을 폭로한 라는 저서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주목받아온 나오미 클라인은 세간에 떠돌고 있는 '금융위기 조작설'을 정면으로 제기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최근 <쇼크 독트린>이라는 저서에서 이번 금융위기는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기업가들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했다. 7000억 달러라는 엄청난 규모의 구제금융은 일부 기업들에게 납세자의 혈세를 바치는 '특혜 덩어리'이며, 이런 특혜조치를 대국민 협박을 통해 끌어내기 위해 경제위기를 의도적으로 유도했다는 것이다.

클라인에 따르면, 더 큰 문제는 경제위기가 단순히 대규모 구제금융 정도만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하듯이 최근 미 의회를 통과한 구제금융안은 실효성이 없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서 결국은 더 큰 재앙을 초래하도록 돼 있으며,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가 당선될 경우 차기 행정부에서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기업화가 추진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부시 행정부가 '쇼크 독트린'을 곧잘 써먹고 있다는 근거로는 9.11 테러가 대표적이다. 9.11 테러 자체도 조작설이 무성하지만, 이 사태를 이라크를 침공하는 명분으로 삼기 위해 억지로 연결시킨 과정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오미 클라인은 지난 4일 미국의 유명 시사토크쇼 '스티븐 콜베어 쇼'에 출연, "그들은 자신과 동료들을 배불리게 하기 위해 충격을 사용한다"며 "이후 사람들은 점점 쇼크에 무감각해지고, 루디 줄리아니가 9.11사건 이후 퇴임한 뒤 국토안보산업에 뛰어든 것조차 신경쓰지 않게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금융 패닉 조장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

미국의 워싱턴 소재 진보 싱크탱크인 CEPR(경제정책연구)의 공동소장 딘 베이커도 'The Panic-Provoking President'라는 칼럼에서 "부시가 패닉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맹비난했다.

그는 "미국 역사장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금융 패닉을 조장하려는 대통령은 처음"이라면서 부시 대통령이 전국에 방영되는 TV로 "미국이 대공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부시의 발언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책임했다"면서 "정직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 속에 있을 때 '우리에게 두려워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두려움 그 자체 뿐'이라고 말한 것과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과 폴슨 재무장관, 버냉키 FRB 의장의 협박전술은 충분한 패닉을 불러일으켰다"면서 "현재의 경제위기가 거의 전적으로 그들의 정책실패의 결과라는 점에서 볼 때 패닉을 조성하려는 이런 노력은 정말 충격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무엇보다 주택가격 거품을 방치해 만든 8조 달러의 거품이 현재 꺼져가고 있다"면서 "이미 4조 달러가 사라지고, 내년 중 나머지 4조 달러가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 현재 경제 위기의 뿌리"라고 지적했다.

/이승선

 

 

 

 

이명박, 서민경제 되살릴 수 있을까"

['이명박 시대'를 맞으며] "대책 없기는 노무현정부와 마찬가지"

기사입력 2007-12-21 오후 4: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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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출구조사에서 점쳤던 과반수 득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위 후보를 거의 2배차로 따돌리는 압도적 승리이다. 이 같은 압승을 바탕으로 그는 새 정권의 튼튼한 기반을 다졌다. 그러나 그는 이미 특검 피의자이다. 당분간 당내 수습을 위해서라도 필사적으로 달려들 각종 야당의 공세에 출발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런 시련 따위는 앞으로 기다리는 위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갖은 도덕성 논란에도 끄떡없는 지지율을 과시하며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바로 그 요인이 몇 년 이내에 바로 이명박 당선자에게 그대로 부메랑으로 돌아와 자신을 철저히 무너뜨리는 철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찌 그럴까. 하나하나 차근차근 따져보자.

  '경제' 화두가 만든 이명박 대통령

  이번 대선은 모두가 동의하다시피 '경제'가 화두였다. 이명박 당선자가 제 아무리 심각한 비리와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더라도 '경제만은 살리겠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모든 것을 방어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이명박 개인의 성공 신화와 서울시장 재직 시절의 강한 추진력이 '무언가 해줄 것이다'란 강한 기대를 일으킨 탓이기도 하지만 가장 근저에는 고매한 가치를 따지기에는 너무 힘겨운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물러서 상황을 바라보면 여기에 역설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수치상으로 나쁘지 않았다.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이른바 민주ㆍ개혁 세력이 집권하기 시작한 1997년 이전의 평균 8%의 경제 성장률에 비해 현재 잠재 성장률이 4%대로 반토막 났다며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의 근거로 내세운다. 하지만 여기서 이들이 무시하고 있는 것은 외환 위기를 맞은 1997년 이전과 이후의 우리나라 경제 구조와 대외 경제 여건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복잡한 분석을 차치하고서라도 우리나라가 이미 고속 성장 단계를 넘어서 안정 성장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이 경제학계의 중론이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선진국의 선례를 살펴보더라도 우리나라의 현재와 비교할 수 있는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초반에서 후반으로 진전되는 1980년대 초반 또는 후반 기간의 성장률을 보면 작게는 2%에서 커야 4%수준이니 우리나라의 현재 성장률은 성장 단계를 고려할 때 그 중 가장 높은 수준인 것이다.

  문제는 서민 경제

  그럼 국가 경제가 나쁘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 성장 단계상 괜찮은 성장을 했다면 왜 '경제'가 대선의 핵으로 등장했을까. 정작 문제는 말하자면 이른바 '서민 경제'가 문제였던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수준에서 경제가 원만히 발전을 해도 그 혜택이 서민 개개인에게 이르지 못한 것이다.

  국가 경제가 성장을 할 때 개개인의 국민은 고용을 통한 수입을 통해서든지, 사업을 해서 돈을 벌어서든지, 공공복지 정책을 통한 사회보장을 통해서든지 그 혜택을 내려 받게 된다. 먼저 고용 부분을 보면 '고용 없는 성장'이란 단어가 말해주 듯 성장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거기다가 전체 임금노동자에서 비정규직 비중이 절반을 넘고, 그 임금도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다. 청년 실업률은 8%에 이르고, '사오정', '오륙도'가 말해주듯 중장년층도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이렇게 임금에 따른 수입이 적으니 전체 취업자의 30% 수준에 이르는 자영업자들이 잘 풀릴 리 없다.

  노무현 정부가 말끝마다 복지, 복지 했지만 이러한 경제 구조와 노동 시장의 변화 등으로 인해 급증하는양극화 현상에 어떠한 실질적 영향을 미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여전히 사회지출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절반인 꼴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식이 있는 집에서는 살인적인 사교육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서 가계를 압박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07년 현재 가구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은 50만 2300원으로 지난 5년간 35%가 증가했다. 웬만한 중산층 가정이면 월평균 사교육비가 100만 원대를 훌쩍 넘긴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노무현과 똑같은 이명박

  사정이 이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체감 경제와 관계없이 성장률만 들먹이며 "우린 잘 했다 잘 했다" 하니 민주ㆍ개혁 세력이라는 집권 세력 전체에 대한 사무친 염증이 '이들이 망친 경제 내가 살리겠다'고 나선 성공신화 이명박 후보에 대한, 각종 도덕성 논란에도 끄떡없는 철갑지지가 형성된 배경이었던 것이다.

  그럼 이명박 당선자는 서민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여기서의 심각한 역설은 이명박 당선자의 경제에 대한 인식과 공약을 보면 국가 수준의 경제 성장률에만 집착하고 정작 이 혜택이 서민에게 이르는 그 서민 경제에는 대책이 없는, 바로 그 지점에서 노무현 정부와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이미 선거운동 이전부터 몇 번을 강조했듯이 경제 성장률만 끌어올리면 그 혜택은 자연히 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주장해왔다. 이는 박정희 시절의 개발독재에서 절대빈곤을 탈출해 본 경험과 겹치면서 별다른 의문을 받고 있진 않다.

  하지만 실제로는 낮은 임금이나마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황에 비정규직이 문제도 되지 않았던 그 시절과 비정규직이 절반을 넘고 고용 불안에서 아무도 자유롭지 않은 지금과는 조건 자체가 다르다. 게다가 박정희 정권은 국가 중심의 개발주의(developmentalism) 전략을 따른 반면 이명박 당선자는 그 정반대인 국가 축소와 시장 만능의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전략이 경제 수치는 살릴지 몰라도 고용 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불평등 심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이미 국제적으로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그럼 그의 '747' 공약처럼 7%의 고속 성장이라도 가능한 것인가. 이미 우리나라가 안정 성장 단계에 들어섰다는 얘기는 앞서 했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이 가능할 때는 지났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 등 주요 경제기관은 물론 여러 경제 연구 기관도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없이 최대 성장할 수 있는 한계치를 말하는 잠재성장률은 보통 4%, 최대한 잡아봐야 5%를 넘지 않는다.

  고용 상황 개선 대책도 없어

  이명박 후보는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어쩌고 했지만 이런 것은 잠재 성장률 계산에 이미 들어가 있는 요소이다. 특이할 만한 것 하나는 한반도 대운하지만 지금이 1930년대 대공황 시절도 아니고 이런 대규모 토목공사로 잠재 성장률 2~3%를 끌어올린다는 것을 솔직히 어떤 경제 전문가가 진지하게 믿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이는 전국적 수준의 지역 개발 공약으로 득표 전략에 불과했지, 정말 이게 7% 성장률 특효약이라고 얼마나 믿고 주장 했던 것일까.

  7% 성장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면 300만 일자리 등등 부수적 경제 공약은 다 성립이 안 되지만 7% 성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고용 없는 성장 구조 하에서 어떻게 그것이 일자리로 연결되고 그것도 제대로 된 정규직 일자리나 차별 없는 비정규직 일자리가 될지에 대한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즉 장밋빛 헛공약이란 소리다.

  이명박 대통령을 맞아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맞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지만 이는 오히려 내 집을 갖지 못한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에 이른다는 점 등을 볼 때 상대적 박탈감과 계층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기 쉽다. 이는 이미 지난번 부동산 폭등 때 전에 없이 험악했었던 민심이 잘 말해주고 있다.

  또 특히 보육 부분에서 5세까지 영유아에게 보육시설을 지원하고, 의료비를 지원하는 등 조금 획기적인 공약을 내걸긴 했지만 감세를 안 한 현 정부에서도 못한 복지정책을 각종 세금 인하 공약으로 가득한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시행을 하더라도 매우 제한적 수준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뢰밭 세계 경제를 민영화로 대응?

  물론 이 때문에 단기적 부양책의 유혹에 빠지기도 쉽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세계 경제가 상당 기간의 호황기를 마감하고 각종 지뢰밭으로 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신용 위기(Credit crunch)도 그렇고, 장기화되고 있는 달러화 약세도 그렇고, 곡물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도 문제다.

  또 며칠 전 합의된 발리 로드맵을 보면, 우리나라가 탄소배출량 의무 감축 대상 국가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에 대한 준비는커녕 인식도 없다는 측면에서 감축량 합의가 이루어질 2년 후 대형 폭탄이 올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을 민영화 한다니 시장 실패나 위기 상황 때 국가가 개입할 능력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소리다. 현 정부에서 이어 받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유럽 FTA 등 적극적 개방화 정책도 세계 경제 위기를 아무런 방어막 없이 그대로 받아 안게 되는 악재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크다.

  더군다나 이명박의 교육 정책은 가뜩이나 심각한 사교육비 증가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자립형사립고를 100개 더 만드는 등 그나마 명목상으로 유지되던 평준화 정책을 무너뜨리겠다는데 그것은 곧 더욱 극심한 학생 간 경쟁을 낳고 극심해진 경쟁이 더 극심한 사교육을 낳는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교육 정책에 있어 명백한 착각은 우리나라 교육 문제가 교육의 질이나 경쟁력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OECD가 주최하는 세계 학력 평가 프로그램인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에서 우리나라는 언제나 최상위급을 차지한다. 의무교육 참여율, 대학 진학률 등 교육 정책에 대한 일반적인 지표상으로도 역시 우리나라는 세계최고 랭킹을 자랑한다. '높은 교육 수준이 한국의 놀라운 경제 성장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 나라밖에서의 일반적인 진단이다.

  사교육비 증가시켜 가계 압박 악화될 것

  문제는 교육의 질이 아니라 교육이 사회적으로 갖는 기능이다. 경쟁력과 상관없이 과도하게 교육 제도에 집중된 극심한 경쟁이 사교육 급증으로 나타나니 부모들이 그 돈들을 대느라 죽어나는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영어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며 공교육 내 원어민 교사 등을 확보한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영어가 정말 필요해서 그 많은 돈을 쓴다기보다 영어가 경쟁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교육에서 영어 교육이 늘어난다 해도 사람들은 그만큼 더 많은 학생이 잘하게 되는 만큼 자기 자식은 더 잘하게 만들기 위해서 더 사교육을 줄이기는커녕 더욱 늘릴 가능성이 크다.

  즉,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이명박 당선자는 결국 노무현 정부의 착각과 실책을 반복할 것이다. 결국 서민 경제를 개선시키기는커녕 급격하게 악화시키기는 결과를 빚게 된다는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그동안 갖은 도덕성 문제에도 '경제를 살릴 것이다'란 그 하나의 기대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당선되었다. 그만큼 이명박 대통령 집권 중반기를 넘기는 2~3년 후 쯤에 나오는 결과가 더욱 악화된 서민경제라면 그 정치적 기반은 급격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노무현 대통령이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로 당선이 되었으나 서민경제에 실패하여 가랑비에 옷 젖듯이 느리지만 강하게 반대 정서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경제 그 단어 하나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가 무너지는 순간 그대로 바닥까지 바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가운데 안 그래도 도덕성 문제가 따라다니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측근이 꼭 아니더라도 가뜩이나 부패나 비리에 둔감한 한나라당 인사들이 10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흥분 속에 대형 사고를 칠 가능성도 다분하다.

  경제로 당선된 대통령, 경제 무너지면 끝

  그럼 그 다음 상황은 무엇일까. 역시 변수는 상대 정치 세력이다. 현재까지 소위 민주ㆍ개혁세력이라는 전 범여권집단은 개인적으로 싹수가 전혀 보이지 않지만 광범위하게 진보 진영 전체로 본다면 심기일전해 정말 서민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대안을 들고 의제를 선도할 능력을 갖춘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붕괴 시점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처럼 'BBK 의혹' 같은 이슈에 매몰되는 등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도 도덕적 명분을 내세워 네거티브 캠페인에만 그친다면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민심은 다른 별다른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극우적 민족주의 등 더욱 악화된 형태로 표출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보수언론이야 이명박 정부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겠지만 일방적 변호로만으로 한계에 봉착할 경우 그 책임을 인접국이자 고속 경제 성장을 지속하는 중국으로 떠넘기는 논리를 설파하면서 중국을 겨냥한 극우적 민족주의 캠페인을 전략적으로 벌일 수도 있는 것이다. 급증하는 외국인 거주자와 노동자도 극우 민족주의를 가능케 하는 사회적 배경을 제공 할 수도 있다.

  마지막 전망은 사회 전체가 재앙으로 치닫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러한 진단이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개탄하는 사람들에게 정작 어떠한 움직임에 주목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김보영 영국 요크대 박사

 

 

 논술/교과서 뒤집어읽기]양극화의 진정한 해법은?



분배보다 성장, GDP 키워야… 복지지출 늘리면 소비-생산도 증대

낙수효과 vs 분수효과… 양극의 진정한 해법은?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는 ‘1등 국민과 2등 국민’ ‘1등 노동자와 2등 노동자’와 같은 신조어가 생겨났다. 우리 사회를 ‘20 대 80의 사회’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모두 양극화 현상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외환위기와 부동산 가격 폭등, 그리고 최근의 미국 금융위기의 영향은 사회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과연 양극화의 해법은 무엇일까?

○ 생각의 시작

「우리 경제는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고도성장을 해 왔다. 정부의 강력한 주도하에 1962년부터 5차에 걸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해 오면서 우리 경제는 고도의 성장을 이룩해 왔다.

그 결과 1970년에 250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국민소득이 1995년에는 1만 달러를 돌파했다. (중략)




2002년 기준으로 GDP(Gross Domestic Product)에서 세계 12위, 수출 12위, 수입 14위, 외환보유고 4위 등 세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 이론을 활용한 방안이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낙수효과 이론이란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듯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가 늘어나면 그 혜택이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게 자연스럽게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GDP가 증가하면 저소득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전체적인 국부의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분배보다는 성장을,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 뒤집어 보자

「1970년대 초 이후부터 1980년대 초까지는 1960년대에 비해 소득 분배의 불평등도가 급격히 커졌다. 이 시기 소득 불평등의 원인으로는 정부가 수출 관련 기업과 대기업에 우선적으로 조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금융지원을 해준 것과, 1970년대의 높은 인플레이션, 그리고 도시와 농촌에 대한 차별 등을 들 수 있다. (중략)

IMF 구제금융 체제 이후 소득 분배는 다시 악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IMF 구제금융 체제 이후 경제 전반에 걸친 구조 조정과 급격한 경기 침체로 실업이 증가하고, 상시 고용보다는 임시직과 일용직 위주로 취업 구조가 변화된 데에 기인한다.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 한 번 더 뒤집어 보자

「경제 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국민들의 빈곤을 해결하고 삶의 질과 복지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따라서 경제 성장은 궁극적 목적의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은 아닌 셈이다. 과거에는 경제 성장(효율성)과 소득 분배(형평성)는 상충되는 목표로 간주됐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양자가 반드시 상충 관계(trade-off)에 있는가에 대해 회의가 일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2000년),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낙수효과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른바 ‘분수효과’(fountain effect) 이론은 낙수효과가 자본주의 구조에 대한 무지에서 기인한 경제적 환상 이론이라 비판한다.

분수효과는 복지 지출의 증대는 소비(수요)의 증가를 가져오고, 소비의 증가는 다시 생산(공급)의 증가를 촉발해 경제성장을 가져오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국가의 조세 수입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때문에 분수효과를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지출을 늘리는 것이 사회 양극화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경제 성장을 생각할 때 놓쳐서는 안 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다. ‘20 대 80의 사회’에서 80을 차지하는 사람들을 도외시한 성장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 하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인가’다. 양극화가 정치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진다면 경제 성장 또한 불가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다. 상류의 물길이 끊어지거나 왜곡돼 있다면 강과 바다에 물이 고이지 않게 된다. 마찬가지로 강과 바다의 물이 증발해 구름이 되고, 구름이 비가 되어 땅에 흡수되거나 흘러야 다시 강과 바다를 이룰 수 있다. 경제 논리도 자연의 이치와 마찬가지로 순환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강창선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미국 차기 행정부의 경제정책과 한미 FTA 비준 전망<펌> [4]

  • 공돌이 공돌이님프로필이미지
    • 번호 466187 | 2008.12.28 IP 119.6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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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차기 행정부의 경제정책과 한미 FTA 비준 전망



                                                최윤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제학과)


    - 오바마 경제정책은 미국 경제학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음
      왜? 전반적으로 현재 경제상황에서 주류 경제학에 충실한 정책

    - 물론 앞으로 실현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며 정치적 고려가 끼어들면서 정책이 다소 왜곡될 수는 있겠음
                       자료: “Examining the Candidates," Economist, October 2, 2008


                            미국 NBER 경제학자 683명에게 설문 보내 142명 응답

    - 오바마 선거진영 경제참모 Austan Goolsbee (PhD MIT, U Chicago 교수)
      오바마와 굴스비는 같은 시카고 대학 교수진
      둘 다 미국 동부에서 공부한 이른바 “시카고 대학 민주당원” (Sunstein의 표현)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하면서 진보주의 정책을 구현
      시장에 그냥 맡기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문제를 찾아내서 제도적 보완을 통해 되도록 시장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노력
     
      “사람들 행동을 바꾸는 것은 도덕적 훈계가 아니라 가격이다” - 굴스비
       Moral exhortation doesn’t change people’s behavior. Prices do.

    - 시장경제와 진보주의는 충돌하는 것이 아님
      (스티글리츠, 크루그먼 등을 비롯하여 보기에 따라서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공감)
      시장경제를 진보주의 실현 수단으로 삼음

    - 신자유주의, 시장만능주의, 공급주의 경제학, 레이거노믹스, 낙수효과, 래퍼곡선 등은 원래 정통 경제학이 아닌 사이비; 부유층 세금을 줄여주기 위한 변명일 뿐

       * “신자유주의 주류경제학”이라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쓰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는 잘못임

       * 매케인 경제참모 Douglas Holtz-Eakin은 부시 정부 국회예산처장 시절에 래퍼곡선을 실증하기 위해 연구를 독려했는데, 오히려 래퍼곡선 효과는 없다고 결론
         (래퍼곡선은 세금을 낮추면 경제가 살아나 오히려 조세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레이건 감세정책의 핵심“이론” 가운데 하나였음)
         자료: “Weighing a McCain Economist,” NYT April 23, 2008.
               “Analyzing the Economic and Budgetary Effects of a 10 Percent Cut in Income Tax Rates," Economic and Budget Issue Brief, Congressional Budget Office, December 1, 2005.

    ● 오바마 경제정책의 핵심

       - 중산층과 서민 살리기 우선 + 부유층 증세
       - 낙수효과(trickle-down; top-down)가 아닌 분수효과(bottom-up) 강조
       - 정부 역할 중시: 정부 공공서비스 공급 + 시장 규율
       - 교육, 의료, 사회안전망 중시 - 장기경제성장과 단기 불황극복 두 목표 겨냥
         * 복지를 “선심”으로 보려는 시각이 있으나, 저소득층은 복지 혜택으로 생기는 여윳돈을 곧바로 다른 용도에 소비하기 때문에 소비 및 총수요 창출 효과가 큼
       - 시장경제 원리 존중

    ● 당선 배경 (경제적 측면만 볼 때)

       - 단기적으로는 금융위기
       - 장기적으로는 빈부격차 확대 등 신자유주의 정책 부작용


               

                  (세전 소득으로 잰 지니계수)




           자료: A. B. Atkinson, "Income Inequality in OECD Countries: Data and Explanations," CESifo Economic Studies, Vol. 49, 4/2003
     
     


               * 가구당 처분가능소득 (가구 인원으로 조정)
           자료: “Growing Unequal?: Income Distribution and Poverty in OECD Countries," OECD, 2008.
     
    ● 선거 전략

       - 선거운동이라기보다는 사회운동처럼

       - 클린턴 시절에 비해 경제성장이나 재정적자보다 소득재분배가 더 중요한 상황

       - 말은 부드럽게, 방향은 분명하게
         돈만이 최고는 아니라고 하면서, 진보적 경제정책이 장기 경제성장에 유리함을 역설

       - 강한 소득재분배 정책을 쓰면서도 재분배라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않음
         경제 전체를 살려야 하는데, 부유층 돈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접근
         분열보다 통합을 강조
         진보(liberal) 대신 변화(change)로 표현

       - 레이건과 부시가 부유층 대폭 감세를 하되 중산층에 소폭 감세하면서 같은 편으로 만들고 “감세 대 증세”, “작은 정부 대 큰 정부”를 전체 선거 주제로 삼은 데 반해, 오바마는 증세를 상위 5%에 국한하고 나머지 95%를 감세 편으로 끌어들여 증세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희석

       - 상위 5% 증세에 대해 부자를 공격하는 대신, 한편으로는 그동안 혜택받은 부시 감세를 되돌려 달라고, 다른 한편으로는 애국심에 호소

         “It’s time to be patriotic,” Mr. Biden said. “Time to jump in. Time to be part of the deal. Time to help get America out of the rut.” (Michael Falcone, “Biden and Palin Tussle Over Taxes," The Caucus: The New York Times Politics Blog, September 18, 2008.)

         워렌 버핏과 같은 부자가 오바마 지지에 동참

       - 자동차 산업 지원에 대해서도 기업 살리기가 아닌 노동자 살리기로 표현

       - 과거 정부를 비판적으로 끌어안음

         레이건/부시 정책을 전면 부정하는 대신, 과거에는 시장이 잘 하는 부분에 집중했던 것이고, 앞으로는 시장이 잘 하지 못하는 부분을 고치는 데 치중하겠다고 표현
         빈부격차 확대에 대해 레이건/부시 탓으로만 돌리는 대신, 다른 원인으로 생긴 빈부격차 확대를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악화시켰다고 공격

         과거 클린턴이 큰 정부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던 데 대해, 그렇다고 무정부를 말한 것은 아니었다고 표현

       - 무관심한 정부, 비효율적인 정부, 근시안적인 정부는 끝나고, 개인이 시장에 잘 연결되도록 시장의 기초를 마련해 주는 정부가 시작된다고 함

    ● 금융위기 대책

       - 금융위기 원인이 금융규제의 지나친 완화에 있었음은 이미 부시 정부도 인정

       - 이미 시작된 대책들: 구제금융, 금융기관의 부분적인 국유화, 금융기관 임원 보수 삭감/동결, 금융규제/감독 및 투명성 강화 등

       - 취임 후 금융감독권 재조정 및 강화, 국제적 협조 등 추진 예상

    ● 실물경제 불황 대책

       -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책
       - 저소득층과 중산층 보호를 병행
       - 정규직 채용기업에 1인당 3천달러 세금 공제
       - 지방정부 및 주정부에 재정지원 확대
       - 실업수당 수혜기간 연장 및 실업수당 과세 유예
       - 중소기업 자금지원 확대
       - 미국에 본부를 둔 기업에 세금혜택; 외국으로 일자리 수출하는 기업에 세금혜택 중단
       - 청정 에너지, 광대역 통신망, 사회간접자본 등에 투자 활성화

    ● 조세 정책

       - 고소득층 증세, 저소득층과 중산층 감세

       - 6개 소득등급 중 하위 4개 등급의 소득세율은 현상 유지
         소득 25만달러 이상 계층 최고세율 35%에서 39.6%로
         소득 20-25만 달러 계층 최고세율 33%에서 36%로
         고소득층 사회보장비 부담도 인상

       - 최상위 0.1%(평균 소득 910만달러)에 대해 매케인 19만달러 감세, 오바마 80만달러 증세; 이 가운데 50만달러는 부시 감세 상쇄, 나머지 30만달러도 그동안의 소득증가에 크게 못 미침

       - 자본이득세 및 배당세 최고세율 15%에서 20%로

       - 저소득층 소득공제 항목 신설, 고소득층 소득공제 항목 축소

       - 소득 5만달러 미만 고령자는 소득세 면제

       - 근로자의 95%인 1억5천만 근로자에게 1인당 500달러 또는 가구당 1000달러 세금환급; 1억명에게 소득세 완전 면세 효과

       - 석유 및 가스 회사 이윤을 초과 이윤세로 환수

       - 사모펀드 및 헤지펀드 성과보수(carried interest)를 자본이득이 아닌 일반 소득으로 취급 -> 세금 인상 효과

       - 세금신고 간소화

       - 매케인 공약은 감세가 먼저이기 때문에 재정지출 계획에 한계
         이에 비해 오바마 공약은 부유층 증세로 재정지출 재원에 더 여유








    자료: “An Updated Analysis of the 2008 Presidential Candidates' Tax Plans: Revised August 15, 2008," Tax Policy Center, Urban Institute and Brookings Institution.
     
     

    ● 노동정책

       - 노동 3권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확립 강조
       - 연방정부 공무원 단체교섭권 천명
       - 파업에 대해 대체근로자 사용 금지
       - 정부 일자리를 함부로 외주로 대체하는 데 반대
       - 근로자를 독립 사업자로 취급하는 잘못된 관행 반대
       - 작업장 안전기준 강화


    ● 교육

       - 교육철학의 차이

         보수주의자에 따르면, 교육을 많이 받은 숙련노동자가 단순노동자보다 높은 소득을 올리는데 이들을 중과세 하면 교육에 대한 보수가 낮아지기 때문에 교육 받을 의욕을 꺾게 된다고 주장

         오바마 경제참모 굴스비에 따르면, 소득 격차가 큰 것은 숙련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이므로, 공급을 늘리는 것이 중요. 정부가 교육에 투자하여 전체 교육수준을 높이면 숙련노동자가 늘어나 소득 격차 줄어들고 전체적으로 소득 수준 올라감. 고소득층 세금은 교육에 투자할 재원 마련 위해 필요.

       - 대학교육에 대해, 공립 대학 등록금의 2/3 수준인 4천달러 세금환급
         단, 100시간 공공봉사 요구
         세금 3천달러 낼 사람이라면 거꾸로 1천달러를 받음
         
       - 초중고 학교 평가 통해 좋은 학교 지원 강화, 나쁜 학교 퇴출 유도
         뒤처지는 학생들에 특별 프로그램 제공
         소외지역 근무 교사에 특별 수당
         우수교사 확보 위해 교사 지망생에 특별 장학금
         뒤처지는 교사에 특별 교육 제공, 개선 없으면 퇴출

    ● 대외통상정책

       - 기본적으로 자유무역 천명, 그러나 미국 국익을 지키는 “공정”무역 강조
       - 외국시장 개방, 노동 및 환경 기준, 소비자 보호 기준 등 준수 요구
       - 세계무역기구를 통해 불공정한 보조금과 미국 수출품에 대한 비관세장벽 철폐 노력
       -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요구
       - 중미 자유무역협정(CAFTA)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 수출보조, 지적재산권 침해 등을 통한 무역흑자 비난
       - 무역대표부의 조직과 인력을 강화
       - 무역개방에 대한 노동자의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인 무역조정지원제도를 서비스 산업에까지 확대
     
     
    오바마 공약집에서 무역 관련 부분

    (1) Renewing America's Promise
    We will negotiate bilateral trade agreements that open markets to U.S. exports and include enforceable international labor and environmental standards; we pledge to enforce those standards consistently and fairly. We will not negotiate bilateral trade agreements that stop the government from protecting the environment, food safety, or the health of its citizens; give greater rights to foreign investors than to U.S. investors; require the privatization of our vital public services; or prevent developing country governments from adopting humanitarian licensing policies to improve access to life-saving medications. We will stand firm against bilateral agreements that fail to live up to these important benchmarks, and will strive to achieve them in the multilateral framework.
    (* 밑줄 친 부분은 우리나라에서도 FTA 체결할 때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2) Blueprint for Change
    Fight for Fair Trade: Obama and Biden will fight for a trade policy that opens up foreign markets to support good American jobs. They will use trade agreements to spread good labor and environmental standards around the world and stand firm against agreements like the Central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that fail to live up to those important benchmarks. They will also pressure the World Trade Organization to enforce trade agreements and stop countries from continuing unfair government subsidies to foreign exporters and nontariff barriers on U.S. exports.
    Amend the 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Obama believes that NAFTA and its potential were oversold to the American people. He will work with the leaders of Canada and Mexico to fix NAFTA so that it works for American workers.

    (3) Strengthening US Relations with Asia
    ... for China’s growth to benefit Americans more clearly, it is critical that China’s economy be restructured and rebalanced so that it is not running huge trade surpluses, suppressing the value of its currency, subsidizing exports and energy-intensive industry, and systematically violating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
    As president, Obama will use all tools at his disposal to end unfair trade practices in Asia, such as intellectual property infringement and currency manipulation, and to ensure that imports into the United States are safe. He will on-ly negotiate trade agreements that ensure market access for American exporters, include binding standards of labor and environmental protection, and are vigorously enforced. In his view, the free trade agreement negotiated by the Bush Administration with South Korea lacks mechanisms to ensure effective market access for key manufactured and agricultural products, and for this reason he does not support the agreement in its current form.
     
     
     
       - 무역에 대한 오바마의 진짜 생각이 그의 발언이나 공약집과 다를 수 있음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두 가지 사건:

       (1) 2008년 2월, 노동자 유권자가 많은 오하이오 주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접전을 벌이던 오바마는 캐나다와 재협상 하지 않는다면 북미 자유무역협정을 그만 두어야 한다고 발언함
           곧이어, 비밀리에, 오바마 경제참모 굴스비가 시카고의 캐나다 영사관에서 캐나다 관리를 만나 오바마의 말은 정치적 수사일 뿐이니 안심하라고 해명함
           이 만남이 언론에 보도되자, 오바마 쪽은 오보라고 주장
           뒤이어 캐나다 관리가 쓴 회의 메모가 언론에 공개됨

       (2) 2007년 10월 인터뷰 기사에서, 오바마의 경제참모 굴스비는 중국과의 무역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발언함 (“The Democratic Economist," Washington Post, October 4, 2007) :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미국 국내총생산의 2.2%에 불과
           중국 때문에 괴로운 것은 미국이 아니라 차라리 멕시코임
           중국과 겹치는 수출품 비중이 멕시코는 2/3가 되지만 미국은 5-10%에 불과
           중국 상품은 미국시장에서 다른 후진국 상품을 밀어낼 뿐임
           위안화 평가절상을 유도하여 중국의 대미 수출을 줄인다고 해서 미국이 장난감을 직접 만들게 되지는 않을 것이고, 아마도 중국 대신 베트남에서 수입하게 될 것임

       - 위의 두 경우 모두 오바마의 “걱정”은 아마도 정치적인 수사일 가능성이 높음
         특히 경제학자 출신 경제참모들은 보호무역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

       - 그렇다고 해서 오바마 정부가 순수 자유무역을 실천하리라 보기는 어려움
         오바마는 무역대표부 강화를 천명했는데, 무역대표부는 미국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게 될 것임
         * 업계의 이익이 곧 나라의 이익은 아님; 국제무역이론에서 늘 지적하듯 소비자의 이익은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임

    ● 한미 자유무역협정

       - 오바마는 지난 5월 부시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아주 결함있는”(badly flawed) 협정으로 비난하였으며, 대선후보 마지막 텔레비전 토론회(10월 15일)에서도 한미 간 자동차 무역 역조를 지적하였음 (“미국 신행정부의 주요 정책과 한국의 대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08. 11. 6.)

       - 오바마는 자동차 재협상을 요구할까

       - 미국이 국제적 체면 때문에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약함

         미국은 1993년 북미자유무역협정과 2007년 페루 및 콜롬비아와의 자유무역협정 등 3차례에 걸쳐 재협상을 한 전례가 있으며, 특히 페루 및 콜롬비아 경우는 둘 다 상대국에서 의회 비준을 마친 상태에서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여 관철시킴. 나아가 미국은 페루 국내법이 개정된 뒤에나 검토하겠다며 관련 국내법을 아직도 의회에 상정조차 않고 있는 실정임 (“페루, 콜롬비아, 비준 동의 뒤 미국과 FTA 재협상 몸살,” 한겨레, 2008. 11. 12.)

       - 우리 정부가 “재협상 불가”를 외치지만, 이미 지난해에도 재협상 불가를 외치다가 미국 요구대로 “추가협상”을 한 전례가 있음; 페루나 콜롬비아도 마찬가지

       - 오바마가 미국 자동차 산업을 방치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며, 이미 자동차 산업 구제를 본격화 하고 있음

       - 그러나 재협상을 한다고 해서 미국 자동차가 한국에서 훨씬 더 많이 팔리게 될까
         특히 협상 파기를 무릅쓰면서까지 미국이 자동차에 매달릴만한 이익이 있을까

         * 참고로, 한국은 미국에 67만대, 미국은 한국에 5천대 수출하니 불공평하다는 주장은 정치적인 수사일 뿐, 경제학적으로는 터무니없음; 산업별로 무역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이론은 경제학 어디에도 없음; 문제는 아무도 이런 지적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

       - 미국 자동차를 한국에서 대폭 더 많이 팔리게 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임
            한국 불황으로 수입차 수요 감소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한국 내 판매망과 서비스망에 추가 투자할 여력이 없음
            이미 같은 수입조건에서 미국 자동차는 일본 등에 뒤지고 있으며, 고급 자동차 시장에서 가격 탄력성은 상대적으로 낮음
            다만 문제는 자동차 점유율 보장을 요구할 때일 텐데, 이 요구는 정당성이 별로 없음

       -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 억제도 효과가 별로 없어 보임
            현대 기아의 미국 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5%에 불과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한국 자동차 67만대에는 지엠대우의 10만여대도 포함됨
            이미 현대는 30만대 규모 공장을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가동 중이며 기아는 내년에 30만대 규모 공장을 조지아주에 완공할 계획

       - 협상 파기를 무릅쓸 정도의 이익은 미국에게 없어 보임
         게다가 현재 상태로도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미국에게 8%, 한국에게 2.5% 관세인하 효과가 있음
         자동차 재협상 문제는 기본적으로 미국 정치인이 선거구민에게 생색내는 효과를 노린 것 이상은 아니지 않을까

       - 재협상 요구가 있다 하더라도 이에 한국이 일절 응하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아마도 아쉬운 쪽은 오히려 미국일 것

       - 한국 새 정부 못지않게 미국 새 정부도 자유무역협정 파기의 책임을 지고 싶어 하지 않음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들


    나라

    체결연도

    이스라엘

    1985

    캐나다, 멕시코

    1994

    요르단

    2001

    오스트레일리아

    2004

    칠레

    2004

    싱가폴

    2004

    바레인

    2006

    모로코

    2006

    오만

    2006

    페루

    2007

    도미니카,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혼두라스, 니카라과

    2008

       - 한국은 미국의 자유무역협정 대상국으로는 캐나다 이래 가장 큰 나라로서, 미국이 쉽게 포기할 상대가 아님
          * 미국-오스트레일리아 무역은 한국-미국 무역의 절반도 안 됨

       - 더 좋은 방법은 이 기회에 아예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독소조항 삭제를 맞불로 제시하는 것으로 생각됨
         투자자 국가제소권이나 금융시장의 무분별한 개방 등은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큼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대비책은 농업 보호를 훨씬 넘어서는 문제

       - 한국이 먼저 비준하고,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끌려 일방적으로 개정한 다음 또 비준하는 것은 최악의 상황

       - 한국은 비준을 서둘 이유도, 재협상 요구에 따를 이유도 없음 

     

     

     

    개장 6분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되더니 코스피 지수가 1200선을 지지하지 못 하고 추락해 버리는군요...

    코스피 지수 1000 포인트, 환율 1500원까지 가는 경우가 기우가 아니라 생각됩니다.

    미국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고 하죠.

    은행이 대출 규제하고, 수수료 인상하고, 신용카드 사용까지 문제가 된다면 미시시피강에 다이빙하는 사람들 많아질 겁니다.

    지난 주말 미국에서 7000억불 구제금융안이 의회를 통과했었죠.

    중산층과 서민층의 재산을 월가의 금융업체들에게 바치는 것일 뿐이라는 비난이 있습니다.

    옘비가 不是와 같은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 걱정이 됩니다.

    옘비와 우리 만수도 이 좋은 찬스를 놓칠 리 없습니다. ‘애국정신 발휘’!!! 이것만큼 좋은 명분이 없죠.

    세금 상승에 내년 물가상승률은 장난이 아닐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장롱 달러 모아서 경제 살리자고 외치고 있습니다.

    구걸해도 줄까말깐데… 언제나 당당한 모습 보기 좋습니다…

    이거... 지는 여친이랑 맛난 거 먹고 학교에서는 '아~ 1000원 모질라... 천원만...' 이렇게 모아서 점심 먹는 찌질이 수법입니다.

    요즘 왜 이렇게 부가 상향 편중되고 있나 했더니 이것도 不是 정책을 표절한 것 같습니다.

    기득권을 위한 정권에서 ‘모두를 위한 경제정책’이라고 강변하는 대표적인 정책이 ‘감세’와 ‘규제철폐’라고 하는군요.

    기업, 부자들의 세금을 많이 깎아주고 규제를 철폐하면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서 모두가 나눠먹을 파이가 커진다는 이론이 있는데요…

    ‘감세 => 투자ㆍ소비 확대→고용확대→소비촉진→경제성장’ 요겁니다…

    내가 왕이 되서 절대권력을 갖게 되면 수많은 니들은 어쩔 수 없으니… 귀 파주고, 코 파주고 손톱 깎아주고 똥 딲아주면  용돈줄 테니… 멜라민 과자 많이 사먹어서 기업을 살려내자는 건지 먼지…

    내가 무식해서 잘못 이해한 거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실 분?!

     

     

    * 낙수(trickle down) 효과

      - 부유층의 소비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로 연결돼 전체적인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 분수효과(역수 효과)

      - 반대어(마케팅 용어로 더 많이 검색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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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씨가 소송 걸면 언론사가 배상해야 하는 이유

     

     

     

    강씨가 소송 걸면 언론사가 배상해야 하는 이유
    2000년대 들어 '신원공개' 관행에 제동... 흉악범은 예외?
      손병관 (patrick21)
     
     
      
    <조선일보>가 지난 31일 연쇄살인 용의자 강씨의 얼굴을 공개한 기사.
    ⓒ <조선일보> PDF
    사진 공개

     

     

    경기도 서남부지역 연쇄살인 피의자 강모씨의 사진과 이름이 일부 언론사들에 의해 공개됐다.

     

    그러나 강씨가 사생활 침해라며 이 언론사들에 손해배상 소송을 낸다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살인마에게 지켜줘야 할 권리가 있냐"고 분개할 만하지만, 결과는 강씨의 승소로 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신문의 사회면에는 강간·강도·사기·간통 등의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들의 이름과 나이·사진, 심지어 집 주소까지 적힌 기사가 버젓이 실렸다.

     

    1990년대에도 언론이 피의자의 범죄 사실은 물론이고 신원을 보도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간주됐다. 1995년 붕괴된 삼풍백화점의 '부실공사' 혐의로 백화점 업주 이모씨 부자가 사법 처리될 때는 기자들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도록 수사관이 피의자의 얼굴을 손으로 치켜 올려주는 '서비스 정신'을 발휘했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전해오기도 한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이 같은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피의자의 무차별적인 신원 공개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헌법 27조와 "검찰·경찰 등이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공표하면 전에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형법 126조를 각각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왔고, 피의자들의 잇따른 소송으로 수사기관도 신원 공개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2000년대 들어 피의자 신원공개 관행에 제동 걸려

     

    <연합뉴스>와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지난달 30일부터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모자와 마스크를 씌워주는 관행이 생겼다. 국가인권위도 2005년 피의자 호송 업무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는데 이때부터 경찰은 피의자들이 언론에 노출될 때 얼굴을 가려주게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음날 경찰도 "얼굴을 공개하고 싶지만, 국가인권위가 얼굴 공개를 하지 말라고 시정 권고하고 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조선>은 2일자에 피의자의 인권침해에 항의하는 인권위를 비꼬는 만평도 게재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그러한 주장은 명백히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김형완 인권위 정책총괄팀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2005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피의자 호송 업무를 개선하라고 경찰에 권고한 사실은 있지만, 마스크를 씌우라는 식의 구체적인 지침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인권위와 사사건건 갈등 관계에 있던 경찰이 강제력이 없는, 인권위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여 마스크 씌우기 등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했던 것이다.

     

    더구나 '마스크 현장검증'의 관행은 2000년 5월 경기도 과천 부모 토막살인 사건 때도 이미 있었다. 그해 5월30일자 <중앙>은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피의자) 이모씨는 토막낸 시신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집 근처 중앙공원과 홍촌천변에 버리는 과정을 경찰에서 밝힌 그대로 재현했다"고 전했다.

     

      
    국가인권위원회.
    ⓒ 김귀현
    인권위

     

     

    인권위 "마스크 씌우라는 식의 구체적 지침 준 적 없어"

     

    90년대를 풍미했던 지상파 방송사들의 '공개수배' 프로그램들이 2000년대에 들어서 하나둘 없어진 이유도 "방송이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 여론과 무관하지 않다.

     

    KBS의 <공개수배 사건 25시>는 2000년 10월 여권 위조 사기단에 연루된 조모씨를 공개 수배하는 방송을 내보냈지만, 경찰이 조씨가 범행과 무관하다는 것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방송을 의뢰한 것이 밝혀지면서 이듬해 10월 국가와 KBS는 36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경찰이 2005년 10월 "피의자와 피해자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거나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장면이 촬영되지 않도록 해야 된다"는 직무수칙을 마련한 후에는 이 같은 경향이 더욱 강화됐다. 법원이 재판정에서의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것도 피의자의 초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연초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미네르바' 박씨가 체포됐을 때 언론사들이 박씨의 실물 사진을 보도하지 못하고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도 박씨가 '초상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 언론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법률적인 판단을 감안한 것이었다.

     

    2일 경찰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가 사진을 입수해 보도하는데 어떻게 뒷감당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큰일 날 수 있다. 계속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이명균 경기경찰청 강력계장)고 우려를 표시한 것도 언론이 법을 어기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다.

     

    1991년 화성 연쇄살인 수사 과정에서 언론이 경찰의 무리한 강압 수사에 '악용'당한 일도 있었다.

     

    91년 1월 4일 경기도 안양경찰서는 20대 회사원 박모씨를 화성 사건의 2번째와 7번째 살인범으로 지목한 뒤 그에게 방송사 카메라 앞에서 "두 건 모두 다 했다"는 자백을 하도록 했는데, 박씨는 3일 뒤 "경찰의 강압적 분위기 때문에 허위로 얘기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박씨는 결국 살인 혐의를 벗게 됐지만, 경찰 얘기만 믿고 그의 실명을 보도하고 얼굴을 그대로 노출시킨 신문·방송사들은 낭패를 겪었다. 당시 박씨의 변론을 맡았던 김칠준 변호사는 "범인을 빨리 잡으라는 여론의 질타에 초조해진 경찰이 그를 압박하기 위한 방편으로 언론사를 이용했고,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잔 박씨는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엉터리 답변을 했다"고 회고했다.

     

    피의자에 대한 인권보호 의식이 박약했던 20세기에 일어난 일이지만, 언론이 왜 '알 권리'보다는 무죄 추정 원칙을 고수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 8월에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소대장 김훈 중위 사망사건과 관련해 일부 언론이 정황상 범인으로 몰렸던 김모 중사의 실명과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가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각각 수천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예도 있다.

     

      
    ▲ 얼굴 노출에 당황 일부 언론에 의해 얼굴이 공개된 경기 서남부지역 연쇄살인범 강모씨가 얼굴공개 사실을 알기전인 1일 오전 상록경찰서를 나설 때는 모자만 쓰고 있었으나, 이후 현장검증 때는 손을 들어 적극적으로 얼굴을 가렸다.
    ⓒ 권우성
    연쇄살인

     

     

    "일부 언론, 법 어기는 것 이상으로 큰 이익 있으리라 판단"

     

    피의자의 유무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되는 것을 처벌로 인식하는 것은 우리의 인권 의식이 여전히 전근대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피의자 신원 공개로 유족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불분명한 반면, 구성원의 잘못으로 인해 '살인마 가족'의 낙인이 찍히게 된 가족들이 겪을 고통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송호창 변호사는 "아무리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해도 언론사가 초상권까지 침해할 권리는 없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초상권 침해가 분명하므로 당사자가 소송을 걸면 언론사들이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강력범죄 피의자가 언론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예는 흔치 않다.

     

    2005년 6월 GP 내무반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8명의 목숨을 빼앗은 김모 일병의 경우 미니 홈페이지 사진이 일부 언론에 소개된 것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을 검토했지만, 이로 인해 사건이 재론될 것을 우려한 가족들의 만류로 소송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인권센터의 한 변호사는 "경기 연쇄살인 사건에서 일부 언론사들은 법을 어기는 것 이상으로 큰 이익이 있으리라는 판단에 따라 강모씨의 사진을 공개한 셈"이라며 "소송 요건은 갖추고 있지만,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모른다"고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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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 “MB정권이야말로 강호순을 빼닮은 사이코패스”

     

     

    진중권 “MB정권이야말로 강호순을 빼닮은 사이코패스”
     
    “그들에겐 국민 여섯명의 목숨값이 외통위 문짝만도 못해”
     
    입력 :2009-02-02 16:16:00  
     
     
       
    [데일리서프]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등 친여 논객들에게 '천적' 역할을 하고 있는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2일 "국회에서 (야당이) 해머로 외통위 문을 딴 것을 두고 전여옥 여사가 사이코패스 운운한 모양"이라면서 "정작 강호순 사건과 닮은 것을 찾자면 후보는 따로 있다. 바로 용산참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 교수는 이날 진보신당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강호순이 일곱 명을 희생시켰다면, MB 정권은 여섯 명을 희생시켰다"면서 "강호순이 희생자들을 다루는 잔혹한 태도나, 철거민을 대하는 정권의 가혹한 태도나, 그 사디즘적 특성에서는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적 사디즘이든, 공적 사디즘이든, 일말의 '연민'도 없다는 데서는 한 가지"라면서 "타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그렇게 끔찍한 일을 서슴없이 저지를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또 "강호순은 희생자들을 완전히 제압했다는 남성적 힘을 과시하기를 좋아했다고 한다"면서 "이 역시 공권력으로 서민들을 완전히 제압하는 남성적 위력을 좋아하는 MB 정권의 성향을 꼭 빼닮았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어 그는 "공권력 휘둘러 난쟁이들(세입자들) 밟아 놓고 '떼법' 근절하여 '법치'를 실현했다고 힘 자랑하는 꼴을 보라"고 질타했다.

    진 교수는 "뉴스를 보니, 강호순이 유치장에서 밥 잘 먹고, 잠 잘자며 지낸다고 한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분위기도 없다고 한다"면서 "그 역시 MB 정권을 닮았다. 그렇게 끔찍한 참사가 일어났는데, TV에 나와 한 마디 사과의 말도 없다. 참사의 책임은 외려 희생자들에게 있다는 투로 말하더라.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면, 앞으로도 계속 살인 진압을 하겠다는 굳은 의지만 보이더라"고 개탄했다.

    진 교수는 "지난 정권 떄에는 국민 한 명이 죽었어도 대통령이 사과하고, 장관이 물러났는데, 이번 정권에서는 여섯 명이 몰살을 당했는데도, 사과 한 마디 없고, 청장도 내칠 생각이 없단다"면서 "정권 하나 바뀌었다고 국민의 목숨 값이 헐값이 되어 버린 것"이라고 계속 한탄했다.

    그는 "국회 문짝 하나에 정권과 여당과 보수언론이 보냈던 그 엄청난 감정적 연민과 동정과 애도의 념을 생각해 보라. 그것을 불에 타 죽은 철거민들 앞에서 저들이 보여주는 냉담함과 비교해 보라"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심리적으로 정상이 아닌 것 같다. 그거야말로 정치적 사이코 패스가 아닌가 한다. 사이코 패스 정권에게는 국민 여섯 명의 목숨 값이 국회 외통위 문짝 하나만도 못한 거다"고 토로했다.

    윤상일 기자

    [관련기사]
    ▶ 민주 “국민 눈·귀·입 막는 전여옥·한나라야말로 연쇄살인범”
    ▶ 전여옥 “민주·민노당 의원들은 군포살해범 같다” 독설

    다음은 진중권 교수가 진보신당 게시판에 올린 글 전문.

    '사이코패스' 정권

    전여옥이 '사이코패스' 운운한 모양이네요. 국회에서 해머로 외통위 문 딴 것이 사이코 패스의 행위라는 얘기인데, 글쎄요... 안쪽에서 닫힌 문 연다고 해머를 쓰는 게 사이코 패스가 된다면, 대한민국에 사이코 패스 아닌 사람은 없겠지요. 아마도 전여사의 문학적 상상력은 강호순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작 강호순 사건과 닮은 것을 찾자면, 후보는 따로 있지요.

    바로 용산 참사입니다. 강호순이 일곱 명을 희생시켰다면, MB 정권은 여섯 명을 희생시켰지요. 강호순이 희생자들을 다루는 잔혹한 태도나, 철거민을 대하는 정권의 가혹한 태도나, 그 사디즘적 특성에서는 동일합니다. 사적 사디즘이든, 공적 사디즘이든, 일말의 '연민'도 없다는 데서는 한 가지지요. 타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그렇게 끔찍한 일을 서슴없이 저지를 수는 없었겠지요.

    듣자 하니, 강호순은 희생자들을 완전히 제압했다는 남성적 힘을 과시하기를 좋아했다고 하네요. 키가 150 남짓한 작은 체구의 여성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하니까요. 이 역시 공권력으로 서민들을 완전히 제압하는 남성적 위력을 좋아하는 MB 정권의 성향을 꼭 빼닮았습니다. 공권력 휘둘러 난쟁이들(세입자들) 밟아 놓고 '떼법' 근절하여 '법치'를 실현했다고 힘 자랑하는 꼴을 보세요.

    뉴스를 보니, 강호순이 유치장에서 밥 잘 먹고, 잠 잘자며 지낸다고 하네요. 일말의 가책을 느끼는 분위기도 없다고 합니다. 그 역시 MB 정권을 닮았습니다. 그렇게 끔찍한 참사가 일어났는데, TV에 나와 한 마디 사과의 말도 없더군요. 참사의 책임은 외려 희생자들에게 있다는 투로 말하더군요.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면, 앞으로도 계속 살인 진압을 하겠다는 굳은 의지만 보이더군요.

    지난 정권 떄에는 국민 한 명이 죽었어도 대통령이 사과하고, 장관이 물러났는데, 이번 정권에서는 여섯 명이 몰살을 당했는데도, 사과 한 마디 없고, 청장도 내칠 생각이 없답니다. 정권 하나 바뀌었다고 국민의 목숨 값이 헐값이 되어 버린 겁니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를 소름 끼치게 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바라보는 저들의 시각입니다.

    국회 문짝 하나에 정권과 여당과 보수언론이 보냈던 그 엄청난 감정적 연민과 동정과 애도의 념을 생각해 보십시요. 그것을 불에 타 죽은 철거민들 앞에서 저들이 보여주는 냉담함과 비교해 보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심리적으로 정상이 아닌 것 같아요. 그거야말로 정치적 사이코 패스가 아닌가 합니다. 사이코 패스 정권에게는 국민 여섯 명의 목숨 값이 국회 외통위 문짝 하나만도 못한 거죠. 휴...


    [데일리서프 주요기사]
    ▶ 김병준 “盧 세계금융위기 예측…부시와 이견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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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천외의 나라 '명박랜드'를 아십니까

     

     

    기상천외의 나라 '명박랜드'를 아십니까
    [정치만담] '명박랜드'에 관한 풍문과 유언비어
      김갑수 (kim gabsoo)
     
     

    풍자정신은 '있는 현실(실제)'과 '있어야 할 현실(당위)'에 괴리감을 느낄 때 발생한다. 물론 ‘있어야 할 현실’은 ‘있는 현실’을 비판, 공격한다. 이 둘의 간극이 크면 클수록 비판과 공격은 날카로워진다. 하지만 풍자는 다행히도 비판, 공격의 수단을 웃음으로 삼는다.

     

    또한 풍자는 언제나 현실을 대상으로 한다. 현실을 비판, 공격하려면 당연히 현실을 분석하는 일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분석이란 지적인 행위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블로거 MP4/13은 작금의 정치 현실에 대해 대단히 지적인 비판, 공격력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 서프라이즈>는 이 블로거의 글이 인터넷 상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글을 읽은 필자가 블로거의 글에 약간의 살을 붙여 재구성해 보았다.... 기자주

     

    명박랜드의 어원과 국시

     

      
    2008년 6월 10일 오후 경찰이 설치한 '콘테이너 장벽'에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경축 08년 서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 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집회 구호가 적힌 피켓을 붙였다. 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한 시민.
    ⓒ 안홍기
    콘테이너 장벽

     

    명박랜드를 소개합니다. 명박랜드를 아십니까? 먼저 명박랜드라는 이름의 유래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나라에는 수박이나 호박보다 월등히 큰 '명박'이 있습니다. 명박은 스스로 황제, 즉 명박제(帝)라 칭하는데, 언필칭 황제스럽게 전설 속의 용(龍)인 실용(龍)의 2세라고 합니다. 실용이 체액 대신 최루액을 쏘아 명박제를 낳았다는 설이 전해지는데, 그래서인지 백성들은 그를 황제라 하지 않고 그냥 명박군(君)으로 호칭합니다.

     

    명박랜드는 혁명의 나라입니다. 명박군은 언제나 개가죽 구두, 즉 개혁(革)구두를 신고 다닙니다. 그는 지난 10년의 모든 고정관념을 부정합니다. 일례로 그는 비타민C 대신 엠비C를 섭취합니다. 원래 이 나라의 특산품은 인삼과 홍삼이었는데 명박군이 등극하고 나서는 공삼이 부각되었습니다. 전통적인 해산물인 명태도 희태로 바뀌었습니다.

     

    모든 게 이런 식입니다. 다시 말해 ‘바꿔야 산다’는 것이 이 나라의 국시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스와핑이라는 것이 떴습니다. 모든 것을 바꾸는 이유는 그것들이 단지 지난 10년 동안 있었다는 것 하나밖에는 없습니다. 몇 개 더 예를 들자면 병원에서는 혈압 대신 ‘과잉진압', 현기증 대신 ‘채증’이라는 용어를 쓰며, 경찰과 언론에서는 포토라인 대신 S라인이라고 하게 되었습니다. 학교 운동회에서는 이인삼각 대신 '공항매각(脚)'을 합니다. 그리고 옛날의 최루탄 대신 새롭게 '대북파탄(彈)'이 나왔습니다.

     

    가히 혁명적이지요. 심지어는 소주병, 맥주병보다는 광우병이 유명해졌지요. 최근 명박군은 왕궁 뜰에 가득 피어 있던 백일홍을 모두 뽑아버리고 그 자리에 김진홍(紅)을 심었다지오? 둘레에는 민영화(花)와 규제완화(花)를 심어 대비를 이루게 했답니다. 그리고 밤의 환상적인 조명을 위해 뉴라이트를 켜 놓았다고 하네요.

     

    명박랜드의 자연 환경과 풍토

     

    명박군은 옛날의 명산이었던 삼각산의 이름도 바꾸었습니다. 원래 삼각산은 백운대· 국망봉· 인수봉, 이렇게 세 봉우리였는데, 주산인 백운대를 부동산으로 그리고 나머지를 각각 줄도산과 대파산으로 개명해 버렸습니다. 갑자기 이름을 바꾼 탓인지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이름의 새들이 날아옵니다. 감새와 종부새가 있는가 하면 얼리버드라는 외국 새도 날아옵니다. 그리고 봄이 되면 이재오(烏)라는 까마귀도 날아올 것이라고 하네요.

     

    명박랜드의 주요 하천으로는 언제나 1급수가 흐르는 '주가삼천'이라는 강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저 말로만 존재할 뿐, 실제로 이 강을 본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것 외에 수질이 아주 나빠서 물고기도 살지 못하는 강으로 '비핵개방삼천'이 있는데 묘하게도 이름이 둘 다 '삼천'으로 끝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명박랜드의 유명한 호수로는 신지호(湖)와 이방호(湖)가 있습니다. 신지호는 새로 조성된 인공호수인데 여기에는 조갑제(堤)라는 이름의 둑을 만들었습니다. 이방호는 아주 오래 되어 이제 늪으로 변해가는 호수입니다. 이에 따라 축조한 지 얼마 안 된 둑 정두언(堰)도 거의 붕괴돼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방호를 호수라고 하지 않고 아예 습지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습지의 이름은 명박군이 어디에서 힌트를 얻었는지는 몰라도 맛사지(池)라고 붙였습니다. 이 밖에 명박랜드에서 가장 큰 섬으로 어음부도(島)가 있습니다. 그리고 고개로는 고소영(嶺)이 제일 높다고 합니다.

     

    명박랜드의 식수원으로는 어청수와 한승수가 있는데, 어청수가 단연 인기가 좋고 한승수는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청수가 유명하다 보니 발원지 주변에는 음식점과 술집도 눈에 뜨입니다. 특히 지난 여름에 많은 시민들은 대폿집 '물대포'를 즐겨 찾았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식수원은 따로 있습니다. 이 식수원 이름은 강만수인데, 워낙에 수질이 나빠서 사람은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고 설레설레 고개를 내젓습니다. 하지만 명박군은 이 물을 마셔도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끼고 삽니다. 수질이 나쁘다고 해서 물고기가 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들은 '강만수'의 물고기를 잡아서 회를 떠먹는데 사람들이 궁금하여 회의 이름을 알아보니 ‘소망교회(膾)’라고 했습니다.

     

    한편 명박랜드에는 천연자원도 상당량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금의 일종인 쌀직불금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 마치 보물찾기 같은 열풍을 불러일으켜, 공무원이고 부자들이고 마지막 한 알까지 모조리 쓸어가 버렸습니다. 반면 또 다른 금인 국민성금은 순도가 약해 별로 인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또한 금 다음인 옥(玉)으로는 전여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여옥으로 구슬을 만들어서 은쟁반에 굴려보면 '은쟁반에 구슬 굴러가는 소리'는커녕 육식동물 풀 뜯어먹는 소리거나 동굴에서 부는 바람소리 같은 것만 나서 전혀 인기가 없습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 권우성
    강만수

     

     

    명박랜드의 산업과 문화

     

    명박랜드에는 '유인촌'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이 마을은 명마의 주산지로 유명한데 최상품 특산물인 '찍지마'는 인구(人口)에 회자됩니다. 재미난 점은 보통 말들은 '이랴' 하고 외쳐야 뛰지만 이 찍지마는 '시바'라고 외쳐야 성질이 뻗쳐서 뛰기 시작하는 특이한 습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명박랜드는 목축업이 약간 발달해서 고품질의 달걀이 생산되는데, 특히 알이 큼직하기로 소문난 '취업대란'이 최고입니다. 양봉업만은 세계 제1로 발달해서 명박랜드의 자랑거리인 ‘재벌’이 만들어내는 꿀은 가장 중요한 특산물입니다. 그런데 이 재벌이 좋아하는 물고기는 이상하게도 휠체어(魚)라고 합니다.

     

    명박랜드는 워크숍이라는 가게 상업이 발달했으며, 공산품으로는 자동차 '벙커(car)'가 수출품입니다. 유별나게도 장례산업이 국가 지원을 받고 있는데 특히 '이동관(棺)'이라는 이동식 관이 새로 세계 특허를 얻었습니다.

     

    이밖에도 후라이드 치킨 BBK, 빙과류 미네르바 등이 활황이었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각각 재작년과 작년에 판매 금지되었습니다. 대신 최근에는 '나경원', '지만원', '국정원' 등의 중화요릿집이 가족 단위 외식집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명박랜드의 역사· 종교· 음악

     

    명박랜드의 유서 깊은 지역으로 무녀리(里)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무녀리는 명박랜드가 홍위병의 침략으로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대거 의병이 '발기'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무녀리의 의병들이 가장 증오하는 홍위병은 바로 '비아고라'입니다. 그들은 비아고라 병사들에게 씨알머리도 먹히지 않는(시알레스) 소리 그만하라고 윽박지릅니다. 그리고 무녀리의 의병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동네 조중동(洞)의 위세도 대단합니다.

     

    명박랜드의 역사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최근 고고학자들에 의해서 특이하게도 철과 돌을 병행해서 사용하는 '金석기'시대가 형성되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특히 명박랜드의 수도에 있는 야산 용산에서는 동굴에 대규모 화재가 있었던 흔적이 발견되어 국립대학 '특공대'에서 지금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고대국가 형성 후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쌓은 명박산성의 성터가 남아 있습니다.

     

    물론 명박랜드의 각종 역사를 기록한 역사책이나 소설도 일부 전해져 내려옵니다. 특히 중국의 <삼국지>에 필적한다는 <어륀지>는 명박랜드 최고의 역사소설로 성가가 높습니다.

     

    명박랜드는 상당한 수준의 종교 문화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먼저 명박랜드 사람들이 널리 믿고 있는 종교에 대해서 대부분의 학자들은 기독교라고 생각해 왔지만 최근 들어 명박랜드의 국교는 불교라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근거로 기무사(寺)라는 절이 부각되고 있는 점, 그리고 명박랜드의 불교를 중흥시킨 한 인물이 제시됩니다.

     

    그는 스스로 스님이라는 존칭을 거부하고 '중'이라는 이름을 자청한 고승 '최시중'입니다. 그는 지난 10년 전 최고의 고승이던 김대중을 단칼에 물리쳤습니다. 최시중은 음악에도 탁월한 재능이 있어서 명박랜드의 고유 음악 장르인 '방송장악'을 제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말하기가 좀 거시기합니다만 사타구니 주변의 강모(剛毛)를 필요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근 명박랜드에서는 '방송장악음모'라는 악기가 발명되어 세계 음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최시중은 '영남편중'이라는 대규모 승려집단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비록 '방송장악'이 명박랜드의 전통 음악이긴 하지만 역시 젊은 층에게는 락음악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명박랜드에서 유행하고 있는 락 음악인 '주가폭락'은 큰 반향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비이락도 유명합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오바마가 뜨니 이명박이 떨어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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