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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 장악한 한나라 표정관리 돌입

일관되게 강조하는 바이다.

열우당... 다음 지방 선거에서도 참패해야!

몸에 밴 식민지 군사독재 노예 근성... 그냥 그대로 쭉 가는거다

 

 

 

상임위 장악한 한나라 표정관리 돌입
“이제 해볼만하다” 희색 만면에 우리당 침울함속 지도부 원망
2005-06-01 20:18 동성혜,신아령 (jungtun@dailyseop.com)기자
[기사추가: 2005-06-01 21:10]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상임위 정수 조정과 관련해 극적 타결을 이뤄 2일부터 본회의가 열린다.

4 ·30 재보선 이후 상임위 정수조정 문제로 열린우리당을 압박해 오던 한나라당으로서는 법사위와 운영위를 포기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양보한 셈이다. 한나라당은 4 ·30 재보선으로 여당의 과반의석이 무너진 만큼 상임위 정수조정 역시 원칙적으로 관철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이렇게 강경한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던 한나라당이 한발 물러서 극적 타결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강재섭 원내대표는 1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를 열라는 것은 국민의 지엄한 분부다”며 “상임위 정수조정과 관련해 법사위와 운영위를 여당에 양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오일게이트, 행담도 문제, 북핵 문제 등 산적한 일이 많은 상황에서 상임위 정수 조정으로 다퉈봤자 얻을 게 없다는 계산이다.

나경원 원내부대표 역시 “국회가 파행되면 오히려 한나라당이 욕을 먹는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임위 정수 조정과 관련해 실상 한나라당이 챙길 건 다 챙겼다는 해석이 높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국가보안법으로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지난해 말에도 최연희 법사위원장이 법사위를 끝까지 지켰고 운영위 역시 이미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여당이 운영위원장을 맡는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며 법사위와 운영위를 양보한다고 해도 한나라당이 잃을 것은 없다는 해석이다.

또한 그는 “오히려 정책상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화관광위, 교육위, 건설교통위는 여야 동수이거나 야당의 수가 많다”면서 “한나라당이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협상이다”고 평가했다.

이는 한나라당이 신문법과 방송법, 사립학교법, 행정도시특별법과 공공기관 이전 관련한 내용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상임위를 다 장악한 셈이다.

또 다른 당 관계자 역시 “5선의 능수능란한 강 원내대표의 협상력을 여당에서 따라잡을 수 없다”며 “오늘을 넘기면 국회가 장기 파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 시기도 절묘하게 타결을 봤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4 ·30 재보선 이후 6월 임시국회를 민생∙호국 국회로 열겠다고 주장하며 오일 게이트를 비롯해 행담도, 북핵 문제 또한 16대 대선 공작정치 규명을 위한 특위 설치 등 대정부 공격에 온 힘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본회의도 열지 못하고 파행으로 접어든다면 한나라당이 주도권을 잡았던 일이 여론에서 양비론으로 흘러 본전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한 4 ·30 재보선이후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당 핵심 관계자가 말하듯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한편 논란이 됐던 법사위와 운영위는 열린우리당이 요구하는 대로 현재 수를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 법사위는 총 15인으로 열린우리당 8명, 한나라당 6명, 비교섭단체 1명이며 운영위는 총 21명으로 열린우리당 11명, 한나라당 8명, 비교섭단체 2명이다.

우리당 의원들 “워크숍후 지도부 첫 작품이 이거냐”

“한나라당, 상임위 조정에서 빼낼 것 다 빼냈습니다.”

6월 국회를 걸고 상임위 정수조정을 밀어붙여 실익을 챙겼다고 말하는 한나라당의 자신만만함에 열린우리당은 입을 다물었다.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김부겸 원내 수석부대표가 한나라당과의 합의한 협상안을 추인한 의원들은 본격적인 판은 지금부터라고 의지를 북돋우면서도 김이 빠진 분위기이다.

특히 복기왕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교육위의 여당 위원수가 줄었으나 이 공백이 한나라당 위원으로 채워져 한나라당과 동수가 되자 여당 위원들은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교육위원인 구논회 의원은 데일리 서프라이즈와의 통화에서 “걱정이다”고 말문을 연후 “복 의원의 의원직이 상실되면서부터 나왔던 문제이다. 지도부에서도 재보선으로 의원석이 늘면 교육위에 먼저 배정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구 의원은 “참패할 거라고 예상치 못했고 상임위원들이 일한 지 1년밖에 안됐는데 교육위로 바꾸라고 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사립학교법뿐만 아니라 교육, 복지, 노동환경 문제에 대해서 중요하게 봐야 한다. 초기에 원 구성할 때 간과한 부분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해당 위원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하반기 원구성 할 때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로 이야기가 됐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교육위 등을 우선 배정하기로 지도부가 의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돼서 답답하다”며 “그렇다고 손을 놓아서는 안된다. 한나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으니까 마음을 풀고 대화에 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봉주 의원은 “교육위 배정이 이렇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힘들어 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 의원은 “교육문제에 대해 당에서 무심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사립학교법을 적극적으로 추동해야 되는데 지금 이 상황에선 한나라당과 협상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처리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다시 한숨을 쉰 후 “직권상정이라도 해야겠지만 (해야 한다는) 말도 안나올 것”이라며 “김원기 국회 의장이 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으로 달라진 것은 건교위도 마찬가지이다. 26명이었던 건교위원은 13 대 11 대 2(우리당 -한나라당 -비교섭단체) 비율이었으나 12 대 12 대 2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위원이 동수가 된 것이다.

김한길 건교위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말 그렇게 확정이 됐느냐”고 확인한 후 “당의 입장이 정해져 위원회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행정도시이전 특별법으로 한나라당과 지난한 대치국면을 계속해왔던 김 위원장은 “여야간 소통을 잘 하면 될 것”이라면서도 “수적으로 밀어붙이는 형식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 입장이 정해졌는데 내 의견을 지금 말한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아쉬움을 전했다.

개혁파의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가 워크숍에서 정리한 입장을 겨냥, “개혁, 실용 논쟁을 그만하자고 했는데 지금 그렇게 하게 됐느냐”면서 “개혁적 의지를 상실한 지도부와 함께 가야한다는 것이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1일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한 안은 다음과 같다. (위원수 비율은 열린우리 : 한나라 : 비교섭단체 순)

△ 정무위 22인 (12 : 9 : 1) → 23인 (12 : 10 :1)
△ 행자위 24인 (13 : 10 : 1) → 25인 (13 : 10 : 2)
△ 문광위 23인 (12 : 9 : 2) → 24인 (12 : 10 : 2)
△ 교육위 19인 (9 : 8 : 2) → 18인 (8 : 8 : 2)
△ 농해위 22인 (10 : 9 : 3) → 20인 (8 : 9 : 3)
△ 국방위 18인 (10 : 7 : 1) → 18인 (9 : 8 : 1)
△ 건교위 26인 (13 : 11 : 2) → 26인 (12 : 12 : 2)
△ 예결특위 50인 (25 : 20 : 5) → 50인 (24 : 21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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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실세, 아마추어 정권

다음 기사 함 기다려 본다...

 

 

아마추어 실세, 아마추어 정권
2005-06-01 16:36 서영석 정치전문기자 (du0280@dailyseop.com)
이명박 서울시장이 참여정부가 흔들거린다고 느꼈는지 “너무 순진한 아마추어들이 정치하기 때문”이라고 한마디했다고 한다.

이 시장은 또 “운동권으로 감옥 갔다 온 훈장경력을 가졌거나 민주화 투쟁을 했다고 해서 아무나 정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자격론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어서 그는 “운동권 경험 보다는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 능력의 유무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얘기 역시 곰곰이 새겨보면 그리 틀린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과거가 밥 먹여주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은 변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찜쪄 먹고 있는 조선일보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난맥상에 이르렀다고 한마디 보탰다.

시스템 국정, 당정 분리, 위원회 정치, 386 중심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표 국정 브랜드였으나 그 속은 엉망이었으며 유전·행담도 의혹으로 그 실상이 드러났다고 대대적으로 떠들고 있다.

뿐인가. 지난 대선 때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가수 신해철 씨가 부산에서 있었던 어떤 축제에서 “정치했던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는 발언도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신해철, 정치 참여 후회”란 타이틀로 마치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것을 후회한다는 식으로 호도하기에 여념이 없다.

신해철 씨와 직접 얘기하지 않아 그 뜻을 잘 모르겠으나 원래 보도한 부산일보에서는 신씨가 당시 선거운동을 한 것에 대해 “한마디로 지금은 후회한다”고 했고, 현실 참여 동기에 대해 “386세대로서 완결되지 않은 6·10의 상징과 패배의식에 대한 빚진 마음이 은연 중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원래 부산일보도 항간에서는 ‘부산의 조선일보’라고 불릴 정도라고 하니 그 보도의 참뜻을 짐작할만 하지만, 이것이 한다리 건너 조선일보에서 재탕될 때는 마치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 것을 후회한다는 식으로 왜곡되니, 조선일보가 갖고 있는 왜곡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정리해 보자.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이 참여정부의 실수를 침소봉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그들과 쿵짝했던 전두환 노태우 시절 같으면 적어도 수천억원은 꿀꺽해야 기사가 됐었다. 지금은 그런 금전 수수 의혹이 없으니 말을 바꿨다(도덕성 시비), 제대로 국정이 돌아가지 않는다(국정운영 능력 시비)고 공격이다.

이 모든 공격은 민노당이 말하는 바 이 정권의 조기 레임덕을 노리고 있다. 즉 잔 매를 계속 퍼부어 이 정권을 그로기로 몰아넣고, 이 정권의 후반기를 김대중 정권 후반기처럼 자기들 맘대로 한번 요리해보자, 이런 식인 것 같다. 물론 그 궁극적인 목표는 진저리 치게 하는 10년간의 권력 갈증현상을 한나라당을 통해 해결하겠다, 이런 것으로 요약될 수 있겠다.

누누히 얘기하지만, 조선일보의 바람은 실현될 수 없다. 우선 시기가 빠르고 김대중 정권 후반기 같은 환경조성이 안돼 있다.

김대중 정권 후반기에는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다수 의석인 환경이었다. 즉 국회는 한나라당 판이었던 것이다. 또한 김대중 정권 후반기는 아들 비리와 당시 박지원 씨가 국정을 전단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조선일보의 위세는 대통령을 능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지자들로부터 욕을 들어먹고는 있으나 열린우리당이 과반에 가까운 의석을 지니고 있고, 왔다 갔다 하긴 하지만 민노당과 민주당도 결코 한나라당이나 조선일보 편은 아니다. 혼란은 있어도 레임덕은 없다.

다른 무엇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조선일보식의 무분별한 공격이 결국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조선일보 등 수구언론이 이 정권을 몰아부치는 것이 그렇게 싫지는 않겠지만, 과거 이회창 씨가 한나라당을 지배했던 시절처럼 한나라당이 조선일보의 정치위원회 식으로 갔다간 또다시 망한다는 인식 정도는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조선일보의 정치위원회로 또다시 전락하다간 영원히 집권하지 못하는 불임정당이 된다는 사실은 내일 아침 해가 뜬다는 것만큼 명백한 사실이기도 하다.

조선일보의 왜곡이야 어떻든 두번째 문제로 넘어가 보자. 이 정권은 이명박이 얘기했던대로 정말 아마추어 정권인가. 나는 일정하게 맞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정권은 집권에 대한 대비가 확실치 않은 정권이었다.

물론 김대중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김대중 정권은 그나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오랜 야당생활 끝에 얻어진 나름대로의 통치기반은 있었다. 이 정권은 그것마저도 없었다. 그러니 정권에 충성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이 그리 많을 수가 없었다는 약점을 지닌채 출발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이후 통치시스템에 대대적인 수술을 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스템도 시스템에 적응한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가 있어야만 기능한다. 아직 그 단계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정권은 프로였던가. 전혀 그렇지 않다. 전두환 정권 역시 총칼로 들고 일어나 어쩌면 ‘얼떨결에’ 집권을 한 셈이었다. 전혀 준비가 안된 정권이었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에게는 이미 사회 속에 시스템적으로 엘리트로 자리 잡고 있었던 육사 출신이란 인프라는 있었다.

여기에 서울 법대 출신들의 수많은 ‘변절자’들이 집권에 동참했다. 전두환 정권이 만든 민정당을 육법당(육사와 서울법대를 합친 합성어)이라고 불렀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노태우 정권은 이 정권을 계승했을 뿐이며, 김영삼 정권은 이 통치 인프라에 영남 출신 민주화운동 출신들이 가세한 것이었다. 한나라당이 두번이나 대표선수로 출전시켰던 이회창 씨도 서울법대 출신인 것을 보면, 한나라당 역시 육법당의 전통 속에 서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명확한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두환 시절부터 김영삼 시절까지 집권자들은 프로가 아니었다. 그들 역시 아마추어에 불과했었다. 그런데도 최소한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없었던 것은 육법당인 민정당이 결국은 박정희 정권 시절의 집권 엘리트들을 승계한 격이었기 때문이다.

최상위 집권 엘리트들은 어처구니 없는 아마추어들로 구성돼 있었지만, 박정희가 만들어놓은 통치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게다가 그러한 통치 시스템 작동에 가장 큰 장애였던 야당과 민주화 운동 세력들의 저항에 대해서는 경찰과 검찰, 안기부 등 각종 통제장치들을 마련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정부패와 비리는 있었을 지언정 통치 자체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던 것이다.

선거로 집권하는 정권의 핵심 엘리트는 그 정권이 전두환이 됐든 김영삼이 됐든 김대중이 됐든 어차피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다. 이 정권을 아마추어라고 격하한 이명박 시장의 정무라인도 아마추어들의 집합소다. 선거로 집권하려면 행정에는 아마추어인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건 클린턴이든 부시든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과거와 지금의 차이는 뭔가. 전혀 새로운 통치시스템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건 어려운 실험이다. 총칼로 일어난 혁명세력이 해도 손쉽게 되지 않을 과업이다. 노 대통령은 ‘감히’ 그 일을 하고 있다.

▲ 서영석 정치전문기자 
이 일은 여러가지 정치사적 의미가 있지만, 한가지만 얘기한다면, 친일파로부터 시작된 50년의 우리 사회 주류를 완전 교체시키고 주류들의 통치 인프라 자체를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조선일보가 이 정권에 대해서 집권 핵심층의 숨쉬는 소리까지 왼쪽으로 숨쉰다고 매도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노 대통령이 이론 속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하고 있는 이 실험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한 조선일보와 같은 수구세력들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핵심들은 이제 집권 전반기를 반성하고 집권 후반기를 새롭게 설계할 때가 왔다. 어떻게? 그것이 다음 쓸 글의 주제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 서영석 정치전문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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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지난 대선 노무현 지지, 후회없다”

2탄이다.

 

신해철 “지난 대선 노무현 지지, 후회없다”
“조선닷컴도 오보...정정보도 요청, 법적대응 하겠다”
2005-06-01 19:29 안성모 (momo@dailyseop.com)기자
가수 신해철씨가 1일 자신의 발언을 왜곡했다며 인터넷 신문 데일리안을 고소하기로 한데 이어 관련 기사를 보도한 조선닷컴에 대해서도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필요하다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신 씨의 소속사인 빅뱅뮤직 관계자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조선닷컴에서 기사를 잘못 쓴 것 이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후 “신해철씨가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법적대응을 통해서라도 기사내용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신해철씨가 부경대 특강에서 말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 것을 후회한다는 게 아니었다”며 “옳고 그름을 떠나 공인인 연예인이 정치에 관여한 것에 대한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 가수 신해철 씨. ⓒ 2005 야후코리아 이미지검색 
이어 “특강을 처음 보도한 부산일보 기사내용 중 일부를 꼬투리 잡아 조선닷컴에서 부풀리기식으로 보도한 것”이라며 “정정보도가 되든 법적대응이 되든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신해철씨는 이날 오후 자신의 미니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데일리안의 ‘신해철, 부경대 강연 중 노무현 지지 후회 발언’ 운운에 대해, 변호사와 협의 하에 고소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데일리안은 이날 오전 부산일보 28일자 보도를 인용한 기사에서 “신씨가 지난 5월말 ‘대중문화’을 주제로 한 부산의 한 대학특강에 강연자로 참석, 자신의 지난 대선 노무현 후보 지지 선거운동에 대해 한마디로 ‘지금은 후회한다’며 심정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신 씨는 “‘정치적인 선거운동에 직접 참여한 점은 후회하나, 후회 할 줄 미리 알고 한 일’이라는 발언은 은유적으로 ‘나 소신이었소’라는 뜻인 것은 중딩 이상이라면 누구나 이해 할 수 있다”며 “부산일보에 의해 살짝 애매하게 비틀리고 잘려진 문장이 데일리안에 의해서는 악의적이며 비상식적으로 왜곡되어 황당한 문장이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매스미디어의 개인에 대한 이 악의적이고 폭력적인 테러 행위의 이면에는 어떠한 사실 확인 절차도, 노력도 없었다”고 꼬집은 후, “내가 한 일은 했다 하고 내가 안한 말은 안했다 하고 살고 싶은게 뭐 그리 사치스런 소원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신 씨는 추신으로 “이 나라가 힘든 게 안 어울리는 쌍꺼풀 수술을 한 전직 변호사 아저씨 한 사람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넘들의 뇌 속을 좀 보고싶다”며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수세력을 직설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조선닷컴도 이날 부산일보 기사를 인용, ‘노무현 후보 지지했던 신해철 “정치참여 후회”’라는 제목의 기사를 홈페이지 상단 톱기사로 올렸다.

조선닷컴은 ‘늦게나마 정신 차렸구나’ ‘(당시)지지 연설 하는거 보고 뒷감당 어떻게 할까 생각한 적이 있다’는 등 네티즌 반응도 함께 보도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 안성모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기득권 언론인들의 발악   /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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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quot;내 발언 왜곡한 인터넷신문 고소&quot;

중간에 취하 절대 용납 몬한다. 본떼를 존내 보여주는거다.

 

 

신해철 "내 발언 왜곡한 인터넷신문 고소"
"'후회할 줄 알고도 정치참여'라는 말을 '노무현 선거운동 후회'로 비틀어"
텍스트만보기   손병관(patrick21) 기자   
▲ 가수 신해철
ⓒ2004 오마이뉴스 남소연
가수 신해철씨가 1일 자신의 발언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인터넷신문 <데일리안>을 고소하기로 했다. <데일리안>은 신씨의 항의를 받은 후 해당 기사를 삭제했지만, 신씨는 이와 상관없이 소송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신씨는 이날 오후 자신의 미니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데일리안>의 '신해철, 부경대 강연 중 노무현 지지 후회 발언' 운운에 대해, 변호사와 협의 하에 고소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데일리안>은 이날 오전 <부산일보>를 인용한 기사에서 "신씨가 지난 5월말 ‘대중문화’을 주제로 한 부산의 한 대학특강에 강연자로 참석, 자신의 지난 대선 노무현 후보 지지 선거운동에 대해 한마디로 '지금은 후회한다'며 심정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데일리안>은 이 기사에 "가수 신해철, '노무현 지지 후회한다'"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신씨가 미니 홈페이지에 밝힌 발언 내용은 <데일리안> 기사의 뉘앙스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신씨는 부산에서 "정치적인 선거운동에 직접 참여한 점은 후회하지만, 후회할 줄 미리 알고 한 일이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노무현 선거운동을 후회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신씨는 자신의 발언이 "은유적으로 '나 소신이었소' 라는 뜻인 것은 중딩 이상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바, <부산일보>에 의해 살짝 애매하게 비틀리고 잘려진 문장이 <데일리안>에 의해서 악의적이며 비상식적으로 왜곡되어 황당한 문장이 등장했다"며 이번 사건을 '친보수성향 <데일리안>의 고의적인 곡해'로 규정했다.

신씨는 "불과 며칠 전 고스트스테이션(신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 필자 주)에서 소위 인터넷신문들의 말 자르기, 뒤바꾸기, 지어내기 등, 온갖 협잡 행태에 대해 비난한 바 있는데, 일주일도 안되어 막상 내가 시범 케이스가 되니 할 말이 없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데일리안>에 이어 <한국아이닷컴>과 <조선닷컴>이 신씨의 발언을 보도했는데, 이중 <한국아이닷컴>은 "신씨 강의의 기본 기조는 가수로서 정치에 참여한 것을 후회한다는 것이었다. 신씨는 '나는 대선 당시 친노가 아니라 반이회창이었다'고 말했다"는 <부산일보> 취재기자의 말을 전했다. <조선닷컴>은 <부산일보> 인용에 그치지 않고 "신씨의 '후회' 발언이 알려진 뒤 각종 인터넷 사이트는 찬반 댓글이 나붙었다"며 네티즌들의 댓글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데일리안>은 신씨의 강력한 항의를 받은 후 웹사이트에서 기사를 삭제해버렸다.

신해철씨는 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부산일보> 기사가 나올 때만 해도 해프닝으로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데일리안>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자기들 멋대로 기사를 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데일리안>에 대한 소송은 그대로 진행하겠다"며 "그냥 놔두면 보수신문들이 '봐라, 노무현 지지자들도 후회하고 있다'는 식으로 이번 일을 두고두고 우려먹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5-06-01 17:22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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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 '초등생 졸업사진' 화제만발

문근영 '초등생 졸업사진' 화제만발
[스포츠한국 2005-06-01 15:25]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고등학교 시절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최근 공개돼 화제를 모은 가운데 이번에는 앙증맞은 초등학교 졸업사진이 공개됐다.

한 네티즌이 모 포털 사이트에 올린 이 사진은 누가 봐도 문근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지금의 문근영의 모습과 꼭 닮았다.

다만 사진의 광량이 부족한 탓인지,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서(?) 얼굴을 태웠기 때문인지 지금보다는 피부가 까무잡잡한 편이다.

87년에 태어난 문근영은 광주 매곡초등학교와 우산중학교를 졸업했으며, 현재 국제고등학교에 재학중이다.

문근영은 한 영화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연극무대에 서면서 탤런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라는 연극에서 일곱 난쟁이 중 한 명으로 출연했는데 사람들이 잘했다고 칭찬해줘서 뿌듯한 마음을 느꼈다는 것.

그는 '나의 색다른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표현하는 게 재밌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탤런트의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한국아이닷컴 뉴스부 reporter@hankooki.com




기사제공 :
'국민 여동생' 문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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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순수해요"
문근영 교복사진 화제
5월 극장가
문근영만 웃었다
문근영 '국민 신드롬'
비결 있다
문근영, 이번엔
'아시아의 여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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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하루만 단전돼도 청계천 물 썩을 것”

서울 시민들 추카합니다.

대형 어항 갖게 되어서ㅠ.ㅠ

 

 

전문가들 “하루만 단전돼도 청계천 물 썩을 것”
환경단체들 “자연하천 아니라 인공어항” 비판
2005-06-01 13:09 김세옥 (okokida@dailyseop.com)기자
“한강물과 지하철 역사에 나오는 지하수를 끌어다 청계천의 물을 댄다고요? 물을 끌어오는 전기가 하루만 끊겨도 청계천은 썩은 도랑이 될 겁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준공식을 넉 달 남겨두고 막바지 공사에 한창인 청계천에 실제로 물을 흘려보내는 ‘유지용수 통수(通水) 시험’을 시민들의 환호 속에 진행했다.

그러나 환경·시민단체들은 “지금처럼 공사가 계속될 경우 청계천은 도심 하천생태계로서의 역할을 전혀 못할 뿐 아니라 이명박 시장의 전시행정과 정치적 목적에 이용된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다.

시민단체 “지금이라도 청계천 상류 지천 복원·활용해야”

환경단체들은 청계천 복원 계획이 발표되기 전부터 “청계천 복원은 자연하천을 되살리는 일인 만큼 인왕산 백운동천(2.2km)과 북악산 중학천(2.4km) 등과 같은 상류 지천부터 복원해 이들을 청계천과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날 오전 청계천을 흐른 물은 한강변 자양취수장에서 퍼 올려 뚝도 청정지에서 여과한 것으로, 향후 완공될 청계천에는 한강물과 지하철 역사에서 나오는 지하수가 지날 예정이라고 한다.

양장일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현재의 청계천 공사는 생태와 역사를 복원하는 개념이 아닌 하나의 새로운 인공조경 하천을 만들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라며 “서울시가 청계천을 복원하고자 한다면 상류 지천의 맑은 물길부터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왕산 백운동천과 북악산 중학천은 아스팔트로 덮여 도로로 쓰이고 있으며, 물은 그대로 하수도로 흘러 나가는 실정이다.

양 처장은 “북악산, 인왕산 자락에 있는 4~6개 하천에는 1~2급수에서만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종이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며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장기적 관점으로 청계천과 상류의 지천을 연결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상류 지천의 물량이 모자랄 경우 빗물 등을 이용해 유지용수를 확보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양 처장은 “만약 지금의 방식대로 공사가 마무리될 경우 지하철 역사의 지하수와 한강물을 끌어오는데 필요한 전기가 하루라도 차단된다면 청계천은 바로 썩은 도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생물다양성 담보 못하는 인공하천

오는 10월 완전 복원을 앞두고 있는 청계천은 곡선이 거의 없는 직선형태다. 환경단체들은 실시 설계안이 나올 당시부터 물이 직선으로 흐를 경우 하천의 유속과 깊이가 거의 동일해지기 때문에 생물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해 왔다. 생물의 다양성은 유속과 하천 폭의 변화, 하안 구조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청계천 복원 실시설계 심의에 참석했던 ‘청계천 복원 시민위원회’ 위원들이 하천 옆 둔치의 너비를 달리하면 자연스레 물길이 곡선으로 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지만, 시는 시민접근 편리성을 얘기하며 직선을 고집했다.

또 서울시는 치수적 안전성을 이유로 저수부 및 저수호안, 둔치에 초본류 중심의 식재를 계획하고 있지만 환경단체들은 “이 경우 다양한 식생을 포함하지 못해 생태계의 풍부한 상호작용을 기대하기 힘들 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의 서식도 유도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풀과 꽃, 나무 등이 한데 어우러져야 곤충, 조류 등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환경단체 활동가는 "이명박 시장이 벌이고 있는 이 사업은 우리가 청계천이라고 부르던 자연 하천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인공 어항 하나를 새로 만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기펌프로 물을 끌어와 주변을 예쁘게 꾸며 비리로 얼룩진 청계천을 미화하려는 이 시장의 행보를 똑똑이 봐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 김세옥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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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상식조차 없는 '세계신문협회'

적절한 지적! 국가 뿐만 아니라 자본에 의한 언론 자유 침해

코리아에만 존재하는 재벌에 의한 언론 자유 침해는 말할 것도 없고...

 

 

 

신문의 상식조차 없는 '세계신문협회'
[손석춘 칼럼] 기본인 사실관계부터 명확히 인식하라
  손석춘(ssch) 기자
어지간하면 침묵하고 싶었다. 나름대로 한국의 신문사 발행인들로서는 세계신문협회(WAN) 총회라는 국제적 행사를 치르고 있어서다.

하지만 참으려 해도 그럴 수가 없다. 보라.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의 지면을. <조선일보>는 1면 머릿기사의 표제로 "한국 신문법은 독자의 선택권 제한"을 내세웠다. 대문짝만하게 편집했다. 분명히 묻는다. 과연 그러한가. 어물어물 넘기지 말기 바란다. <조선일보>는 진정 그렇게 생각하는가?

대체 <조선일보> 편집국 안에는 그것이 '사실 호도'라는 사실을 지적할 기자가 단 한 명도 없단 말인가. 어떻게 신문법이 독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단 말인가. 신문법은 독과점 우려가 있을 만큼 일정 비율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신문들이 독자를 경품이나 무가지로 매수할 때 한하여 규제한다.

아울러 신문에 '발전기금'을 지원하는 것은 바로 세계신문협회가 말끝마다 들먹이는 '신문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민주적 정책이다. 발전기금이 참으로 '언론통제용'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 스스로 자부하는 이른바 '비판신문'들은 받지 않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지원금도 받지 않고 경품이나 무가지 없이 독자를 늘리는 것은 언제든 자유 아닌가.

1면에 대문짝만하게 내세운 '사실 호도'

세계신문협회 신임회장이라는 게빈 오렐리의 발언도 가관이다. 일방적인 정보만 듣고 한국의 신문법 원문을 보았을지 의문이 들만큼, 그의 연설은 기본적인 사실(Fact)이 틀렸다. "언론의 자유를 제한해 주요 신문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려는 계획이 있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대체 한국의 언론자유 수준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런 망발을 하는가. 자본에 의한 언론자유의 침해는 미국과 유럽 곳곳의 언론학자들이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는 쟁점이다. 물론, 신문 발행인들로서는 단지 이윤획득의 자유만을 추구할지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그들이 자신의 나라에서 그런 망발을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언론 수준을 우습게 보고 그런 연설을 하는 것이라면 큰 착각이다.

기실 더 큰 문제는 세계신문협회에 참석한 인사들의 무지에 있지 않다. 그들에게 그렇게 정보를 제공한 이 땅의 신문발행인들에게 있다. 세계신문협회 회의를 주최한 한국신문협회를 보라. 현 회장은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회장이다. 그는 2002년 9월 국무총리서리에 지명을 받았지만 국회청문회를 통해서 불거진 땅투기 의혹과 위장전입으로 물러난 인물이다. 전국 곳곳에서 벌인 부동산 투기가 드러난 여론의 지탄을 받은 인사다. 바로 직전 회장 홍석현 <중앙일보> '사주'는 어떤가. 그 또한 엄청난 탈법 재산증식으로 주미대사 직책에서 자진 퇴진하라는 압력을 시민사회로부터 받고 있는 인사다.

하지만 그는 주미대사직을 지키면서 자신이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세계신문협회 총회를 서울에서 열어 사실과 다르게 한국의 신문상황을 호도하고 있다. 그가 사주로 있는 <중앙일보>의 사설도 "민주국가에선 이해할 수 없는 신문법"이라는 제목을 내세웠다.

서울에 온 세계 신문 발행인들에게 권하는 당부

그렇다. 한국의 신문협회는 "이해할 수 없는" 법일 수 있다. 세계신문협회에 참석한 발행인들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솔직히 미지수다. 다만 한국신문협회의 본질을 세계의 신문사주들은 똑바로 보기 바란다. 아울러 한국의 신문법은 언론현장의 기자들과 언론의 궁극적 주권자인 시민들이 힘을 모아 민주적 여론형성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마련한 법임을 성찰하기 바란다. 오히려 신문법은 국회에서 빚어진 정쟁으로 '누더기'가 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지하면 용감하다고 했다. 세계 신문협회 총회에 참석한 각 국의 발행인들이 새겨야 할 경구다. 한마디만 덧붙인다. 서울에 어렵게 온 참에, 부디 한국언론운동에서 겸허하게 배우고 가라.
   민언련 "조중동 행태는 사대주의적 핑퐁왜곡"
   [取중眞담] WAN, 'IT강국'서 열리는 행사 맞나?
2005/05/31 오후 2:28
ⓒ 2005 OhmyNews
손석춘 기자는 오마이뉴스 고정칼럼니스트입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한겨레> 비상임 논설위원입니다.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로 EBS의 아침8시 <월드FM손석춘입니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문읽기의 혁명> <아직 오지 않은 혁명>을 비롯한 언론비평서들과 함께 장편소설 <아름다운 집>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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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강간', 한국선 '화간'?

우짜냐? 딱 우리 수준이다.

배심제든 참심제든 빨리 도입하자. 판사 엘리트들은 믿을 수가 없다.

 

 

미국선 '강간', 한국선 '화간'?
[해외리포트] 국제적 인권문제 된 한국의 성범죄 판결
  강인규(foucault) 기자
"피해여성이 술에 취해 '필름'이 끊겨 성관계를 했다 하더라도 적극 저항하지 않았다면 준 강간이 아니다." – 2004년 3월 28일 서울고법 형사4부 엄상필 판사

한국과 미국의 '강간죄' 규정의 차이

▲ "데이트 강간" 문제를 특집으로 다룬 주간지 <타임>의 표지.
ⓒ2005 TIME
'데이트강간'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도 간혹 사용되는 말이지만, 아직까지 이 개념은 한국인들의 일반적인 정서에 잘 부합하지 않는다. 합의에 의한 '데이트'와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강간'이 상호모순적인 개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스스로 원해서 만나는 남자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강간'이 성립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사회에서 '데이트 강간'은 성범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미국남성들이 한국남성들보다 성적으로 더 억압적이고 폭력적이어서가 아니다. '강간죄'에 대한 규정과 법집행이 한국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엄격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형법은 여자들이 '완강히 저항'하지 않는 한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파악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와 정반대로, 여성이 능동적으로 동의를 표시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성적 행위는 강간으로 간주한다. 한국에서 '적극적 저항'을 범죄의 구성요소 보는데 반해, 미국에서는 '여성의 적극적 동의'만을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여성의 동의에서 성관계가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어느 순간이라도 여성이 반대의사를 표하면 상대방은 즉시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성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 행위, 즉 성폭행으로 간주된다. 여성의 적극적인 동의를 얻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 '동의'가 어떤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인지가 동의 자체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여성의 '동의'는 온전한 판단력을 가진 상태에서 이루어진 자발적인 것이어야 한다. 물리적 폭력이나 언어적, 심리적 협박에 의한 것이 '동의'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술이나 약물 등으로 온전한 판단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내린 결정 역시 '동의'에 포함되지 않는다.

당연히 '동의를 할 수 없는' 상태의 여성과의 성관계는 모두 강간으로 분류된다. 여기에는 성숙한 판단이 불가능한 미성년자와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의 정신적 장애자들이 포함된다. 따라서 이들과는 어느 경우라도 '동의에 의한 성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성범죄를 조장하는 성범죄 판결

지난 3월, 한국에서 만취상태에서 성관계를 가진 한 여성이 형부를 준 강간죄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일이 있다. 판결문은 무죄선고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고소인이 술에 취해 이성적 판단이 흐려진 상태에서 형부의 성관계에 응했거나 적극 저항하지 않아서 피고인이 동의한 것으로 알고 성관계를 가진 것 같다."

미국 대부분의 주가 명시하고 있는 형법에 따르면, 위의 사건은 명백히 강간에 해당한다. "이성적 판단이 흐려진 상태에서" 내려진 판단이 '동의'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물론, 합의에 의한 성관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의사 표명'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적극 저항하지 않아서 피고인이 동의한 것으로 알았다"는 앞의 '무죄항변'은 오히려 강간죄를 스스로 고백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14살의 미성년자이며 정신지체 장애인 여성을 5년에 걸쳐 8차례 성폭행한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은 무죄판결을 내렸다. '어른이 겁을 줘 옷을 벗게 한 후 성폭행한 점은 인정되지만 절대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었다'는 것이 무죄판결의 이유였다.

"장애인 미성년자이더라도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무죄다." –2004년 9월 16일 부산고법 형사2부 윤재윤 부장판사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강간사건 발생회수는 14.3건이었다. 이는 2003년보다 0.8건이 더 늘어난 것으로, 사건 총수로는 428건이 더 증가한 6959건을 기록했다. 같은 해 미국의 인구 10만 명당 강간사건 발생회수는 32.1명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한국이 미국보다 성범죄문제가 덜 심각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국의 성폭행 신고비율이 54%에 이르는 반면, 한국은 6%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신고비율을 고려한 한국의 10만 명당 강간사건 발생비율은 238건으로, 미국(59건)의 4배를 넘어선다. 여기에 기소율과 미국이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포괄적이고 엄격한 법규정을 통해 성범죄를 처벌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격차는 훨씬 더 커진다. 위의 통계수치에는 기소된 사건만 포함되어 있고, 한국에서 신고된 성범죄사건 중 기소되는 비율은 3분의 1 미만이다.

한국 남성법조인 60% "'야한 옷' 성범죄 유발"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강간 사건에서 피해자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전 세계적인 상식이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 캠퍼스에 비치되어 있는 한 교육안내서에는 성폭력이 "언제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로, 결코 피해자가 입고 있는 옷이나 피해자가 있는 장소, 또는 하고 있는 행동과 무관하다"고 못 박고 있다. 이 안내서는 "성폭행은 피해자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으며 사건의 모든 책임이 가해자에게 있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 "강간위기센터"의 교육책자. 어떤 경우라도 성범죄 피해자에게는 책임이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2005 UW-Madison
이 안내서도 말하고 있듯이, 성폭력이 '성적 욕망'때문에 발생하는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폭력성, 분노 그리고 권력에 의해 매개된 가해자의 자발적 행동임은 이미 오래전에 밝혀진 사실이다. 성폭력이 '성적 욕망의 크기'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연장자가 연소자에게, 그리고 사회적 위계가 높은 사람이 아래의 상대에게 성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실시한 한 여론조사 결과는 그런 면에서 대단히 충격적이다. 이 조사에서 한국 남성법조인의 60% 이상이 '여성의 야한 의상이 성범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성범죄 판결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한국은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할 수 있는 아주 독특한 사회적 환경을 지닌 곳이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부조리극을 가능케 하는 것은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하는 한국의 왜곡된 성의식 때문이다. 피해자를 비난하는 이 야만적인 문화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아주 기초적인 상식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형법은 성폭력이라는 끔찍한 범죄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필사의 저항'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 법논리 뒤에는 남성중심적 사고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미국의 형법은 철저히 피해자의 신변보호에 초점을 두고 있다. 범죄구성요소로 피해자의 '저항'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물론, 피해자의 저항행위가 목숨을 위협하는 대단히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때로는 가해자를 공격하는 것이 범죄를 피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위험을 불러오는 경우도 많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성폭행의 17%, 그리고 폭행미수의 39%가 피해자에게 육체적인 상해를 초래한다. 성폭행은 가해자가 흉기를 가지고 있든 그렇지 않든 피해자의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폭력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가해자와 맞서 싸우는 것이 상황을 피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더 나아가 대단히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 "강간과 성폭행: 당신이 알아야 할 것," Binghamton,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저항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지 그렇지 않은지의 여부는 피해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름에 불구하고, 한국의 형법은 '목숨을 건 사투' 아니면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는 이분법을 강요하고 있다.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범죄 상황 하에서 '적극적 저항'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 국가기구가 할 일이 아니다. '정절 아니면 목숨'이라는 조선시대의 '은장도 정신'이 현대의 법정신이 아니라면 말이다.

바뀌고 있는 '강간'의 정의

▲ 미국의 모든 교육기관에서는 성범죄 피해예방과 사후조치를 위해 가해자의 책임과 피해자의 권리에 대해서 지속적인 교육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미국 대학 곳곳에 비치되어 있는 교육안내자료.
ⓒ2005 U. Health
2003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로라라는 이름의 한 여성이 남자친구 존과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가졌다. 관계 도중 그녀는 마음을 바꾸어 "이제 집에 가겠다"고 말했다. '그만 두라'는 구체적인 거부의 의사가 아니라고 생각한 남자친구는 행위를 계속하다가 그녀가 네 번째로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하자 그녀를 놓아주었다.

이후 그 남자는 강간죄로 구속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명백히 동의에 의해 성관계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상대가 마음을 바꾸어 거부의사를 표하면 즉시 그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캘리포니아 대법원의 판결이었다. "집에 가야 한다"는 것은 충분한 거부의사의 표시였고, 따라서 그녀의 의사에 반한 채 계속 성행위를 한 것은 명백히 "강압에 의한 강간죄(offense of forcible rape)"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 클레어 쿠퍼, "법원판결: 강간은 여성이 거부의사를 표명할 때 시작된다" <새크라멘토 비> 2003. 1. 7.

피고는 피해자가 "집에 가겠다"라는 첫 발언이 있은 후 5분, 그리고 네 번째 말을 들은 후 1분여 만에 그녀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을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그리고는 남자의 생리적인 특성상 곧바로 행동을 멈출 수 없다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를 선고했다. 피고의 거부의사를 들은 이후에도 피고가 계속해서 양손으로 원고의 허리를 잡은 채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강간'의 범죄구성요소로 충분하다는 판결이었다.

이 판결이 있은 후 미국 대다수의 주들이 '강간'의 법규정을 수정했거나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강간의 예외적 사례로 보는 기존의 입장을 탈피해 '합의'는 여성이 거부의사를 표시하는 순간 효력을 상실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94% 이상의 법조인들이 "피해자가 가해자와 함께 여관에 들어간 경우 성폭력으로 인정받기 불리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2003년 성폭력상담소 여론조사는 밝히고 있다.

낸시 깁스는 이런 견해를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입장에서 비판한다. 그녀에 따르면, "여성이 남자와 술을 함께 마시거나, 함께 밤길을 걷거나, 심지어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고 싶다고 해서, 그녀가 바닥에 억지로 눕혀져 성폭행을 당하고 싶다는 것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 낸시 깁스, "강간은 언제 시작되는가" <타임>, 1991. 6. 3.

국제사회에서 인권문제로 다루어지는 한국의 성범죄

미국무부에 제출된 한 보고서는 만연한 성범죄로 고통 받는 한국여성의 상황을 '인권문제'의 하나로 다루고 있다. 2004년 2월에 발간된 이 보고서는 가정폭력과 함께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분류하고 있다.

"강간은 심각한 상태이다. 1월부터 9월까지 1만3914건의 신고가 접수되었으나, 이중 3630건만 기소되었다. 강간사건에 따르는 피해자의 사회적 오명 때문에 많은 사건이 신고되지 않은 채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여성단체들이 사건 신고와 처벌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으며, 직장 내 성희롱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교육을 벌이고 있다. 여성단체의 보고에 따르면, 다수의 강간사건이 기소되지도 않은 채 무마되고 있으며, 성범죄자로 기소되는 경우도 아주 미약한 처벌만을 받는다." - "인권실천에 관한 국가 보고서," 미국무부 제출, 2004. 1. 25일 발간.

남성중심사회를 살펴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모순을 발견한다. 하나는 남성이 언제나 여성보다 '이성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해자의 입장이 되면 갑자기 여성의 옷 하나에도 통제력을 상실하는 지극히 비이성적이고 나약한 존재로 돌변한다. 물론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나면 즉시 '이성적인' 지배자의 위치로 복귀한다.

한국의 성범죄 법체계에 반기를 들어야 할 사람은 누구보다 남성들이다. 한국의 형법이 가정하고 있는 바, 스스로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인 존재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완강한 저항'이 없는 한 가해자의 손을 들어주는 법체계는 남성들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끔찍한 범죄자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비인도적 법 앞에서 침묵한다면 우리는 성별과 끔찍한 범죄를 묵인하고 있는 공범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사실은 법원에서 당신을 '무죄'로 판결해준다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는다.
2005/05/31 오후 2:03
ⓒ 2005 OhmyNews
강인규 기자는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같은 학교에서 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기호학으로 세상 읽기> (소명/공저)와 <대중문화 낯설게 읽기> (문학과 경계/공저)가 있다. 여행자의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며 살기를 소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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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자 실상 공개한 현직 판사 글 '화제'

헌법 재판관 이상경과는 질적으로 다른 사람

 

 

신불자 실상 공개한 현직 판사 글 '화제'
"모럴 해저드로 몰아선 안돼"... 카드 무분별 발급한 카드사에 분개
  박수원(pswcomm) 기자
▲ 문유석 서울중앙지법 판사.
ⓒ2005 한국법조인대관
신용불량자의 실상을 공개한 서울지방법원 파산부 문유석(36) 판사의 글 '파산이 뭐길래'가 화제다.

문유석 판사는 법원 회보인 <법원사람들> 5월호에 기고한 이 글에서 자신이 1년 동안 파산부에 근무하면서 경험한 사례들을 생생하게 공개했다. 문 판사는 특히 이 글에서 개인 파산자를 '모럴 헤저드'로 모는 사회의 잘못된 시각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문 판사의 글은 신용불량자 관련 사이트에 올라와 신용불량자들의 공감을 받고 있다.

문유석 판사는 '파산이 뭐길래' 에서 ▲연쇄부도가 난 중소기업 경영자 ▲큰 병에 걸려 카드로 병원비 충당했다가 신용불량자된 택시운전사 ▲친언니 빚보증 서줬다 카드 돌려막기 하다가 파산한 학원 강사 ▲채무자와 채권자가 법원에서 화해한 사례 등 파산부 판사로 근무하면서 자신이 맡았던 실제 사건을 소개했다.

"방탕한 생활 커녕 빚 절반은 병원비 나머지 반은 카드수수료, 연체이자로...

그는 방탕한 생활은 커녕 빚의 반은 병원비, 나머지 반은 온갖 카드수수료, 연체이자로, 결국 손에 한 번 만져보지도 못한 돈을 갚느라 심신이 다 황폐해진 채 비로소 법원을 찾은 이 답답한 아저씨를 보고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이 지경인 사람에게 끝도 없이 신용카드를 발급해주고 사용하게 한 카드회사들에게 화가 난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문 판사는 "아직까지는 파산자들은 대부분 세 가지 종류"라면서," 빠듯하게 먹고 살다가 실업, 질병 등으로 감당할 수 없게 된 사람들 ,먹고살아 보려고 이것저것 해 보다가 망해버린 사람들, 자기 앞가림만 겨우 하는 처지에 부모형제, 친지의 빚보증을 어쩔 수 없이 섰다가 같이 망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 해 말 부모가 없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어린 소녀 20여명이 살고 있는 종교 시설을 찾았다가 "사채업자가 깡패를 보내서 돈 갚으라고 협박할 때 어떻게 해야 돼요?", "교통사고로 사람을 치어 다치게 했는데, 물어 줄 돈이 없으면 몇 년이나 감옥에 있어야 해요?","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내서 감옥에 가면 빚 다 갚을 때까지는 못 나오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며, "이 아이들에게서 가정을, 엄마 아빠를 빼앗아 간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바로 돈"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문유석 판사는 "우리는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이라고 쉽게 숫자로 이야기하지만, 그 한 명 한 명은 숫자가 아니고 피가 흐르는 '사람'이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가정이 있고, 부모형제가 있고 아이들이 있다"면서, "400만 명이 신용불량자면, 최소한 400만 가정이 빚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며, 그 중 상당한 수의 가정은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괴되어 아이들이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거친 세상에 던져졌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도덕적 해이는 어디있나" 도덕적 해이론 반박

그는 "도대체 '모럴 헤저드'의 표본인 남의 돈으로 흥청망청 신나게 쓰고는 자기 먹을 것은 다 숨겨 놓고 호화생활을 하며 파산 신청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가야 찾을 수 있느냐"면서, "골프장 '해저드' 안에 숨어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문유석 판사는 또한 개인 파산이 사회 구조에 기인한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는 미국 중산층의 몰락을 분석한 <맞벌이의 함정>이란 책을 소개하면서 "도시치안이 불안해지고 공교육이 부실화되자, 비교적 안전하고 좋은 학교가 있는 주택가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맞벌이에 필수인 유아보육비를 비롯 유치원비, 애들 교육비, 의료비가 모두 높아져, 사치는커녕 부부가 뼈빠지게 일해서 자식은 남들만큼 교육시켜 보려고 지출하는 돈이 소득의 거의 대부분이어서 미래의 위험에 대비할 여유자금이라고는 없고, 아슬아슬하게 꾸려가는 이 생활이 실업, 질병 등 충격에 쉽게 파산지경에 몰리고 만다"고 중산층의 파산이 구조적 문제임을 짚어내기도 했다.

문 판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근래 면책율은 99%이라면서, 손에 골무를 끼고 종일 기록을 뒤적이는 평범한 머글(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마법사 아닌 사람들의 총칭' 어리석은 자라는 뜻도 있음) 판사들이 할 수 있는 마법은 한 가지 뿐이라고 고백했다.

"주문, 파산자를 면책한다"

개인 파산은 사회구조의 문제...서울중앙지법 면책률 99%

문유석 판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글을 쓰게된 계기를 묻자 "글을 쓴 취지를 이미 '파산이 뭐길래'에서 충분히 설명했기 때문에 따로 이야기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문유석 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36회에 합격해 97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용됐다.

2002년 춘천지법 강릉지원 판사 시절 '성전환수술을 받은 자의 성별'이라는 연구논문을 통해 "성전환 수술을 받는 자들이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이상 법적으로 성전환을 인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교육과 병역의무 이행, 결혼 및 취업, 직장 생활 등 사회 전반에서 끊임없이 혼란이 반복될 수 있다"면서, "사회 일반이 인식할 만큼 성공적으로 성전환이 이뤄진 경우 법률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인도주의뿐만 아니라 공공복리에도 부합한다”면서 소수자 권리 보호 주장을 펴지고 했다.

다음은 문유석 판사의 '파산이 뭐길래' 전문이다.
<파산이 뭐길래>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문유석 판사

법원가족 여러분, 언론에서 신용불량자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을 많이 들으셨죠? 법원의 파산사건, 개인회생사건도 많이 늘고 있구요. 쉽게 말씀드리면, 개인파산면책이란 가진 재산 모두 털어 빚잔치를 하여 나누어주고 남은 빚은 탕감받는 것이고, 개인회생이란 수입이 있는 사람의 경우 5년 내의 기간 동안 버는 돈으로 열심히 빚을 갚아 나가고, 남은 빚은 탕감받는 것입니다.

빚탕감이라.... 다른 법원가족들이 열심히 재판해서 빚갚으라고 판결도 해 놓고 했는데, 판결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앉아 있으니 파산부는 참 희한한 곳입니다. 저도 작년 이 곳에 전입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소시적 법대 1학년생 시절 민법 교과서에서 본 “Pacta Sunt Servanda”, 즉 일단 맺어진 계약은 준수되어야 한다는 근엄한 말씀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거든요. 그 후 1년여 파산면책항고사건 등을 처리하면서 나름대로 느낀 것들이 있어, 감히 두서 없는 글을 써 봅니다.

1. 몇몇 사건들


전입초기, 한 사건을 심리하게 되었습니다. A씨는 어떤 중소기업의 경영자였는데, IMF 시절 거래처들의 연쇄부도를 못견디고 부도를 냈습니다. 그런데, 회사자금을 빌릴 때 대표이사 개인도 연대보증을 하도록 금융기관들이 요구하기 때문에 회사의 빚이 모두 대표이사 개인의 빚이 되었습니다. 살던 집은 경매로 넘어가고 실업자가 되어 친지 집을 전전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증채권자인 금융기관이 A씨가 재산을 은닉하고 있다면서 면책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록을 보니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정도되는 세 따님이 있길래, 심문 도중 자녀들은 어느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잠시 머뭇거리더니, 글쎄, 런던에서 음악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겁니다.


역시 흔히들 말하듯, 사업은 망해도 사업가는 다 재산을 빼돌려 잘 먹고 잘 살고 있구나 싶더군요. 그래서 저는 물었습니다. 남의 빚은 못 갚는 분이 무슨 돈으로 자녀들은 해외유학을 시키고 있느냐고. 어눌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애들이 장학금도 받구요, 애 엄마가 그곳에서 식당 일도 하고... 좀 믿기 어렵더군요. 그렇게 쉽게 처자식 영국유학을 보낼 수 있으면 대한민국 국민 누군들 안 보내겠습니까.

이후 재산은닉여부, 학비 등 조달경위에 대한 심리가 계속되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사실이 속속 밝혀졌습니다. A씨의 어린 세 딸들은 세계대회에서도 여러 번 수상했던 음악 영재들로, 학비 및 기본생활비를 충당할 만한 금액의 영국정부장학금 등을 받고 있었고, 주말이면 교회에서 반주자로 일하며 생활비를 보태고 있었습니다. 애들 엄마는 식당에서 월 100만원 정도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고, 사는 집도 허름한 월세집이었습니다. 서울에 홀로 남은 애들 아버지가 재산을 숨기거나 처자식에게 돈을 보낸 어떠한 증거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 얼마 후, 또 다른 사건이 있었습니다. B씨는 택시기사를 한동안 하다가 그만두고, 실업자 생활을 한 지 오래 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록을 뒤지다보니 신용카드내역서에 ‘코코’ ‘발리’등의 야릇한 이름이 자주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술집인 것 같았습니다. 남의 빚은 안 갚는 주제에 술집에서 방탕한 생활을 하다니! 신문에 자주 나오는 소위 ‘모럴 해저드’가 이런 거로구나.
그런데, 심문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파산자는 그야말로 피골이 상접하고 병색이 완연한 병자였습니다. 중증 호흡기질환 장애인이며, 말하는 것도, 오래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 했습니다. 방탕한 생활은 커녕 일상적인 생활도 어려워 보였습니다. 사연은 이러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택시기사로 일하며 살아가던 B씨는 어느날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대수술을 몇차례나 받고, 1년 가까이 병원에 장기 입원해야 했고, 돌볼 친지도 없어 간병인까지 두어야 했습니다. 수천만원이 훌쩍 넘어가버린 병원비 등은 온갖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메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퇴원 후에도 살길은 막막했지만, 막연히 카드대금이 연체되어 신용불량자가 되면 큰일난다는 생각에 또다른 카드를 발급받아 앞의 카드를 막는 돌려막기를 반복하다보니 고액의 카드수수료와 연체이자로 빚은 금새 두 배로 늘어 버렸습니다. 더욱더 카드결제대금이 부족해지자 파산자는 예전 동료인 택시회사 노조원들에게 조합원 회식 등으로 단란주점에 갈 때 자기 신용카드로 계산을 하고 결제일에 돈을 자기에게 달라고 부탁을 한 것입니다.

사적으로 ‘카드깡’을 한 셈이죠. 결국 밑빠진 독에 물은 채울 수 없게 마련이고, 예정된 파국이 찾아와 더 이상 어떤 방법으로도 카드대금고지서를 해결할 수 없게 되었고, 신용불량자 낙인은 물론 채권추심원들 등쌀에 시달리다 못해 파산신청을 한 것입니다.


저는 솔직히 안타깝고, 화가 났습니다. 방탕한 생활은 커녕 빚의 반은 병원비, 나머지 반은 온갖 카드수수료, 연체이자로, 결국 손에 한 번 만져보지도 못한 빚을 나날이 키워만 가다가 심신이 다 황폐해진 채 비로소 법원을 찾은 이 답답한 아저씨에게. 그리고, 이 지경인 사람에게 끝도 없이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고 사용하게 한 카드회사들에게.


답답한 사람은 또 있었습니다. C씨는 학원강사로 일하던 여자분입니다. 결혼하였고, 어린 아들도 있습니다. 학원강사 수입으로 넉넉지는 못해도 가족들이 먹고 사는 데는 큰 지장이 없어 보이는데, 왜 파산부를 찾게 되었을까요. C씨의 빚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100% 친언니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C씨만큼 교육을 받지도 못하고, 이상하게도 식당이고 뭐고 먹고 살아보려고 시작만 하면 망하곤 하는 언니를 위해 C씨는 빚보증도 여러 건 서주고, 돈도 주고, 그러다 결국 자기도 카드돌려막기를 하는 신세가 되고도 또 현금서비스를 받아 언니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저는 너무 답답해서 C씨에게 왜 이 지경이 되도록 대책 없이 언니를 위해 빚을 졌느냐고 물었습니다. 대답은, 어려서부터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단둘이 자란 친자매였기에, 도저히 살아보려고 애쓰는 언니를 나몰라라 할 수 없었고, 자기도 너무 힘들어 모질게 맘을 먹어 보아도, 늙으신 어머니가 언니를 이번 한번만 더 도와 주라며 눈물을 보이면 견딜 수 없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되뇌이며 카드를 긁었다는 것입니다.


어렵고 힘든 것은 빚진 사람들만이 아닙니다. 돈을 빌려 준 사람들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D씨 사건의 경우입니다. D씨는 자수성가하여 가구공장을 경영하던 분입니다. IMF 당시 부도를 냈다가 힘들게 재기하여 어렵게 어렵게 공장을 운영하다가 불의의 화재로 공장과 재고가구가 모두 불타 수억원의 피해를 입고는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된 그를 안타깝게 여긴 거래업체 분들은 대부분 그가 재기하기를 빌어주며 빚을 탕감하여 주었습니다. 그래도 남은 금융기관 빚을 감당할 수 없어 면책신청을 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금융기관들은 아무런 이의도 안하는데, 소액채권자인 자재대금 300만원을 못받고 있는 E씨가 강력하게 면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E씨는 화재 전까지 D씨와 형님아우하며 지내던 사이였다는데 말입니다. E씨가 주장하는 이의사유들은 법적으로는 면책불허가사유가 될 만한 것들이 아니었으므로 간단히 배척하면 그만인 듯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화재로 알거지가 된 사람도 억울하지만, 돈을 떼이는 사람도 억울할 것이라는 생각에 쌍방을 모두 불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로 감정이 상당히 악화되어 있었습니다. E씨의 말씀은 이랬습니다. D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은 안타까웠다. 하지만, 사고 이후에 좀처럼 연락도 없다가 면책신청을 했다기에 연락을 해서 그런 신청을 하려면 미리 상의라도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야박하다며 되려 화를 내기에 심한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감정이 많이 상하여 이의신청을 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는 D씨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화재 이후 좌절해 있다가, 살아 보려고 고시원 생활에 부부가 일용직을 전전하며 재기해 보려고 발버둥을 치느라 미처 E씨 마음까지 헤아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저는 D씨에게 물었습니다. 면책을 받게 되면 법적으로는 E씨를 비롯한 거래업체 사람들의 빚을 안 갚아도 됩니다. 하지만, E씨를 비롯한 거래업체 사람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인데, 그 마음의 빚도 안 갚고 사실 수 있겠습니까. D씨는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면책이 아니라 무슨 결정을 받던, 앞으로 열심히 일해서 아주 적은 돈이라도 벌게 되면 제가 피해를 끼친 분들께 갚으며 살아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D씨의 말씀이 E씨에게 겉치레가 아닌 진심으로 받아들여졌는지, E씨는 흔쾌히 이의신청을 취하하겠다고 하시면서 D씨의 재기를 빌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감정표현이 서투른 40대 후반의 이 두 아저씨는 바로 옆에 앉아 있으면서도 계면쩍어 서로 뭐라고 이야기를 건네지 못하고 각자 저에게만 이렇다 저렇다 어눌하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이런 사건들을 하나씩 하나씩 거치며, 그렇게 저는 파산부 판사가 되어 갔습니다.



2. 천사들과의 만남


지난 연말의 일입니다. 동료들과 함께 한 작은 집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헌신적인 원장님과 선생님들, 그리고 네다섯살부터 초등학생, 일부 중고생까지 여자아이들 20여명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곳이었습니다. 이 곳은 부모님이 안계시거나, 계시지만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 아이를 돌보기 힘든 가정의 자녀, 결손 가정의 자녀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학교도 다니고, 함께 도와가며 살아가는 가정공동체입니다.

수녀님이신 원장님과 선생님들, 그리고 후원자분들의 사랑과 정성으로 아이들은 여느 아이들 못지 않게 밝고 맑게 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작은 집이지만, 깨끗하고 아늑했구요.
말로만 듣던 판사 아저씨들이라니 호기심이 가득하면서도 쭈뼛거리는 아이들. 한 판사님이 열심히 준비한 간단한 마술 몇 가지를 선보였더니 비로소 환호성이 터지더군요. 선물도 전달하고, 다같이 앉아 피자도 나누어 먹고, 서로 인사도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숫기 없는 판사들이 처음 본 여자아이들과 금방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기는 난망. 더구나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개별적으로 이야기를 하기도 어려웠고, 결국 다소 서먹한 채로 일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제게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머뭇머뭇거리기에 할 말이 있으면 해 보라고 했더니, 판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일어서기에 아쉬움이 많았던 저는 남아서 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판사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도 설명해 주고, 학교생활 열심히 하고 책도 많이 읽으라고 해 줘야지...정도 생각을 갖구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한 아이씩, 한 아이씩 제 주변에 아이들이 둘러 앉아 이것 저것 물어보고, 또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 다투어 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하는데, 이 어린 여자아이들이 무엇을 판사에게 물어볼 것 같으세요?


사채업자가 깡패를 보내서 돈 갚으라고 협박할 때 어떻게 해야 돼요?
교통사고로 사람을 치어 다치게 했는데, 물어 줄 돈이 없으면 몇 년이나 감옥에 있어야 해요?
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내서 감옥에 가면 빚 다 갚을 때까지는 못 나오는 건가요?


.....저는 어리석게도 이 집에 흐르는 안온한 분위기와 밝은 아이들의 모습만 겉으로 보고는 이 아이들이 짊어지고 있는 어느 어른들보다 가혹한 삶의 무게를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 아이들에게서 가정을, 엄마 아빠를 빼앗아 간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바로 돈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신용불량자 400만이 어떻고 쉽게 숫자로 이야기하지만, 그 한 명 한 명은 숫자가 아니고 피가 흐르는 ‘사람’이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가정이 있고, 부모형제가 있고 아이들이 있습니다. 400만명이 신용불량자면, 최소한 400만 가정이 빚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며, 그 중 상당한 수의 가정은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괴되어 아이들이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거친 세상에 던져지고 있는 것입니다.

정신 없이 아이들의 질문에 가능한 한 알기 쉽게 답해 주려고 애쓰고 있는데, 아이들 중 가장 어려보이는 네 살 정도의 아이가 제 주변을 맴돌더니 괜히 제 어깨도 만지작거리고, 눈이 마주치면 웃음을 보이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언니들이 하는 이야기 같은 것을 알아들을 나이도 아닌 이 꼬마아가씨는, 여자들만 사는 이 집에서 기억조차 희미해지는 아빠의 모습을 제게서 찾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재작년 법원회보에 제 딸아이 육아이야기를 썼었는데 기억하세요? 이제 일곱 살, 다섯 살인 두 딸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이 예쁜 꼬마아가씨도 안쓰럽지만, 이 아이의 아빠 가슴은 어떨지 생각하니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맘 속으로는 억장이 무너지고 있었지만, 값싼 감상과 동정 따위는 필요 없어 보일만큼 아이들이 자기들이 짊어지고 있는 운명에 대하여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기에, 저는 이들을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어른에게 법률상담하듯이 제가 아는 것들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이 얘기 저 얘기 하다보니 헤어지기 전에는 보다 진지한 토론도 잠시나마 할 수 있었습니다.

- 동방신기에서 누가 제일 멋진 것 같니? 아저씨는 믹키유천이 모자 쓴 스타일이 멋지더라.
에이, 아저씨. 유노윤호가 최고예요.


3. 모럴 해저드?

아이들과 이야기하던 중, 파산면책제도에 대하여 제가 잠시 이야기해 주었더니 한 아이가 그러더군요. 에이, 그런게 있으면 누가 빚을 갚겠어요?

세상은 참 재미있습니다. 빚 때문에 남들과 다른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 순진한 아이가, 자기 빚을 떼일까 겁나서 목청을 높이는 돈 많고 힘 있고 유식한 어른들과 똑같은 말을 합니다. 저 말을 우리나라 유식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어로 하면 바로 모럴 해저드 아닙니까.

유식한 사람들은 숫자나 유식한 말로 모든 것을 자신 있게 결론 내리기를 좋아합니다.
그 말들을 실제 사람의 삶과 연관지어 보려면 통역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소비의 하방경직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득이 줄어든 주제에 종전 소비수준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여 빚이 늘어난다는 거죠.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도 유지하려 하는 종전 소비라는 것은 실제로 어떤 것들일까요? 외제차, 해외여행, 골프인가요?

제가 보기에는 그것은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는 유치원을 그만두게 하느냐이고, 남들 고액과외시킬 때 아이들 동네 학원이라도 보내며 공부 잘해서 나중에는 부모보다 잘 살기를 바래 왔는데, 그나마 그만두게 하느냐이고, 노환으로 병원 출입이 잦으신 고향 부모님께 병원비와 용돈 보태시라고 보내던 10만원을 계속 보내느냐 마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에 봉착한 사람들이 경제학자들처럼 과감하게 ‘소비수준을 하강시키지’ 못한 채, 앞으로 열심히 돈을 벌어 갚을 수 있다고 믿으면서 마이너스대출을 받고, 현금서비스를 받아 학원비, 병원비, 유치원비를 내다가, 결국 월말 카드대금고지서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파산은 고사하고 카드대금 연체 1회라도 시작되면 인생 끝장이라고 두려워한 나머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잘도 발급해 주는 신용카드를 또 발급받아 돌려막기를 시작하고 카드깡을 해 가며 카드대금을 갚아도 원금은 난공불락, 연체료 갚기도 버겁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빚이 1억이라는데 그 중에 학원비, 병원비, 유치원비로 써 보기라도 한 돈은 반도 안 되고 나머지는 다 이자, 연체료인 상황이 되자 벼랑 끝에서 뛰어 내리는 심정으로 빚을 탕감받고자 법원을 찾는 것이 늘어난다. : ‘모럴 해저드가 우려된다’는 말의 통역입니다.


그런데, ‘모럴 해저드’라는 말에는 다른 뜻도 있더군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연구한 ‘신용불량자 증가의 원인분석과 대응방향’이라는 자료를 보니, 신용불량자의 증가는 1998년 소위 IMF 시대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을 거치며 시작되었지만(이는 실업과 불황 등 ‘소득 감소’를 원인으로 하는 것이겠죠),


이를 확대시킨 것은 1999. 5. 현금서비스 한도규제 폐지 후 신용카드 회사들이 길거리 모집 등 위험관리를 도외시한 치열한 자산확대 경쟁을 전개하여 잠재적 부실을 축적한 채 신용팽창이 계속되다가(통역: 소득이 줄어들었는데, 그렇다고 갑자기 전에도 빠듯하게 살던 생활수준을 더 낮출수도 없었던 사람들에게 일단 돈을 쓰게 해 주고, 다시 앞에 빌린 돈도 못 갚는 사람들이 돌려막기로 파산을 모면하며 버틸 수 있게 온갖 카드를 발급하여 주면서 업계 1위, 외형 1위가 되기 위해 노력하다가),


2002. 6. 이후 감독당국에 의해 건전성 감독규제가 도입되자 갑자기 카드회사들이 신용정책을 엄격화하여 잠재적인 부실이 현재화하게 된 것(통역: 더 이상 위와 같은 사람들이 돌려막기를 할 수 없게 돈을 빌려주는 것을 까다롭게 하자 곧바로 카드대금 연체가 시작되고,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는 사람이 급증하게 된 것)이라네요.

그러면서 2002년 3/4분기 이후 드러난 신용불량자의 급증은 주로 신용카드회사의 ‘도덕적 해이’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겁니다. ‘모럴 해저드’라는 말은 이럴 때도 쓰는 것이더라구요.


제가 요즘 자기 전에 읽는 책이 있습니다. 하버드 법대의 파산법 교수인 엘리자베스 워런 (Elizabeth Warren)교수가 따님인 컨설턴트 아멜리아 워런 티아기(Amelia Warren Tyagi)와 함께 쓴 ‘맞벌이의 함정(The Two-Income Trap)'이라는 책입니다. 이는 하버드대학이 주관한 개인파산에 대한 통계적 분석과 연구성과를 기초로 미국에서의 개인파산의 증가(2002년에 200만명이 파산신청을 했다는군요) 원인을 알기 쉽게 분석한 책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에서의 파산자 중 상당수는 맞벌이로 상당한 소득을 올리는 중산층이라는 겁니다. 소득이 올라갔는데 웬 파산이냐구요? 요약하면 소득 올라가는 것보다 고정지출 늘어나는 것이 휠씬 높아서 여유자금은 과거보다 훨씬 줄어든 빡빡한 삶을 살아가다가 실업, 급여감소, 질병 등 변동요인만 발생하면 곧바로 파산상태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슨 고정지출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냐? 그건 바로 자녀의 ’안전‘과 ’교육‘에 대한 지출이라는 것입니다. 도시의 범죄율 증가와 공교육의 부실화로 중산층 부모들은 안전한, 그리고 좋은 학교가 있는 학군 좋은 교외주택가(비벌리힐즈 같은 부촌과 귀족사립학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웬만한 평범한 주택가를 말하는 것입니다)로 너도나도 몰려가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그런 곳의 주택값은 천정부지, 대출금 이자 값는 데만도 허리가 휜답니다.

게다가 맞벌이를 하다보니 필수인 아이 봐주는 보육비와 유치원비는 대학등록금보다도 비싸지고, 자녀가 평범한 샐러리맨 생활이라도 하려면 대학교육은 필수라는데 대학등록금은 오르기만 하고, 건강보험료와 본인부담금은 늘어만 가고. 사치는 커녕 부부가 뼈빠지게 일해서 자녀 남들만큼만 교육시켜 보려고 지출하는 돈이 소득의 거의 대부분이어서 미래의 위험에 대비할 여유자금이라고는 없고. 아슬아슬하게 꾸려가는 이 생활이 작은 충격에도 무너져버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4월 14일 미국 하원에서는 부시 정부가 내놓은 파산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더군요. 파산신청의 남용을 규제한다면서 파산면책받기를 까다롭게 만들어 놓은 법입니다. 그것도 주 타겟은 바로 중산층인 것 같더군요. 지난 몇 년간 미국 파산법 개정을 위해 소비자신용업계 등 대기업들이 엄청나게 노력을 하고 있다더니 부시 대통령의 재선과 함께 결실을 보신 모양이네요.

4월 14일, 엘리자베스 워런 교수는 하버드 대학 연구실에서 어떤 심정으로 이 뉴스를 바라보고 계셨을지 일면식도 없는 주제에 전화라도 해 보고 싶어집디다. 이화여대 법대 오수근 교수님의 글을 보면 파산법의 역사는 영국의 1542년법 이래 450년 동안 발전해 왔다고 합니다. 빚 못 갚는 채무자 목에 칼을 씌워 구경거리로 삼고 감옥에 투옥시키던 때로부터 정말 오랜 세월을 거쳐 불운하나 정직한 채무자에게 채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된 것입니다.

그 오랜 역사동안 언제나 채권자들은 채무자들이 파산법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죠.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의 파산법 개정안 통과 뉴스를 반갑게 지켜 보았을 분들이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수백년 파산법 역사에 연간 200만명 가까이 파산신청하는 미국에서도 위 개정법에 대해서는 악법이라고 논란이 많던데,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로 1만건을 넘은 우리나라에서 이용도 하기 전에 남용부터 막으려 할 정도로 장래를 내다보시는 분들이, 왜 400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신용불량자가 되기 전에 진작 무분별한 소비자신용업의 남용을 걱정하지 않으셨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신용불량자 문제는 물론 미국에서의 중산층의 위기와는 달리 보다 서민층에게 집중적으로 나타난 문제이지만, 우리나라 중산층의 교육열, 사교육비, 강남 집값 등을 보면 위 책의 이야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파산의 문제는 특정한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닥칠 수 있는 문제이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면책제도와 개인회생제도는 일종의 사회적 보험인 것입니다.

파산면책을 이용해 남의 빚을 안 갚는다구요? 안 갚는 것이 아니라 못 갚는 것입니다. 면책결정을 하든, 안 하든 어차피 빚 갚을 능력은 고사하고 신불자로 취업도 안 되고 신용거래도 되지 않아 자기 가족의 기본적 생활도 꾸려나가기 힘든 사람들이 파산선고를 받고 면책을 받는 것이고, 그나마 수입이 조금이라도 있어 기본적인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라도 갚아 나간 후 남은 채무를 면책받는 것이 개인회생입니다.

경제적으로 말하면 이런 사람들에 대한 채권은 액면이 10억이던 100억이던 이미 가치가 제로나 다름 없는 부실채권입니다. 어찌 보면 법원의 면책결정이 별 게 아닙니다. 원래 가치가 0원인 채권을 0원이라고 공식확인해 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꼬박 꼬박 잘 갚고 있고, 앞으로도 갚을 수 있는 빚을 어느날 갑자기 법원이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갚지 못해 왔고, 앞으로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숫자에 불과한 채무의 노예로 묶어 놓고 취업도 못하게 하고, 빚독촉전화에 자살하고 싶도록 궁지에 몰아 넣어서 채권자들이, 이 사회가 얻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어차피 못 갚는 빚, 무의미한 숫자 지워주고 경제활동에 복귀하여 자기 앞가림이라도 할 수 있게 해 주지 않으면, 결국은 이 사람들은 국민 세금으로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하는 사회복지의 대상자가 되거나, 심하면 홈리스, 범죄자가 되어 또다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 전체에게 이익이 되는 것일까요?


물론, 빚을 갚을 수 있으면서도 재산을 숨겨놓고 파산을 신청하는 사례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면책불허가사유가 있고, 사기파산죄가 있는 것입니다. 빚진 사람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누굽니까. 돈 빌려 준 사람 아닙니까. 채권금융기관들이 신용관리를 제대로 해 왔다면 애초부터 돈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돈 갚을 재산과 능력이 있다고 파악되어 있는 사람이 이를 숨기고 면책신청을 하는 경우가 발견되면, 파악하고 있는 자료를 첨부하여 법원에 이의신청하면 당연히 법원이 참작할 것입니다. 그러나, 전체를 놓고 볼 때 이러한 경우는 매우 소수입니다. 물론, 파산사건의 증가와 함께 이러한 악용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은 저희들도 항상 염려하고 주시하고 있습니다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서의 개인파산은 남용을 걱정하기보다는 이용하지 않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가 2004년도에 처리한 면책사건의 면책율은 98.6%입니다. 금년 1/4분기에는 99.3%입니다. 파산부 판사들이 우표에 소인 찍듯이 사건만 들어오면 곧바로 면책 도장 찍어주고 있냐구요? 물론 가능한 한 신속하게 처리하려고 애쓰고는 있지만, 그래도 채권자들에게 온갖 이의신청 기회 다 주고 있을 뿐 아니라, 판사라는 사람들의 천성상, 기록이 아무리 쌓여 있어도 기록상 명백히 사치, 낭비, 투기를 일삼거나 재산을 빼돌리는 등 진짜 파산을 남용하는 흔적이 나타나는데 바쁘다고 안 보고 지나가지는 못합니다.


얼마전에 서울중앙지방법원장님께서 파산부 판사들에게 저녁을 사주시면서 건의사항이 있으면 하라시길래, 제가 그랬습니다. 파산부 쪽 전기배선이 안 좋은 것 같다. 밤 11시가 되어도 밤 12시가 되어도 도통 불이 꺼지질 않는다. 좀 수리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심리해서 면책한 비율이 99%입니다. 그럼 나머지 1%는 정말 흉악한 사기꾼들이냐구요? 솔직히 아닙니다. 그 1%도 비록 면책은 여러 가지 사유로 불허가되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놓고 보면 다 힘들게 살아 온 사람들입니다. 물론 사건이 급증하면서 남용이 우려되는 사례도 늘기는 하겠지만요.


제가 보기에는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의 파산자들은 대체로 세 가지 종류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자기 가족이 빠듯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돈을 가까스로 충당하다가 실업, 질병 등의 이유로 감당할 수 없게 된 사람들, 조금이라도 잘 살아 보고 싶어서 돈을 벌어보려고 이것저것 애쓰다가 망해버린 사람들, 자기도 자기 앞가림만 겨우 하는 처지에 그놈의 ‘정’과 ‘핏줄’에 목이 매인 한민족으로 태어난 죄로 부모형제, 친지의 빚보증을 어쩔 수 없이 섰다가 같이 망한 사람들.

도대체 ‘모럴 해저드’를 걱정하는 분들이 말씀하는 남의 돈 빌려서 흥청망청 신나게 쓰고는 자기 먹을 것은 다 숨겨 놓고 파산신청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가야 찾을 수 있는 것입니까. 골프장 해저드 안에 숨어 있나요?


바쁜 직장생활을 살다보면 들곤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우리도 돌려막기하며 살고 있는 것 아닌가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을 돌려서,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할 시간을 돌려서, 아름다운 음악과 책을 즐길 시간을 돌려서, 해야 할 일을 막아내는데 쓰며 살고 있는 것 아닐까요. 지난 주말에 친구를 만나서 주책 없이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내가 세 명이었으면 좋겠다. 일하는 나, 가족을 위해 봉사하는 나, 나 자신을 위해 놀기도 하고 공부도 하는 나. 그랬더니 친구 왈, 이미 세 명인지도 모르잖아.
....그런데 너는 그 중 일하는 쪽이고.

일만 하다보면 어느새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누구를 위해서 하고 있는지를 잊기 쉽습니다. 그게 진짜 중요한 것인데 말입니다. 언제나 조용히 야근을 하고 있는 올해 새로 전입한 판사가 있습니다. 대학교 동기인 친구인데, 제가 하루는 많이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즐겁게 일하고 있다더군요. 힘든 사람들을 한 사람 한 사람 구하는 일인데 왜 즐겁지 않겠냐구요. 그렇습니다. 우리 법원가족들은 주로 잘못한 사람을 감옥에 보내거나, 누가 누구에게 돈을 주라고 하거나, 남의 집을 팔아 빚을 받아 주거나 하는 일을 합니다. 모두 사회를 유지하려면 꼭 필요한 일들입니다. 하지만, 파산면책․개인회생사건 한건 한건은 한 사람을, 한 가정을, 한 아이를 되살리는 일입니다. 회사정리나 화의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회사가 살아나면 주주도, 근로자도, 협력업체 사람들도 살아납니다. 파산부는 회생부이기도 한 것입니다.


4. 마법책


지난 연말 아이들과 만났을 때, 한 판사님이 보여준 마술 중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것은 마술그림책이었습니다. 한번 스르륵 넘길 때는 아무것도 없다가, 다시 한번 처음부터 넘기니 예쁜 그림이 나타나고, 또 다시 처음부터 넘기니 색깔이 칠해져 있고.

저도 호그와트에라도 가서 진짜 마술을 배워왔으면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그 아이들에게 환하게 웃는 엄마아빠가, 친구들 집같은 평범한 가정이, 작지만 예쁘게 꾸민 자기 방 한 칸이 나타나도록. 그리고 빚갚으라며 아빠 멱살을 잡던 험상궂은 아저씨의 기억도, 엄마가 보고 싶어 남몰래 베개를 적시고 마는 눈물도, 소풍때 엄마아빠와 온 학교친구들 곁에서 느낀 부러움도 영원히 사라지도록 말이죠.


하지만, 평범한 머글인 판사들이 할 수 있는 마법은 한 가지 뿐입니다. 손에 골무를 끼고 기록을 뒤적이다가, 컴퓨터 자판을 눌러 주문을 외웁니다.

'주문,파산자를 면책한다'
2005/05/31 오전 9:10
ⓒ 2005 OhmyNews
박수원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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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바로 이런 경찰관때문에 그래도 살맛이 납니다&quot;

간만에 훈훈한 내용...

 

 

"바로 이런 경찰관때문에 그래도 살맛이 납니다"

“내가 가장 아끼는 은빈이가 전교 10등을 했다지 뭡니까. 내 자식이 잘한 것처럼 어찌나 기쁜지 모릅니다. ”

올해로 경찰생활 20년이 되는 광주 북부경찰서 운암지구대 동림치안센터 신명섭 경사(44)는 요즘 공부 잘하는 ‘아들(?)’ 때문에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푼돈이라도…건네는 마음 소중”

신 경사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황은빈(진흥중 3년)군은 아버지가 2년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 어머니가 하루하루 날품팔이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치안센터 관내 영세가정의 학생이다.

신 경사는 지난 2003년 치안센터로 부임해 온 뒤 동네 주민으로부터 황군의 집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집을 방문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처음 집에 가 본 신 경사는 싸늘한 방에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던 황군의 아버지(당시46)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쌀이 떨어져 끼니도 잇지 못하던 황씨 가족을 위해 자신이 다니던 절에 사정 이야기하고 쌀을 구했다. 암 말기던 황씨는 그 해 세상을 등졌고 신 경사는 혼자 남은 어머니 밑에서 자라던 자녀들을 자신의 자식처럼 보살피기 시작했다.


신 경사는 “다른 아이들처럼 기죽이기 싫어 학원장을 찾아가 학원비를 거의 때를 쓰다시피 학원비를 깍아서라도 학원을 보냈다”며 “당시에는 반에서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황 군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공부해 ‘전교 10등’ 성적표를 가져 왔을 땐 눈물이 나왔다”며 말끝을 흐렸다.

목포가 고향인 신경사는 박봉에도 불구하고 올해로 10년째 동명동과 대성동 등 독거노인 6분에게 ‘용돈’을 드리고 있다.

독거노인들에게도 박봉털어 용돈

신 경사는 “나이들수록 군것질도 많이하고 싶고, 10원짜리 ‘심심풀이 고스톱’이라도 치실려면 용돈이 필요하지 않겠냐”며 “그리 큰 돈은 아니지만 그 분들을 위한 마음이다”고 부끄러워했다.

그는 또 2교대로 근무하는 치안센터의 특성상 관내를 순찰하면서 길거리 행상 할머니들을 그냥 지나치기 힘들어 꼭 나물 등을 한봉지씩 사들고 돌아선다.

길에서 만난 김덕선(67) 할머니는 “경찰이 오면 우리를 단속하러 나온줄 알고 무서운디 신 경사님은 우리헌티 의지가 되는 든든한 백이지라”며 집에서 손수 길렀다는 상추를 한봉지 건넸다.

신 경사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돕는 것도 좋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단돈 1천원이라도 건네는 마음이 더 소중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무등일보 김선균기자 ksk@honam.co.kr/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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