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04/23 23:46

*우산*

시/ 도종환


혼자 걷는 길 위에 비가 내린다
구름이 끼인 만큼 비는 내리리라
당신을 향해 젖으며 가는 나의 길을 생각한다

나도 당신을 사랑한 만큼
시를 쓰게 되리라

당신으로 인해 사랑을 얻었고
당신으로 인해 삶을 잃었으나

영원한 사랑만이
우리들의 영원한 삶을 되찾게 할 것이다

혼자 걷는 길위에 비가 내리나
나는 외롭지 않고
다만 젖어 있을 뿐이다

이렇게 먼 거리에 서 있어도
나는 당신을 가리는 우산이고 싶다
언제나 하나의 우산속에 있고 싶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4/23 23:46 2009/04/23 23:46
TAG

- 2009/04/20 21:30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王宮)의 음탕 대신에
오십(五十)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二十)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사십야전병원(第四十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二十) 원 때문에 십(十) 원 때문에 일(一) 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一)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4/20 21:30 2009/04/20 21:30
TAG

담아둘 글 - 2009/02/19 00:50

문왕(文王)이 명의 편작(扁鵲)에게 물었다.
“당신네 형제들은 세 사람 다 의술에 정통한 줄로 아는데, 대체 누가 가장 고명한가?”
편작이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대답했다.
“제 맏형의 의술이 가장 뛰어나고, 둘째가 그 다음이며, 소인이 제일 낮습니다.”
문왕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사실은 자네의 명성이 가장 높지 않은가?”
편작이 대답했다.
“맏형이 병을 고치는 것은 병세가 발작하기 전이므로

사람들은 그가 사전에 병의 근원을 제거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요,

둘째형은 병의 초기에 잡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사소한 병들만 치료하는 줄로 알고 있기 때문에 명성이 높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소인은 병세가 엄중할 때 치유하므로

사람들은 제가 나쁜 피를 뽑고 살갗에 뜸을 들이는 등 큰 수술을 하는 걸 보아서

소인의 의술이 제일 나은 줄 알고 있는 것입니다.”

 

 

**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첫째는 무엇을 창조하는 소수의 사람이요,

  둘째는 무엇이 창조되는지를 구경하는 수많은 사람이요,

  셋째는 무엇이 창조되는지를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이다.    『리더의 칼』(김견)中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2/19 00:50 2009/02/19 00:50
TAG

담아둘 글 - 2009/02/19 00:49

자기를 반성하는 사람은

닥치는 일마다 모두 약석(藥石)이 되고,

남을 탓하는 사람은

생각하는 것마다 모두 창과 칼이 되는지라

한 편은 숱한 선의 길을 열고,

한편은 온갖 악의 근원이 되나니

그 서로의 다름이 하늘과 땅 사이 같다.

 

『채근담』中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2/19 00:49 2009/02/19 00:49
TAG

- 2009/02/01 20:49

희망

  

게릴라로 싸우던 동안에는 물론
심지어 지금까지도
카스트로의 이야기는
내 뇌리에 선명히 남아 있다

 

당신들은 아직
당신들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서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무기를 방기한 게릴라로서의
지불해야 할 대가는
바로 목숨이기 때문이다
적과 직접 부딪쳐 싸울 경우
살기 위해 의지해야 할
유일한 희망은
바로 무기뿐이다
그런데 그 무기를 버리다니!
그것은
처벌받아 마땅할 범죄이다

 

단 하나의 무기,
단 하나의 비밀,
단 하나의 진지도
적들에게 넘어가게 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2/01 20:49 2009/02/01 20:49
TAG

- 2009/02/01 20:35

어떤 관료  - 김남주 -


관료에게는 주인이 따로 없다!
봉급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다!
개에게 개밥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듯


일제 말기에 그는 면서기로 채용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근면했기 때문이다

 

미군정 시기에 그는 군주사로 승진했다
남달리 매사에 정직했기 때문이다

 

자유당 시절에 그는 도청과정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성실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시절에 그는 서기관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공정했기 때문이다

 

민정당 시절에 그는 청백리상을 받았다
반평생을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했기 때문이다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

아프리칸가 어딘가에서 식인종이 쳐들어와서
우리나라를 지배한다 하더라도
한결같이 그는 관리생활을 계속할 것이다

 

국가에는 충성을 국민에게는 봉사를 일념으로 삼아
근면하고 정직하게!
성실하고 공정하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2/01 20:35 2009/02/01 20:35
TAG

담아둘 글 - 2009/01/26 17:51

The only thing necessary for the triumph of evil is for good men to do nothing.
(선의 방관은 악의 승리를 꽃피운다 )

From.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

 

[단테의 법칙]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 나오는 이야기를 비유

선량한 방관자들이 갈 곳은 바로 뜨거운 지옥불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키다가 신과 루시퍼(사탄)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이 지옥에서 떠돌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작가 올리버 골드스미스]

침묵은 동의를 뜻한다..악을 저지르는 사람뿐만 아니라 침묵하는 사람들 모두가 공범이다

 

[마틴 루터 킹]

악에 항의하지 않는 사람은 악에 협조하는 것이다.

 

[케네디]

지옥에서 가장 뜨거운 자리는 도덕적인 위기에서 중립을 지킨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곳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1/26 17:51 2009/01/26 17:51
TAG

담아둘 글 - 2008/12/06 20:59

한 여인이 꿈을 꾸었는데

시장에 가서 새로 문을 연 가게에 들어갔다.

그 가게 주인은 다름 아닌 신(神)이었다.

무엇을 파느냐고 묻자

신은 "당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팝니다"라고 대답했다.

여인은 인간이 바랄 수 있는

최고의 것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마음의 평화와 사랑과 행복과 지혜

그리고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세요"

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가게를 잘못 찾으신 것 같군요.

부인, 이 가게에선 열매를 팔지 않습니다. 오직 씨앗만을 팔지요"

 

- 탁낫한,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中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12/06 20:59 2008/12/06 20:59
TAG

- 2008/11/28 23:05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11/28 23:05 2008/11/28 23:05
TAG

담아둘 글 - 2008/11/20 21:22

그것을 행했다고 나의 기억이 말한다.

그것을 행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나의 자존심이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

마침내 기억이 굴복하고 만다.

 

- 니체 '선악을 넘어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11/20 21:22 2008/11/20 21:22
TAG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 47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