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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에 즈음해서

                                                                         

+ 이제 개강이다. 한 달도 넘는 지루한 휴가가 이제야 끝이 났다. 물론 지루했어도 휴가는 휴가였으니, 끝난다니 아쉽기만 하다. 언제 또 이렇게 막장으로 퍼져 보리. 게임과 만화와 영화가 함께 했던 그 수많은 낮과(!) 밤들. 아직 수업을 듣기에는 독일어가 형편없이 부족해서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여기서는 어학 코스도 학점을 인정해 준다고 한다. 독일어 강좌를 세 개 듣고, 강의는 두 개만 들을 작정이다.

 

 이곳의 대학 강의는 크게 세 가지, Vorlesung, Pro Seminar, Seminar 로 나뉘어 있는데, Seminar 가 들어간 것은 강의와 학생들의 발표, 토론이 병행되는 것이고, Vorlesung 은 말 그대로 (fore+reading) 강사가 강의만 하는 것이다. 당연히 Vorlesung 이 더 쉽고, 취득할 수 있는 학점도 더 적다. 물론 나는 발표는 커녕 당장 강의 듣는 것도 큰 일이기 때문에 Vorlesung 밖에 선택지가 없다.

 

 지금 있는 대학은 다름슈타트 공과 대학으로, 공과 중심의 종합 대학이긴 하지만 강의 커리큘럼을 살펴 보니 인문학 강의들도 썩 나쁜 것 같지는 않다. 이곳이 이 정도인데, 인문학으로 유명한 대학의 강의들은 어떨까 생각하면 좀 속이 타기도 하지만...어차피 지금이야 들어도 못 알아들을테니..

 

 하여간 이번 학기에 선택한 것은 플라톤의 <<파르메니데스>> 강독과, <서술의 학Das Wissen der Darstellung>이라는, 이름을 봐서는 정체를 짐작하기 어려운 강의이다. <<파르메니데스>> 를 강의하는 사람은 Hassan Givsan 인데, 지지난 학기와 지난 학기에 연이어 <헤겔의 형이상학> 과 <마르크스의 형이상학>을 강의해서 눈여겨 보았던 사람이다. 헤겔과 마르크스에서 플라톤으로의 전환이 좀 쌩뚱맞지만(전공은 하이데거인 것 같고), 나름 재미있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러니까 알아 들으면ㅠ.ㅠ

 <서술의 학>은 Gerhard Gamm 이 강의하는 것인데, 철학적 지와 그 서술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다. <<파르메니데스>> 한 권만 문헌 목록에 있던 Givsan 의 강의와는 달리, 헤겔은 물론이고, 노발리스나 비트겐슈타인까지 포함한 목록이 겁을 잔뜩 집어 먹게 하고 있다. 한국 대학의 스타일처럼 목록은 그저 목록일 뿐이라면 좋으련만, 유럽 대학생들은 공부 열심히 한다는 풍문을 들어 온 터라...

 

 

 

+ 개강과 더불어 지역 주민과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스포츠 강좌들도 시작했다. 독일에 와서 가장 놀란 것이 생활 스포츠의 탄탄한 기반인데(두 번째로 놀란 건, 여기서 나한테 장학금을 준다는 사실이다-_-;  덕분에 아르바이트에 대한 열정이 시들해졌다. 이런 게 바로 '복지병'이란 걸까ㄷㄷㄷ), 5-60 개에 달하는 다양한 스포츠 프로그램이, 거의 대부분 무료로,  유로 더라도 한 학기 비용이 한국 한달 헬쓰클럽 보다도 싸게 제공되고 있었다. 신청에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라, 시간과 의지만 있으면 일주일 내내 각종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다. ...운동하고는 애저녁에 담을 쌓은 나도, 호기심에 함기도라는 일본 무술을 하러 가 봤는데(한국에 들어와 있는 그거랑은 다르다, 그건 중국건가?), 덕분에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근육통으로 고생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운동이라곤 걸어서 마트가기 밖에 하질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  이것이 고수가 되기 위한 시련이리.

 

 

 

 + 며칠 전부터 라면이, 속이 얼얼해질 만큼 매운 칼칼한 라면이 먹고 싶었다. 평소 한국 음식이 딱히 그리웠던 적은 없는데, 이놈은 이상할 정도로 마음에 깊숙히 들어와서 심지어  꿈에까지 등장해 버렸다. 게다가 요즘 날씨가 부쩍 차가워져 얼큰한 라면 국물 생각이 또 어찌나 간절하던지.. 그래서 처음으로 아시아 푸드 마켓에 가 봤다. 라면 하나에 무려 0.89유로 orz 그래도 밀려 오는 유혹과 향수를 참을 수 없어서 신라면과 짜파게티를 두 봉씩 사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날듯이 집으로 돌아 왔다. 결과는 뭐... '이게 아니야!' 였다(사실 라면이 욕망의 기표가 된 데는, 다른, 더 그럴 듯 하고, 더 재밌는 이유가 있는 것 같기도..). 한국에서 자취할 때는 주식 삼아 먹던 것들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땐 어떻게 저런 걸 먹고 살았나 싶다. 어쩌면 스스로의 요리에 대한 자신감의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만든 것들을 별로 맛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먹질 않았는데, 요즘 학교 식당에서 밥 먹을 때도 그렇고, 라면과 짜파게티도 그렇고, 비교를 해 보니 내가 만든 음식이 훨씬 낫더라. 후후.  

 

 

 

 + 심심한가 보다. ..공부하기가 너무 싫어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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