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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의 나팔수 홍보

MS의 나팔수 홍보 [한겨레]2001-07-28 05판 10면 1289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다른 이의 입을 빌려 네가 원하는 바를 얘기하라.'기업들의 홍보 전략 가운데 '제3자 기법'이란 속임수가 있다. 말하고자 하는 당사자가 아닌 이른바 전문가의 주장을 동원해 어떤 사건이나 사물의 객관적인 신뢰감을 구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효과는 상당하다. 실재하는 관심사를 위장하거나 포장된 가치를 과장하는 데 제격이다. 지난달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분할명령이 기각되자 쌍수를 들어 환영했고, 아예 반독점법의 무위론까지 펼쳤던 한 보수 연구단체가 있다. 일명 '독립연구소'라는 이름의 이곳은 정부의 독점 규제에 불만을 지닌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정책연구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연구소가 명패만큼이나 독립적이기보다는, 엠에스와 손발을 맞추며 '전문가'적 역량으로 기업의 나팔수 노릇을 해왔다는 데 있다. 둘의 밀월은 지난해 엠에스의 천적인 오러클의 폭로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건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거대 기업을 비호하면서 반독점법에 이의를 제기했던 240명의 경제학자들은 미국 주요 일간지에 빌 클린턴 행정부에 보내는 공개 서한 형식의 광고문을 올렸다. 재미있게도 이 의도된 기획에 충당된 돈의 출처는 엠에스의 주머니였고, 그 돈은 일을 꾸민 독립연구소로 흘러들어갔음이 드러났다. 연구소 재정의 '큰손'도 엠에스임이 밝혀졌다. 독립연구소는 이를 부당한 음해로 일축했다. 엠에스에 대한 독립연구소의 '사모'는 극에 이른다. 당시 광고 문안에 참고로 인용됐고, 지난 3월에 다시 나온 (승자, 패자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란 책은 기술 독점에 대한 반감을 줄이는 데 상당한 구실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독립연구소 연구원이 낸 이 책은 기업 분할이 미치는 소비자 비용부담과 첨단산업의 국제 경쟁력 약화론, 시장 효율성에 기댄 기술 독점 옹호론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신경제 기여도를 고려하면 엠에스의 시장 독점은 전혀 해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엠에스의 자사 이미지 관리 기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국적 홍보대행사들을 이용한 속내가 훤히 비치는 홍보 전술은 기본이고, 비영리 단체나 자유기고가들을 매수해 목표하는 바를 대리 전달하는 비열한 수법도 불사한다. 독점 기업들의 여론 조작을 심층적으로 파헤친 셸던 램튼과 존 스토버의 책 제목처럼, 현대 소비자들은 (믿으시오. 바로 우리가 전문가요!)를 외치는 기업 후원의 명망있는 대리인들의 감언이설에 쉽게 농락당한다. 이것이 시장 독점의 온갖 구린내를 풍기는 엠에스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각 방면의 '전문가'를 사들이는 까닭이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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