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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제 기업의 구시대 노동관

신경제 기업의 구시대 노동관 [한겨레]2001-07-07 05판 10면 1298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이동통신 산업은 두말할 나위없이 신경제의 한 축을 이루는 핵심 부가가치 산업이다. 미국 경제성장률의 평균치보다 갑절 이상의 속도로 커나가는 것을 보면 관련 종사자들의 혜택도 상응할 것이라고 짐작하기 쉽다.이런 가정을 뒤집고 구경제 노동 통제의 관행으로 회귀하는 기업이 있다. 그것도 동종 업계 안에서 20% 정도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최대 통신업체인 '버라이즌와이어리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얘기다. 버라이즌의 계열사인 이 이동통신 회사는 지난해 밸애틀랜틱이 '지티이'를 합병하면서 새롭게 공동 출자로 만들어졌다. 이미 노조가 결성된 버라이즌의 다른 계열사와 달리 이 회사 노동자들은 노사협상 창구가 없어 사용자의 부당한 처우를 감수해야 했다. 내부적으로 노조 가입자의 80%에 해당하는 상대적 임금격차, 초과노동, 질 낮은 의료혜택, 불안정한 고용지위 등이 문제였다. 여성과 소수계 노동자의 경우에는 더했다. 지난해 8월에 있었던 이 회사 9만여 노동자들의 총파업은 노동조건 개선 약속을 얻어낸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와 함께 미국 통신노조연합의 도움으로 노조 설립의 길을 열게 됐다. 당시 협정의 주된 내용은 이른바 '카드체크'와 중립 원칙을 담고 있다. 카드체크는 단위 사업장내 노조설립 의사를 묻는 일종의 투표 행위다. 정해진 중재기구에서 개표해 노동자들의 거의 절반 이상이 찬성하면 노조를 인가하는 방식이다. 중립 원칙은 누구든 노조 가입을 방해하거나 간섭할 수 없다는 조항이다. 여기까진 좋았다. 지난달 말 뉴욕 본사를 비롯한 5개 도시의 버라이즌 건물 앞에서 소속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노동총연맹산업별회의의 존 스위니 회장이 직접 참여할 정도로 사태가 확대됐다. 문제의 원인은 사용자가 중립협정을 깨고 반노조 공작을 집요하게 벌여온 데 있다. 사용자 쪽은 노조 파괴용 웹사이트 홍보, 개별 노동자들에 대한 협박과 회유, 노조의 논의 금지와 감시, 카드체크 협정의 무효 소송 등 반노조 전술을 다양하게 구사했다. 통신노조연합은 버라이즌의 이런 불공정 노동행위에 대해 노사관계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고, 협정의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 흐름을 탄 힘없는 노동자들의 부침이 '만고불변'의 사실이라면 노동자들이 권익을 위한 노조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유독 신경제 기업들이 무노조를 고집하는 태도는 기본적인 자본 운동의 흐름을 무시하는 것이다. 미래학자들이 그토록 경배하는 지식 기반의 신경제는 버라이즌에 오면 머쓱해진다. 확실히 노동조건만큼은 폭력에 기반한 낡아빠진 지식경제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만고의 경제법칙인가?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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