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어디서든 우린 마케팅 '표적'이다

어디서든 우린 마케팅 '표적'이다 [한겨레]2001-06-16 05판 12면 1283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새로 생긴 말 중에 '아우터넷'(outernet)이란 것이 있다. 인터넷이 전자적 네트워크 공간이라면, 이는 반대로 신문.방송.잡지 등의 현실 매체 공간의 네트워크를 지칭한다. 현재까지 바깥에서 '넷'으로 일상을 통합시키는 기제는 광고 매체뿐이다.아우터넷의 개념은 일상의 모든 곳을 잠식하려는 게릴라 광고판들의 구상과 일치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광고들이 일상의 시선을 사로잡는 근거는 디지털 동영상이다. 곳곳에 설치된 화상 모니터의 광고는 잠시도 눈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누군가의 시선을 허공에 쉬게 하는 것은 아우터넷의 광고 개념에서 볼 때는 죄악이다. 인터넷에서도 배너의 크기를 확대하거나 팝업 창을 활용한 웹광고에 이어 뒤에 숨었다 창을 닫으면 튀어나오는 '팝언더' 광고나 웹 페이지를 무시하고 화면을 음악과 동영상으로 덮치는 의도하지 않은 깜짝 광고가 크게 늘고 있다. 최근 시장 상황이 나빠지고 경쟁이 거세지면서 광고의 기법은 점점 공격적이고 첨단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틀을 깨는 파격적인 광고의 출현은 안과 밖의 네트워크 모두에서 벌어지고 있다. 밖의 광고 특성이 주로 어디서든 존재하는 편재성이라면, 안의 경우는 숨어드는 잠복성에 있다. 밖의 일상에서는 물리적으로 외면할 수 없는 광고를 요소요소마다 심으려 한다면, 안의 전자공간에서는 이용자의 삭제를 최대한 막는 디지털 기법들이 선호된다. 어디든 숨었다가 튀어나오는 이런 광고의 특성은 그만큼 소비자 성향에 따른 마케팅 관리가 강화됐음을 의미한다. 온라인 마케팅 회사인 더블클릭의 소비자 추적 프로그램 명칭이 '다트'인 것처럼, 광고가 던지는 화살촉에 각각의 분류된 소비자는 표적처럼 쉽게 쓰러질 수 있다. 광고의 표적 면적이 '우리'에서 '나'로 축소된 지 오래다. 상식적으로도 뭉뚱그려진 대중보다는 다양한 인구통계학적 요인별로 잘게 나누어진 집단과 개인이 맞춤 광고의 덫에 쉽게 걸려드는 법이다. 조지프 터로 같은 광고이론가는 이런 표적 마케팅이 한 사회의 응집력에 심각한 손상을 준다고 본다. 지역.계층.성.연령 등으로 세분된 소비군이 자연스레 원자화한 사회적 정서로 옮아간다는 것이다. 표적 광고가 미치는 사회 결속의 부정적 구실론까지 들진 않더라도, 공격적 광고의 일상화는 심각하다. 바쁜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짧은 사색의 시간과 장소마저 현란한 상품 광고의 각축으로 찢겨나간다. 디지털 광고의 자유로운 외양은 입맛에 따라 자사의 브랜드를 각인하는 데 제격이다. 아우터넷이란 개념이 요즘 광고업계에서 왜 그토록 각광받는지 그 분명한 이유를 알 만하다. 이광석 뉴미디어평론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