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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하는 전자 노동감시

급성장하는 전자 노동감시 [한겨레]2001-07-21 05판 10면 1276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디지털 시대의 작업장 감시에 대한 믿을 만한 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경영협회의 연례 조사와 온라인 시민단체인 프라이버시재단이 얼마 전 발표한 보고서는 주목할 만하다.경영협회의 조사에서는 1997년보다 갑절 늘어난 미국 주요기업의 78% 정도가 노동자들을 수시로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범위는 전자우편.컴퓨터파일.인터넷접속 등의 신종 감시와 함께 전화.비디오 등 전통적인 방식의 감청까지 포괄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40%의 기업이 인터넷접속 감시 프로그램을 애용하는 등 99년부터 온라인 감시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라이버시재단은 조사 대상을 전자우편과 인터넷 이용에 대한 감시의 경우로 줄였다. 재단의 이번 조사는 정확성을 위해 감시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매출 내역을 같이 활용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결과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4천만명의 미국 노동자는 셋 가운데 한 명, 전세계 1억명의 노동자는 넷 가운데 한명꼴로 기업주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감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전자우편을 감청하는 '미메스위퍼'는 1천만명, 인터넷 접속을 통제하는 '웹센스'는 800만명 이상의 노동자들에게 전자 감시의 눈길을 보내는 것으로 집계됐다. 줄곧 애용돼온 시선에 의한 감독이 컴퓨터에 숨어든 프로그램에 의한 디지털 기록으로 간단히 대체되고 있다. 물론 차곡차곡 쌓인 '부적절한' 인터넷 이용 기록은 노동자에게 불리한 물적 증거로 쓰인다. 이것이 작업장 감시의 전자화다. 감시 방식이 달라지면 이에 공생하는 업체들의 시장이 커지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직원인터넷관리' 사업이란 정체 불명의 야릇한 명칭을 달고 노동자 감시사업이 신종 노다지로 떠오른다. 한 조사는 신경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자 감시사업이 현재 연간 55% 이상의 성장률과 1억4천만달러의 매출을, 2004년에는 약 6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점친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노동자의 증가, 저렴한 감시비용, 국제 시장의 수요 등을 고려하면 이 예상치도 쉽게 넘어서리란 추측을 할 수 있다. "단단한 것은 모두 대기 속으로 녹아내린다." 150여년이 흘렀어도 카를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의 가공할 자기파괴와 번식력을 관찰하면서 비유적으로 내뱉은 이 한 마디는 여전히 오늘에도 유효하다. 뭐든 삼켜 어디에서든 자라고 증식하는 자본의 능력은 신종 노동자 감시사업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이는 자본에 대한 하염없는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무섭게 뿌리내리는 그 괴물 같은 기생성에 소름이 돋게 한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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