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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언론 '재갈' 위험한 발상

인터넷 언론 '재갈' 위험한 발상 [한겨레]2001-06-23 01판 12면 1318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언젠가 멕시코 사파티스타민족해방군의 마르코스 부사령관은 게릴라 투쟁과 함께 네트워크를 타고 흐르는 '비트에서 비트로 연결된 조용한 힘의 축적'이 농민들의 국지적 투쟁을 국제적인 정치력으로 비약시켰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힘없는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사방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데이터를 잘게 쪼개 네트워크로 끊이지 않고 흘러보내는 '스트리밍' 기술은 대역폭에 상관없이 실시간으로 동영상 정보를 구현해 새로운 게릴라 언론의 길을 열었다.디지털 게릴라방송은 1999년 겨울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독립미디어센터'(www.indymedia.org)는 당시 시애틀에 모인 노동자.농민.중소기업인.학생들의 시위 소식과 다양한 의견을 알릴 목적으로 400명 이상의 리포터와 시민단체의 제작자들이 모여 만든 인터넷 방송사이트다. 이 센터는 이제 미국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지국을 갖는 범네트워크로 성장했다. 이 센터의 쾌속 성장에는 논의의 개방성과 사건의 현장성이 자리하고 있다. 누구나 노동.인권.환경 문제와 관련된 글.사진.동영상 등의 정보를 올릴 수 있는 평등한 접근권과 정보 자원의 탈집중화가 그것이다. 지난 4월 캐나다 퀘벡에서 미주자유무역지대 결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34개국 정상 모임에서도 이 센터는 게릴라 매체로서의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그런데 그 자유 언로에 재갈을 물리려던 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퀘벡의 시위와 집회에 대한 보도를 한창 진행하던 중에, 미 연방수사국과 재무부 산하 비밀검찰국(SS)의 직원이 시애틀의 이 센터에 찾아와 미 법원의 명령서를 전달하면서 시작됐다. 명령서는 이 센터의 웹사이트에 정보를 올린 접속 기록을 제출하라는 것과 법원명령에 관련한 모든 내용의 보도금지를 명하는 것을 뼈대로 했다. 혐의에 오른 익명의 두 게시글을 조사하기 위해 48시간 동안 서버에 기록된 125만명의 접속자 명단을 내놓으라는 억지였다. 혐의는 캐나다 경찰이 지녔던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방문 세부일정과 경찰의 시위대 진압에 대한 계획이 유출됐다는 것이다. 지난주 사건은 종결됐다. 사건이 시민단체들의 여론에 오르고 법정 대응이 준비되기 하루 전에 법원은 발빠르게 명령을 철회했다. 혐의도 분명하지 않은 데다 심각한 언론자유 침해라는 여론이 확산돼 승산이 없을 것을 미리 짚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남는 의혹은 캐나다 정부에 대한 수사 협조라는 명목으로 어떻게 미 정부가 자국내의 한 언론을 조사하려는 넓은 아량이 생겼냐는 점이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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