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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이 글은 모 국책 기관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싣기로한 것이었으나, 내부 검열로 결국 누락된 원고다. 글 싣는 잡지의 성격을 고려하여 어지간히 내 시각을 누르고 눌러서 썼는데도, 인터넷 실명제를 다뤘다는 이유로 거부된 글이다. 설마 이도 싣지 못할까 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우리 대한민국 논의 지형의 현주소이자 한계치다.
디지털 기술과 문화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다면... 이광석 (미발표 글) 2009. 5. 1.
많은 누리꾼들이 사이버 망명길에 올랐다 한다. 국내에서 맘놓고 말하기 불편하니 해외 개설 웹 서버와 사이트로 그들의 근원지를 옮기는 이들이 늘었다. 누리꾼들 스스로 국내의 '인터넷 실명제'(혹은 제한적 본인 확인제)가 사전 자기검열 기제로 쓰였음을 고백하고 있다. 이들은 말의 자유가 억압당하자 쉽게 외국계 사이트로의 탈주를 감행한다. 최근 '유튜브 사태'로 인해 이러한 사이버 망명자 혹은 탈주자들의 숫자가 더욱 늘고 있다.
기술의 디자인이란 한번 만들어지면 고정/착되는 습성이 있다. 이를 이용하는 유저들 또한 그 기술에 익숙해지고, 점차 문화가 된다. 실명제 없이도 잘 굴러가던 인터넷에 본인확인의 인증을 위한 절차가 끼어들면, 처음에 유저들이 어색하고 불편해 하다가도 곧 쉽게 적응 단계에 들어간다. 그것은 '나쁜 문화'다. 구글 산하의 유튜브란 다국적 기업이 우리를 깨우쳐주기 전까지, 우리 기술의 디자인이 얼마나 미덥지 않은 것인지 쉽게 알지 못했다. 아무런 저항없이 썼던 기술이 이윤을 쫓는 기업에게조차 소통의 자유를 왜곡하는 기술로 공표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보통 망명길은 집과 재산을 정리하고 살던 곳을 떠나 아예 등을 지는 과정이다. 이는 무엇보다 시민권의 포기를 뜻한다. 사이버 망명이 그 맥락은 다르지만, 뜻하는 상징은 비슷하다. 즉 대한민국 인터넷 본인 확인제에 진저리가 나서 KR도메인을 떠나겠다는 체념이 묻어있다. 인터넷 실명제에 깃든 정치적 맥락을 다 거세한다 해도, 사이버망명은 우리의 인터넷 문화와 시장을 결국 말려죽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생각해보라. 장기적으로 누리꾼들의 해외 이탈로, 토종 국내 '포털'들의 운명이 아슬아슬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은 인터넷에서조차 특별한 문화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웹 브라우저가 95%이상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유일한 나라이다. 그러면서도 아직 아래한글의 문서포맷을 지키는 곳이기도 하다. 다른 곳에서 터치스크린 폰이 압도적 우위를 발하지만 우리에겐 아직도 엄지 휴대폰 문화가 이상적 모델이다. 포털도 마찬가지다. 구글과 야후의 아성에 모든 나라들이 무너질 때, 우리의 국산 포털들은 방문자 순위에 네이버(1위)나 다음(3위)을 올려놓고 있다. 우리의 독특한 문화적 결들이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결과다.
우려되는 바는, 누리꾼들의 망명으로 이들 국내 포털에 상주하던 이들이 국외 사이트로 빠져나갈 때이다. 사이버 망명길의 누리꾼들이 사실상 국내 포탈 방문객 대부분을 차지하는 열성분자들이란 것을 주지해야 한다. 즉 사이버 망명이 곧 우리의 디지털 문화와 시장 발전에 크나큰 독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들 중에는 사라져야할 것이 시장 표준이 되고, 불필요하게 유저들의 자유로운 사용을 가로막아 기술의 발전과 이용자들의 문화를 주눅들게 만드는 것들이 많다. 애초 네트상에서 누리꾼들의 말에 대한 책임성을 강제하다 나온 것이, 전세계 그 유례없는 인터넷 실명제와 같은 괴물이 되기도 한다. 마치 전기 충격을 가해 누더기 깁
듯 죽은 살덩어리들을 살려 만든 프랑켄슈타인처럼, 이제 실명제는 처치 곤란의 존재가 되버렸다.
기술에는 뿌리내린 곳의 색깔이 묻어있고, 그 곳 문화의 결이 숨쉰다. 한국에서 인터넷 문화와 기술의 모습 또한 이와 같다. 대한민국만이 가진, 인터넷 실명제란 기술적 코드는 절대 자랑거리가 될 수 없다. 누리꾼들의 말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인터넷 시장의 발전을 저해한다. 다음 토론방의 논객, 미네르바의 구속과 최근 석방 과정 또한 그 부정적 사례에 다름 아니다. 지난 해 11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인터넷과 미디어산업의 재편>이란 유명한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서 삼성은 21세기를 주도할 미래 기업으로 단연 구글을 꼽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삼성은 인터넷의 강자가 되기위해 구글의 사업방식을 벤치마킹하려 애쓴다. 구글의 유튜브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그저 지나칠 사안이 아니다. 바로 삼성이 따르고자 하는 롤모델 기업인 구글의 입에서 나온 쓴소리기에 정부 관료들과 정치인들도 더욱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최근 미네르바의 무죄석방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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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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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계셨군요.^^ 바쁜일 지나가면 자주 오겠습니다. 좋은글 많이 올려주세요. 좋은 나날~부가 정보
두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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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서 뵙겠습니다. 좋은 성과 있으시길...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