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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경제학' 비판 시론
경희대 교지<고황> 99년 여름호)
1. 네트의 '그늘' 밟기
우리나라 벤처기업이 피부로 겪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겪어야만 하는 현실을, 한 벤처기업가 사장의 말을 빌려 들어보자. "좋은 기술 만들어 인수/합병당하고, 다른 기술 개발해 또 합병당하고 하는 것이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얻는 최상의 성공입니다. 한가지 기술로 자자손손 경영할 회사 만들 생각 말아요."(한겨레신문 5월 24일자) 신지식인 경제 혹은 디지털 경제를 주창하며, '제 2의 건국'을 외치는 현재의 분위기와는 아주 딴판의 주장이다. '포지티브 썸'(positive sum)의 새로운 경제 논리를 달달 외는 디지털 전도사(guru)들이 들으면 찔려하는 구석일 수도 있다. 현재 이같은 현실 경제의 '그늘'은 압도적인 '빛'의 논리에 의해 거의 들춰지지 못하고 있다. 이미 새로운 사회에 대한 낙관론이 지배적이며, 무형의 디지털과 이를 빛으로 속도로 연결하는 네트의 우파 경제학이 우리의 사고를 잠식해가고 있다.
물론 나는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단순 낙관론이나 부정론을 경계하면서, 현재 도래하는 '빛'의 논리를 일부 긍정한다. 같은 맥락에서 현재 침체일로에 놓인 정치경제학이 재생하고 부활하는 길은, 사회 이행의 지표들을 적극적으로 사고하면서도 그 근본적 모순의 연속적 고리들을 밝혀내고 단절하려는 노력들이 부단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까스텔(M. Castells)이 내논 자본주의 '발전양식'으로서의 '정보양식' 개념 등은 그 의의가 크다. 그의 논의는 다름아닌 좌파 내부에 정보혁명과 맞물린 자본주의 경제 이행과 파장에 대한 적극적 사고의 요청이다. 그가 보기에 구체적 현실에 대한 무기력의 심연은 보드리야르가 80년대 이후에 실천 전략으로 삼았던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inertia)의 나락일 뿐이다. 새 것에 이끌려 모든 것을 청산한 채 새로운 밀레니움의 선각자입네 하는 천박한 자들이 꼴불견이라 치더라도, 현실 변화에 너무나도 둔감한 채 전통의 잣대만을 들이대는 골통들의 의식이 더욱 전망을 어둡게 한다는 사실이다. 이제 새로운 현실과 관련한 진단과 처방에 긴요한 것은 낙관이냐 비관이냐라는 주관적 전망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 현실에 대한 모순과 발전의 변증법적 긴장을 긴 호흡으로 잡아내는 작업일 것이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글은 최근 신(新)경제, 네트워크경제, 정보경제 등으로 회자되는 새로운 경제관의 주체들과 그들의 핵심 주장, 그리고 그들의 전자공간에 대한 우파적 전망을 살펴보고, 이를 거슬러 네트의 사회적 성격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전망을 찾아보려 한다.
2. 빈곤과 수확 체감의 불안증
네트 시대의 시장 원리와 관련하여 신경제 이론가들과 디지털 계급의 경전인 [와이어드Wired]는 새로운 경제 신화의 근원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 잡지는 시장의 비예측적이고 결점으로 가득한 메커니즘을 생물학, 전염병학, 유기체론, 생태학, 비선형 물리학, 진화 경제학, 카오스 이론 등의 외피들로 단단히 감싼다. 그럼으로써 이들은 자본주의적 시장의 비예측적이고 모순적인 속성 그 자체가 장점이자 네트워크 경제의 법칙인양 추켜세운다. 또 다른 우파 경제학의 산실, 산타페 연구소의 신경제 이론가인 브라이언 아써(W. Brian Arthur)의 그 유명한 논문, [수확 체증과 비즈니스의 신세계](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1996.)에 의거하면, 네트 효과는 산업시대의 '수확 체감'(decreasing returns)의 경제 원리를 물리치고, '수확 체증'(increasing returns)의 새로운 세계로 접어들게 만든 주요인이다. 달리 말해 산업시대의 희소성의 원칙이 네트워크 경제에 이르면 '마찰없는'(friction-free) 풍요의 법칙으로 대체된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Alfred Marshall)이 보는 수확 체감이란 시장내 우위의 상품 혹은 기업이 종국에는 한계에 봉착하는 세계이다. 그 이유는 상품의 가격과 시장 점유에 있어서 예측 가능한 균형상태(equilibrium)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이 때의 시장 특성은 완전경쟁 시장, 시장의 예측 가능성, 균형/질서, 과학적 분석, 안정성 등이다. 한편 시장은 변화에 더디고 지속적이며 그 수확이 적다. 그래서 소비자의 수, 지역적 수요, 원재료 접근, 시장 등의 매점이 더 이상 불가능한 시장 한계를 지닌다. 그러나 네트 경제에서는 구시절의 경제 논리는 종결된다. 풍요와 수확 체증의 신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와이어드]지의 편집장, 케빈 켈리(Kevin Kelly)는 {신경제의 새로운 법칙들}(1998)이란 책을 통해서, 이를 뒷받침하는 두 가지 근거를 들고 있다. 우선 비트 혹은 디지털의 무한한 복제 능력으로 말미암아, 한계비용이 점차적으로 위축되고 상품의 희소성이 복제 능력에 압도당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네트워크의 노드(nodes) 숫자가 산술적으로 증가하나, 네트워크의 가치는 지수적(exponential)으로 폭발한다는 주장이다. 수확 체증의 세계에서는 네가티브(-)가 아닌 포지티브(+) 피드백의 메커니즘이 지배하며, 그 특성으로 시장 불안정성, 비예측성을 장기로 삼는다.
신경제의 이러한 특성들은 실지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출발한다. 이같은 모든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과거 좌파들에게 맹렬히 비판받던 시장 기제 등의 모순을 자신의 장점으로 흡수하려는 신경제학의 논리란 마치 스스로의 미천한 부르주아 경제학에 여타 이론들을 혼종교배하려 애쓰는 모습에 다름아니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애초에 산업 시대의 풍요가 경제이론가들에게 강심장을 낳았다면, 신경제적 특성에 대한 강조는 점점 더 압박해 들어오는 자본주의 경제에 대해서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두려움의 표출이자 편집증적 해결이다. 하지만 신경제론자들이 파괴와 생성의 힘인 인도의 신, 시바(Siva)를 추종하여 자본주의의 불안정성과 비예측성을 논한다면 더 이상 논구할 대상이 못된다.
한편 수확 체증의 혜택은 지속적으로 포지티브한 승자들의 세계에서만 이루어진다. 이끄는 글에서도 한 벤처기업 사장의 말을 빌렸듯이, 시장은 수많은 다수의 약자들에게 어떠한 혜택도 돌아가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수확체증은 강자들만이 점유하는 독식의 패권 논리다. 네트워크 경제의 기본 원리로 규모와 범위의 경제가 아직도 지배적인 한 새로움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신경제론자들에게 네트의 경제적 가치는 실물 경제와 무관하게 주로 추상적 수준에서의 여타 잡종이론 포획의 지수 논리로 낙후한다.
3. 관용과 그 가상의 앙상블
미래 낙관론자들이 보기에 신경제는 공짜와 헐값의 관용으로 찬란한 '풍요의 시대'로 기록된다고 믿는다. 그들이 보는 풍요의 기제는 무엇일까? 그들은 새로운 시대의 두 가지 법칙을 꼽는다. 하나는 마이크로코즘의 혁명인 '무어(G. Moore)의 법칙'이고, 다른 하나는 매크로코즘의 혁명인 '길더(G. Gilder)의 법칙'이다. 전자가 마이크로 칩을 염두에 뒀다면, 후자는 네트의 폭발적 힘을 과대평가 한다. 하이테크 이론가들은 이 두 법칙이 가격 형성에 있어 '逆가격'(Inverse Prices)을 발생시킨다고 본다. 그러나 단지 기술적 혜택만으로 이러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는가? 냉혈한 자본에 어떻게 이같은 아름다운 '공짜'의 미덕이 순간적으로 발기할 수 있을까? 초국적기업들의 소프트웨어 개발비만 해도 천문학적 단위가 투여되는 현실에서, 앞서 두 법칙만으로는 '공짜'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자본의 입장에서 볼 때, 옛 공장 형님이나 지금이나 그 '이윤'에 대한 헌신이 끈끈하게 맺어져 있는 상황에서.
[와이어드]지 98년 3∼5월에 연재된 {신경제 용어사전}을 보면, A항목에 신경제의 핵심 용어로 'Attention Economy'란 개념이 등장한다. 그 번역은 '시선집중 경제'쯤 될까 싶은데, 이는 새로운 상황에서의 미디어 조건, 즉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성에 따른 시각적 잔상의 논리에 주목한다. 또 다른 연관 단어, 구시대 마케팅의 사활이었던 '시장 지분'(Market Share)에 대비되는 '정신 지분'(Mind Share). 시선을 집중하는 경제는 당연히 가시적인 점유율 뿐만 아니라 마인드의 지분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아써의 또 다른 제언. 기업은 초기 점유율 확보(installed base)를 위해 엄청나게 할인하고, 능력만 된다면 공짜로라도 뿌려라. 그가 보기에 이같은 자본주의적 관용은 부수/2차 이익의 확보를 가능케 한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넷스케이프사의 웹 브라우저, 퀄컴의 메일 프로그램 유도라, 맥아피의 바이러스 퇴치용 소프트웨어, 썬의 자바 언어 등은 푸근한 관용과 공짜의 선례들이다. 풍요의 상품 세계에서 자사 상품의 덕목을 부각시키는 법은 '공짜'를 통해 사람의 주의를 끄는 것이다. 한 생산물이 공짜라면, 대개 이를 제공한 회사와 연계된 서비스 상품들은 마인드 확보에 성공한다.
네트 경제하에서 가치 창출이 이루어지기 위한 전제로 도입되는 이러한 '선물 경제'(gift economy)의 부활은 허구일 뿐이다. 하우크(Wolfgang F. Haug)식으로 얘기하자면, 신흥 자본가들의 이같은 행위는 대중에게 '무관심성의 가상'을 연출한다. 즉 자본의 이윤 논리의 '현금화 관심'을 무관심성인 양 유혹하고 선전하는 행위로 위장한다. 그 궁극적 지향은 '선물 광고' 형식의 맛보기를 통해 구매 충동을 끌어올리거나, 소비자 욕망의 미세한 마인드를 중독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의 물리적이고 인구통계학적인 시장 분할식 마케팅 전략이 확장되어 마인드 점유에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은 신경제의 소비자 포지셔닝 강도가 더 세졌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한번 하우크의 용어로 돌아가면, 항상 공짜와 헐값의 배후에는 한 기업이 보유하는 시장력 증대의 종합적/총체적/복합적 연출로서의 '현상형상'(Erscheinungsbild)이 자리잡고 있음을 간파해야만 한다.
4. 독점이여, 영원하라!
브라이언 아써는 자본이 시대적 불확실성을 타개하는 방식은 카지노 도박의 스타일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미래 예측력이 화투장을 교묘하게 놀리는 숙련된 자본꾼들의 손끝에 있다는 소리다. 모두 다 '주윤발'이 되라는 소리인데, 그는 이것이 자본 경쟁의 스타일이고 일종의 '방향 감각'이라 칭한다. 심리적 도박판에서 게임의 분별력을 소유한 빌 게이츠는 그래서 선각자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체로 이러한 논리가 첨단을 달리는 하이테크 산업내 경쟁에서 승리하는 비법으로 격상된다. 지식 경제에서는 승자가 모두 것을 차지하는 사활의 경쟁이며, 차기 기술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선각의 마술이 필요하다. 이 얼마나 과거보다 혹독하고 애매한 논리인가. 구시대에는 힘쓰는 자본끼리 나눠먹는 공생의 논리라도 있었다. 이젠 독식과 비상식의 논리가 나머지를 삼킨다.
신경제하에서 독점을 다루는 방식은 어떠한가? 그것은 기술적 용어로 '표준'(standard)과 '록-인'(lock-in)으로 표현된다. '표준'은 디지털 경제의 기본 원칙인 '편리성'에 기초해 보면 모두에게 이로운 것으로 상정된다. 표준의 배후에는 항상 표준을 이끄는 독점적 지배력이 숨어있기 마련인데, 이를 왜곡하는 것으로 사용자들의 '편리성'이 표준의 버팀목이 된다. 그들에게 독점의 폐해에 대한 보완책은 있다. 일개 기업이 기술적 한계를 지님에도 불구하고, 독점적 표준을 누리는 것은 부정이라고 보는 것이다. 한편 '록-인'은 한마디로 기술적 지배력에 도전하는 힘들이 침입하지 못하게 안쪽에서 걸어 잠그는 행위이다. 신경제하에서 기술적 우월에 입각한 록-인은 공정하며, 독점은 필요악이라 본다. 그들이 보기에 록-인은 소비자들에게 중대한 혜택을 주는데, 자본이 록-인을 위해 생산물 가격을 하락시켜, '역가격'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관용의 시발은 록-인에서 온다는 발상이다. 그런 점에서 산업경제와 달리 신경제하의 독점 가격 형성은 별 걱정거리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또한 국가는 자본의 집중과 집적에 따른 독점적 향유를 인정해야 하며, 그 이유는 그들이 보기에 이 일시적 독점은 기업의 혁신과 위험에 대한 도전의 금전적 보상이기 때문이다. 즉 특정 자본이 개발하는 상품 유통의 초기 국면에서 혁신의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아량을 보이는 것이 페어 플레이며, 궁극적으로도 그 자본이 시장에 대한 장기적 지배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디지털 경제이론가들은 네트 경제에서 자연 독점의 불가능성에 대한 또 다른 이유로 '퇴화'(devolution)의 법칙을 든다. 네트 경제의 생태학적 특성에서 살펴보면, 네트워크나 유기체 환경은 지속적 유동과 비평형성을 강조한다. 퇴화의 원리는 창조와 파괴의 급변하는 커브 속에서 시장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들을 가정한다. 그러나, 그들이 인정하듯 정상의 유동성과 수확체증의 국면은 초기 혹은 표준이 이루어지기 전까지의 시점이다. 그 이후에는 시장력의 고착과 독점이 지배한다. 대체로 정보·통신산업 영역은 영세한 벤처자본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새로운 시장진입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어 안정권에 들어서면, 구산업의 행태와 비슷하게 자본의 독점적 확장이 이루어진다. 신산업에 있어 표준과 록-인은 독점을 향한 새로운 히든 카드이다. 다시 한 번 하우크의 '현상형상'은, 네트 경제에 이르면 '고리 형성'(linking)과 '지렛대 작용'(leveraging)이란 독점화 과정으로 발현된다. 이 두 가지 과정은 한 제품의 이용층을 이웃하는 제품으로 자연스럽게 이동시키는 것으로, 이미 MS사가 O/S프로그램으로 DOS→Windows→Win95→Win98→MS Network로 패권화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렇게 볼 때, 표준과 록-인은 혁신의 인센티브가 아니라, 장기적 독점의 과정을 돈독히 쌓는 작업인 것이다. 또 다른 독점화 과정은 심리적 전술에서도 이루어진다. 예컨대, 경쟁자에게 록-인되었다고 믿게 만드는 기법으로, 사전발표, 페인트(faint), 위협적 동맹, 기술적 치장, 미래적 제휴 관계의 매체 선전, 그리고 발표는 되었으나 상품화가 안된 베이퍼웨어(Vaporware)의 퍼레이드 등이 동원된다. 이로써 완벽한 심리적/물리적 시장 독점의 완벽한 구상이 꾸며지는 것이다.
5. 현실 정치의 비정치화, 그리고 경제화
이제까지 단상적으로 훑고 지나간 몇 가지 논의를 통해서 보자면, 신경제론자들의 네트 시대의 새로운 경제란 산업자본주의의 변형된 적자일 뿐이다. 이제 디지털 경제의 문제는 정치 영역에도 그 무한한 힘을 가동시킨다. 디지털 이론가들이 주장하는 네트 시대의 정치는 크게 보아 디지털상품을 소비하며 네트에 접속하는 개인들에게 이루어지는 무한한 '권능'(empowerment)의 유혹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는 새로운 민주적 커뮤니케이션의 건설과 해방의 테크놀로지에 대한 언약으로 이루어진다. 일례로 글로벌 컴퓨터사인 썬(Sun Microsystems)사는 한 광고 지면을 통해, 현실의 종교, 정치, 잘못된 처방의 기술 등 역사적인 모든 것들이 네트워크 컴퓨터 기술과 대당에 서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바로 그들이 개발한 네트워크 기술만이 제현실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군림한다. 또 다른 하이테크 기업의 약속. 미국의 거대 텔레콤 회사인 MCI사는 인터넷 서비스 가입을 가상 공동체 편입의 전제로 약속한다. "매달 9.95달러에 인터넷을 무제한으로: 당신은 이제 시간 제한없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빠른 네트워크에 지역적 제한없이 액세스를 할 수 있다. 지금 빨리 전화하여 이 파격적인 3달간 할인 요금으로 가입하여, 글로벌 온라인 공동체의 일부가 되십시오."(Wired, 1997. 10.) 인터넷 접속 비용과 전화비를 낼 수 있는 능력만 된다면, MCI사의 인터넷 가입이 곧장 '글로벌 온라인 공동체의 일부'가 되는 것으로 등치된다. 온라인 서비스의 가입이라는 사적인 소비와 온라인 공동체라는 공적 모임이 뒤섞임으로써, 사적 소비 자체가 공동체의 본질인양 호도되는 것이다. 이같이 논의의 과도한 비약을 정보통신기업들이 차용하는데는 대중의 공동체에 대한 욕망을 적절히 간파하는 그들의 능력에 있다. 대중의 욕망은 현대의 지시물 없는 상실감에서 비롯된 치료제 역할로 전통적 공동체의 대체물인 가상공동체를 희구하는데 있다. 글로벌 사기업들은 명민하게도 온라인 공동체를 인터넷의 물적 배경을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적 상부구조의 역할, 그리고 기술의 수용, 대중의 의식적 통합과 친근성, 상품 소비 등을 원활하게 이루기 위한 촉진제로써 보고 있는 것이다.
자본의 비정치화 주도는 결국 경제화를 위한 고리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가상공간의 민주주의적 전망이 사적 자본에 의해 자연스레 편입되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세계를 터는 강도'들은 물리적/정신적 영역에 걸쳐 우파의 비전을 세우고 있다. 그 파장을 비껴가는 길은 내가 보기에 먼지에 쌓인 '경제의 사회화'를 털어 일으켜 세우는 작업일 것이다. 예컨대, 시민단체와 정부 그리고 기업이 모여 신기술 개발의 공적 전망을 세우고, 정부가 나서서 과도한 집중과 독점을 방지하며, 이윤의 결과에 대한 수혜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 네트의 '빛'이 그 기술적 가능성에 있다고 본다면, 이용 주체들의 좌파적 전망과 사회적 적용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비정치화의 타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네트적 실천과 연대가 요구되어진다. 이같이 새로운 가상의 '그늘'들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그 속에서의 역공이 가장 큰 무기일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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