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등뼈 / 천운영

사실 남자에게 여자는 지긋지긋한 날벌레에 불과했다. 138

 

불거진 뼈를 가진 신체는 비애감마저 느끼게 한다. 비극적인 육체. 육체의 중심에 우뚝 선 등뼈. 그 마디마디가 처참히 드러난 여윈 등.

   그 때 왜 여자의 등을 쓰다듬어주지 못했을까. 어느 누구도 자신의 등을 쓰다듬을 수는 없는 법이다. 타인만이 그 등을 쓰다듬고 보듬어 줄 수 있다. 여자가 남자의 발길질을 견뎌낸 것은 남자에게 그 등이 주는 처참함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등을 감싸주기를 원했는지도. 148

 

남자는 문득 여자를 떠올렸다. 아무리 거부해도 무작정 다가오는 법만 알던 여자. 여자가 남자에게 맹목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오히려 남자가 여자를 향해 강한 인력을 쓰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149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