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7/03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3/29
    그리스인조르바
    愛`아엠지니

그리스인조르바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는데, 당장 읽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이바구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다.

러시아혁명 당시 '공부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어디서 봤는지 도저히 기억이 안난다)

찾다가

그리스인조르바의 다음 대목을 우연히 발견하여 읽은 때문.

 



옷을 입고 바닷가로 나가 보았다. 걸음을 빨리했다. 위험이나 죄악
을 피해온 것처럼 마음이 가벼웠다. 오기도 전에 미래를 엿보려 했던
아침의 지각 없는 짓거리가 독신(瀆神)이라도 했던 것 같았다.
  나는, 나무 등걸에 붙어 있는 나비의 번데기를 발견했던 어느 아침
을 떠올렸다. 나비는 번데기에다 구멍을 뚫고 나올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나는 잠시 기다렸지만 오래 걸릴 것 같아 견딜 수 없었다. 나
는 허리를 구부리고 입김으로 덥혀 주었다. 열심히 덥혀 준 덕분에
기적은 생명보다 빠른 속도로 내 눈앞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집이
열리면서 나비가 천천히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날개가 뒤로 접힌 채
구겨진 나비를 본 순간의 공포는 영원히 잊을 수 없으리라. 가엾은
나비는 그 날개를 펴려고 파르르 몸을 떨었다. 나는 내 입김으로 나
비를 도우려고 했으나 허사였다. 번데기에서 나와 날개를 펴는 것은
태양 아래서 천천히 진행되어야 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내 입김은
때가 되기도 전에 나비를 날개가 쭈그러진 채 집을 나서게 한 것이었
다. 나비는 필사적으로 몸을 떨었으나 몇 초 뒤 내 손바닥 위에서 죽
어 갔다. 나는 나비의 간여린 시체만큼 내 양심을 무겁게 짓누를 것
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야 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
위가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깨닫는다. 서둘지 말고, 안달을 부리
지도 말고, 이 영원한 리듬에 충실하게 따라야 하는 것이다.
  나는 바위 위에 앉아 새해 아침의 생각에 빠져들어갔다. 아, 저 불
쌍한 나비라도 늘 내 앞에서 몸을 뒤척이며 갈 길을 일러준다면!
 

 

아, 얼른 읽어보고 싶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