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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악마들 - 피터 홉커크(1984)

 

이 책의 부제는 "중앙아시아 탐험의 역사". 타클라마칸사막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령 동투르키스탄지역(현재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에 대한 19세기말~20세기초까지의 탐험가들의 기록을 흥미롭게 정리한 책이다.

 

실크로드의 중심루트인 투르키스탄 지역은 파미르고원을 중심으로 구소련령 서투르키스탄과 중국령 동투르키스탄으로 나뉜다. 그리고 옛날의 대상들에게는 타클라마칸을 통과해야하는 중국령 동투르키스탄 지역은 生과死를 가르는 공포의 지역이었다. 이곳은 하늘에 닿을 듯한 천산, 곤륜, 캐라코람, 힌두쿠시산맥과 파미르고원으로 둘러싸여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죽음의 불모지, 타클라마칸사막(원주민어로 들어가면 못나온다는 뜻이란다)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실크로드가 둔황에서부터 천산남로, 북로로 갈라졌다가 카쉬가르(현재는 카스)에서 다시 만나는 것도 바로 이 타클라마칸사막 때문이다.

 

서구의 입장에서 19세기말은 고고학적 발견의 시대이기도 했다. 그리스, 이집트를 포함한 중근동, 캄보디아, 중국에서 엄청난 고고학적 발견이 있을 때마다 서구는 열광했다. 그것은 그들의 근대적 합리성의 승리였던 것이고, 제국의 명예를 드높이는 수단이기도 했으며, 식민건설을 위한 필수코스이기도 했다. 19세기 서구제국주의 국가들은 탐험가와 선교사를 먼저 보내고, 다음에 군인과 상인들을 보내면서 식민지 건설에 열을 올리지 않았던가.

 

이 책의 악마(Red Devils)들은 바로 그 시기 중국령 동투르키스탄을 탐험했던 탐험가들을 중국의 입장에서 부른 말이다. 실크로드는 동서문화교류의 동맥으로서 고고학적으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 유물이 잠자고 있기도 했고, 사막이라는 지리적 특성이 유물보존에 있어 천혜의 조건을 제공하기도 했으며, 열악한 자연환경으로 인해 19세기까지 서구인들에게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땅이기도 했다.

 

스웨덴의 탐험가 스벤 헤딘이 서구인으로서는 최초로 이곳을 탐험하여 유물을 약탈해간 이래, 영국의 오렐 스타인, 독일의 폰 르콕, 프랑스의 폴 펠리오, 일본의 오타니 고즈이, 미국의 랭던 워너 등이 들어와 유적을 닥치는대로 싹쓸이해갔다. 심지어 그들은 벽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마저 벽째로 뜯어갔고, 돈황에서 발견된 어마어마한 고문서들을 푼돈을 쥐어주고서 "신사적으로 사갔다".

 

이러한 범죄에 대해 저자인 피터 홉커크는 애매한 입장을 취한다. 물론 과정에서 잘못은 있었으나, 극도의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던 당시 중국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일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하고, 당시에 과학적 고고학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던 동양의 한계에서 서구의 어르신들이 나서서 그들의 역사를 정립하는데 도움을 준 것이나, 당시 탐험가들의 고고학적 열정을 높이 평가하는 듯한 말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다시 읽다가 괜히 배가 살살 아프더라.

 

하지만 이 책은 실크로드에 대해 관심을 환기시키기에 꽤 훌륭한 책인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나 한국에서의 실크로드가 동서문화의 교류, 타자에 대한 이해라는 데 방점이 찍히기 보다는 "대륙정벌", "만주진출", "고구려..."등의 쇼비니즘적 주장의 근거로 인용되는 때가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월간조선 조갑제의 아이디가 mongol 이라지 아마?

 

사족) 남한의 국립중앙박물관도 실크로드관련 유물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오타니 고즈이가 약탈한 유물의 30% 정도가 남한의 광업권획득을 위한 대가(?)로 조선총독부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이 "오타니콜렉션"은 일반에 공개는 되지 않고 박물관창고에서 썩어가고 있다. 그러고 보면 남한도 제국주의 국가의 유산을 물려받은거다. ㅎㅎㅎ

 

* 읽고 싶으신 분이 있으시면 덧글로 남겨주세요. 우편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위의 설명대로 독일의 폰 르콕 3차탐험대의 모습이다. 현지 노동자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고, 그 뒤로 독일인들이 거만하게 서 있는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맨 앞줄의 노동자들 중 양쪽의 노인2명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비해, 중간의 어린 아이는 눈의 흰자위를 보이며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어 흥미롭다. 겨울에는 영하 20도 이하의 강추위속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게 된다고 한다. 아마 이때도 겨울이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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