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모 스웨씨를 다시 만나다.

오늘은  마웅저씨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지난달 모임장소를 마웅저씨의 집으로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마웅저씨는 최근 이사를 했다. APEBC(버마아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한국내 버마이주노동자들이 태국메솟지역의 버마난민아이들을 위한 무료학교에 매월 일정금액의 돈을 송금하는 모임)일이 커지면서 버마이주노동자들이 돈을 각출해서 부천에 APEBC를 위한 사무실 겸 살림방을 하나 임대했던 것인데, 마땅한 벌이가 없는 마웅저씨가 그곳을 관리하면서 살게 된 것이다.  

마침 오늘 '모 스웨'씨도 마웅저씨의 집에 오기로 되어 있단다. 얼마 전 모 스웨씨는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수상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를 방문했고 다음주에 태국으로 돌아간다. 일정 중 짬을 내어 버마이주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이곳에 들르는 것이다. 태국에서 만난지 3개월 정도 되었는데 무척이나 반가웠다.  

APEBC사무실은 반지하방인데 넓으면서 따뜻해서 좋다. 마웅저씨가 나더러 방에서 앉아서 읽어보라며 책 몇권을 건네준다. 그사이 부엌에서 마웅저씨가 무언가를 지지고 볶고 있는데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왔고 드디어 모 스웨씨도 도착했다. 면도도 하지 않은 것이 무척이나 춥고 피곤해 보인다. 한국에서의 일정이 꽤 많았나보다. 그리고 따뜻한 태국에 있다가 엄동설한의 한국에 왔으니 얼마나 추울까? 마웅저씨도 한국의 추위에 적응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고 하던데 말이다.  

마웅저씨가 차린 밥상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이 사람이 요리를 이렇게 잘하는지 미처 몰랐다. 더구나 버마음식을 한국사람의 입에 맞게 약간 변형시켰다고 하는데, 정말 내 입맛에도 딱 맞았다. 같이 밥을 먹으며 이주노동자들과 모 스웨가 재미나게 대화를 한다. 모 스웨는 첫인상은 영락없는 푸근한 옆집아저씨인데, 말을 한번 시작하면 그만의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이주노동자들도 귀한 손님에게 그간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가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버마말은 내 옆에 앉은 마웅저씨와 피요씨가 통역을 해주었다. 술안주로 놓인 과일들을 가리키며 누군가가 사람들은 버마사람들인데 과일들은 모두 다른 나라에서 왔다(정말로 상 위에는 미국에서 온 포도, 한국에서 온 귤과 사과, 태국에서 온 처음보는 과일깡통이 놓여 있었다)고 말하며 어색하게 웃었듯이, 멀리 생경한 이국에까지 와서 고생하는 버마이주노동자들이 오늘 그 자리에서만은 참 행복해 보였다.

태국 메솟의 사정은 그리 좋지 못한가보다. 그는 버마이주노동자들을 규합해서 평등노조를 조직했다가 메솟일대의 기업주들이 태국경찰에 고발을 해서 사무실이 박살이 났단다. 물론 그가 운영하던 노동자 무료진료소도 침탈을 당한 건 물론이다. 태국 인권위에 진정을 한 상태이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른단다. 이주노동자의 삶이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