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펌]강유원

 

'책'은 강유원의 문필가로서의 면모와 본래 전공인 철학을 바탕으로한 탄탄한 논리가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서평집이다. 그는 자신의 이념을 선뜻 밝히지 않았지만 주로 서평을 할때 다루는 논리의 근거, 대안을 찾을때 헤겔과 마르크스에 기댄다는 것,그리고 우리나라의 이념적 편향을 지적하며 좌파들의 분발을 촉구한다는 점에서(사실 이건 고른 이념 스펙트럼을 바라는 일부 자유주의자들도 지적하고 있기는 하다.) '좌파'라고 보더라도 무방할 듯 하다. 비단 그러한 논리나 글의 구성으로 파악되는 것말고도, 강유원은 좌파가 지니고 있는 일종의 '꼬장꼬장함'을 지니고 있다. 예전에 김규항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쓴 에세이에서 느껴졌던, 혹은 서준식의 글속에서 느껴졌던 그런 꼬장꼬장함 말이다.(좀더 멀리나가자면 진중권에서도 언뜻언뜻 발견되는) 그런 '꼬장꼬장함'은 강유원 특유의 문체의 간결함에서 비롯되는 것 같기도 하고,그가 비판을 가할시에 어떠한 이념,나이,국가를 초월해서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꼬장꼬장함의 태도가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서는 나는 알수가 없다. 다만 그 태도는 그의 글을 보다 날카롭고 차갑게 만들어 준다. 그가 서평을 쓰는 이유는 책의 가치를 분별해주는 것이라 언급했고, 그 분별을 가능케하는 것은 감성이 아닌 이성이니 강유원의 문체나 분위기는 서평집의 목적에 상당히 부합되는 것이 틀림없다.

...어설픈 좌파를 자칭하면서, 아니 그렇기에 그러한 '꼬장꼬장함'을 지니지 못한 나로서는 그의 그러한 태도가 부러우면서도 조금 부담스럽다. 예전에 고종석이 그의 에세이에서 수구세력과 강준만과 박원순과 같은 개혁세력에 대한 김규항의 비판의 정도가 비슷한 것에 대해 버거움을 느낀다고 했는데, 나도 그와 비슷한 부담을 강유원의 서평에서 느끼는 것 같다. 이를테면 조한혜정이나 홍신자를 비판하면서 그들의 사상과 행동의 불일치를 강한 어조로 비판할때 그 나는 그 비판의 정도가 부담스럽다. 물론 지식인이란 생각과 행동에 있어 일치를 보여야 한다는 강유원의 발언에 나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그도 언급했듯이, 그 생각과 행동의 일치가 현실에서 이루어지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나는 조한혜정이나 홍신자의 발언들이 설령 그것이 자신들의 삶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공감하는 편이다. 그 발언은 설령 비현실적이더라도 이 나라의 진보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사람들의 닫힌 의식을 깨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식인으로서 그러한 '말하는 행위'조차 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위치(교수라는 안정된 직장, 명망있는 예술가)에 안주하고 아무 발언도 안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직무유기라고 난 판단한다. 물론 강유원은 그들이 그렇게 된다면 지식인이라는 명함을 내밀 자격도 없다고 하겠지만.

...사실 그것은 내 안의 자유주의자적 기질에서 오는 불편함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빌미로 강유원의 글쓰기,그의 작업을 비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실상, 오늘날 좌파들이 지닌 문제점들은 '꼬장꼬장함'의 과다보다는 지나친 타협(다른 말로 하면 지나친 리버럴함)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창'에서의 에세이, 그리고 문화일보의 '서평' 그외에도 선보이는 철학작업을 통해 그는 점차 자신의 '꼬장꼬장함'을 보다 폭넓게 그리고 자유롭게 선보이는 것 같다. 그러한 태도가 언제까지나 계속되기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