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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네시-아멜리노통

 

현대인의 고독과 소통의 단절을 날카롭게 표현해 낸 소설이다. 밤새 읽으면서 너무 재미있었다. 소설의 초반에는 은퇴한 노년의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일상적인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소설의 1/3이 넘어서면서 스릴러로 바뀌고, 종국에는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되짚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살아가야할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할 경우 그 인생은 살 가치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현대인들 대다수가 자신의 존재이유를 찾아볼 생각도 없이 그저 생에 대한 집착만을 가지며 살고 있다는 데 있다. 이유는 없고 집착만이 남은 삶. 그럼에도 생의 의미를 상실한 사람에게 살아야만 한다고 강요하는 건 폭력일 듯 하다.

 

이 책의 팔라메드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병원에서 만난 베르나데트와 결혼한 걸로 봐서 나는 그가 순수한 영혼을 지닌 사람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세상의 편견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고 생의 의미를 상실한 채,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희망을, 공격적인 태도로밖에 표현하지 못했던 팔라메드 베르나르댕. 주인공이 마지막에 취했던 극단적인 행동은 팔라메드에 대한 전적인 공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소설의 중간, 에밀과 쥘리에트의 어릴 적 침실에서의 추억이 참 마음에 들었다. 뿌옇게 처리된 과거회상용 화면의 따뜻함이 내 뺨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만약 누군가의 추억에서 빌려온 장면이라면 난 그 사람이 너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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