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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소동 - 샹탈 에커만


 

한마디로 경쾌한 코메디물이다.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모~옵시 좋아진다. 현실감이라고는 없는 어리버리한 주인공인 샤를로트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감독의 말에서 샤를로트가 자신의 분신이라고 했는데, 감독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샤를로트는 에로소설류를 의뢰받아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는 프리랜서 작가다. 글을 써서 살아가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한국이지만 벨기에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남편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외로움을 느끼던 엄마가 샤를로트의 집으로 쳐들어온다. 수년간 따로 살아왔으니 라이프스타일도 완전히 다를 것이고, 급기야 자신에게 사랑과 애정을 가져달라며 계속 칭얼거리는 엄마 때문에 강박증에 시달리던 샤를로트... 마침내 집을 팔고 이사를 가기로 결심하고 집을 내놓는다. 집을 보기 위해 꾸역꾸역 모여드는 사람들. 이들과의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에피소드들로 이 영화는 시작된다.

 

앞서말했듯이 주인공인 샤를로트는 에로소설작가다. 그러나 자신이 사랑의 경험조차 없고 그에 대해서 무지하기까지 하다. 그래서인지 샤를로트는 자신의 언어로 소설을 쓰지 못한 채, 옆집에서 들려오는 교성과 남들이 사랑에 대해서 하는 말들을, 그것도 단어로 분절적으로만 수첩에 끄적거릴 뿐이다.

 

그러나 집을 보러 오는, 아이를 낳기 직전의 젊은 부부, 장년의 권태를 느끼는 부부 등과 교감을 하게 되면서 변화를 겪게 되고, 샤를로트는 여타 여성들의 삶의 문제들에 공감을 하게 된다. 즉, 먹고 살기 위해 엉터리 포르노소설을 쓰는데(남성들의 관음증적이고도 억압적인 성관념)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자신들의 이야기를 쓰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이런 간단한 주제와 더불어 이 영화에는 자신만의 자아를 위한 공간을 갖기 원하는 여성의 심리, 딸과 엄마 사이에서 벌어지는 애증의 관계, 노년들의 애정에 대한 욕망, 상상력과 공통경험을 통한 공감이라는 많은 꺼리들이 코믹적 요소들과 잘 버무려져 있어 2시간의 러닝타임이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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