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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조심해

함께 수업을 듣는 홍콩 출신 여학생이 있다. 오늘 수업때 만났는데 얼굴과 팔에 상처가 나 있는 것이 아닌가. 물었더니 화요일 밤, 기숙사로 가는 길에 헝가리안 취객이 갑자기 머리채를 잡더라는 것이다. 실랑이 끝에 얼굴과 팔에 상처가 났는데, 상처가 제법 크다. 학교에서 통역을 지원해줘 경찰서 조사 받았고 오늘 또 간다고 하던데, 별로 기대도 안하는 눈치였다. 그 가해자는 고작 조사받고 벌금이나 물게될 거라고.. 내가 그렇게 하고 말 거냐고 그랬더니 그럴거란다. 그저 나한테 "너도 조심해" 이 말만 하더라... 어찌나 화가 나던지... 인권 단체의 지원을 받아 뭔가 할 수 있지않을까 싶기도 한데, 저 홍콩 출신 여성은 헝가리에 고작 1년만 있을거고 또 학교 공부만으로도 바빠서 그런지 그다지 일을 크게 만들고싶어하지 않는 듯 하다.

 

나 역시 늘 인종차별적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밤에 길을 혼자 걷다가, 술집 앞에 있는 테이블에서 술 마시던 취객이 날 보고 "헬로", "칭챙총(중국어 흉내내는 소리)" 이러면서 입맛 다시는 소리를 크게 내던 날... 역겨워서 같이 사는 친구에게도 말 하지 않고 좀 기분이 가라앉고서야 얘길 했다. 그 짧은 순간 어떻게 대응할까 얼마나 고민했던가. Fuck you라고 할까 아님 Baszd meg(헝가리어로 fuck you)이라고 할까... 하다가 Fuck you라고 소리질러버렸다. 좀 놀라는 듯 조용하게 있더니 친구들이랑 막 웃더라. 아.. 역겨워. 사실 그렇게 말 하는 것도 쉽지않은 일이다. 운 나빴으면 나한테도 저 홍콩 친구한테 일어난 일이 생기지 말란 법도 없지.

 

헝 가리에서 아시아인은 다 중국인이다. 세상 어딜 가든 중국인들이 있듯이 헝가리도 예외가 아닌데, 나한테도 사람들이 중국인이냐고, 무례한 이들의 경우 "니하오" 이러면서 "칭챙총" 이런 소리 막 해대고.. 그럼 그냥 무시하고 말지만.. 요새는 나도 우스개 소리로 "중국인이나 한국인이나 무슨 차이냐" 이러고 말지만...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거기다 성차별적인 요소도 있겠지) 대체 왜 이런 폭력을 경험해야 하는가.

집시들보다 나으니 이대로 만족해야 하나? 집시들처럼 사회 체계 자체가 차별하지는 않으니 잠자코 있어야 하나? 저런 일상에서의 대응, 그저 배설하는 것 정도의 욕설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걸까?

 

한국에서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민들이 겪는 인종차별 경험들이 생각 나 정말 분노가 일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불쾌한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이미 피해당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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