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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동안

 

1.토요일은 할 일이 있어 혼자 기차타고 서울에 갔다.

인디다큐영화제에 가는 길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

그랬더라도

연우 떨치고 신나게 갔을지 아니면 혼자 저녁까지 연우를 볼 ZL

얼굴이 뒤통수에 꽂혀 마음이 바빴을진 모르겠다.

ZL!  우리도 이제 내공이 좀 쌓였으니까

이런 시간을 서로에게 티끌 한 점없이 누려보도록 해 보자.

비록 토요일에 뭐뭐뭐 하다가 기차 놓치고 예상보다 늦게 왔지만

마음은 계속 쫒겼다고.

 솔직히 내가 집에 있는 편이었다면

밖에서 ZL이 나처럼 뒤통수가 당겨올까 싶은데

이건 내가 환골탈태해야할 부분일까, 뭘까.

 

12월 말에 만나고 다시 만난건데

참 재미없는 여자분.

에효 그사람도 불쌍하다만

비오고 추운 토요일, 재미난 일로 온거라면 날씨야 어떻든

유쾌, 발랄하겠지만 내 얼굴은 굳어 있었나보다.

내가 하도 딱딱하니 이젠 여동생이 있었음 한다 하고

공통으로 알고 있는 한 포닥을 언니라고 부르면서

접근 방식을 자매애쪽으로 잡아보는듯 했지만

완전 역효과일 수 밖에.

사실 나와 어떤 돈독한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게 아니라

일로 만나는 사람들과 친근한 관계를 형성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계통의 많은 사람들이 다들 외로운지 어쩐지,

그리고 다들 먼저 다가가는 사람들은 아니어서 그런지

이런 방식을 대부분 좋아들 하는 것 같다.)

 

마침 학교내 카페에서 일하다가 근처에서 마주친 수학과 사람들도

다들 서식 양태가 한참 먼 사람들이라 얼굴이 풀릴리가 없다.

만난 사람은 나더러 참 낯설어 하는, 수줍은 성격이라고 한다.

아니요, 아니요, 이래뵈도 눈팅만 하던 아기 엄마들 번개에

연우 델고 불쑥 찾아갈  정도로 반반한 사람인데요.

모르는 사람 블로그에 가서 미주알 고주알 할 정도로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고요.

재미만 있다면 어디 제주도, 통영이라도 돈 모아 쫒아갈걸요.

(이건 웬 생뚱맞은 얘기... 가 아니고 봄이 오니 사실 남쪽으로 가고 싶다)

 

 

2. 토요일밤 연우를 재우고  너무 피곤하여 잠이 잘 안 올것 같았다.

오랜만에  테레비를 켰더니 ebs세계의 명화를 막 하려고 한다.

줄리엣비노쉬 이름이 뜨고 제목은 미지의 코드란다.

아무런 정보없이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한시간 넘게 봤는데 처음엔 파리의 평범한 길거리랑 사람들이 보이고

불어가 들리는게 좋아서 보았다.  이주에 한번씩 동생이 있는 파리에 가서

장을 보고 하염없이 걸을 때 발다닥의 느낌이랑 그 땅에서 나던 냄새들이

생각이 나서 정말 아주 구체적인 향수를 느끼면서.

그러나 동시에 나는 계속 티비를 끄고 싶은 마음을 느꼈다.

영화가 너무나 아슬 아슬하게 사람들의 고통을 보여주길래.

그리고  등장인물중 한 사람의 행로를 따라

코소보 마을이 나오고 곧 이어 거기 사람들이

전쟁으로 인해 값없는 죽음에 휘말려 들까봐서.

(요새는 아이들, 청소년들, 엄마, 아빠들이 죽는 기사나 이야기는

도저히 볼 수가 없다, 정말.)

또 파리의 줄리엣 비노슈의 아파트에는  부모가 때리는지

여자 아이 비명소리가 들려오니까.

아... 재미 있었으니 참고 보는건 아니었다.

끝까지 보고 싶었지만 12시 40분쯤 되니 정말 몸이 가라 앉는것 같아서

들어가 잤다.

다음 날, 영화의 뒷부분이 궁금하여 이 영화를 검색해보았더니

감독이 정말 정평있는 사람이더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제일 많이

알려진 영화는 바로 피아니스트. 내가 본 영화에 대한 평은 너무 길고

많고, 어려워서 읽기를 포기했다.

참 신기하다.   이 영화의 존재감이

피곤에 절어서 언제 끄고 들어갈지 모르는 관람자도 피해 갈 수 없을 정도였다는 것이.

그리고 날카로운 송곳은 주머니 안에 감출수 없다는 말이 맞다.

 

 

3.  연우한테 금요일 밤인가 재우면서

도서관에서 빌려온 '구리 구라의 소풍 이야기'

를 읽어줄 때였다. 구리, 구라는 들쥐 형제이다.

연우가 갑자기 '구리, 구라는 말 잘들어?'

물어보는 것이다.

'그럼, 말 잘 듣지~'  반사적으로 이렇게 말이 나오려는걸

아슬 아슬하게 붙잡고

'글쎄? 구리 구라는 참 착한 아이지만 가끔 말을 안 들을 때도 있어,

바솔로뮤처럼.'

대답해주었다.  이 대사는 바솔로뮤 시리즈 제일 앞에 항상 있는 말을

구리, 구라로만 바꿔서 말해준거다.

그리고 ' 아이들은 다 그래' 덧붙였는데 과연 이게 연우가 확인하고 싶은 말이었을까?

 

일요일 낮에 늦은 점심을 준비할 때였다.

스파게티 면을 삶으면서 한 쪽에서 새우전을 부치고 있었는데

연우가 안아서 보여달라고 하도 보채기에

주의를 돌리려고 새우를 야단치기 시작했다.

'새우들아!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

빨리 익어야지!'

먹히는 것 같아서 또

'얘들이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을까? '

했는데 연우가

' 그건 할머니가 하는 말인데?'

그러는 거다. 그래서

' 응, 말 안듣는단 말은 할머니가 하는 말이야? 누구한테 그래?'

하니까

'연우한테' 그러는거다.

아이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말을 하는게 재미도 있었지만

마음이 아팠다.

아무리 예뻐라 하고 잘 돌보는 할머니도 이런 말을 수시로 한다.

왜냐면,  말을 듣는다, 안 듣는다, 말 좀 들어라, 그게 그 분들이 애들을 대할 때 하는 말이니까.

그리고 연우가 말이 빠른 편이라

나와  ZL도 간혹 어린이처럼 기대하고 대할 때가 있는데

어머니는 물론 그러리라.

단정덕에 침팬지 책을 다시 읽어보고

눈에 들어오는 말들이 많았다.

연우와 같은 영리한 동굴아이들이

지금 다들 자기들만의 규칙과 취향으로

싫어! 안해! 아니야! 엉엉엉!

하고 있을거다.

말을 잘 듣는다는게 무슨 말일까마는 설령 말을 잘 듣기를 바라더라도

말 안 듣는다는 말을 아이앞에서 하는게 무슨 득이 있나?

돌보는 사람의 피로를 아이 탓을 하는 순간 조금 잊혀진다는 것 말고.

잘 정리해서 어머니한테 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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