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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을 이용하여 1학기 결산

 

이제 곧 연구실을 나가야 한다.

한 네시 반쯤?

오늘은 내가 일찍 가기로 했으니까

다섯시 이십분에 있는 기차를 타야 한다.

 

일학기도 거의 끝나가고 있다.

4월달부터 두달 반 정도 여기 학교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생활을 했는데

대충 결산을 해보니...

 

초반에는 고등과학원 있던대로 연구실 나와 있는

시간엔 어떻게든 내 문젯거리를 생각하고 계산을 해보려 했다.

기차에서도 주로 논문을 읽으려고 준비해 다녔고.

그런데 학진 신청서쓰기와 포항공대 발표로 괜시리

분주했던 5월 중순 이후엔

자투리 시간이랄까, 그런 시간에

거의 일이 진척이 되지 않는다는 걸 받아 들이게 됐다.

내가 그걸 잘 못하는 사람이라는 뜻.

작은 결과지만 어쨌든 텍으로 정리해둬야 할 계산 종이가

계속 가방속에 들어만 있다.

 

저녁에도 한 시간이나 만나고

아침에 일찍 나가는 날이면 연우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 같다.

연우가 습관적으로 깨는 것인지,

 뱃고래가 작은 아이라 그런 것인지

나를 확인하려고 그런 것인지

 밤중 수유가 그냥 그냥 지속되서

 낮에 피곤한 날이 꽤 되었다. 

아마 자투리 시간을 포기하고 최근에 숙제 채점과

수업 준비만 하게 된 것이  낮에 머리가 맑지 않은 것과도

상관이 있을것이다.

평택역에서 버스타고 30분 학교까지 시달리다 오면

거울속에 웬 얼굴 컴컴한 피곤해 보이는 여자가 들어 있다.

(무셔...)

 

이사를 가야 할까?

초반에 얘기하고 그 뒤론 그다지 심각하지 않게

내 머릿속에서 잠시 잠시 물어보곤 했었다.

그 때마다

서울선  지금 사는 동네가 그래도 가장 학교 오기 좋고

(영등포역이 지척이니까)

무엇보다 집 앞에 바로 운동장과 숲이 갖춰진 곳이

수도권 어디에도 없을 것 같고

더구나 무슨 복이 터졌는지 서울생활 십몇년만에

좋은 이웃 친구들을 사귀게 됐지 않은가

(진짜로...)

이런 생각으로 이사에 대해선  시큰둥, 또 시큰둥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바로 며칠전

불현듯

'아, 그래, 평택으로 이사를 와야 한다'

이런 판단이 수면으로 올라온 것이다.

직감적으로 이것이 지난 두어달의 시간이 속에서

맴돌다가 익어서 나온 판단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기야 어제 밤에 택시타고 우리 동네 입구 들어서니까 또,

아이고, 이런데 놔두고 어딜까...

이런 마음이 절로 든다만은.

 

우선은 ZL과 나의 차이가 있다.

원래 그런 줄은 알고 있었지만,

기차나 버스를 타면서 생기는 시간,  이게

ZL한테는 자투리 시간이 아니다. 그냥 자기 시간이다.

 

 

또 나란 사람이 일하는 방식이

그저 책상에 일정 시간 이상 앉아서

계산하고 남들 논문 훑어 보고 이러는 거라

직장이 멀고도 멀다는게 참 적응이 안 되고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누군가와 매주 만나거나 세미나가 있는것도 아니고

보아하니 혼자 이렇게 저렇게 궁싯거려할 판이다.

 

그리고 연우.

운동장도 좋고 숲도 좋고 지금 오시는 이모도 쾌할한 성격이

연우랑 잘 맞고 무엇보다 이웃 친구들.

아쉽고도 아쉽다.

그런데 이걸 다 합친거보다 연우는 엄마를 매일 한시간씩 더 만나는 걸

더 좋아할 것 같다. 음... 솔직히 이건 연우가 그렇다고 말해준건 아닌데.

주어랑 목적어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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