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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자의 짜증남

백수의 일기를 좀 근사하게 뭔가 있어 보이게 쓰고 싶어 기다리고 기다렸건 만, 눈알 빠지게 기다리다간 속에 천불이 나서 못 베기길 것 같아 쌓여 있는 것을 휘갈겨 쓴다. 그것도 새벽 3시를 넘겨서 말이다. 내일 아침에 선거 사무실 청소를 가기로 약속을 해서 일찍 자리에 누워 건만 오늘 일때문인지, 원래 불평불만이 많아서 인지 잠이 오질 않았다. 그렇다고 할 일을 다 해놓고 있는 것도 아니고.

 

백수 생활도 3개월째를 달리고 있다. 백수 생활하면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래서 달콤한 잠도 안 자고 날밤까면서 까지 귀찮은 행정서류와 면접, 시험(상식적인 수준)을 보면서 참고 참았다. 근데 떨어지고 말았다. 그냥 짜증이 왕창 밀려 왔다. 짜증나서 미치겠다. 술이라도 한 잔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일거리 걱정에 집회 마치고 밥만 먹고 돌아왔다. 예전 같았으면 왜 떨어졌을까 하고 아주 심한 자책과 절망의 구렁텅이에 떨어져 겠지만, 그것도 한 두번이 아니니 그저 짜증이 날 뿐이다.

 

그 전에도 아주 많아겠지만 미술대회 나가서 떨어졌던 기억으로 시작해서 대학 떨어진 것, 또 떨어진 것, 이번 앞에 기회가 되어 특별전형으로 서류접수를 했는데 그것도 보기 좋게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뭐가 있나. 이 정도 되니 시험친다라는 류의 모든 것에 그냥 말 안하고 조용히 지나가려고 노력하지만 이게 술만 먹으면 입이 근질근질해서 말해버리고 만다. 발표가 나면 쪽팔리만.

 

실업자 재취업 교육 일환으로 백수라면 한 번쯤 교차로로 통해 눈요기 정도는 했을 법한 IT교육 과목 중에 컴퓨터 초급 단계인 분야를 체계적이면서 구속받으며 배우고 싶었다. 그것도 공짜로 (실제로는 공짜도 아니면서 사기 때리는 거지만) 배울 수 있으니. 근데 이 일정을 맞춘다고 백수의 생활에 많은 지장을 받았지만 참았다. 평택 투쟁도 이런 핑계거리로 스스로에게 위안을 받곤 했다. 6개월 과정을 교육 받을 준비로 6개월 동안 모든 일정을 이에 다 맞춰 놓았다. 근데 이제는 하는 일 없이 나이만 먹게 될 판이다.

 

그리고 보니 고등학교 졸업 이후 어떤 틀에 구속을 받으며 교육 또는 그에 준하는 뭐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아직도 내 친구 중에는 대학교 2학년인 학생이 있는데. 뭐 이런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건 아닌 것 같고, 이 짜증남을 어떻게 해소하면 기분이 나아질까 싶다. 경쟁율, 시험, 운, 실력 이런 것 다 떠나서 이번에 떨진 것에는 면접에서 아주 거침없이 말 한 것에 대한 보복성이 있지 않았을까. 근거없는 추측을 해 본다. 자전거를 타고 집회를 나가면서 그 학원을 지나 갔는데 밉고, 분하거나 이런류의 기분보다는 그냥 짜증이 일어 왔다. 며칠은 그렇게 지나가곤 할 것이다.

 

오늘 짜증에 일조한 건 평택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동안 함께 하지 못한 이유 중이 이 일정 때문이었는데 그것을 어떻게 보상 받을까 싶다. 보상해 줄 일도 없겠지만. 어이구 왜 내 삶인데 내 계획대로 안 되는 것이여~ 짜증, 짜증

결국 오늘 포크레인이 밀고 들어와 생명과 평화를 파괴하며 논을 파고 말았다. 근데 이건 짜증이 아닌데, 왜 짜증으로 느껴질까. 분노가 쌓이고 쌓여, 관성이 되어서 그런가.

 

16일이 최대의 고비가 될 것이라 하는데 대추리에서는 지금도 규찰을 서고 있겠지. 평택에서 투쟁하는 동지들이 다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무례를 범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랴, 이렇게 기도하는 게 나의 한계인 것을.

 

나의 짜증이여, 어서 증발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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