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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관리소에서 [2004.3]

출입국관리소에서

 

 

따스한 봄날의 햇볕 맞으며

대구 출입국 관리소 마당에

퍼질고 앉았다

 

섬진강 줄기의

어느 한적한 곳에서

둘이 손 잡고

따스한 봄날을 맞이하고 싶다

 

스물 다섯

생애 처음 연애질을 꿈꾸는데

세상은 배가 아픈가보다

도망치고 싶다

세상을 뒤로하고

둘이서 도망치고 싶다

소설같은 연애를 하고 싶다

 

소장 면담이 길어질 모양이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투쟁가로

아직은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으로

연애질 한번 실컷해야 할 판이다

이거라도

목숨걸고 해야한다면

죽도록 연애질하고 싶다

 

꿈같은 따스한 봄날

출입국관리소 마당에서

낮잠이라도 한판 때리고 싶다

 

세상을 사랑한

죄가 큰 것 같다

따스한 햇살 받으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앞에

대낮부터 소주가 생각난다

 

아! 이렇게

또 봄날은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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