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2005년) 11월 23일
쌀협상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 한 후
11월 24일부터 2006년 3월 23일까지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비바람과 눈보리가 몰아쳐도
단하루도 빠지지 않은 120일째까지,
[쌀포기 농업포기 국회비준 무효다]
[대책없는 쌀개방 국회비준 철회하라]
[식량주권 포기한 노무현정권 물러나라]
[쌀은 생명이다. 반드시 지켜내자]
[쌀은 주권이다. 끝까지 지켜내자]
[정부가 버린 쌀과 농업. 시민의 힘으로 지켜내자]
[쌀은 생명이다. 농민은 존엄하다]
[농촌이 뿌리다. 농사가 희망이다]
[쌀없이 평화없다. 반드시 지켜내자]
[우리민중 쥐어짜는 한미FTA 반대한다]
[평택 미군기지확장 막아내고 올해도 농사짓자]
[한평도 내줄수 없다. 미군기지 물러가라]
[생존의 적 평화의 적 미군기지 몰아내자] 등등...
목이 터져라 외치고 또 외쳐댔습니다.
120일이 넘은 지금.
매일매일 힘 빠지는 일들만이 우리들을 괴롭히고 있지만,
기꺼이 일어서서 나아가는 힘을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서로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풀뿌리,
민초, 그들이 있어
우리들은 집회내내 즐거운마음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쌀! 지켜야지"하시며 서명을 하고 가시는 그분들입니다.
그간 일만여명이 넘는 대구시민들이 서명에 동참하셨습니다.
쌀과 에너지와 물이 없고서야 이 땅을 살아가는,
주권을 가진 者라 할 수 있는지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왜 포기하라하고
왜 포기하는지 이 정부의 속내를 도저히 알 길이 없습니다.
쥐꼬리만큼 남아 있는 주권마저 포기하라하니
이 정부가 과연 우리의 정부이며
그들은 이나라 사람들이 맞기나 한 것인지
그도 알 길이 없습니다.
120일을 지키는 오늘은,
촛불을 들고 있는 내내 오늘 벌어진 일들이,
뉴스에 나온 일들이 머리속을 뱅뱅돌며
답답한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습니다.
어둠에 찬 이 반도의 항구란 항구엔
밥 짓는 쌀과 가공용 쌀들을 실은
배들이 밀고 들어 왔다고 합니다.
뉴스에 실려나온 내용인즉,
'밥 짓는 쌀' 용도로 국내에 처음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칼로스쌀 1372t이
23일 오전 6시 30분 부산항 감만부두에 도착했고,
부산, 경남, 경북 지역 농민 100여명은
0시 30분께부터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수입쌀 입항 저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감만부두 정문 철문을 뜯어내고
부두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하고.
23일부산항 감만부두정문
낮에는 수입쌀 입항 저지를 위해
강원도 동해항에서 사흘째 천막농성 중이던
전농 강원도연맹 소속 농민 10여 명이
중국산 쌀을 싣고 동해항에 입항한 뒤
하역작업을 하던 베트남 선적 빈동3호의 갑판을
기습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다
1시간20여분 만에 전원 연행됐다합니다.
중국산 현미 5668t를 싣고 목포항에 입항하려다
농민들의 반발에 밀려 목적지를 바꾼
베트남 국적 화물선은 23일 새벽에 인천항에 입항했는데
이 중국산 쌀들은 가공용이라고는 하지만
과자나 떡볶이, 가래떡 등으로 만들어져서
결국에는 우리들의 먹거리로 둔갑을 하고야 말,
쌀들이라고 합니다.
2006년 3월,
개나리는 활짝 개화를 시작했으나
과연 이 땅에 진정한 봄이 오고는 있는 걸까요?
2006. 3. 23. 땅과자유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어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에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쁜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잡혔나보다.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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