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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오늘 시민모임의 정기총회가 있는 날이다.

2시부터 시작이니, 막 시작했을 터이다.

 

2년 가까이 활동한 곳을 떠나온 나는,

자유롭지 못한 덫에 놓여 있다.

이렇게 모든 게 서툴다. 3년전에 이러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시작은 누구나 열정적이게 또는 수많은 각오로 시작되지만,

끝은 그렇지 못하다.

두 종류다. 심플한 끝맺음이거나, 구질구질한 끝맺음도 아닌 것이 악몽같은 기억을 남기고 간 끝이다.

난 항상 후자 쪽이었다.

 

올해는 무계획으로 무식하게 백수로 개기기다.

거머리처럼 피붙이들의 피를 안 빨아 먹는다는 원칙은 세웠다.

그 원칙은 유치하지만 자존심이다.

컴플렉스가 한 껏 묻어 있는, 날 것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자존심이다.

 

시민모임에서 공로패를 제작했다고 한다.

그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난 받을 자격이 없기에.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연신 벨을 울리고 있다.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

 

총회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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