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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중국집이 있다.(마오 제삿날 기념)

홍미루, 곽동각....짱깨집 이름이 아니라 사람이름이다. 홍미루는 노문과 선배 이름이고 곽동각은 고대 영문과 후배 이름이지...가끔 이렇게 중국집틱한 이름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신속한 배달과 서비스 군만두를 무기로 삼는 정말 실력없는 중국집들이 동네마다 산재해 있지만 그래도 신촌엔 괜찮은 중국집들이 꽤 있다. 화교타운으로 유명한 연희동에 가면 본토인들이 하는 중국집들이 수도 없고 그 중엔 비싼 료릿집들도 있지만 허름하지만 짜사이(중국식 김치? 장아찌?) 까지 챙겨주는 저렴하고 먹을만한 식당들이 점점히 박혀있다.(예전엔 화교들이 하는 중국집엘 가면 대만 총통 사진을 떡하니 걸어놓곤 했다. 그런데 요즘 천수이벤 사진 걸어놓은 집은 하나도 못봤다. 왜일까? 아마도 천수이벤이 분리독립주의자이자 대만성 출신이라 실향민 취향에 안 맞는거겠지.)

 

연희동 쪽 아니라 신촌에도 갈만한 중식집들은 역시 꽤 있다. 물론 고등학교 때 참고서값 삥땅쳐서 구석 방 하나 턱 잡아 탕수육 하나 시켜놓고 간만에 뺴갈 기울이곤 했던 약간 지저분하지만 편안한 그야말로 중국집은 이젠 찾기가 힘들다.

 

게다가 짜장면이라고 말하면서 자장면이라고 표기하는 바로 그것, 이삿짐 들여놓고 풀기 직전에 먹는, 당구장이나 만화방에서 먹는 바로 그 자장면이 맛있는 곳은 찾기가 힘들다. 예전에 태원 같은 곳은 여기 짜장면 둘 이요 하고 주문하고 나무젓가락을 뽑아드는 순간에 턱하니 자장면이 나와 황당하기도 했었지^^ 요즘은 글쎄....신신원 쟁반짜장이 먹을만하긴 하지만 내 입맛엔 너무 달착지근하게 느껴지더라. 굴짬뽕으로 유명한 복성각 자장면이 먹음직한 갈색에다가 약간의 기름기가 돌면서 물기가 많고 풍성한게 고춧가루 착 쳐서 먹으면 어금니 사이에 신침이 돌게 하더라.

 

자장면에 한정하면 실망스럽지만 요리 먹을 집들이야 꽤 많다. 좁은 계단을 따라 이층으로 올라가야 하는 점이 외려 중국집 다운 신뢰를 주는 홍매도 그러하고 아까 말한 복성각도 그렇다. 물론 자유총연맹 옆에 있는 복성각은 옛날식 방을 갖춘게 아니라 룸을 갖춘 집이긴 하다. 명물 거리 쪽으로 가보자면 세계 삼대 요리라는 북경오리 카오야 집도 뭐 굳이 따지자면 중국집이긴 하고...(글쎄 여긴 비싸서리...) 매콤한 요리들로 여성팬들의 인기를 끌고 있고 한때 여러 언론을 타기도 했던 완차이도 퓨전 요리집에 가깝지만 난잡스럽지 않아 좋다. (근데 이 곳도 내 입맛엔 좀 맛이 가볍지...)

 

그리고 완차이랑 맞붙어 있는 리틀 차이나는 정말 강추 업소다. 여긴 좀 불편한 점이 있긴 하다. 일단 식사류를 팔지 않는다는 점, 저녁때만 문을 연다는 점, 테이블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 등이 그 단점들인데 외려 식당이란게 좀 이런 맛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난잡하지 않은 빨간색으로 이미지를 통합한 인테리어 또한 식당과 잘 어울린다. 근데 식당 이름은 좀 너무 없어 보이지 않나? 리틀 차이나가 뭐람. 포인트가 없잖아...

 

리틀 차이나 같은 경우엔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평일에도 거의 손님들이 테이블을 가득채우고 있다. 술은 아주 다양한 종류를 팔고 있지만 료리가 그리 다양하지도 않다. 대략 열가지 정도? 그 중에서 국물이 있는 음식은 딱 한가지다. 게살스프가 그것인데 맵싸한 맛이 참으로 뛰어나다.그 밖에 요리들도 맛이 잡스럽거나 달착지근하지 않은게 입에 착착 붙는 편이다. 근데 이 집은 식사류를 팔지 않기도 하거니와 식당이라기 보다는 술집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래서 더 맘에 드는지도 모르겠다. 주고객층은 주로 이십대 중후반에서 삼십대 초반 정도.

 

일전에 이집에 갔다가 카운터 옆에서 숙제에 열중인 초등학교 2,3 학년 정도로 보이는 귀여운 주인 딸래미를 보고 '넌 참 좋겠다. 난 어릴적에 우리집이 중국집 하는게 꿈이었었는데~' 하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 말을 엿들은 주인 아주머니 코로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웃으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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