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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사항

  • 등록일
    2006/09/23 17:53
  • 수정일
    2006/09/23 17:53

이 글은 2006년 07월 13일 00:31에 처음으로 게시되었습니다.

당분간 블로그의 맨 앞으로 놓기 위해, 시간 기록을 남겨두겠습니다.

 

 

 

 

주민등록제도 상에 존재하는 실명을 가지고 공개하는 것.
혹은 연예인처럼 얼굴을 굳이 알려가면서까지 공개하게 되는 것.
혹은 술을 같이 마셔도 나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베일에 싸여진 나에게서 자신들의 궁금점을 캐내려는 듯한 느낌으로
너는 너무 자기 얘기 안한다. 좀 해라.
내가 다 들어줄께, 힘든 거 나에게 말해라, 말해라 이야기하여 결국 공개하게 되는 것.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아웃팅은 죽어도 싫다.

 


'동성애=변태'의 공식으로 유머를 만들고,
자기들끼리 웃으면서 "혐오"하는 공간.
자기들은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다 감당할 것 같은 표정으로,
입장 정리를 시켜줄 것처럼 앉아서
내 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공간.
(내게는 천만근 같은 이야기들이 당신들에게는 휴지 한장에 쓰여질 이야기라는 거 다 안다.)
술마시면서 종종 하는 '진실게임'의 폭력을 모르는 공간.
(나에게 그 게임을 피할 다른 방법이 없다면, 차라리 병샷을 하고 쓰러지겠어.)
그런 공간에서 진행되는 아웃팅은 죽어도 싫다.

 

 

ScanPlease는
동성애자'다', 혹은 '였다' 머 어떻게 생각해도 상관없다.
물론, 그런 표현이 ScanPlease의 섹슈얼리티의 전부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1) ScanPlease의 외형적 정체나, 주민등록상의 정체를 알고 있는 자가
여기에 와서 ScanPlease의 섹슈얼리티의 일부분을 만날 경우에...

 

그것을 혼자만 알고 지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모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 함부로 떠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내가 몇년째 글을 쓰고 있는, 실명을 사용하는 홈페이지에
여기에 대한 정보를 올려서 공개해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런 일들이 혹시라도 일어날까봐 두렵다. (이게 지금 이 글을 굳이 쓰고 있는 이유다.)
내가 아직까지는 그런 일들을 감당하지 못할 것임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공간은
나의 섹슈얼리티가 관용적으로조차 인정되지 못하던,
혹은 인정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공간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2) 여기서 어떤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 ScanPlease의 섹슈얼리티의 일부분을 알고 넘어갔는데,
나중에라도 오프라인 상에서 인사를 했는데, 그게 알고보니 ScanPlease였다고 하면...

 

나는 지금까지 알던 사람들 외에 여기서 알아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더 과감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과감함이 나를 만천하에 공개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여기서 그 과감함을 만드는 계속적인 작업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딱, 그런 수준을 이해하고 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즉, 나는 언제나 새로운 공간을 원하고 있다. 관계의 시초축적부터가 다른 새로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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