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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라고?

  • 등록일
    2007/01/10 02:07
  • 수정일
    2007/01/10 02:07

내가 어지간하면 이런 글 쓸 때 트랙백 걸어놓겠는데,

이건 정말 사람들이 들어가서 보면 정신건강에 해로울 것 같으므로

그리고 내 블로그에 그런 게 연결되는 게 또 불편할 것 같아서

트랙백이든 링크든 절대로 안 겁니다.

내용을 읽어보면 어떤 사람을, 어떤 글을 겨냥하고 쓴 건지

알만한 사람들은 알겠죠.

그러니 그냥 갑니다.



일단 한번 웃어 봅시다.

 

당신도 웃었습니까?

왜 웃었습니까?

당신의 웃음은 무엇입니까?

 

 

사실 나는 평소에 잘 웃지 않았습니다.

그냥 기분상 웃기 싫었던 적도 많지만,

웃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 흔하고 흔한 TV 오락 프로를 보면서도 잘 웃지 못하고,

개그콘서트나 웃찾사 등등을 보면서도 잘 웃지 못합니다.

그게 유머인지 몰라서 웃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남들 못생겼다고 놀리면서 웃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불쾌했고,

여성출연자들에게 지나치게 들이대는, 혹은 들이대는 연기를 하는

남성출연자들을 보면서 불쾌했습니다.

 

마빡이를 보면서,

더 먼저 나와서 오래 치고 있는 정종철을 놀리는 재미를 느끼라고 하는 게

군대에서 아무일도 안하려는 병장들이

일만하고 있는 일,이병들을 놀리는 것 같은

더러운 기운을 느꼈습니다.

 

출산드라를 보면서,

뚱뚱교의 이중적인 외모지상주의에다가

또 배가 나왔다는 이유로 여성의 임신조차 비하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 것도 유머라고 합니다.

재밌으면 그만이라고 합니다. 좋겠습니다. 재밌으면 그만이라서.

그러나, 나는 그렇지 못합니다.

내가 어떤 것을 보고 웃고 있는 그 순간에도

이게 정말 웃어도 되는 일인지 다시한번 돌아보려고 합니다.

물론 나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또 나의 웃음에 대해서

내가 모르고 있던, 혹은 알면서도 외면했던 내용에 비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누군가를 죽여놓고도 재밌다고 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죽여놓고도 그건 어디까지나 유머니까요.

 

 

나도 농담을 합니다.

나는 때로는 처음만나는 사람에게도 농담을 계속 던지기도 합니다.

물론 아무 말이나 던지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 사람이 불쾌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불쾌할 수 있다는 이유로 농담을 멈추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나의 농담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불쾌해할 때,

다른 사람이 나의 농담의 근거들을 비판할 때, 진지하게 이야기할 겁니다.

내가 농담을 던지는 이유는 같이 웃고 싶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불쾌해 한다면, 나의 농담의 목적은 이미 사라진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나는 유머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유머라면, 그건 이미 유머로서의 역할을 상실한 것입니다.

 

 

다시 말합니다. 나의 웃음은 일상에서 출발하는 정치입니다.

당신의 웃음은 무엇입니까?

 

 

p.s.

이렇게 민감하다면 어떤 말장난을 유머라고 할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대해...

 

어떤 말장난을 유머라고 할 수 있는지 '정말로' 궁금하다면, 자신이 즐기는 유머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하나하나 살펴보시면 될 것입니다. 선험적인 정답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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