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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 등록일
    2007/01/14 20:37
  • 수정일
    2007/01/14 20:37

그냥 주절주절

생각은 많아지는데, 정리할 시간은 없네.



1. 오늘 도봉산에 다녀왔다. 리우스와 지하조직, 그리고 D

산행을 오래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리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여태까지 산에 갔던 기억들보다는 훨씬 좋았다.

역시 산은 누구랑 가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는 생각...

 

그러나, 나는 아직까지 산에 올라갔을 때의 경치를 즐길 줄 모르는 것 같다.

경치를 봐도 그게 그거다.ㅋㅋ 때로는 어떤 곳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순간이고, 그 순간을 위해 몇 시간씩 산행을 한다는 게 아직까지는 낮설다.

 

내가 오늘 좋았다고 생각한 것은 다른 데에 있었다.

결국 등산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어려운 코스를 가는 게 아니라,

주위를 돌아보며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두부전골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게되는 현상을 보면서

여기 자주오면 내 배가 좀 위험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2. 며칠전 새벽 3시쯤에 친구와 통화를 했다. 오랜만에 통화하는 친구였는데,

친구는 속상한 일이 있어서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근황을 이야기하다가, 내가 이사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오늘 만나기로 했다. 물론 시간은 저녁때로 하고 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늘 친구와의 약속이 깨졌다. 그 친구가 오늘의 약속을 잊고 있었고,

더군다나 약속시간에도 일하러 나갔다.

나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미 산에 다녀오면서 술을 마신 상태고, 체력도 바닥에 가까운 상태다.

게다가 이 친구가 약속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그때의 속상했던 일 때문에, (그게 먼지는 몰라도...)

그대로 주저앉아버리지는 않았다는 의미도 되니까...

 

 

3. "나는 ○○에 가고 싶지만, 너가 가지 않는다면 가지 않을래."

내가 이딴 식의 말을 했다. 나는 바보다. 생각 좀 하고 살자고...

처음에는 괜찮은건가... 하는 생각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미안한 마음만 자꾸 커져가는 것이었다.

나의 욕구조차도 이젠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려고 들다니...

(설령 그 사람이 애인일지라도...)

그러면서 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이런 말, 이런 생각. 경계하자.

자꾸 이러면 서로 지치게 되는 것도 물론이고,

내 욕구가 점점 불분명해진단 말이다.

 

예전에 힘이 많이 빠지던 시절에

내가 가려는 집회에 주위 사람들이 아무도 안간다고 하면

나도 가기 싫어져서, 그냥 안가버리는 경우도 꽤 있었다.

늘,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해왔지만, 그때의 버릇처럼

지금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려고 드는 것이었다.

내가 하고 싶으면 누가 머라고 하든 하는 거지.

 

 

4. 이사를 하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지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내 이름으로 되어 있는 세금통장은 자기들한테 넘기라고 하면서

자기들이 구입한 보드게임은 철저하게 내놓으란다.

그래서 내가 말로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보드게임은 안 내놓을 거다.

나도 반은 챙겨야하지 않겠어?

 

 

5. 수유+너머 에서하는"기억이란 무엇인가?"라는 강좌의 첫번째 강의를 들었는데,

'성공/실패'의 이분법을 보면서 씁쓸했다.

우리에게 성공, 혹은 실패란 무엇인가?

창업하여, 연 매출 얼마의 기업으로 성장시키면 성공이고,

평생을 시골에서 농사짓고 있으면 실패인가?

그런 식으로 돈으로 평가하면 그만인건지...

 

자신의 성공에, 현재의 모습에 안주하지 않아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그 깊숙한 곳에서 자본가들의 논리와 닮아 있다고 느낀 건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이런 이야기를 하던 사람이

자신은 맑스를 바탕으로 사유하고 있다는 마지막 말을 했을 때,

그 말이 내게는 허언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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