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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무질서

  • 등록일
    2007/06/17 04:23
  • 수정일
    2007/06/17 04:23
거한님의 [번개 소감]에 관련된 글. 햇살 돛단배의 2주년 기념 공연. 공연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적절한 무질서'였다. 분명히 무언가 통일성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어울리지 않아서 어색함을 주는 게 아니라, 매우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서 춤 동작에서 회전하는 데에 동시에 돌지 못하고, 약간의 시차가 존재하는 것. 연주를 하는데, 악기를 내려놓는 소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들리고, 아니, 그것보다도 한창 연주중에 맥락없는 타이밍에 새로운 악기의 연주가 시작되고... 그런데, 그런 것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너무나 뻔뻔하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공연하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움이 더해져 있었다. 군대에서 경례동작에서 손 올라가는 게 늦는다고 얼차려를 받던 걸 생각하면 이건 너무나 행복한 경험이었다.


이런 칭찬은 정작 공연한 사람들에게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당신들 동작이 약간 시차가 있는게 너무 잘 어울렸어요." 라고 한다면, 그 사람들은 "누구 놀리나..."라고 생각하겠지. 어쨌든 나에게는 그런 점이 더 맘에 들었다는 거~ 그래서 내가 이 공연에 대하여 '적절한 무질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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