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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승했다.ㅋ
추카추카
이 글은 내가 김가을 감독의 팬의 입장에서 쓰는 글이다.
김가을 감독 인터뷰
2004년 그녀가 삼성전자 칸의 감독으로 부임할 당시 언론에서 주목했던 깜짝 이슈들.
최연소 감독, 게임계에서 보기드문 여성.
그리고 최초의, 유일한 프로게이머 출신 감독.
그녀는 감독으로 부임했을때, 그런 깜짝 이슈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듯이
"장기적으로 보겠다."고 공언하였다.
삼성전자 칸에는 특별한 스타플레이어가 없다.
물론 지금 매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송병구나 이성은 같은 선수들이 있지만,
어쨌든 개인리그를 우승해본 선수가 아무도 없는 팀이다.
스포츠계에서 삼성은 돈으로 다른 팀의 좋은 선수를 사들여서
어떻게든 우승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룹인데,
삼성전자 칸의 경우에는 전혀 달랐다.
그리고, 그녀가 감독으로 부임하던 시점에 삼성전자 칸은 꼴찌팀이었는데,
(2004년 당시 SKY프로리그에서 3패로 최하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제는 우승팀이 되었다.
변은종과 이창훈을 제외하고는 모든 선수들이 삼성전자 칸에서 스스로 성장했다.
(변은종은 Soul에서, 이창훈은 T1에서 이적해왔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한 선수들이 이번 프로리그 우승을 합작했다.
그 중심에는 자신도 팀을 통해서 감독으로 성장한 그녀가 있었다.
나는 그녀가 E-sports에서는 이미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별명으로 '가을이형'이라고 하는 거,
아주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별명이 붙은 것은
그녀가 선수시절에 워낙 공격적으로 게임을 운영했고,
또 종종 그런 플레이로 남자 선수들을 이기기도 했기 때문이다.
많은 남성 게이머들은 여성 게이머에게 지는 걸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꽤 지난 이야기지만,
서지수선수가 홍진호선수를 듀얼토너먼트 예선에서 제압했을 때도
사람들은 홍진호선수를 놀려댔다.
어떻게 여성 게이머한테도 지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길드활동을 하던 시절에
우리 길드에서 스타를 제일 잘하는 게이머가 여성이었다.
길드 내에서 리그를 진행했을 때, 당당하게 우승을 했으니까...
그런데, 길드내의 많은 남성 게이머들은
그녀가 있는 데에서는 그녀의 실력을 높이 쳐줬지만,
그녀가 없는 곳에서는 자신이 여성 게이머에게 진 것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수치스럽고 분함을 표현했다.
다른 사람에게 지는 것보다 여성에게 지는 것은
자기의 자존심이 용납을 못한다나...
뭐 이런 맥락이다.
지금 E-sports가 남성의 영역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건
물론 실제의 실력의 차이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만,
이와 같은 편견을 통해서
여성을 동등한 상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가을 감독의 선수시절의 경우는
그런 이유로 '가을이형'이라는 별명을 붙어야 했을 거다.
김가을은 게임을 워낙 잘하는 '남자'였다고
남성 게이머들이 스스로 위안하기 위한 것이다.
자신을 이기는 여성 게이머에게 남성성을 부여하는 것.
여성이 남성게이머들을 이길 수 없다는 남성들의 생각을
불변의 진리로 인식하기 위한 일종의 편법이다.
김가을은 여성이다.
여성 프로게이머였고, 지금은 여성 감독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가을이형'이라는 별명은 집어치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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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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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과 관계 없는 덧글인데, 진보넷으로 메일 보냈다...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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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프 // 답장 보냈어요.부가 정보
말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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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유독 스타팀에만 '돈발라쳐 선수긁어 모으기'를 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요. 그닥 광고 효과가 별로 없을 것 같아 '적당히 알아서 해봐'라고 위에서 오다가 떨어졌는데 담당자 대가리가 좋아서 김가을의 능력을 알아보고 길게 보고 구단을 운영했을까요?어쩌면 앞으로 소위 e-sports 파이가 더 커지면 삼성이 돈발라치기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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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걸기 // 삼성전자 칸은 오래된 팀이에요. 2000년에 창단했고, 이제 7년째 되었죠. 처음에 창단했을 때, 다른 데는 모르겠는데, OSL에서는 삼성전자 칸의 선수들을 볼 수 없었죠. 그 이유는 삼성전자 칸은 자기 팀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기를 희망하는데, OSL에서는 후원사에서 지급하는 유니폼을 입고 출전해야 했거든요. 이 제한이 2003년 Olympus배 OSL에서부터 바뀌었죠. 그때 프로리그가 처음으로 출범한 시기였고, 그제서야 선수들은 자기 팀의 유니폼을 입고 출전할 수 있었고, 삼성전자 칸 선수들도 그제서야 OSL에 진출했죠. 삼성이 자기네 팀 유니폼을 입고 나가지 못한다는 이유로 최대대회인 OSL을 보이콧한 것을 봤을 때는, 삼성이 스타팀에 투자한 마인드가 이미 장기적인 것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그런데 삼성에서 '돈발라쳐 선수긁어 모으기'를 하지 않는 것은 스타크래프트의 게이머의 희소성의 여부를 잘 파악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야구같은 거랑은 다르다는 거죠. 무슨 이야기냐면, 삼성이 박진만 같은 선수를 잡기 위해서 몇십억을 쏟아붓는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건 박진만 같은 선수가 흔한게 아니라는 거에요. 그런데, 스타크래프트는 게이머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죠. 그들은 다들 상당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고, 조금만 훈련시키고, 전략적인 마인드를 강화하면, 누구든지 지금의 송병구, 이성은과 같은 게이머가 될 수 있죠. 그 말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다른 팀의 잘나가는 선수를 데려온다고 해서, 그게 꼭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거에요. 한때 게임계의 레알마드리드였던 KTF가 그런 점을 잘 보여줬죠. 다른 팀에서 잘나가던 선수들이 돈 많이 받으면서 KTF로 이적하면 갑자기 못해졌죠. 홍진호와 변길섭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정리하면, 돈을 쳐바를라면 그 선수가 그만큼의 희소성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잘나가는 선수라고 해도 그런 희소성을 가진 선수는 없다는 거에요. 즉, 삼성에서는 돈이 있더라도 처바를 데가 없는 셈이죠.ㅋ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김가을 감독은 대단한 거죠. 사실상 자기가 키워낸 선수들을 가지고 우승한 거니까요.
아, 그리고 이번에 김가을 감독은 삼성 노트북 CF에 나오더군요.ㅋ 역시 팀이 잘나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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