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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중'이 버거워.

  • 등록일
    2007/09/06 03:12
  • 수정일
    2007/09/06 03:12
따로님의 [새로운 활동양식 워크샵-짧게.]에 관련된 글. 나는 사회운동포럼 2일차에 새로운 활동양식을 고민하던 그 시각에 미류가 사회를 보던, '살만한 집을 구하는 홈리스들을 위한 복덕방'으로 갔다. (달랑 그때만 성대에 가놓고는 마치 여러날 간 것처럼 썼네.ㅋ) 그래서 저쪽 이야기는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 따로의 글을 읽고, '대중'이라는 말에 대해서, 또 내가 그 말이 의미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녀석들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봤다. 한때는 학생회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었고, 뭔가 조직을 책임지겠다는 생각. 어떤 투쟁을 책임지겠다는 생각도 했었고. 어느 순간부터 힘이 빠지고, 나사가 풀려버린 채로. (사실은 그 전부터 그런 상태였지만, 아닌척하며, 버티고 있었던 게지.) 그냥 대충 사는 것처럼 살아버리고 있는 내 모습. 그때 내가 찾고 있던 것도, '대중', 또는 '대중운동'이라는 이름으로 겹겹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대중'(mass)이라는 말은 크게 두가지 정도로 함축할 수 있다. 하나는, "형태가 없고 구별이 불가능한 집단", 다른 하나는, "조밀한 집합체" 결국 '구분', '구별'... 이런 게 없다는 점에서는 또 양적으로 다수라는 측면에서 둘다 똑같은 이야기겠지만, 전자는 부정적인 의미고, 후자는 긍정적인 의미다. 예전에도 사실 "대중운동"이라는 게 뭘 의미하는 건지 몰랐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대중"의 실체에 대해서 좀더 진지하게 고민했고, 그때보다는 좀더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대중운동"이라는 게 뭘 의미하는 건지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거야. 내가 "대중"이라는 집단에 속해있기 때문에 대중운동인건지. 아니면, "대중"의 밖에서 "대중"을 상대로 운동하기 때문에 대중운동인건지. 이런걸 구분하는 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또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그냥 "운동"이라고 말하지 않고, 하필 "대중운동"이라고 말하는 것의 차이. 또 그런 언어로 객관화시킬 수 있는 운동과 그렇지 않은 운동의 차이. 대체 "운동"은 뭐가 운동인 건지... 채식논쟁이 또다시 떠오르는구만.ㅋ 하지만, 분명한 건, "대중"은 실체가 있는 집단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대중운동"이라고 하거나, "대중을 조직한다"라고 하거나, 그 실체가 있는 집단에 대한 어떠한 고민을 해야할 것이다. 그럼, 내가 고민해야할 최초의 문제는 "나와 대중의 관계"가 아닐까한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결정적인 문제에 봉착한 셈이다. 사실 나는 "대중"이 무섭고, 버겁다. 나는 3명이서 술을 마실때, 나 빼고 나머지 둘이서 나에 대해 궁시렁대기만 해도 슬슬 부담을 느끼고 초조해하는 인간이다. "대중"은 양적으로 다수이기 때문에, 오직 그 이유만으로도 내겐 버거운 존재다. (참고로 이런 철저한 소수파 마인드는, 가수들에게 날카롭게 적용되더라. 나는 대체로 적당히 인기없는 가수들을 좋아하는데, 내가 좋아하던 가수들이 언젠가부터 인기를 얻게 되면, 싫어진다는. 대표적으로 김현정이라는 가수가 그런 존재였음.ㅋㅋ) 구별이 없는 조밀한 집단을 대하는 일.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솔직히 못한다. 2학년이 되었을 때, 동아리에 1학년 후배들을 맞이하는 일은 내겐 정말 지옥과도 같은 일이었다. 나는 뭘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는 상태에 몰렸다. 하지만, 그때 내가 맞이해야 할 사람들은 그때 내가 고민하던 "대중"이라는 영역에 포함된, 몇몇 1학년 학생들일 뿐이었다. 낮선 사람을 만나서 뭔가를 같이하자고 하는 것. 나는 그게 너무너무 힘들고, 괴롭다. 내가 지금에 와서 이런 글을 쓰는 속내는 사실 "대중을 조직한다"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들이 살짝 부럽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근거없는 자신감조차도 없으니까. 동시에 저런 표현은 한때 내가 있던 공간에서 즐겨쓰던 것이었고, 지금의 나에게는 절대 사용되지 않는 표현이니까. 나는 그저 내 몫을 챙기기에 바쁘다.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내가 뭔지를 스스로 깨달아야 직성이 풀리고, 내가 불편하지 않아야 하고,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누군가와 공감하고 있으면 된다. 이게 또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의 나는 그냥 이렇다. 나는 혼자 뭔가를 꼼지락거리면서 만들고 싶고, 혼자 할 수 있는 뭔가를 찾고 싶고, 사실 그러면서도 혼자해도 되지만, 아무나 같이 하면 더 좋은 일을 찾고 싶다. 내 능력의 한계를 확인하게 될 일은 하고 싶지 않다. "대중"은 그 집단의 특성상 나에게는 어쩔 수 없는 한계다. 그리고, "대중"은 28년동안 겪어봤더니, (기억이 닿는 시점은 그보다 짧겠지만...) 내겐 결코 재밌는 집단은 아니라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자 한다. 재미있는데 그게 나에게 한계라면 내 인생이 너무 억울하잖아. 그리고 내가 힘이 빠지고, 나사가 풀려버린 채로 도망쳐버리고 싶었던 대상이 여태까지는 "운동"일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알고보니, 그게 바로 "대중"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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