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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3

  • 등록일
    2008/04/23 14:59
  • 수정일
    2008/04/23 14:59
1. 엄마, 아빠는 참 묘한 사람들이다. 떨어져 있을 때는, "잘해드려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다가도 막상 서울에 오셔서 죽치고 계시면 막 스트레스를 받아서, "언제 가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제 강남터미널에서 부모님을 배웅하고 나서는 이제 매달 부모님께 용돈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 가까이 있으면 괴롭고, 떨어져 있으면 안쓰럽다는 거. 어쨌든 오래오래 건강하고 편안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아빠의 건강이 꽤 위험하다. 2. 어제 과외 1개를 그만뒀다. 수업을 끝내고, 학생어머니께서 "다음 수업은 언제할까요?"라고 하길래, 더이상 수업을 안하겠다고 했다. 그러고 나오니까, 한편으로는 마음이 후련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뭔가 아쉬운 측면도 있는 거 같다. 최근에 나에게 과외를 구해달라고 했던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 과외를 넘겨주지 못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 과외를 그만둔 이유는, 학생이 공부를 안하기 때문이었다. 겨우 숙제로 4문제, 그것도 고3학생에게 단순한 인수분해 문제를 숙제로 내준것도 2주째 안 풀어오고 있었다. 이 지점은 내가 이 집에서 얼마의 과외비를 받느냐의 문제 이전에 나의 강사로서의 자존심이 걸리는 문제였다. 이 학생은 수학 10가, 10나를 전혀 모르고 있고, 그래서 무조건 그것부터 다시 해야하는데, 되지도 않는 수1을 안가르쳐준다고 불만인 게다. 그래서 일단 학생의 요구대로 해준다고 수1을 막상 가르쳐보려고 하면, 또 10가, 10나 내용에서 막혀서 한 문제를 내가 해결해줄때까지 1시간씩 붙잡고 있으면서... 그렇게 몇달이 흘렀고, 겨울방학이 되었을 때, 10가, 10나를 다시 짚어준다고, 달려들었는데, 그때마다 이 녀석은 제대로 공부를 한 적이 없다. 그러고 나서 3월이 되더니, 이제 좀 공부를 하겠다고 또 수1을 보고 있고, 내가 10가, 10나를 안보면 실력이 늘 수 없다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줘도 소용없었다. 그러고 수1에서 나에게 질문을 하는데, 항상 막히는 것은 문제 속에 섞여 있는 10가, 10나의 내용이라는 게지. 중간고사를 앞두고 과외를 그만두는 문제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을 했었는데, 어차피 지난번에 중간고사 전에 다른 과외 미뤄가면서 정리 다 해줬더니만, 내가 몇번이고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풀어준 문제가 글자 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나왔는데도 또 틀렸더라고. 답만 외웠어도 맞출 수 있는 거였는데... 그런 식이 되어서 결국 정리해주나 마나한 성적이 나왔으니까... 아마 이번에도 내가 달라붙어 있는다고 해결되지 않을거라고 마음먹었다. 뭐 이 과외 그만두고나니까, 덕분에 다음주부터는 한주에 하루는 쉴 수 있게 되었다. 보통 과외할 때, 6시, 9시 이렇게 시작해야 하루에 2개를 할 수 있는데, 이 학생은 꼭 7시, 8시 이런 시각을 요구해서, 이것 역시 계속 마찰이 있었는데, 그만두고 나니, 시간 관리하기가 매우 편해졌다. 사실 이런 학생은 과외선생과 제자로 만나지 않았으면, 좀 더 재밌는 일이 많았을 지도 모르는 건데... 운이 없었다고 해야지. 3. 지난 주말에 학원에 갔더니, 원장이 나를 따로불러서는 이제 학원에 들어온 지 한달이 되었으니, 학부모들한테 상담전화를 돌리란다. 뭐, 이 학원에 처음 들어갈 때부터 알고 있었던 단계였지만, 그래도 막상 전화를 돌릴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거는 거 정말 싫다. 며칠째 전화 안 돌리고 있다는 거~ 4. 휴대전화비, 인터넷비, 건강보험료, 도시가스비, 전기세 등등을 전부 하나의 메일 계정으로 E메일 청구서 신청을 했더니, 슬슬 그 메일 계정에도 스팸메일이 오는구나. 이 녀석들 중에 누군가가 정보를 유출시키고 있는 게 틀림없다. 5. 이명박이 매일 안좋은 거 터뜨리는 꼴을 보면서 관련기사에 사람들이 이명박을 비판한 덧글을 단 것에 대해서 다시 누군가가 "자기들이 이명박을 뽑아놓고 이제와서 그러냐"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봤다. 정말 이런 사람들이야 말로, 이명박한테 낼 화를 이명박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내고 있는 게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이명박이 이럴 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 이명박의 행위가 예측가능했다는 점에서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것일 뿐.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고, 막나가는 것에 대해서 전부 이명박의 책임이 아니라, 국민의 책임으로만 돌리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명박에게, 또 앞으로 있을 그 어떤 대통령에게도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주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대의제 정치가 직접민주정치의 탈을 쓰려고 하는 것 같다. 나는 이런 논리가 예전의 노무현 탄핵 정국 때, 노무현을 사수하려던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에서 보여줬던 태도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시킨 것 자체가 무조건 잘못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최병렬이나, 조순형 같은 사람들이 노무현을 탄핵시킨 논리보다도 더 허술한 논리였다. (그들은 그나마 노무현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탄핵시켰지.) 노무현을 사수하려던 사람들은 마치 노무현을 국민의 것인양 선전하여,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을 국민들이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고, 이런 이야기는 전혀 합리적이지 않지만, 대중의 정서에 먹혀들어갔던 게지. 나는 과연 그때 노무현을 사수하려던 사람들이 이제 이명박의 한심한 꼬라지를 볼 때 그때 가졌던 논리의 틀을 깨지 못하고서는 "자기들이 이명박을 뽑아놓고 이제와서 그러냐"는 누군가의 비난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매우매우 궁금하다. 혹시라도 그땐 그때고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는 식으로, 그래도 노무현이 이명박보다는 상대적으로 괜찮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잘라말하려고 한다면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는 간단하게 "기회주의자"라고 명명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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