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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8

  • 등록일
    2010/08/18 03:50
  • 수정일
    2010/08/18 03:50

2010년 8월 21일 12:10에 일부 수정했음.

 

사실 계속 아프다.

학원 일을 일주일동안 쉬고, 또 일주일동안 풀타임으로 진행하고 나니

어느 순간 내 생활은 무엇인가... 하는 느낌이 든다.

슬슬 이 학원에서 한발정도 뺄 때가 된 것 같다.

 

아직은 여름이라서 학원에서 아이들이 에어컨을 찾는데,

나는 요즘 에어컨 바람을 맞으면 가슴이 좀 아프다.

그래서 켜지 말자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더운 채로 있으면, 철심을 뽑았던 자리가 매우매우 가렵다.

가려워도 절대 긁을 수 없으니, 참 견디기 힘들다.

추워도 싫고, 더워도 싫은 어정쩡한 날씨다.

 

이번주까지 방학일정이 거의 빈틈없이 잡혔다.

그리고 다음주는 3학년들 중간고사다. 또 정신없다.

개학 3일후에 중간고사라니.

이런 비상식적인 학사운영이란...

 

 

laron님의 최근 글을 봤다. 뭔가 따로 비판해야 할 지점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전의 사과문에 비해서 진정성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만큼 laron님도 그 동안 고민이 많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민이 많이 생겼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뭐 다들 그렇지. 이런 논쟁은 누구에게든 같은 수준은 아니더라도, 또 누구에게나 위험한 줄타기 같다. 한마디의 개념을 잘못 사용하면, 그것으로 인하여 촉발되는 다양한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것. 참 힘겨운 일이다. 사실 나도 laron님의 문제가 되었던 글을 봤을 때, 며칠동안 그걸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힘들어 죽겠는데 그냥 넘어갈까"하는 생각도 여러번 했다. 그리고 2주일이 지나고 지금쯤 드는 생각은 "그냥 넘어가지 않은 것은 잘한 것 같다." 정도. laron님의 글은 분명히 지난번의 것보다 덜 불편하다. 조금 더 진심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예전에 돕의 남성성에 대한 논쟁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지켜봤고, 그것이 "활동가친구 vs 비활동가이자 잘 모르는 사람"의 대결로 굳어진 것은, 활동가라는 닉네임이 가져오는 비합리적인 억압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돕헤드와 잘 지내고 있다는 나비의 최근글을 보면서 "자기만 돕헤드를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면 이게 끝나는 문제인가?"하는 생각을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완전히 구별해버리고 싶어하는, 불가능한 것에 대한 도전의 오류는, 오프라인에서 돕을 잘 알고 있던 그의 친구들의 한결된 태도, "너네가 돕을 잘 몰라서 그래." 이 표현들을 여전히 쉴드로 작동할 수 있게 만든다. 온라인의 비판을 아예 차단해버릴 수 있게 만든다. 사실, 블로그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은 매우 불명확하다. 또 불명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했으면 한다. 돕은 여전히 그때의 문제에 대해서 자기중심적인사고를 드러낸 것 외에는 한 것이 없다.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좌절과 지금 laron님의 글에서 느끼는 불편하지만 조금은 반갑기도 한 기운을 같은 수준으로 판단하고 싶지 않다.

 

이번 laron님의 글에 대한 논쟁에서 매우 중요했던 지점은 진보넷에 공개질의서를 보냈고, 여기에 대하여 진보넷의 명의로 답변이 있었다는 점이다. (일단 그 답변이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에 대한 질문은 다음을 기약하자.) 나는 성억압에 대한 논쟁이 있을때마다, 그가 속해 있는 조직이 이것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진보넷에서도 나름대로 논의를 했을 거고, 블로그 개편 중에 정신이 없었을 수도 있으니, 대강의 상황을 아예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직 내부의 논의 과정을 기록으로 정리해서 남기면 어떨까 싶다. (그걸 블로거들에게 공개하느냐 아니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성억압은 절대로 개인의 자유로운 사고에서만 기인한다고 볼 수 없다. 그를 둘러싼 주변의 시선들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조언은 정말 좋은데, 어떤 조언은 그렇지 않다. 어른들은 모든 조언이 다 너를 위한 거라고 말하지만, 설령 그 말이 그들에게는 진심이었다고 해도, 100% 나를 위한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나는 학원 강사. 하루에도 몇번씩 아이들을 위한다고 엄마들에게 조언하는 나. 그건 과연 아이들을 위한걸까? 불편하고 화가 나도 일단 참으라고, 그게 학교고, 부모고, 선생님이라고. 그 학교는 너희들을 줄을 잘 서게끔 가르치는데, 너희는 일단 줄에 몇번째에 설지 생각해보라고... 그렇게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어른들과 나는 무엇이 다른가? 어차피 여기의 구조는 간단하다. 내 조언을 받아들일만 하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학원을 다닐 것이고, 조언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곧 학원을 그만다니게 될 것이다. 나도 지금 이 학원에서 원장에게 했던 간단한 조언 하나가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사실 매우 짜증이 나 있다. 조언은 그런 것이다. 어느 정도 교류가 잦은 관계에서, 일상적으로 조언을 요구할 것 같은 관계에서조차도 하나의 조언이 빗나가기 시작하면, 그 관계 전체가 흔들린다. 또 나도 여러 낮선 사람들에게 조언을 듣고 있고, 다음주에는 그 조언들 중에 하나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실효성이 있는 조언인지 확인하기 위하여 그 분을 만나기로 했다. 온라인을 통해서, 전화를 통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지만, 그걸로는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여기 블로그 역시 비슷하다. 각자의 public한 공간이다. 조언을 하는 사람의 진심을 가늠하기에는 여기는 너무나 열려 있다.

 

화를 내면 안된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말이고, 나 자신에게도 몇 번이고 되뇌이는 말이지만, 사실 laron님의 글에 대해서 내가 덧글로 확인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은 이미 화가 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갖고 있던 화를 억누르지 못해서 덧글을 달았다. 일단 질문의 형식으로 덧글을 단 것은 진심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괜히 오해해서 화를 내고 있는 것이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으로 물어본 것이었다. 돌아온 대답은 글쎄. 사실 내 질문에 대한 답변 자체는 laron님 입장에서 충분히 그렇게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게 성의는 없어도, 그래서 내 질문이 조금도 해결되지 않았어도,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분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 대해서는 여기서는 판단하지 않겠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화가 났다는 것이다. 그가 진보블로거라는 사실, 그가 정책활동가라는 사실때문은 아니었다. 그의 글을 지켜볼 수 있는 여러 시선들이 진보블로그에 예전에는 있었던 것 같았는데, 몇몇의 논쟁들 이후에 떠나가 버린 것 같은 느낌. 이 공간에서 특정인 절대비하의 개그를 그냥 유통시켜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진보블로그를 안전지대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 공간에서는 이런 일이 있을 때, 끊임없이 대화하고 논쟁하며, 다시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이 공간의 힘은 그렇게 하기에는 이젠 너무 나약해보였다.

 

라브가 다른 사람들 - 여성이든 남성이든 - 의 글을 원한다는 표현을 한 것에 대해서도 사실 그게 그렇게 대응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 나도 "진보블로그가 어떤 공간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했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통하여, 명시적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이건 딱 여기까지다. 누구에게도 강요해서는 안되는 부분이고, 각자의 판단이 있을 것이며, 설령 아무도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지켜보고는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다만 그렇게 믿으면서 자신을 위로하는 것은 어느 순간 한계에 도달한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 논쟁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는 사람에게는, 그리고 laron님과 같이 당장 공격당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에게도 친구가 필요하고 사적으로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그 이전의 논쟁에서 돕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나는 논쟁할때마다 늘 그랬으니까.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가 없다는 사실에 외로워하고 절망한 적도 많으니까. 라브도 아마 그런 느낌을 받았을 것 같고, laron님도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이건 추측이니까, 뭐 아니면 말고...)

 

나는 그래서 여기에 대해서 라브한테 지적하지 않았다. 그 판단은 나에게는 지금도 유효하다. 라브가 왜 그런 입장이 되었을 지 예상이 되니까. 그리고 지금 라브에게도 또 나에게도 조언이 필요한 단계가 아니니까. 뭐, 나에게는 이젠 누가 조언해주지도 않지만.ㅋㅋ 스캔은 일단 무섭다고 하던데. 뭐 어쨌든. 나는 이번 논쟁에서 단 한가지 조언을 받았다. 아픈데 좀 쉬는 게 낫지 않겠냐는... 사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 논쟁에서 비켜서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뭔가 반감이 생기면서 더 열심히 글을 썼던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던 게다.

 

누군가 laron님의 글에 대한 비판을 마녀사냥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파시즘이라는 말을 꺼냈지만, 나는 그것이 여러 사람이 화를 내는 것만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두 개념 모두 비합리성이 존재해야 성립하는 개념일 뿐이다. 화를 내는 것은 논쟁할 때 불리한 것은 맞지만, 불편하고, 불편함을 견딜 수 없어서 화를 내고 있기 때문에, 바로 그 이유로 싸워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럴때는 어쩔 수 없이 불리함을 안고 가야 한다. 화를 내면 사람들이 싫어하니까 조심하자는 말은 꽤 합리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 전술이 가지는 함의는 전략을 집어삼킨다.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만든다. 예의를 논하는 조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무엇이 이 논쟁을 예의 없는 길로 - 또는 예의 없다고 판단하도록 만드는 길로 몰고가고 있는 것인지, 나도, 또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2007년에 내가 저질렀던 오류들과 지금의 논쟁의 구조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제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그 때 어떤 성폭력 사건에 대하여 대응했던 나의 태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그것에 대한 나루의 지적에 대하여 돌아볼때마다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그 지적을 몇번이고 새긴다. 다시는 그러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하지만, 이번에 2주동안 진행된 논쟁의 후반부를 그때의 것과 같은 단계로 판단하는 건 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나루가 그렇게 판단한 것이 아니라고 하므로, 이건 삭제 - 2010년 8월 21일) 지금은 누구나 이해받고 싶다. 나도 그렇고, 다른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조언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조언보다 일단의 공감을 원할 것이고, 조언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자신의 판단을 중요하게 받아들여서, 조언을 받은 사람의 태도에 일단의 변화가 있길 바랄 것이다. 양쪽은 일이 벌어진 뒤에는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상황은 그런 것이다. 악을 쓰고 있는 사람에게도 그 입을 일단 다물라고만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을 더욱 악을 쓰게 만든다. 조언하는 사람에게도 조언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더이상 말하지 못하게 만든다. 무엇이 꼬였을까? 분명한 것은 대화가 지금 이대로 멈춘다면, 우리는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성주의 세미나를 제안한 뎡야님의 글을 보고도 반응하지 않는 것은 하기 싫어서는 아니다. 사실 온라인으로 어떻게 세미나를 할 지 상상이 잘 안가기도 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도 그리 자신이 없어서 그렇다. 대학생 때 세미나라는 것을 할 때마다 느낀 것이지만, 우리는 왜 책 속에 있는 글자와 단어의 의미에 갇혀지지 않아서 책이 참 어려운 것처럼 대했나 모르겠다. 그런 의미 하나하나에 갇히려고 애쓸 필요는 거의 없었는데 말이다. 요즘 머릿속으로만 조직하려고 떠올렸던 책읽기 모임이 하나 있기는 한데, 그것도 몸이 아프고 난 뒤에는 자신이 없어서 관련자로 내가 지목해 놓은 사람들에게 말도 못 꺼내고 있는 중이다. 아무것도 자신이 없다.

 

 

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겨우 글을 하나 썼다. 이 글도 사실 쓰지말까하는 고민을 여러번 했다. 비공개로 둔 채로 어떻게 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 글을 정리하면서 지금 홈에는 공개하지 않되, 내 블로그를 직접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공개하기로 마음먹은 뒤에도, 사실 다음의 글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언제 다시 이 글을 비공개로 돌릴지, 아예 삭제하게 될 지, 나는 아무것도 자신할 수 없다. (이 말은 곧 내가 이 글에 대하여 이런 처리를 함으로서, 여기 달린 덧글들이 보이지 않게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사전 경고임.) laron님의 글에 처음 덧글을 달때의 느낌도 지금 이순간보다 참담하지는 않았다. 두렵다. 모든 행위에 있어서 사면에는 초가지붕뿐이고, 동지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직도 많이 있는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 지... 그 끝은 도저히 모르겠다.


연대의 끈은 비록 가늘어도 길었으면 한다. 느슨하게 있을 때는 존재감이 없을지라도, 팽팽해졌을때, 그 끈을 서로 잡아당기고 있다는 느낌은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무조건 이 끈을 잡아당기라고 시키는 목소리는 솔직히 듣기 싫다. 그럴 거면 니가 잡아당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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