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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 등록일
    2010/08/05 23:53
  • 수정일
    2010/08/05 23:53

어제 4시간반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습니다.

오후 2시부터 수술한다고 해서 대기했는데, 3시반 쯤에 수술 들어가서

눈을 떠서 병실로 돌아와보니, 6시반쯤 되었더군요.

 

사실 대수술은 아니고요. 아마도 실제 수술 시간은 1시간 30분쯤 되겠지요.

난생처음 전신마취도 당해보고,

마취에서 깰때까지 꿈속에서 적분문제를 풀고 있었던 것 같군요. 이럴수가... 직업병이...

 

어제는 하루종일 금식을 해서 아무것도 못 먹고,

오늘 아침부터 조금씩 먹기시작하여, 이제는 기력이 좀 회복되었군요.

빠르면 모레 퇴원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늦으면 월요일에는 퇴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슨 병으로 이러고 있는지는 궁금하신 분들은 전화나 메일로 물어보세요.

 

제가 없는 동안 진보블로그에 많은 일이 있었군요.

물론 논쟁을 제가 키운 부분도 있는데, 갑자기 입원하게 되는 바람에

논쟁에서 쏙 빠지게 된 것 같아서 조금은 난감합니다.

 

이런 논쟁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하나 있습죠.

일단 무조건 사과부터 하는 것보다

자신의 글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과하는 마음이 생기길 바랬는데,

그렇지는 못한 것 같아서 약간 씁쓸합니다.

 

이건 저 자신에게도 하는 말입니다만,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

나의 생각, 상상, 철학 등등이 내 마음 속에 머물러 있는 것과 밖으로 표현되는 것의 차이

이런 것 하나하나에 대하여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반여성성/표현의자유/사과문 등등등 선언적인 입장으로 정리되는 모양새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더군요.

 

여전히 저는 같은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고,

제가 병원에 있던 며칠동안 확대된 논쟁들을 보면서

제가 가졌던 고민들 중에는 아직까지도 해결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느끼면서

집에 돌아가면 해야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몸이 이 꼴이라, 천천히 해야겠지요.

 

여전히 "일단 불편했다면 사과할게. 하지만 난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

이런 논조라서, 그 사과문이라는 것도 좀 실망입니다.

"나는 이런 의도로 썼지만, 내가 쓴 이 글이 이런 저런 이유로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겠구나."

이런 논조였으면 어땠을까요.

제가 원하는 것은 자신을 위한 변명보다는 다른 사람이 그 글을 어떻게 읽을 수 있을지

가능성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죠.

 

어쨌든 제가 없는 동안 라브님이 고생 많으셨어요.

진보넷에 공개질의서를 보낸 것은 아주 적절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한 것을 대신해준 느낌이랄까요.)

이건 진보넷 전체를 싸잡아서 비난하고 책임을 뒤집어 씌우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진보넷 활동가들 사이에서 이런 문제를 가지고 얼마나 토론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1. 이런 논쟁의 끝에 꼭 처음 글에 불편했던 사람들이 떠나가게 되던데요.

예전에 돕에 대한 논쟁때도 그랬고.

(돕은 도망갔다가 돌아와서 대충 넘어가고, 아직도 뻔뻔한 걸 보면

남들이 떠나가든 말든 당신은 괜찮겠지.)

그런 식으로 진행되지 않게 되길 바래요.

 

2. 이번 일로 인하여, 더이상 후원회비를 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가짐이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어요.

물론 후원회비를 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생색내기는 그렇지만,

그래도 여태까지 우리 학원의 강사들에게도 진보넷은 좋은 단체라고

후원 좀 하라고 얘기했던 것도 있는데,

이제 그 말을 거둬들여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마음속이 복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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