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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1

  • 등록일
    2010/09/01 03:15
  • 수정일
    2010/09/01 03:17

1.

뭐 난 할 말 대강 다 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고 생각해볼라면 생각해보고, 아니면 말고.

논리의 밥상을 다 차려줬더니, 숟가락으로 떠먹여달라고 하는 사람들 정말 싫다.

더이상 뭔가 말해주기도 싫다.

이젠 그냥 내 블로그에다가 글이나 쓰겠다.

 

2.

전략과 전술에 대한 논쟁은 언제나 중요하다.

전술에 대한 판단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함부로 억압해서는 안된다.

물론 전술에 대한 판단은 매우 중요하나, 그 판단이 행위자와 함께 공유하는 것이어야 한다.

과연 전술에 대해서 그렇게 판단했나?

여기 진보블로그를 쓰는 사람들이 하는 운동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뒷담화를 한다.

"걔들 뭘 말하는 지는 알겠는데, 방법이 잘못되었어."

그래서 그 이야기는 대부분의 경우는 결국 걔들이 하는 거 반대한다는 이야기지 뭐.

아니면 걔들이 하는 이야기가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속에서 뭔가 돌아서고 싶은 느낌을 합리화하는 것.

나중에 그들이 진짜로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때는 철저하게 무관심할 거고.

 

3.

조언에 대하여 논쟁하려는 것은, 그래도 그 조언의 존재를 무시하지는 않는 행위인데,

그걸 스토킹이라고 하니, 이건 뭐.ㅋㅋㅋ

그래 역시 "너는 조언이랍시고 그렇게 지껄여라 나는 니 말 다 무시하고 내 길을 갈게."

이렇게 생각하는 게 나았다는 건가?

조언을 할 거면, 최소한 그 조언에 대해서 논쟁을 하게 될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지 않나?

뭐 조언할 때마다 항상 논쟁이 일어난다는 것도 아니지만.

 

4.

이번 논쟁에 있어서 전략이라고 할 만한 것이 하나밖에 없다고

내가 그렇게도 줄기차기 주장하는 이유는,

이건 앞으로의 일에 대하여 자의적으로 전략을 세우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지난 글 속에서 논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공유할 수 있는 공통된 지점을

짚어내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게 불편함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봤다.

불편함을 표현하기 위하여 논쟁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봤다.

논쟁에 뛰어든 사람들은 각자가 불편해 하는 정도와 이유는 모두 다를 것이기 때문에,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수준은, 불편함을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고 본다.

 

꼬미님이 '진보블로그에서 여성억압적인 표현에 대한 검토와 재발방지'가 전략이라고 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로 이 문제를 진보블로그내로 한정할 이유가 조금도 없다는 문제가 있다.

뭐, 이건 말만 진보블로그를 빼면 되는 문제니까 패쓰.

 

둘째로 여성억압적인 표현에 대한 검토와 재발방지라고 했을 때,

여성억압적인 표현과 그렇지 않은 표현으로 구분하려는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구분하려는 시도에서 재발방지라는 단계에까지 진행하면, 마치 스팸메일을 걸러내듯이

여성억압적인 표현을 블로거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가 된다는 문제가 있다.

과연 그게 논쟁의 목적인가? "너희들 꺼져?"라고 하는게 논쟁의 최종적인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진보블로그에서 지나간 표현들의 재발을 방지한다고 해서,

남성을 중심으로 한 여성억압적인 생각들이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리고 언어는 의미가 시대나 상황에 따라서 변하는데,

현재의 표현에 대한 검토작업이 미래의 일들을 보장할 수도 없다.

새로운 언어들이 계속 생겨날 것이고, 그때마다 그 표현들 하나하나에 집착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와 같은 표현들이 왜 문제가 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 표현들이 타인을 배려하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누군가에게는 불편했다는 점 때문이다.

우리가 확언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지 않은가?

그 불편함을 받아들이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누군가가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과

여성억압적인 글에 대하여 불편해 하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글을 써야만 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전략과 전술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이야기하자면,

불편함을 드러내는 것이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공감의 수준이므로 전략이고,

그 전략을 위해서 몇몇 블로거들이 논쟁이라는 전술을 선택하는 구조였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게 분석해야 실제 논쟁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불편해했던 많은 사람들과 같은 전략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고,

서로 다른 지점에서 불편해했던 사람들과의 연대도 가능하다.

 

전술은 어디까지나 전략을 달성하기 위하여 기능하는데,

꼬미님의 차분하게 하자는 전술적인 조언은

불편함을 표현하는 전략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조언이었다.

불편해서 차분하지 못한 사람에게 차분하게 하자는 것은

불편함을 표현하는 것을 못하게 하여,

결국 전략을 엎으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보통 불편함은 화를 내는 방식으로 표출될 때가 많다.

가급적 화를 내지 않는 게 좋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화가 나는 것을 억지로 억누르면, 불편한 정도를 전혀 표현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것이 이번 논쟁에서 가지는 특수한 상황이다.

사람들의 언어의 수위는 다 다르고, 감정적인 영향을 받는 지점도 다 다른데,

모두가 그것을 일치시켜서 논쟁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래서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이 지점은 논쟁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을 또다시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서 혹자는 이 상황에서 '마녀사냥', '파시즘'과 같은 이야기를 꺼낸다.

담론이 단일하지 않고, 다양하게 튀어 나오는데, 게다가 화까지 내니까, 위화감을 느낀다고 한다.

 

나는 여성주의와 관련한 이와같은 논쟁이 벌어질 때에는

이와 같은 논쟁상의 위화감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위화감이 없다면 물론 좋겠지만, 있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화감으로 인한 불리함을 안고 함께 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설령 함께가지는 못하더라도, 혼자라도 가겠다는 사람을 말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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