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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9

  • 등록일
    2010/09/09 06:12
  • 수정일
    2010/09/09 06:12

누군가 나의 생일을 축하한다고 내 이름까지 거론하는 문자가 왔다.

그런데, 나의 생일은 아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의 생일이 오늘인데,

그 사람하고 휴대폰 번호가 딱 한 자리가 다른 번호로 왔는데,

그 번호의 원래 주인의 생일이 오늘이다.

그 사람이 나에게 그런 식으로 보내서, 자신의 생일을 알아달라는 의도였거나,

아니면 제 3자가 나에게 문자를 잘못보낸 게 틀림없다.

하지만 여기까지. 더이상 묻지 않기로 한다.

어느 쪽이든 내 결론은 하나다. 답장하지 않는다.

궁금해하지 않기로 한다.

 

나는 주위의 사람들하고 자주 연락하면서 지내는 성격이 못된다.

몇개월 이상 못 본 지인을 두고, 절대 먼저 전화해서 그 사람의 안부를 물어보는 일이 없다.

친구들은 나한테 전화해서 연락좀 하고 살라고 하는데,

뭐 나는 다른 어떤 의미도 없이, 막연하게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일에 신경쓰는 게

진정으로 귀찮고, 힘들고 버겁다.

학원강사 생활을 몇년째 하다보니,

수많은 아이들의 학부모들을 상대해야 했는데,

그런 학부모들에게도 먼저 전화하는 게 너무나도 싫어서

절대 상담전화 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아이들이 내 수업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뭐 어쩔 수 없다.

 

그저께 또 다른 어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결혼한단다. 배우자가 될 사람도 내가 아는 사람이다.

금요일에 만나자고 한다.

그래 가봐야지.

근데 가면 무슨 이야기를 하나?

먼 옛날에는 그 친구들과 인생에 대한 고민도 나누었지만,

그러기도 했지만, 또 여러가지 이유로 어느 순간 틀어지고 난 뒤부터는

나는 만나도 만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뭐 그냥 그저 그렇다.

내가 가지 않으면, 나에 대해서 또 험담이나 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가는 것 뿐이다.

 

그래도 그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

또 옛날 생각이 나서 이것저것 뒤져보다가

이 놈의 인터넷세계에서는 다 연결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또 어떤 사람의 42월드 미니홈피의 방명록에다가 안부인사를 전하기까지.

날을 밝아오는데, 잠은 안 자고, 그렇다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뭐하는 짓인지.ㅋㅋ

그래 나도 솔직히 사람들의 안부가 가끔씩 궁금할 때가 있다.

무언가 틀어지기 시작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다.

물론 딱 거기까지다.

시간은 흘렀고, 그만큼 각자의 길을 걸어왔을 뿐이다.

기억에 좋게 남은 사람들이나 다시 만나면 그만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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