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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증

  • 등록일
    2006/08/14 13:51
  • 수정일
    2006/08/14 13:51

전역증을 받았습니다.

남들은 그래도 고생했고, 이제 끝났으니 내 인생을 힘차게 살아보라고 축하해주지만

(머 축하해주는 사람도 몇 명 안되긴 합니다만...)

나는 그게 그리 즐겁지 않습니다.

 

 

전역증은

 

지난 2년동안

나도 정권의 시다바리였다는,

나도 별 수 없이 총을 잡았다는,

나도 남성우월주의적인 공간을 재생산했다는,

내가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는 바보가 되었다는,

 

적들의 비웃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부대를 마지막으로 나오면서

이 더러운 곳에 다시는 발을 담그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년 내내... 그곳을 바꾸어 낼 생각은 못하고, 벗어나겠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돌아보면 무섭습니다.

더러운 것을 보고도 도망가고,

잘못된 것을 보고도 말도 못하는 내 자신.

지나고나니, 다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p.s. : 근데, 내가 부대에 있을 때 한 일 중에 하나가, 남들 전역증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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