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무언가를 참아낸다는 것.. 힘든일이야..

내가 만약 내가 가입한 조직의 성폭력 사건을 알았더라면, 난 가입하였을까?

분명 아닐꺼야..

분노에, 아픔에 그리고 자신을 보듬어가기 위해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는 그녀의 글을 보면서 난 가슴저리게 그와 비슷한 아픔을 느끼고 있어.. 나의 성폭력 사건은 어떠했는가?

나에게 치유의 시간이 있었던가...

난 그저.. 나쁜년...으로 오해받지 않았던가...

무엇도 잘 모르던 2학년 가을의 그 시절.. 영화제를 준비한답시고 이리저리 뛰어다녔었더랬지... 시험도 다 제쳐둔채로... 같이 영화제를 준비하는 계기로 알게 된 캠의 선배가 함께 고민을 나누며 술한잔을 나누다가 그는 나에게 관심을 표명했고..

그때나의 기분은 그닥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상황이었어.. 왜냐하면, 그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와 그의 여자친구는 나와는 다른 정파의 인간들이였기때문에 난 마냥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준다는 사실에 기뻐하기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지.. 하지만, 이제 막 누군가를 잊기 시작한 단계였기에 마냥 싫지만은 않았어.. 이후 그의 끊임없는 연락과 우연을 가장한 만남의 과정들이 있었고.. 어쩌다보니.. 이런저런 스킨십까지 하게 되었지만..결코 그 상황에서도 마음의 확정을 내린건 아니였어...

그래 그가 자신의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나에게 연락을 한 순간... 난 이건 아니다 싶었지.. 이전부터 그런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서 확실하게 그 때 나의의견을 이야기했으나, 이후 그는 술자리에서 나에게 성폭력을 가했지.. 그 일이 있고 난뒤에 어정쩡한 사과를 난 받았고.. 구분조차가지 않았어.. 무엇에 대한 사과였는지.. 

정말로 사과했다면, 이후에 그렇게 술을 마실때마다 나한테 전화를 할 수는 없는 거였어...난 참을수가 없었고... 성폭력 사건으로 그를 고발했지..

나중에 고발하자마자 알게 된 사실은 나의 대변인을 통해서 가해자가 황당해한다는 사실이였어.. 자신은 사과를 했다는거지.. 노발대발 하더라고.. 그는 학생회활동을 하는 인간이였기에, 난 자연히 그를 피해다녀야만 했지만 나또한 타단위 학생회 대표자이다보니 내 일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였고 나는 그 속에서 나의 고통의 시간들을 인내하며, 그의 주변인들을 만나야만 했지. 더욱더 황당했던 사실은 그가 학생회 선거운동에 참여한다는 사실이었고... 양심이 있다면.. 암튼지간에 난 그걸 막을 생각을 하지 못했어. 한번의 실수로 활동을 못하게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너무 궁지로 몰아가는게 아닌가라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배려를 한거지 허참...

더 웃겼던 사실은 내가 활동하는 공간에 선거운동본부를 허락도 없이 차렸다는 것이야. 선거운동원들이 나와 안다는 그 사실 하나로.. 뒤에 통보식으로 이야기하길래 난 나가달라고 이야기하면서도 굉장히 미안해했지 더 기가막혔던 건  그들이 나의 성폭력 사건을 알고 있었다는 거야...

하지만 그들에게 나는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라 남의 남자친구를 빼앗아간 나쁜 사람이였고. 헤픈 사람이였던거지.. 

난  그 사건 이후로 1년정도를 그 정파 사람들을 증오했고, 그들이 지난 몇년간 성폭력 사건을 빈번히 일으켜왔다는 사실에 더욱더 분노하였으며... 그들을 피해다니기에 급급하였지.. 나에게 민족주의는 공공의 적이었어.. 워낙에 사상에 동의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나에게 있어 우리캠의 민족주의자들은 증오의 대상이고 2차가해자였던 것이니까...

그냥 무섭기만 했어.. 앞에서는 나에게 대표자님 대표자님 하면서 뒤에서 나를 그런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닌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힘들게 나의 선배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으며.. 혼자 있는게 무서우니 같이 있어달라 했지.. 선배는 결국 같이 있어주지 못했고.. 난 그것에 더 큰 상처를 입었어..

그를 2차 가해자라 이야기하며 다시한번 울부짖었지..

 

이랬던 나에게 1년의 치유시간이 지나고, 다시한번 성폭력 가해자가 내 생활에 들어오게 되었지 나와 함께 활동하는 인간 한명이 그 인간과 술을 마시고 있다하더라고.. 그 가해자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과문 하나 쓰지 않고 군대로 토꼈을 뿐더러.. 전혀 반성하는 것 갖지도 않았어... 더군다나, 같이 술을 마신 그 인간도 이해가 가질 않았지..

 

아무튼... 난 아직까지도 우리학교 NL애들이 싫어. 그렇게 수백번도 가해자가 되어놓고서도 성폭력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마초애들이니까... 그런데 내가 막 가입한 조직이 몇년전 사건에 대해서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해결을 보지 못하고 피해자를 아프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되다니...

내가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난 절대 가입하지 않았을꺼야.. 그녀가 아직도 이렇게 아파하는게 느껴지는데..그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주고 위로해주고 싶을 따름이야.

당신은 그대로도 온전할 수 있을꺼라고...

 

분노의 시간들을 보내고 나지 않으면... 나는 나로서 살아갈 수가 없다는 사실을 나도 너무나도 잘 알아... 지금은 그녀의 분노에 박수를 보내고 나의 조직에 분노를 보낼뿐이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