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새 세번째 새벽 3시

2009/04/25 09:44 생활감상문

일주일 새 세번째 새벽 3시에 넘어서 들어왔다. 의도치 않은 방탕(?)한 생활 그리고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다 아팠던 수요일의 결근을 포함하여] 주간 활동 골골. 어제 술자리 분위기도 그렇지만, 속으로 에라이 모르겠단 생각이 있어서 그랬는지...... 더 웃겼다. 다음주가 진쿤 마감만 아니(그래서 오늘 잠깐 회사 나가겠다고 말만 안 했)었어도 아예 철야를 하고 지금쯤 뻗어 있을 수도.

 

어제는 푸코 통치성 수업 뒷풀이에서 철학강의를 처음 듣는 동급생이 SSG샘에게 "그래서 세계는 누가 바꾸나요?"라는 질문(맥락이 좀더 복잡했지만 여하간 질문은 그랬던 거 같다. 2001년 스승의 날에 밤새 놀 때 가보고 처음 간 선*골 민속주점의 김치랑 동동주, 파전이 어찌나 맛있던지 남의 질문에 집중 안 함ㅋㅋ)에 대한 선생님 답을 듣다가... 음 첨으로 actor, agent, subject의 구분이 명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세 가지를 비교해서 생각한 적은 없는데 말이다. 수업시간보다 뒷풀이에서 깨달음이 오다니 좀 웃기긴 했지만... 선생님한테 약간 썰을 풀어서 물어보니까 대충 비슷한 얘기라신다. 그래서 나의 최종 결론은 "주체에겐 얼굴이 없다"(머릿속에서 그런 문장이 들려서 선생님한테 누가 그런 말을 했나요? 하고 물어보니 선생님은 처음 들으신단다). 구글에서 불어로 검색("le sujet n'a pas de visage")해 보니까 없는 거 같다. 음, 나름 유니크한 문장이로군(지난 1년여 간 만든 세르 책+들뢰즈 주해서+블랑쇼 책 et 푸코 강의의 결과로 요거 한 문장이닷).  나중에 또 써 먹어야지. 

 

여하간 사람들이 많이 일찍 가기도 했고, 지난 주에 엄마도 오시고 몸도 아프다고 수업 빠진 것도 죄송하고, 일부러 푸코랑 들뢰즈 다큐멘터리 DVD로 구워주신 것도 감사하고, 마지막까지 함께한 SYS씨의 새침하면서도 도발적인 말투도 재미있었고... 그리하여 또 새벽 3시 귀가(그 양반들은 그 시간에 3차 하러 갔다. 요즘 나의 술자리 태도... 막차는 무조건 빠진다?)... 4월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자 했는데... 어째 술자리가 열심히가 되는 건가? 아냐아냐... 9월에 불어 시험도 보기로 결심하고 소문도 냈고, 당장 마감도 2연타로 있고, 스승의 날에 오클라샘 뵙고 오면 또 격려도 해주실 테고... 그러니까 꽤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이얌.  

 

일단 오늘은 1시간만 더 자고 회사에 가자꾸나. 아아, 정말 나는... 그냥 쭈욱 자면 되는데 술 마신 다음날도 제시간에 일어나서 씻고, 밥 먹고, [빨래나 청소까지 하고 나서] 다시 졸리단 말이야. 그래서 결국 더 지치고 늦게 나가게 된다는.T T

 

에에... 술 별로 안 마셨는데, 이 두서없는 아침 일기를 보니... 꼭 술이 안 깬 것 같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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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5 09:44 2009/04/2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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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vril   2009/04/25 10: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 나와도 술 한 잔 기울이며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해보자고. 하여간 여기저기 많이 흘려봐. '나는 타자다' 만큼 인구에 회자될지 어떻게 알아. ㅎㅎ
    • 강이  2009/04/25 1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ㅋㅋ 그럴까요? 아아~ 그러고 보니 언니랑 술 마신 게 언니 신혼집 집들이가 마지막이군요. H옹 군대 갈 때 홍대 놀이터에서 캔맥주 깐 거, 언니가 주관한 93송년회에 낑겨 처음으로 무단외박하고, 인천 가서 영화 찍고 인하대 앞에서 술 마신 날, 언니 하숙집 시절에 밤새 놀던 일, 4년 만에 완성된 <자웅동체의 꿈> 완성된 날 등등... 추억이 몽글몽글...
      언제 한 번 찐하게 마실 날 잡아야겠네요. 너무 오래되었어요. ^ ^;;
  2. 빨간뚱띵이  2009/04/25 1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Le sujet n'a pas de visage... 어쩐지 멋진데요? ^^
  3. 적린  2009/04/25 17: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지런하십니다! 존경스럽습니다! (호호)
    • 강이  2009/04/25 18:16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목적어를 뭐로 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제대로 하는 건 별로 없습니다. 그냥 조금씩 흉내만... 부끄부끄;;
  4. Lovefoxxx: 라브♡  2009/04/25 21: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벽 세시는 아니고...저는 열두시; 또 병나실까봐 겁나요~
    • 강이  2009/04/25 22:58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 저도 걱정이었는데 몇 번 새 단련이 되었는지, 아님 함께하신 선생님이 워낙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셔서 그랬는지 약간 졸린 것 외에는 오늘 꽤 쌩쌩했습니다. 4시간쯤 집중해서 일하고 부모님 댁 와서 어마마마가 차려주신 곰탕 백반(?) 먹고 초저녁잠까지 스르르~
      하여간 라브님도 대단하셔요. 역쉬 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