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벽지 바꾼 기념 포스팅

2009/05/12 00:47 생활감상문

EM님의 [노닥노닥] 에 관련된 글.


 

EM님이 블로그 스킨 슬쩍 손 보신 데 필도 받았고, 오늘 아침에 갑자기 사무실 내 자리에 22인치 와이드 모니터가 들어오는 바람에(회사 전체가 DTP 툴을 인디자인으로 바꾸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도입한 디자인팀에 30인치 모니터가 지급되는 바람에, 주인 잃은 모니터가 뜻하지 않게 나에게 콩고물로 떨어졌다) 전에 깔았던 벽지가 새 모니터의 화면 비율과 안 맞기도 하고, 뭐랄까... 그것은 약간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을 때의 봄기분(낙엽들 사이에 슬며시 고개 내민 제비꽃)이라... 봄비 속에 새싹이 신록이 되어 가는(또 얼마간 초여름의 더위도 느끼게 하는) 요즘 날씨와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 그리하여 바람에 날리는 버들잎으로 새 벽지 깔았더니만... EM님이 [벽지만 바꾸지 말고] 근황 글도 하나 쓰란다. 긁적긁적.... 그리하여 가장 최근 근황은 모니터 새로 생겼다 뭐 이 정도? 

 

근황을 말하자면... 무진장 바빴다. 전에 쓴 대로 마감이 두 개였는데... 첫번째 마감은 필름 출력한 다음에 사고가 있어서 4월 말부터 고대했던 '뜨거운감자' 콘서트를 당일이라고 환불도 못 받고(그나마 H양 덕분에 50%에 예매한 덕분에 손실도 50%) 못 가고... 겨우 사태 수습하고 다음날 눈 빠지게 데이터 확인해서 다시 마감. 그리고 중간에 다른 마감이 하나 끼어 들어서 책 두 권을 세 번에 걸쳐 마감. 그리고 다음주에 다시 남은 두번째 마감 예정.

 

이 와중에... 저녁때로 옮겨진 불어학원 다니느라 헥헥. 금욜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경제학 책 OK교 받아서... 뭔가 너무 압축적이다 싶은 캡션 한 줄 알아내느라 EM님 블로그에서 댓글로 실시간 대화(여긴 아침, 거긴 한밤중)... 그러곤 저녁에 낑낑거리며 푸코 강의 들으러 갔다가 SSG샘이랑 3시 반까지 술 마시고, 다음날엔 Y양이 조직한 어버이날 모임 출연해서 처음으로 아바마마부터 막냉이까지 전가족 출동한 가족모임에 낀 R군(Y양의 남친으로서 사윗감으로 윤허를 받은 옴므 홀랑데)에게 아바마마 좋아하시는 한국식 예법 알려주고(어른이 안쪽에 앉으셔야 한다, 어른이 오시면 일어나서 악수를 받아야 한다 etc.인데... 사전에 의도 설명 없이 살짝 피곤한 말투로 이렇게 앉아라 저렇게 해라... 해서 Y양은 또 나의 대장 기질 나왔다고 짜증냄) 점심부터 돼지갈비에 백*주 석 잔 마시고... 생전 처음으로 가족끼리 외식하고, 우아하게 커피집까지 갔다는.... 다들 가르치는 거(즉 잔소리하기) 좋아하는 가족이라 같이 있으면 서로 짜증 내는데... 우리끼리 한국말로 티격태격하다가 R군에게 뭔가 짧은 영어로 설명해 줄 때는 모두 친절한 모드... 영어 거의 못하시는 엄마는 계속 불편하셨는지... 나중에 Y양 커플과 헤어진 다음에... R군 왜 한국어 안 배우냐고... 한국말로 하라고 하라고 짜증내심. 그리하여 밤잠도 부족한 데다 낮술까지 마셨으니 아바마마께서 지하철역까지 태워다 주시는 동안 한숨 졸고.... 

 

잠깐 주간님/사장님께 전할 말 있어 귀갓길에 회사 들러서 일본어 과외 공부 마치고 점심 드시고 오는 양반들 기다려 할 말 마치고 오며가며 읽던 단편소설 마저 읽다가 세 쪽인가 남은 순간 나의 등산친구이자 울 회사 앞에서 자취하는 MY언니가 저녁 먹자고 전화. 어버이날 치르느라고 돈 없다고 밥 사달라니 사준단다. 나름 좋아라 나갔더니.. 사실은 술이 마시고 싶단다. 아아... 24시간 내에 3끼 연속 술이로구나. 그래서 맥주 두 잔 마시며... 새로 들어간 회사는 보스가 헤매서 발전 가능성이 없어 보이며, 하던 공부는 기운이 빠져서 전처럼 열의가 안 느껴지고, 나이는 먹어서 연애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자기 결론은 외국 남자랑 연애를 해야겠단다... 뭐 좋은데... 이 냥반이 이 결론에 얼마나 결의에 차 있던지.. 겨우 맥주 두 잔인가 마셔 놓고는... 3시간 같이 있는데... 그 말을 15번쯤은 불쑥불쑥 계속 하는 거다(내가 R군 친구 중에 알아봐 준다고 대답마저 했건만)... 그래서 결국 나의 대답은... "외국 남자랑 못 사귀기만 해봐라... 내가 버럭 화를 내줄 테닷!" (이럴 때 보면... 나름... 뭐하고 살아야 잘살까 고민하기보단 지금 하는 일을 조금 더 잘할까만 고민하자고 결심한 나는 나름 복 받은 사람이다 싶기도 하고...)

 

뭐 이러고 집에 와서 괜히 술이 깨서 새벽까지 TV리모콘 괴롭히며 뒤숭숭해하다가... 일요일엔 저자 방한 일정에 맞추어 오늘까지 마감해야 할 예의 그 경제학 원고를 다시 떠듬떠듬 원서 및 사전을 참조하다가... 막히면 혼자 승질내다... 그러다 이러면 혼잣말 심해져서 정신건강 해칠까 봐 H양에게 메신저로 투덜투덜... 그러면서 간만에 선생님 댁에서 하기로 한 스승의 날 참석 연락 돌리기... '아니 다들 일요일에 뭐 하는데 전화들을 안 받는 건데? 난 평일엔 바빠서 연락할 시간이 없다고...' 또 혼자 궁시렁궁시렁...

 

뭐 그러고 회사 가서... 글 시작처럼 모니터 바꾸고, 오늘 들어온 신입들에게 J팀장, P팀장과 함께 점심 사주고... 점심 먹고 와서는 스승의 날 모임 참석여부 확답 안 한 인간들에게 전화 돌리고, 모처럼 그의 무관심을 드디어 믿게 되어 주말에 참석여부 알려달라고 문자를 보냈던 J씨가 전화를 걸더니... 안 온다던 풍문과 달리 오겠다고 의지 표현하며 내게 관심을 보이며 근황을 묻고, 그새 더 이뻐졌냐는 말에 전화 끊고 나서 살짝 머리가 아픈데도) 목표한 대로 퇴근 시간 전에 OK지 털어 주고 퇴근해서... 낮에 생협에서 배송된 먹을거리 들고 들어와 냉장고에 정리하고, 다시 나가서 아프리카 공예품점 가서 스승의 날 선물할 만한 신상 있나 구경해 주고... 사장님이랑 미리 가격협상하고... 다시 집에 와서 어버이날 엄마가 만들어 오신 반찬에다 새로 들어온 먹을거리까지 냉장고가 터질 듯(지난 주에 먹을 게 하도 없어서 생협에 주문했는데... 엄마가 어버이날 외식자리에 반찬에다가 옥상에서 키운 상추까지 가져다 주실 줄이야...)해서... 내일 도시락이라도 싸 가야 상해서 버리는 일은 없겠구나 하고... 동태찌개 끓이고, 잡곡밥 하고, 무나물 볶고, 설거지를 하고, 까먹고 있던 빨래 삶고, 지난 주 새로 받은 불어 MP3를 들으며 한 시간 동안 근황을 정리했다.

 

이렇게 바빠서야 잡념이란 도무지 없을 것 같지만 사실은 입밖에 내기가 그래서 그렇지 여전히 잡념 천지이나, 어떤 생각을 진지하게 발전시켜 무언가 결심하고 이런 건 하지 말자는 것으로, 언젠가 내가 믿었듯이... 일상이 쌓이면 방향성이 생기고, 그 방향성들이 지금까지 나를 유지시켜 온 그나마의 힘이라는 정도라서... 뭐 딱히 그리하여 고민하는 것은 없고 근황이라 할 만한 것이 없는데도... 근황이 궁금하다는 EM님 댓글 한마디에 그만 마음이 약해져서 이런 글을 적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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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2 00:47 2009/05/1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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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적린  2009/05/12 01: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딱 한 말씀만 드릴께요. 화이팅! ㅠ
  2. EM  2009/05/12 03: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고... 저는 그냥 읽기만 해도 머리가 띵~~~하네요 (@.@)
    그래도 제가 태그로 등장하다니... 영광임다 (*^_^*)
    (그나저나 그때 그 원고.. 제가 충분히 말씀을 드린 것인지 아직도..;; 잘 되셨길 바래요. 그리고 혹시 더 이야기나누고 싶으신 게 있으심 또 말씀하시고요!)
    • 강이  2009/05/12 08:41     댓글주소  수정/삭제
      에이~ 하두 주저리주저리 써 놔서 그렇지 사실 알맹이는 거의 없답니다;;
      태그엔 일단 등장하면 몇 번 더 출연하셔야 한다는 말씀. 찾아보기 뽑는 셀프-트레이닝용으로 태그를 정하고 있어서(즉 나중에 제가 찾아보려는 용도) 한 번 등재되면...- -;;

      그리고 그때 그 캡션은 역자한테 잘 확인 받았습니다. 원서가 문고판에 글씨가 꽤 작은 캡션이라... 번역할 때 regression을 못 보신 것인지(초역 때 단어 하나 놓치는 일은 워낙 흔한 일이니까요) 보여 드리니까 그게 맞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한 권 챙겨 놨다가 EM님 귀국하심 감사의 뜻으로다 증정하지요(영어판으론 가지고 계실 듯하지만). ^ ^
    • EM  2009/05/12 1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우... 태그에 그런 숨은뜻이 있었군요! 부디 좋은 일에 불러주세요... ^^;;;

      그리고 더 이상의 책 증정은 정중히 사양할랍니다. 물론 정말 고맙지만... 괜시리 부담드리는 것 같기도 하고... 뭐... ^^;; (근데 그 책이 영어판도 있나요?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음... 최근에 Jean Luc Nancy책 빼고 프랑스말이 원본인 책을 입수한 게 거의 없는 것 같은디요;;)
    • 강이  2009/05/12 1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지금 다시 물어보니 영어판이 올해 나온다는군요... - -;; 담당자가 아니라서 제대로 파악을 못한 채 2000년에 나온 책이니 당연히 있겠지 하고 또 짐작으로 말했네요(이 버릇을 올해는 좀 고쳐봐야 하는데 이것도 집안 내력이라...).

      책 증정은... 부담스러워시지 않아도 되는데... 음~ 저한테 전혀 부담되는 일이 아닌 데다 EM님이 여러 모로 주신 도움에 그렇게나마 마음 표시를 하고 싶었는데T T
    • EM  2009/05/13 0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뭐.. 그렇담 표시해주세요... ☞☜ 저야 고맙죠.. ^^;; (너무 쉽게 물러서는..;;)
      하지만 아주 가끔씩만요. 버릇 나빠져요;;
    • 강이  2009/05/13 09:04     댓글주소  수정/삭제
      진작에 그러셨어야죠. 저는 재물이 흐르는 사람이라 재화를 흘려보내야 또 들어오는 불의 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