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선물경제 실현

2009/04/09 21:58 생활감상문

Lovefoxxx: 라브♡님의 [고마워요!] 에 관련된 글.

빈집님의 [선물, 화폐, 노동, 사랑] 에 관련된 글.

 

라브 님이 트랙백 안 된다 하시고, 내가 별도 트랙백을 걸려고 해도 안 되길래....

그냥 새 글을 하나 쓴다.

 

지난 주부터 이번 주에 걸쳐... 요리책 세 권을 증여하면서, 꽤 흥미로운 한 주를 보냈다.

우중산책 님 블로그는 전부터 가끔 들르기는 했지만, 사실 닉네임과 글을 잘 연결해서 생각하지는 못했다. 이번 기회에 어디 사시고, 뭐 하시는 분이고, 무슨 책을 읽는지 알게 되서... 진보넷 블로그 마을에서 아는 사람이 한 사람 더 생긴 기분^ ^.

 

포스팅하고 회사 동료들과 점심 먹으면서 요리책이 많아서 몇 권 내놓는 중이라고 했더니 디자인팀 S과장님이 한 권 탐내시길래... 드렸더니... 프리랜서 시절 집에서 밥해 먹기 귀찮고 바쁠 때 드시려고 다량 구입한 오트밀을 한 봉지 가져다주셨다. ㅎㅎㅎㅎ

 

그 오트밀을 집에 들고 온 날... 나의 홈베이킹 스승 월인정원 님께서는 내츄럴 쿠키라는 이름의, 오트밀이 들어간 레시피를 새로 포스팅하셨다. 그리하여 두어 번의 실험을 거친 끝에... MSG를 비롯하여 각종 화학첨가물을 일절 끊는 바람에.... 그 좋아하는 과자도 안 먹고 사는 임쿤에게 쿠키 한 봉지를 구워 줄 수 있었다.

 

라브님과는 직장도 한 동네(작은 사거리를 사이에 두고 대각선 방향으로 각자의 회사가 자리했다)라 직접 만나 책을 드렸는데... 뜻하지 않게 핸드메이드 립밤까지 선물해 주셔서... 증여가 아니라 교환이 되었다. 헷~

 

그렇게 남들에게 요리책을 나눠 주는 동안, 과 선배인 S언니가 홍대에 납시어 꽤 오랜만에(여름휴가 이후 처음이던가?) 맛있는 점심에다가 직접 번역한 피카소의 요리책까지 선물해 주시었다. 오호~ 떠나 보내는 게 있으면 또한 내게 오는 게 있다는 것은 역시 상당히 경험적인 사실이었던 것이다.

 

원래도 선물 경제를 신뢰하는 편(인류학자인 오클라 샘과의 관계에서 늘 배워오던 것)이기는 했고, 얼마 전 맑스의 정치경제학과 모스의 인류학을 접목시킨 책 OK작업에 투입되어(모스 관련 부분과 결론만 읽었다) 다시금 그런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효과가 즉각적인 때는 또 처음이었다. ㅋㅋㅋ

 

그렇게 흐뭇한 나머지... 한가한 3월 지나 4월 들어 새로 시작한 요가수업과 "푸코의 통치성의 계보학" 강의와 불어학원과 야근과 불어 진도 복습 사이에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어젯밤... 오늘 열리는 고병권 선생님 강연회(회사 홈페이지 오픈 기념 독자 행사)─를 빙자하여 평소 팬이 너무 많아 차마 내비치지 못한 팬심을 표현코자─에 내놓는답시고 큼지막한 우리밀 당근 케이크를 구웠던 것이다. 

 

이리하여 오늘은 몸살이 올려나 어쩌려나 하는 가운데... 선물경제의 기쁨과 신체의 고단함을 곱씹으며...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게 되었던 것이다. 모두들 굿나잇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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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9 21:58 2009/04/09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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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연  2009/04/10 13: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리를 매개로 사람을 만나는구나. 나로선 할 수 없는 일(^-^;). 카-
    • 강이  2009/04/10 13: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너는 책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잖아. 너 같은 사람들 덕분에 내가 밥 벌어 먹고, 요리책도 사고 하는 거지. *^ ^*
  2. avril  2009/04/10 18: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물물교환의 시대에도 거뜬히 살아남겠구나... 그 시대로 돌아가면 나는 맨 먼저 멸종할 듯.
    • 강이  2009/04/11 07:12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부끄럽사와요. ^ ^ 교환되는 건 물자가 아니라 가치라니까... 다량의 컨텐츠를 보유한 언니도 살 만하실 거에요. 물물교환 시대로 가는 거지, 원시 시대로 가는 게 아니니까요.
  3. 라브  2009/04/11 00: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후후 그 책 너무 좋아요. 주변에도 다 떠벌리고 다니고 있어요.
    출판사 블로그도 열심히 들어가 보았습니다+_+
    (저는 정확히는 회사가 아니고 '노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
    프랑스식 아침식사에 꽂혀서 나만의 사발을 하나 살까 고민중이에요.
    • 강이  2009/04/11 06:58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그 책 만들 때는 한참 그랬는데... 그때는 사발 구하기가 꽤 어렵더군요. 생각해 보니 한국식 자기 사발(찻사발)이나 일본식 찻사발도 쓸 수 있겠더군요. 물론 프랑스식 앤틱 사발도 인테리어 소품몰 같은 데서 살 만하지만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일상 속에서 여유를 유지할 만한 치열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아직도 사발은 못 샀어요. ^ ^
  4. 우중산책  2009/04/11 05: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선물 넘넘 행복했습니다..ㅎㅎ
    요리책도 좋았지만 덤으로 주신 책에 홀딱 반해서...??....크크
    뭔가 보답을 드려야겠는데 드릴게 없네여...ㅎㅎ
    출판사 블로그도 처음 접했습니다...ㅎㅎ...주변에서 너무 편식한다고 해서
    [그린비]를 자제중이었거든여...크크
    여하튼 제가 무언가 해드릴일이 있나 열심 궁리해 보겠습니다....ㅎㅎ
    • 강이  2009/04/11 06:55     댓글주소  수정/삭제
      홈페이지 회원 가입하시면... "게시판" 하위메뉴로 "독자마당 참여게시판"이 있거든요? 사람들 메뉴의 하위메뉴인 "독자마당" 원고를 받는 곳이지요. 편식 중이셨다면 그쪽으로 원고 써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하시는/관심 가지는 일과 저희 책이 어떻게 접점을 이루는지 뭐 그런 얘기, 조금 자세히 듣고 싶거든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