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감자 들깨탕

2009/06/18 00:08 베껴쓰기

적린님의 [채식 감자탕] 에 트랙백으로 소개하는 "두부 감자 들깨탕"

두부로 담백함을 더하고, 풋고추로 여름 느낌을 살리는 하얀 감자탕이다.

(두부 요리만 모아 놓은 <에브리데이 두부> 책에 나온 걸 좀더 간단하게 만든 버전)

 

재료

두부 반 모, 감자 2개, 동글납작하게 썬 연근 한 주먹, 마른 표고 4개, 풋고추/홍고추 각 1개, 들깨 4큰술, 다시마 가루 1작은술, 국간장 1/2큰술, 들기름, 소금, 물 2와 1/2컵

 

요리하기

1. 감자는 솔로 깨끗이 씻어 껍질 채 한 입 크기로 깍둑썬다.(영 낯설다면 껍질을 벗겨도 좋지만, 껍질에 영양분이 참 많단다) 감자와 연근 썬 것을 물에 담궈 변색을 막는다.

2. 풋고추와 홍고추도 씨를 빼고 1cm 크기로 큼직하게 어슷썬다.

3. 표고는 물 1컵에 살짝 불린 후 건져 2등분한다. 불린 물은 그대로 둔다.

4. 두부는 반 모 크기로 것을 노릇하게 지져서 길개 반으로 자른 후 5mm 두께로 썬다(두부가 일종의 고기처럼 씹는 맛을 주는 요리인 셈)

5. 들깨는 믹서에 물 1컵을 넣어 간 후, 체에 한 번 거른다(겉껍질이 살짝 껄끄럽다). 남은 물 반 컵으로 믹서를 헹궈 들깨즙 낭비를 막는다.

6.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손질한 표고, 감자, 연근을 볶는다. 여기에 다시마 가루, 국간장, 표고 불린 물 1/2컵을 넣고 끓인다.

7. 국물이 끓으면 들깨즙과 남은 표고 불린 물을 붓고 두부와 고추도 넣어 한소끔 끓여 낸 후 소금으로 간한다.

 

이런 건 해장국으로도 좋고, 현미밥 말아 먹으면 탱글탱글 밥알과 구수한 국물이 끝내 준다. ^ ^

생들깨가 없으면... 5번 빼고 6번까지 진행한 후, 7번에서 들깨즙 대신 하얀 들깨가루1와 분량을 맞춘 물을 넣어 끓이면 된다.

 

트랙백인 만큼... 채식과 욕망의 자제에 관해서 몇 줄.

한참 채식을 할 때는 많이 먹는다는 게 또한 하나의 문제였다. 야채의 깊은 맛에 눈을 뜨니 자꾸 손이... 당시에 합정동 근처의 어떤 호프집에 갔는데, 특이하게도 야채접시라는 메뉴가 있는 것이다. 값도 불과 5000원, 아주 저렴했다. 시켜 보니... 무, 피망, 배추, 당근, 오이 등이 한 접시 나왔는데... 내가 무와 피망까지 아삭아삭 씹어 먹는 걸 보고 주변 사람들이 좀 질려하더군(이후로 요리하면서 생재료를 잘 집어 먹는 버릇이 생겼다. 생감자, 생양파, 생우엉, 생연근, 생도라지..... 본래 맛을 알아야 요리한 뒤의 맛도 상상할 수 있다).

여하간... 채식이든 잡식이든 덜 먹는다는 건 단순히 욕망을 자제하는 문제와 다르다. 인간 신체는 축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어서(고등학교 때 배운 지방간의 원리^ ^)...  적은 양을 먹으면, 그만큼 그 적은 부피의 음식 안에 있는 모든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해 더 많이 노동을 하게 되면서(이것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게 단식이다. 단식 기간엔 1차적으로 핏속의 불필요한 성분들—콜레스테롤, 혈당 등—이 기초대사를 위한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 신체 전체의 활성화가 이루어진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푹 익은 스파게티보다 오독오독 씹히는 알덴테의 스파게티가 사실 소화가 더 잘되는데, 이유는? 더 잘 씹어서 먹기 때문이다. 오래 씹는 동안 침도 더 많이 나오고, 혀 운동을 많이 하면서 혀와 연동된 식도와 위도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를 충분히 하게 된다.2 비슷한 이유로 통곡물이 더 소화가 잘 될 수도 있다. 보다 많은 무기질과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균형 잡힌 영양 섭취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물론  덜 먹고도 든든하고. 그러니까 채식은 욕망의 자제가 아니라 에너지를 쓰는 방법과 욕망의 출처를 바꾸는 것이다. 많이 먹고, 소화시키는 데 애를 쓰다 보면... 빨리 늙는다(아, 이런 걸 10대에 알았더라면- -;;) 밥 먹고, 소화시키고 내보내는 과정을 간단하면서도 충분하고, 멋지게 만들고... 남은 에너지로, 각자 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나한테는 그런 문제다. 고기를 참는 문제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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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얀 들깨가루: 껍질 벗긴 들깨를 가루낸 것을 이른다. 추어탕이나 순대국 먹을 때 나오는 검은색 들깨가루는 껍질 채 간 것임.텍스트로 돌아가기
  2. 여기서 나의 인문서론, "인문서는 알덴테 파스타다"가 나오기도 했지. ^ ^;;텍스트로 돌아가기
2009/06/18 00:08 2009/06/1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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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적린  2009/06/19 0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맛있겠군요. ^^ 며칠 내로 해봐야겠다. 감사해요. ^^ 글고 "10대에 알았더라면" 읽고 크게 웃었네요. ^^;;
    • 강이  2009/06/19 1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넹. 맛있게 해드셔요.^ ^ 원래 제 글은 논지는 없고, 소심하게 분위기만 뿌리다 끝나서... 본문보다는 차라리 괄호나 말풀이표 속 궁시렁 등이 재미나단 소리를 듣곤 하지요. 논문 심사 때도 정작 본문에다 펼쳐야 할 자기 분석과 주장은 다 각주에다 숨겨놨다는 코멘트를 들었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