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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아와 함께 한 일 년

 

어제, 홍아와 만난 지 만 일 년 되는 날이었다.

감격에 겨워 오랜만에 글을 썼는데

몇 줄만 더 쓰면 글 다 쓰는데

갑자기 컴이 꺼져 버렸다.

흐억, 하고 아래를 보니, 역시나 홍아가 전원을 꺼 버렸다. ㅜㅠ

요즘 컴퓨터, 텔레비전, 디비디 전원을 껐다 켰다 하는 홍아...

주의했어야 했는데 아빠랑 노는 듯 하더니 언제 왔을꼬.. ㅜㅠ

 

다 쓴 글을 다시 쓰는 것은 재미가 없어..

그래도 기억에 남기고 싶은 것들이 있으니 힘을 낸다.

 

어제를 기념하러 홍아 사진을 찍으러 갔다.

아기들 스튜디오를 2시간 대여했는데

가기 한참 전부터 졸려하던 홍아,

집에서는 안 자더니 가는 차 안에서 잠들어 버렸다.

히잉...

자는 아이를 안고 스튜디오에 들어가니

홍아는 비몽사몽.

게다가 밖에 나가면 완전 무표정 도도가 되어버리고

낯선 것을 만나면 얼음이 되는 조심성 많은 홍아는

엄마 껌딱지가 되어버렸다.

집에서 보는 그 예쁜 다양한 많은 표정들을 담고 싶었는데,

결과는 좀 아쉽다.

 

그래도 두어 시간을 놀더니 마지막에는 익숙해져서

옷 갈아입히던 중에 웃옷을 벗고

배꼽 파면서 여기저기 쏘다니더라.

다음 팀으로 온 아가 구경하러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번개같이 기어가고.

에구 귀여워.

 

홍아를 만나니 부모님들께 나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이 전보다 더 깊숙한 곳에서 나온다.

 

말걸기와 이야길 하다

둘이 그간 살아온 인생 경로에 후회를 할 때(대학 입학이나, 과 선택이나, 졸업 후의 진로나...)

대개 우리의 결론은  "그럼 우리가 못 만났잖아".

우리가 만났으니 우리의 과거는 다 의미가 있게 된다.

 

그것이 이제는 "그럼 홍아를 못 만났잖아."가 되었다.

이 아이를 만났으니 우리의 과거는 의미가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이 감동적이고 신비롭고, 힘들고 머리도 못 감고 볼일도 못 보는, 그럼에도 지나는 순간순간이 너무 빨라서 아쉬운, 행복한 순간들.

 

홍아는 점점 더 이성적인 존재가 되어 간다.

아니, 욕구에 충실한 존재? 이기의 순수!

자신이 원한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얻기 위해 애쓰며, 이루어지지 않으면 운다.

당연한 것인데, 아이가 그리 되는 것을 보는 것도 신비롭다.

표정도 갈수록 다양해져서 홍아 얼굴만 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요즘 홍아가 하는 것들

가고 싶은 곳이 있을 때 안겨서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뭐, 뭐(어, 어)' 하기

갖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 어' 하기

핸드폰을 내게 주며 슬라이드를 밀어 화면 켜 달라고 하기

안정적으로 서 있기(한참 허리를 요리저리 밀며 서기 연습을 하더니 요즘은 엄청 안정적으로 서 있다.)

밥 먹다 자기 먹는 것 엄마, 아빠 먹여주기(손으로 먹을 것을 주무르다 손을 엄마, 아빠 쪽으로 쭈욱 내민다. 받아먹으라고.)

토끼 인형 꼬옥 안아주기(옆에서 '사랑해요~'라고 말하면 토끼 인형을 꼬옥 안는다. 머리도 인형에게 묻고. 때론 등도 토닥토닥)

춤추기(위아래로 출렁출렁. 전에는 배를 팅기면서 춤을 추더니 요즘은 무릎 꿇고 엉덩이를 들썩들썩)

먹던 것을 손으로 주무르다 제 머리 쓰다듬기(바나나, 감, 귤, 밥이 찐득찐득...)

'홍아 잡아라~~~' 놀이하기(홍아가 시작한 놀이인데, 마루에 있는 아빠에게 가다가 아빠가 홍아를 안으려고 하면 꺄꺄, 하고 웃으면서 방에 있는 엄마에게 기어 온다. 아빠에게 잡힐 만하면 벌렁 누워서 발을 찬다. 아빠가 마루에 나가면 또 막 웃으면서 쫓아간다. 처음에 홍아가 이러고 놀자 엄청 신기했다. 놀이의 시작과 끝은 홍아가 정한다. 지가 놀고 싶으면 아빠에게 갔다가 엄마에게 기어 오면서 자꾸 뒤를 돌아본다. 그럼 아빠는 '홍아 잡아라~~~'하면서 쫓아오고. 다 놀았으면 아빠나 엄마에게 안기면 놀이 끝)

먹기 싫을 때 입 앙 다물기, 혀로 밥 밀어내기, 도리질을 세게 하기, 손으로 수저 막기, 손으로 수저 잡아 던지기

먹고 싶을 때 눈이 커지며 먹을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응, 응!'

엄마 등과 배 두드리기

엄마 어깨 물기(젖도 물린 적이 있는데, 꺄오, 정말! 아프다.)

자면서 돌아다니기(자다 벌떡 일어나 기더니 벽에 머리를 쿵, 하고 바로 자기도 몇 번)

자면서 엄마 팔이나 배나 다리 베고 눕기(너무 무거워....)

서서 웃옷을 올리고 배 긁기(주정하는 아저씨 같다.)

도리도리(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살살 흔드는데 ㅋㅋ 되게 귀엽다.)

까꿍 놀이(손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하고, 이불이나 제 옷을 가지고 가리기도 한다. 처음엔 손이 귀나 옆머리를 가릴 때가 많았는데 차츰 정확도가 높아진다.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가린다. 손가락 사이로 눈이 다 보일 때가 많지만.)

젖을 보면 키잉,키잉 좋아라하면서 허겁지겁 기어오기.(평생 잊고 싶지 않은 모습..)

강아지 자세로 젖 먹기.

빨대 컵으로 물 마시기.

좋아하는 장난감 '끼, 끼'라고 부르기.(아마 토끼토끼와 친해지다보니 그렇게 된 듯)

아래턱 내밀기(주걱턱이 될까 봐 심히 걱정.. )

 

 

이제 덜 하게 되는 것들

잼잼, 곤지곤지, 만세.(소리가 나면 반사적으로 행동을 했었는데, 이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느라 엄마, 아빠가 시키는 행동을 바로 하는 경우가 줄고 있다.)

잠투정(아직은 혼자서 못 자고 젖을 먹거나 안고 업어줘야 자는데 자기 전 우는 것은 거의 안 한다. 때로는 밤에 엄마 아빠 사이에서 뒹굴다가 혼자 잠이 들 때도, 아주 가끔이지만, 있다!)

 

아직 못, 안 하는 것들

말하기('음마'를 하긴 하지만, 그게 '엄마'를 지칭하려면 아직 시간이 걸릴 듯.)

걷기(돌 전에 못 걸으면 3개월 더 지나야 걷는다는데, 흐윽, 정말 그럴까? 서서 발을 살짝 끌기는 했지만 아직 첫 발을 떼지는 못 했다.)

그 외 다수..

 

어제 찍은 사진은 말걸기가 올리겠지..

요즘 집에서 찍은 사진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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